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6.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56.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급보입니다.”
“뭐냐?!”
“에스키세르 방면에서 프러겔 증원군입니다!”
“뭐라고?!!”
전령의 보고에 빌헬미네 요새를 밀어붙이던 바실레스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에스키세르가 보이는 서쪽에서 프러겔의 전열보병이 진군해 오는 것이 보였다.
“말도 안된다.. 설마.. 그 에스키세르를 넘어 왔다고..?”
“보고입니다! 적의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포.. 포격이라니..?”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는 전령들의 보고에 바실레스는 당혹감에 빠진 표정으로 망원경을 들어 요새를 바라보자 적은 수의 포탄이었지만, 꽤나 정교한 포격과 함께 일반적인 마력탄의 위력을 상회하는 폭발이 아군의 곳곳을 때리며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스릉 -
“적의 사령관이 저기 있다!!”
뿌우우우 -
그러던 그 때였다. 들판을 쇄도해 오는 푸른 줄기 일곱이 모습을 들어내는가 싶더니, 바실레스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바실레스님을 보호해라!!”
남부연합 장교들은 셉텐트리오의 등장에 긴장한 표정으로 중앙예비대에 배치해 놓았던 나프스 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바실레스 근처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올만의 나프스 엘들은 삼박에서 거대한 대도를 꺼내선 셉텐트리오들을 맞이하러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피유우우우 – 퍼버버벙 -
콰콰콰광!!!
“끄아아악!!”
“후.. 후퇴하라!!”
한편, 전율(戰慄)의화염이란 이명이 과연 허튼 것은 아닌지 가르디오르는 적은 포탄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악마같은 탄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에스키세르를 넘기로 생각할 때부터 많은 수의 포병대를 데리고 없단 것을 생각한 그는 아직 시제품이지만, 철혈(鐵血) 용병단의 회심작을 가지고 왔다.
뇌심을 조절해 하늘 위에서 갈라진 모(母)탄은 수많은 자(子)탄들을 퍼트리듯 떨어트렸고, 상대적으로 병력이 많아 밀집되어 있던 남부연합군은 일반적인 마력탄보단 작았지만, 분산탄으로 변해 떨어져 폭발하는 작은 마력탄에 의해 더없이 큰 피해를 받고 있었다.
“도.. 도망쳐!!”
“살려줘!!”
“무.. 물러서지 마라!! 공격해라!!”
전선에서 후퇴하는 아군을 초급장교들이 독려해 보지만, 공포감에 휩싸인 보병들은 머스킷 총을 던지고 바실레스가 있는 후방으로 도망치듯달리기 시작했다.
파앙 -!
“돌아가라! 도망치는 놈들은 총살이다!!”
무너지는 전선에 다시금 총을 쏘며 병사들을 위협해보지만 대규모로 후퇴하는 병사들의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뿐이었다.
“바실레스 님, 중앙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크윽..!”
요새로 돌입했던 병사들이 후퇴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중앙에 배치된 전력이 무력화가 되고 있었다. 예상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황에 바실레스는 명령을 바라는 전령들과 다급한 수하들의 말에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
스응 -
“적의 진형이 붕괴됐다! 카블로보츠 기병의 위력을 보여줘라! 돌격!!”
카블로보츠 후사르를 의미하는 초록색 제복을 걸친 뤼헬의 기병대는 맹렬한 기세로 가르디오르의 포격에 도망치는 바실레스 중앙군의 측면을 타격했고, 엄청난 추진력과 돌파력에 남부연합군은 뤼헬의 기병대에 치여 나가떨어지며,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고 더 이상 군대라 불릴 수 없을 정도로 규율이 무너진 모습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두두 -
“선회해서 다시 한 번 돌격한다!!”
“후아아아!!”
뤼헬의 명령에 카블로보츠 후사르들은 능숙하게 말을 돌려 빙그르 선회하기 시작했다.
스릉 -
“이이익!! 저 놈들을 막아라! 이랴!!”
