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57.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57/67)



〈 57화 〉57.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57.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프러겔의 마녀..”
“이것들이 단체로 사람 복장을 뒤집나.. 어떤 새끼가 마녀래?!”
번쩍 -
콰과과광 -!!
“크윽..!”
‘..!’

분노의 일갈과 함께 기운을 방출하자, 엄청난 스파크가 주변을 터트리며 그 기세를 올렸고 내 기운을 정면으로 마주한 쉐다는 대검을 들어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밀려났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마라.”
“당신이 샤벨리아..?”
파앗 -

놀라 바라보는 페트시아의 모습도 잠시 순식간에 땅을 박차 쉐다에게 돌진한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녀의 놀란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대로 샤벨을 휘둘렀다.

비유우우웅 -!
콰과광!!!
“꺄아아악!!!”
“칫..”

반사신경이 좋은걸까, 대검을 들어 급히 내 샤벨을 막은 쉐다는 강렬한 뇌전과 함께 옆으로 튕겨 떨어져 나갔다.

“크윽..”
“호오..  버티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대검을 의지해 힘겹게 일어서는 쉐다를 바라보며 내가 가소롭단  조소를 흘리자, 페트시아는 놀랐는지 청록색 눈동자를 깜박이며 날 쳐다보았다.

“카펠라의 기척이 왜 사라졌나 했더니.. 당신 때문이군요.”
“걱정마, 너도 곧 따라가게 해줄테니까.”
“훗.. 그건 사양하고 싶네요.”

내 말에 쉐다는 식은땀과 함께 대검을 치켜 들어 자세를 잡고는 말했다.

“하켄 대제국, 흑십자 기사단 쉐다 폰 아퀼러스, 당신을 저지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파밧 -

조소를 흘리며 몸을 날린 순간, 쉐다 또한 같은 생각이었는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내게 응전해왔다.

카아앙 -!
‘묵직하군..’
스릉
‘응?’

쉐다의 대검을 막아선 내가 그대로 검신을 기울여 흘려보내자, 예상이라도 했단 듯 대검의 손잡이를 놓은 그녀는 허리춤에 있던 샤벨을 빠르게 뽑아 그대로 찔러 들어왔다.

“흥, 어딜..!”
타악.
‘..!’

그녀의 손목을 순간적으로 낚아챈 난, 그대로 비틀어 넘겼고 쉐다는 그대로 빙글 돌려져선 단단한 바닥에 매쳐졌다.

콰앙 !
“크윽..!!”
스윽.
‘..!’
“육탄전을 원했다면, 잘못 선택한거야.”
콰아아앙!!!

쓰러진 그녀의 안면으로 기운이 담긴 주먹을 내려치자 쉐다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어 피하는가 싶더니 몸을 틀어 내게 발을 날렸다.

부우웅 – 퍼억!!
“이게..!!”
휘릭 -

발차기를 막은  자세가 흐트지자, 그녀는 망설임없이 내 아래에서도망쳐선 대검을 회수해 다시 자세를 잡았다.

“제법, 재밌는 기술을 쓰네?"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무기가 워낙 커서 말이죠.”

확실히 파괴력은 있지만, 공격이 실패한 다음 들어나는 허점들은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체술과 보조무기로 방어해 메우는 그녀의 기술은 꽤나 훌륭한 것이었다.

“칭찬이라.. 그럼,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파지지직 -

황금빛 스파크와 함께 내가 자세를 잡자, 쉐다는 굳은 얼굴로 대검을 쥐었고 나는 미소와 함께 일순 쏘아지는 총탄처럼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채애애앵 -!!
“오..”
“큭..!!”
파직 -

상대적으로 면적이  그녀의 대검이 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샤벨을 막아섰지만, 그저 감에 의지한 방어일 뿐  위력적인 공격을 감내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증거가 내 샤벨에 부딪힌 그녀의 대검이 파열음과 함께 금이 가고 있단 것이었다.

채재쟁 -
‘..!’
“끝이다.”

순간 조각이 나 터져오르는 그녀의 대검과 함께 내 샤벨이 그대로 쉐다를 덮쳤고, 이윽고 난 베어지는 묵직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서걱 -
투욱.

그렇게 베었단 감각과 함께 땅에 착지하던 그 순간, 내 뒤에서 페트시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합니다!!”
‘..!’
“죽어라! 프러겔의 마녀!!”
우우웅 -


언제 몸을 비튼 것인지 목대신 오른팔이 날아간 쉐다가 검신이 짧은 샤벨을 쥐고는 동귀어진할 생각인지 붉게 부풀어 오르는 마나하트와 함께 내게 몸을 날렸다.

'..!'
콰과과과광 -!!!

엄청난 폭발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나를 덮치려던 순간,  앞으로 몸을 날린 페트시아가 마력을 개방하며 결계를 만들었다.

투두두둑.
“하아.. 하아..”
‘이 아이가 아니었음 위험했어..’

강력한 폭발 때문인지 떨어지는 흙먼지와 함께 페트시아는 지친 표정과 함께 무릎이 꺾이며 털썩 주저앉았고, 나는 자폭과 함께 모습을 감춘 쉐다의 선택에 묘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마워.”
“아.. 아닙니다.”

꽤나 올곧은 성격인지 페트시아는 내 감사에 화들짝 놀라며 아니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젔지만, 마력을 많이 소비한 탓인지 이내 다리가 휘청이며 쓰러졌다.

