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55.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55.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뇌전의 마녀..”
‘뭐..?’
이게 예쁘게 봐주려고 하니까? 마녀? 나는 녀석의 말에 눈썹이 움찔거리며 무기를 들어 경계하는 카펠라를 바라보았다.
“어이, 거기 시종군.”
“예..?”
“남작 모시고 뒤로 빠져 있어.”
내 말에 시종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알겠단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놀란 남작을 부축해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작을 안전하게 뒤로 뺀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발걸음을 뗐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뇌전의 마..”
번쩍 -
‘..!’
순간적으로 사라진 난 샤벨을 그대로 카펠라의 가슴팍에 박아 넣으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안 들린다고, 다시 말해봐.”
“커헉..!!”
붉은 피가 터지며 무기력하게 당한 자신을 믿지 못하겠단 듯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난 지금 너무 기분이 나쁘니까.
스릉 -
“응..?”
시이잉 -!!
고통에 입을 깨문 카펠라는 짧은 샤벨을 빼드는가 싶더니 그대로 기운을 실어 내 오른팔을 절단할 생각으로 강하게 올려쳤다.
타악.
‘!!’
“왜? 놀랐어?”
그런 그녀의 팔을 강제로 잡아 내린 나는 경악하는 그녀를 응시하며 그대로 박치기를 했다.
퍼억!!
“꺄아아악!!”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마나하트를 보건데 이전 마르쇼스 때처럼 마스터의 피를 흡수한 듯 싶었다. 난 휘청이며 머리를 부여잡는 카펠라에게서 시선을 떼 저 멀리 강한 마력 두 개가 충돌하고 있는 평야를 바라보았다.
“씰이 또 있는 건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내 모습에 화가 난 걸까, 카펠라는 자신의 양날창을 부여잡으며 내게 외쳤다.
“하켄 대제국, 흑십자 기사단 카펠라 폰 루베르켄이다. 프러겔의 마녀, 각오해라!!”
“하아.. 이게 진짜 또 마녀라고 하네?”
우웅 – 콰지지직 -!!
순간 울컥한 나는 일순 기운을 개방하며 강렬한 뇌전을 터트렸고, 무시무시한 황금빛 스파크와 함께 샤벨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 넌 오늘 뒤졌다.”
“샤.. 샤벨리아? 이 분이 그..”
쿠웅 -!! 번쩍 -
놀라는 남작의 목소리도 잠시, 성벽바닥이 으깨지며 한 발 도약한 나는 샤벨을 뒤로 돌려 잡고는 그대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도약해 날아갔다.
비유우웅 – 콰지지직 -!!!
“꺄아아악!!!”
깔끔하게 베어주지 않겠다. 나를 마녀라 한 만큼 그 고통 아주 길게 받게 해주마. 나는 다시금 카펠라의 복부에 샤벨을 먹여주고는 그대로 강렬한 뇌전을 터트렸고, 그녀는 전신으로 맹렬한 전격을 맛보며 괴로워했다.
“컥.. 커억.. 마.. 말도 안 돼..”
스륵.
“어딜 쓰러지려고.”
터억.
나는 다리힘이 풀려 쓰러지는 그녀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 움켜쥐어 잡고는 그대로 성벽아래 집어 던져버렸다.
콰아앙 -!!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땅에 박혀 널부러진 카펠라의 모습에 기세좋게 프러겔 수비대를 농락하던 올만군은 일순 움직임을 멈추며 그녀가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고, 나는 사뿐히 아래로 뛰어 내려선 샤벨위로 황금빛 뇌전을 터트리며 말했다.
파지직 -
“열 준다. 열셀 동안 요새밖으로 안 나가는 새끼, 그대로 튀겨죽을 줄 알어.”
갑작스런 상황에 얼떨떨한 것일까, 올만군도 아군인 프러겔 수비대도 눈만 껌벅일뿐 나를 쳐다보았다.
“하나.. 둘.. 열.”
번쩍 -
‘!!’
콰과과과광 -!!!
순간 응축한 기운을 샤벨을 휘둘러 뿌리자, 강렬한 황금빛 뇌전이 올만군 중앙을 가로지는가 싶더니 요새 벽을 부숴 밖으로 터져 나갔다.