두두두-
보병들을 휩쓸고 다니는 뤼헬의 기병대에 바실레스 우측에서 대기하고 있던 올만의 실라자르 경기병대의 기병장교가 올만식 샤벨을 빼들고는 군대를 움직였다. 그러자 우군을 통솔하던 남부연합 장교가 화들짝 놀라며 올만의 기병장교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멈추시오! 총사령관의 명령없이는 움직이시면 안되오!!”
“요새를 공격하던 바르기르 기병대가 전멸했소! 이대로 가단 우리 보병들마저 전멸한단 말이오!!”
“남은 기병대마저 잃으면 우린 사면초가 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저기 있는 것이 토르디에르 병사들이었다면 그리 말할 것이오?!”
“그런 뜻이..”
“됐소!! 더 이상 토르디에르의 명령에 따르지 않겠소!!”
그렇게 남부연합 장교를 지나친 실라자르 기병대는 쇄도해 오는 뤼헬의 기병대를 맞이하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앙에서 그 모습을 본 바실레스가 놀라 망원경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누.. 누가 우군 기병대를 움직였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빠진 기병대에 바실레스가 있는 중앙군 우측 측면이 무방비로 들어났고, 배틀라인을 길게 유지하고 있던 남부연합 전열보병들은 훈련부족인지 비어진 기병의 자리를 방어하기 위해 진형을 변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스텝이 꼬인 듯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끼이익 –쿠웅 -
스릉 -
“증원군이 왔다! 아군기병을 도와 저 토르디에르의 반역자들에게 단죄를 내리자!!”
“와아아아!!”
푸른 제복을 걸친 토르디에르 소속 프러겔 경기병대가열리는 요새 문 안에서 샤벨을 빼들며 말을 구르는가 싶더니, 말머리를 돌려 요새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 -
“저.. 적 기병이다!!”
“어서 방진을 만들어라! 바.. 방진이다!!”
방진에 대한 개념을 아는 것은 초급장교들 뿐, 급하게 토르디에르 각지에서 징집되어 온 남부연합군 보병들에겐 방진이란 그저 잠깐 그림으로 본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달려오는 프러겔 기병대에 우왕좌왕하던 남부연합 우군은 일순 들이닥친 기병대의 돌격에 쓰러지며, 많은 사상자를 내기 시작했다.
“바.. 바실레스님, 우.. 우군이..”
“말도 안 된다.. 우리 군이.. 우리 군이..”
그 시각, 보병들을 향해 돌격하던 뤼헬은 자신들의 측면으로 달려오는 올만의 실라자르 기병대를 발견하고는 가소롭단 듯 피식 웃더니 손을 입에 넣어 휘파람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
뤼헬의 신호에 카블로보츠의 후사르들은 서로간 밀집을 하는가 싶더니 자신들에게 쇄도해 들어오는 실라자르 기병대를 향해 말머리를 돌려 돌격하기 시작했다.
스윽.
철컥 – 철컥 -
그렇게 달려오는 실라자르 기병들을 바라보며 뤼헬이 손을 올리자, 그의 뒤를 쫓아 달려가던 앞열의 후사르들이 안장에 견착된 일반 플린트 락보다 조금은 짧은 머스킷을 꺼내더니 올만의 기병들을 향해 조준했다.
휘익 -
파바바바방 -
팔을 들어 휘젓는 뤼헬의 신호에 일제히 발사된 기병들의플린트 락은 마주오던 실라자르 기병들에게 쏟아졌고, 무방비로 총탄세례를 받던 올만의 기병들은 말아래로 떨어지며 전열이 무너졌다.
"카블로보츠 기병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아탕케!!"
스릉 – 스릉 -
"아탕케!!“
뤼헬의 외침에 카블로보츠 후사르들은 날카로운 샤벨을 빼들어 앞을 향해 내지르고는 그대로 실라자르 기병대의 중심을 그대로 돌파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쿠웅 – 쿠웅 -!! 채애앵 -!!