타악.
“괜찮아?!”
“며..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으니까, 잠깐 기대 쉬고 있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페트시아가 몸을 기대 숨을 고르던 그 때, 범상치 않은 것에 흠칫 놀란 내가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이 녀석..’
“왜 그러시죠 샤벨리아님..?”

아무것도 모른단  순진한 눈동자로 날 바라본다 해도 용서할 수 없다.

“페.. 페트시아..”
“네?”

오랜만에 느껴보는  패배감. 나는 떨리는 손과 함께 굴욕감을 준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도 분하단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이었다.

“너.. 컵 사이즈 뭐야?”


***

빌헬미네 전투는 프러겔의 대승리로 끝났다. 기병에 의해 우군이 무너진 남부연합군은 좌익에서 활약한 셉텐트리오의 협공에 군전체가 붕괴되어 와해됐고, 사령관인 바실레스만이 겨우 근위대의 호위를 받아 전장에서 이탈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수확은 로베르치가 포위 되었단 것이었다. 페르티안은 빌헬미네에서 남부연합군이 패퇴하는 것을 확인하자, 요새에 몰트겐 후작과 셉텐트리오 그리고 3만의 주력만을 남겨놓은채 쉴틈도 없이 2만의 병력을 이끌고 로베르치로 향했다.

큰 전투가 이제막 끝났음에도 그가 이리 서두르는 것은 아마도 로베르치가 그만큼 이번 전쟁에있어 승기를 좌우할 요충지였고, 에스키세르를 넘어 공격한 우리의 전략에 패닉에 빠진 지금 하루 빨리 점령해야  중요한 길목이었다.

다그닥.
“이렇게 와도 괜찮아요? 역시 남작님 곁에 있는 편이..”
“괜찮습니다, 마스터도 원하시는 일인 걸요.”

페르티안의 물음에 페트시아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우리가 급히 군을 편성해 로베르치로 향하던 그 때, 루트비히 남작은 자신의 씰인 페트시아를 우리에게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퓌러슈타트 준작, 내 씰을 데려가 주게. 도움이 될게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작께서..”
“하하, 괜찮네. 내겐 아티뤼크가 있네. 게다가 누구의 영지도 아닌 내 영지의 문제일세. 아무리 꼴이 엉망이라 해도 남의 손에만 의지할 순 없지.”
"알겠습니다, 꼭 승전보를 전해드리죠."
"고맙네."

남작의 말에 페르티안은 알겠단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남작은 고맙단 듯 그의 손을 잡고는 연신 다독이며 놓질 못했다.

‘바보.’

착해도 너무 착한 것이 문제였다. 지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남 걱정이라니, 나는 입을 삐죽이며 은근슬쩍 둘 사이로 말을 몰아 들어갔다.

“응? 샤벨리아?”

바보 마스터는 자신과 페트시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며 ‘무슨  있어?’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심통난 얼굴로 그런 녀석 한 번, 내 옆에서 당황하며 바라보는 페트시아를 슬쩍 째려보았다.

“아.. 저.. 저는 혹시 모를 외곽습격에 대비해 가보겠습니다.”
"페트시아?"

사나워진 내 눈초리를 눈치챈 걸까, 페트시아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을 얼버무리며 서둘러 떨어져 사라졌다.

‘역시.. 방심할  없는 미드야.’

나도 어디 밀리지 않는 미드라 자부했건만, 미세한 움직임에도 범상치 않게 흔들리는 페트시아의 미드에 나도 모르게 혀를  정도로 그녀는 대단했다.

“왜그래? 또 뭐가 마음에 안들어?”
“흥!”

바보녀석, 정말이지 이럴땐 눈치가 없단 말이지. 하지만 다행이도 저 미드바보가 페트시아의 위력적인 매력에 넘어가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화만 죽이면, 참 예쁜 샤벨리아인데 말야.”

그렇게 말한 녀석은 미소와 함께 자연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 아..’

얼굴이 붉어진 난 기분좋은 녀석의 쓰다듬에 어쩔줄 몰라했고, 페르티안은 그런 내 모습에 사람좋은 미소로  바라볼 뿐이었다.

쿵쾅 쿵쾅.
‘시.. 심장이..’

호흡곤란이 바로 이런것일까, 녀석의 쓰담쓰담에 내 심장은 한계치를 넘어 뛰기 시작했다.

‘머.. 머리가.. 머.. 멍해져가..’
“흐에..”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바보같은 신음에 페르티안이 ‘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기분좋은 녀석의 손길에 순딩순딩해져 헤실거리던 그 때, 마치 찬물을 끼얹는 듯 녀석의  한마디가 좋았던 분위기를 엎으며 나를 자극했다. 페르티안, 넌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샤벨리아."
"으.. 응?"

나를 부르는 녀석의 목소리에 수줍게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리던 순간, 난 볼 수 있었다. 안타까운 눈동자와 함께 나의 어느  곳을 응시하는가 싶던 녀석의 입가에서 아쉽단 한 숨과 함께, 본심을 숨기지 못한 안타까운 그 목소리를 말이었다.

“괜찮아.. 난 페트시아보다 마음이 넓은 샤벨리아가 더 좋은걸. 내 맘 알지?"
빠직.
'아니, 모르겠는걸? 이 샤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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