소설리스트

〈 60화 〉60. 기억의 파편 (60/67)



〈 60화 〉60. 기억의 파편

[ 60. 기억의 파편 ]

‘응? 여기는..?’

분명 포멜리 남작의 방에 있던 것을 기억하건만, 대체 여긴 어디란 말인가? 나는 어느샌가 어딘지모를 꽤나 관리가 잘된 정원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앞엔 꽤나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꽃을 보고 있었는데, 공포영화가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정도로  표정은 놀람과 경악으로 변해 있었다. 왜냐하면 녀석의 얼굴은 너무나도 낯익고 익숙한 안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거짓말이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얼굴.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내 앞에 있는 녀석에게 손을 뻗으려던 그 때였다.

“세르지윈!!”
“하아..”

밝게 자신을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에 남자는 '미치겠네'란 찐으로 울컥한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진심이냔  자신에게 달려오는 미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이게 정신과에서 한다는 미러요법인가? 남자의 얼굴만으로 당황스럽건만 나는 달려오는 여자의 외모에 다시 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황금빛 머리카락과 화사하게 아름다운 이목구비. 그리고 맑은 호수를 담은  밝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남자에게 박혀 달려오고 있던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쎄게 맞은  나는 포멜리 남작의  다른 술수에 걸린것은 아닐까, 하며 심각해졌다. 그만큼 내 앞에 서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난 믿을 수 없단 목소리로 그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왜 내가 여기 있지..?"




***

파지지직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란 말이냐?!”
“위험합니다, 마스터.”

나프스 엘 소년은 위력적인 샤벨리아의 뇌전에 남작을 뒤로 물리며 살이 떨릴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방출하는 샤벨리아를 경계했다.

“팍스.”
끄덕.

소년의 부름에 나프스 엘 소녀는 일순 삼박의 검신 위로 뜨거운 불꽃을 일으키더니 조용히 자신들을 응시하는 샤벨리아에게 빠르게 쇄도해 들어가며 검을 휘둘렀다.

화르륵 -
“...”

생각에 잠긴 듯 날아오는 검에도 멍한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생각하던 그 때, 팍스의 붉게 타오르는 검신이 일순 우뚝 멈춰 서는가 싶더니 무감각한 샤벨리아의 황금빛 눈동자가 어느새 그녀를돌아보고 있었다.

‘!!’

게다가 언제 움직였을까, 목으로 날아오던 그녀의 검신을 검지와 중지로 잡은 샤벨리아는 무념어린 눈동자와 함께 경악해 눈이 커져가는 소녀를 관찰하듯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윽..  힘이..”
부들 부들.
“...”

검을 빼보려 하지만, 마치 그녀의 손가락에 달라붙은 듯 소녀의 삼박은 꿈쩍하지 않았다. 게다가 커세게 타오르는 불길은 뜨겁지도 않은지 샤벨리아는 옴쌀달싹 못한 채 끙끙거리는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치잇..”

그 모습에 안되겠다 생각한 푸른 머리칼의 소년이 바닥을박차고 뛰어 오르는가 싶더니, 푸른 물줄기와 함께 삼박을 휘두르며 샤벨리아에게 쇄도했다.

“받아라! 프러겔의 마녀!!”
스윽.
‘..!’

그 때였다. 팍스에게서 고개를 돌린 그녀가 뛰어오른 자신을 바라보았다 생각한 순간, 위압적인 황금빛 눈동자가번쩍이며 아름다운입술사이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꺼져.”
피잉 -
‘!!’
부우웅  콰아아앙!!!
“끄아아악!!”
“티피스!!”

무슨 요술이란 말인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순간 피티스의 몸이 무형의 무언가에 낚아채져 던져지는가 싶더니 벽과 벽을 뚫으며 계속해 날아갔다.

“거.. 거짓말.. 어떻게 이런 힘이..”

남작은 믿을 수 없단 경악스런 표정과 함께 후들거리는 다리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그의 인기척을 느낀 걸까, 미동도 없던 샤벨리아의 고개가 포멜리 남작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작게 속삭였다.

“지워야 해.. 그가.. 그가 싫어할거야.."
“히이익..”
“크윽.. 마스터!!”
“파.. 팍스!! 저.. 저 년을 막아라!! 어서 막으란 말이다!!!”

남작의 명령에 흔들리는 눈동자로 샤벨리아를 바라보던 팍스는 이내 각오한 표정과 함께 중얼거렸다.

“명령.. 받았습니다.”
휘릭 -

꿈쩍하지 않는삼박에서 손을 팍스는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하는가 싶더니 허리춤에 있던 단도를 빼들고는 강한 화염을 터트리며 샤벨리아에게 돌진했다.

“아르도르(Aror)!”
화르르륵!!

붉게 타오르는 화염과 같이 돌진해 샤벨리아의 명치에 단검을 꽂으려던 그 때였다. 남작에게서 시선을 돌린 샤벨리아가 팍스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방해하지마.”
피잉 -
‘!!’
쿠구구궁!!!