넓게 퍼져 달려오던 올만의 기병들과 달리 카블로보츠 후사르들은 단단한 종심대형으로 그대로 실라자르 기병들을 도륙하며 빠르게 돌파했고, 실라자르 기병대장을 발견한 뤼헬은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와 같은 모습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어선 그의 목을 베며 소리쳤다.
"올만의 광신도들아! 이것이 카블로보츠 기병의 힘이다!!“
서걱 -!!
"끄아아악!!!"
마치 맹수의 발톱에 뜯긴 것처럼 뤼헬의 기병대에 중앙이 찢긴 실라자르 기병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어느새 돌파해 그들의 뒤를 잡은 뤼헬은 오랜만에 기마민족의 피가 들끓는지 희열어린 미소와 함께 말고삐를 쥐어잡으며 중얼거렸다.
“카블로보츠 방향은 쳐다보고 싶지 않게 만들어주마."
* * *
카아아앙 -!!
“포기해라, 프러겔 인형.”
“크윽..”
떨어지는 쉐다의 대검을 샤벨 두 개를 교차해 가로막은 페트시아는 힘에 밀리는지 조금씩 무릎이 꺾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 때, 저 멀리 빌헬미네 요새 벽이 황금빛 뇌전에 터져 날아가는가 싶더니 사라진 카펠라의 기운에 쉐다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카펠라가..”
스릉 -
‘..!’
생각지 못한 일에 놀라던 그 때, 교차했던 샤벨을 내려끌며 시선이 뺏긴 쉐다의 대검을 흘린 페트시아가 환상과 같은 에메랄드 궤적을 그리며 쉐다를 지나 나타났다.
핏.
‘!!’
파바바바밧 -
“커헉..!!”
자비없는 그녀의 칼부림에 실피같은 상처가 나는가 싶던 쉐다의 온몸 전체에 붉은 핏줄기가 터져오르는가싶더니 쉐다의 크게 몸이 휘청이며 땅에 무릎 꿇리었다.
“방심한 대가다.”
“커흑.. 이.. 년이..”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한 쉐다는 대검을 쥐고는 그대로 페트시아를 향해 돌진했다.
부우웅 -
“마나하트째 으스러트려주마!!”
무시무시한 광풍과 함께 휘몰아치는 대검에 페트시아는 샤벨을 휘두르며 쉐다의 검을 흘리고 있었지만, 폭주하는 그녀의 검격에 자신의 검날이 조금씩 으스러지고 있음을 느낄 수있었다.
‘이대로 검을 마주하다간 샤벨이..’
그렇게 그녀의 검에서 벗어나려 거리를 벌려보지만, 그런 사실을 쉐다 또한 알고 있는지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페트시아와의 거기를 좁히며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챙 -!!
‘이런..!’
티이잉 -!! 휘리리릭 -
거대한 쉐다의 대검을 맞받던 그 때, 한계가 다다른 페트시아의 샤벨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두동강이나며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끝이다!!”
부우웅 -
‘마스터..’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쉐다의 대검을 바라보던 페트시아가 포기한 듯 눈을 감던 그 때였다.
채애애애앵 -!!!
‘..!’
‘!!’
언제 나타난 것일까, 자신을 보호하듯 가로막은 황금빛 머리칼의 인영이 독특한 샤벨을 들어 자신을 내려치던 쉐다의 대검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지금..”
콰지직 -
“나랑 힘 싸움 하자는 거지?”
콰과과광 -!!!
“꺄아아악!!”
순간적으로 황금빛 스파크가 오른 샤벨리아는 샤벨을 휘두르며 뇌전을 터트렸고, 그와 함께 그녀의 전격에 감전된 쉐다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붉은 대지에 나가 떨어져 쳐박혔다.
츠즈즈 -
“누.. 누구..?”
그 모습에 놀란 페트시아가 청녹색 눈동자를 깜박이며 묻자, 찬란한 태양과 같은 아름다운 소녀가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누구긴, 널 구하러 온 직장동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