순간 바닥을 내리꽂아진 팍스는 무언가에 짓눌리는지 엄청난 균열과 함께 짓눌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

괴로운 듯 발버둥을치며 비명을 지르는 팍스와 달리 샤벨리아는 감흥없는 무미건조한 눈동자로 그런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괴..괴물이야.. 저건.. 괴물이라고!! 히이익!!!”

자신의 나프스 엘들을 장난감마냥 다루는 샤벨리아의 모습에 전의를 상실한 건지 공포에 짓눌린 남작은 몸을 돌려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샤벨리아의 고개가 돌려지며 중얼거렸다.

“깨끗해 져야 돼.. 이래선.. 그에게 갈 수 없어..”
저벅.

도망치는 남작을 잡으러 샤벨리아가 걸음을 떼던 그 때, 엄청난 중압감에 짓눌려 있던 팍스가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짠듯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팔목을 잡고는 힘겹게 말했다.

“이.. 이 뒤로 하.. 한걸음도 못 지나간다, 프.. 프러겔 마녀.”
“...”

중압감 속에 버티는 것만 으로도 한계인 듯 보이는 그녀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샤벨리아가 사랑스런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속삭였다.

“죽어버려.”
쿠구구궁 -!!
‘!!’
콰앙 -!!
“꺄아아악!!!”

절대명령.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일순 팍스를 짓눌렀고, 힘겹게 서있던 그녀의 무릎이 거짓말 같이 일순 꺾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땅에 박혔다.

“커흑.. 마.. 말도 안 돼..”

엄청난 충격때문일까, 팍스의 입에서 붉은 핏줄기가 흘러 떨어지는가 싶더니 샤벨리아를 잡았던 손이 스르륵 미끄러 떨어지며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저벅.

마음 어딘가가 망가진듯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감흥없는 표정과 함께 기절한 소녀를 무심히 지나친 샤벨리아가 남작이 도망쳤던 문 손잡이를 돌려 나가던 그 때였다.

“저기 있다! 사격준비!!”
철컥- 철컥-

수비병들은 미리 도착해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촘촘한 배틀라인과 함께 고개를 돌린 그녀를 향해 망설임없이 머스킷을 일제히 발사했다.

“발사!”
파바바방 -

엄청난 연기와 함께 터져오른 플린트 락은 일제히 샤벨리아를 향해 쏟아졌고, 제대로 먹혔단 생각에 수비병 모두가 '해냈다'란 미소와함께 걷히는 연기를 바라보던  때였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황금빛 눈동자가 연기속에서 번뜩이는가 싶더니, 황홀할정도로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상처없이 말끔한 샤벨리아의 모습에 놀라 어버버 거리던 그 때, 매력적인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두 죽여버리겠어.”

* *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마치 영화 속에 던져진 관객마냥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건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듯 어떠한 것도 개입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존재를 모르는 듯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날 경악스럽게 하는 것은 그들의 모습이 바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 모습이란 것이었다.

“세르지윈, 세르지윈. 이거 어때요?”
“너 있잖아.. 일부러 이러는거지..?”
“네? 뭐가요?”
“내가 서지웅이라고 했잖아, 서.지.웅!!”
“네, 그러니까 세.르.지.윈.”
“아우 씨발!!!”

악마의 농간일까, 나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전의 내가 저기 있단 말인가? 게다가  여자, 분위기만 다를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샤벨리아를 닮은게 자매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쏙 빼닮아 있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런거지?”

정말 꿈이라면 이런 고약한 악몽도 없었다. 나는 빨리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볼을 때리고 꼬집어 보지만, 꿈에서 깨어나기는커녕 아픔만 더해갈 뿐이었다.

“와! 이거 뭐에요?”
“아씨.. 아.. 아무것도 아니야!”
“보석이에요? 어머나! 손 좀 펴봐요. 네? 네?”
“아우.. 뭔 여자애가 힘이 이리.. 쎄!!”

세르지윈이라 불린 남자는 끈덕지게 달라붙어 힘으로 손을 펴는 여자애에게 퍼덕 거리며 저항해 보지만 해맑은 그녀는 그런 그의 손가락을 하나 하나 펴 잡고는 결국 파란 수정체를 그에게 뺏앗아 들어 올렸다.

“와!! 예뻐!!! 세르지윈, 이거 무슨 보석이에요?”
"이 미친 힘만  괴물왕녀같으니라고.. 야! 너, 그거 빨리 이리 안 줘?!! 어.. 어..!! 그렇게 흔들다 깨트리기만 해봐?! 진짜 죽을  알아!!”
“그러니까 이게 뭔데요? 네? 빨리 알려줘요.”

천진난만한 그녀를 쫓던 그는 결국 졌단  벽에 기대 숨을 고르더니 귀찮단 듯 말했고, 그와 동시에 내 표정도 놀람과 함께 굳어져 갔다. 왜냐하면 녀석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쉽게 흘려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나하트란 거야.”
“마나.. 하트?”
“그래, 내가 만들 희대의 발명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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