“으아아아악!!!”
“괴.. 괴물이다!!”
그제야 현실감각이 돌아온 걸까, 순간적인 공격에 많은 수의 병사들이 검게 그을려 죽자 올만 군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시 센다, 하나.. 둘..”
확실한 결과를 봐서일까, 다시금 카운팅하는 내 목소리에 올만군은 사기가 꺾인 모습으로 몸을 돌려 요새 밖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쳐 나가기 시작했다.
“쿨럭.. 어떻게 피를 흡수한 나보다 상회하는 능력이라니..”
정신이 돌아온걸까, 힘겹게 창을 땅에 박아 몸을 일으킨 카펠라는 나를 노려보며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만큼 네 실력이 부족한거야.”
“크읏.. 건방진!!”
휘릭 – 부우우웅 -!!!
내 말에 발끈한 그녀는 맹렬한 기세로 창을 돌리며 내게 돌진해 왔고, 나는 샤벨을 고쳐잡고는 그런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리며 중얼거렸다.
“인간이나 씰이나 꼭 자존심 쎈 것들은 있다니까..”
나는 그 말과 함께 빠르게 회전하는 그녀의 창 사이로 내 샤벨을 넣고는 기운을 불어넣으며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크윽..!”
“왜? 힘들어?”
내 섬광보다, 그리고 아슈트로의 신속보다 느린 그녀의 회전따위에 당할정도로 난 어리숙한 씰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모되어 금이 가는 그녀의 양날창에 비해 내 애검은 오랜만에 날뛰어 기쁘단 듯 빛나오르고 있었다.
챙강 -!!
‘..!’
결국, 회전과 마모에 이기지 못한 그녀의 무기가 조각나 부숴지던 순간, 나는 그대로 탄력받은 원심력을 이용해 그녀에게로 날아갔다.
콰드득 -!!
“커헉..!!!”
“...”
깔끔하게 꿰뚫린 그녀의 가슴팍은 강렬한 회전과 함께 마나하트마저 부서져 버렸고, 나는 그런 그녀를 무덤덤히 바라볼 뿐이었다.
“마.. 마스터..”
‘..!’
의외였다. 마지막에 찾는 것이 다른 것도 아닌 마스터라니. 나는 눈물과 함께 창을 떨어트리며 누군가를 쫓는듯한 그녀의 눈동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풀썩.
“...”
그렇게 흩어지는 마력과 함께 그녀의 육체도 추욱 늘어지며 쓰러지는가 싶더니, 풍화되어 스러지는 암벽마냥 조금씩 갈라지며 바람에 날아가기 시작했다. 씰의 죽음. 마치 먼지가 되어 날아가듯 카펠라의 육체는 바람을 타고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자리엔 나만이 남겨져 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덧없는 씰의 죽음에 씁쓸해 하던 것도 잠시, 수비대장인 듯 보이는자가 뻘쭘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물었다.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다. 곧 구원군이 올거니까, 병사들을 정비해 반격 준비를 해라.”
“예..? 바.. 반격이요?”
내 말에 황당하단 듯 눈을 껌벅이던 그 때, 요새 위로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수한 포탄들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피유우우 -
“들려?”
“네..?”
“저게 신호야.”
“예..?”
그리고 잠시 뒤, 날아갔던 마력탄들이 올만 전열보병들 사이사이로 절묘히 내리꽂히는가 싶더니 기존 마력탄과 확연히 다른 엄청난 폭발력을 선보이며 대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광 -!!!
“어.. 어디서 포탄이..”
씨익.
“어디긴, 우리 애들이 쏜거지.”
나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어벙벙한 표정을 짓는 수비대장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몸을 돌려 무너진 성벽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잠시 뒤, 우렁찬 기병대 나팔소리와 함께 기병대를 이끌고 온 뤼헬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두두두두 -
샤벨을 어깨에 걸쳐 말을 몰던 녀석은 무너진 성벽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 장교모를 잡아 인사를 해 지나치더니, 그대로 진열이 무너진 올만군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장을 살펴보던 그 때, 내 뒤에서 남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당신이 그.. 샤벨리아님이십니까?”
아니, 아픈 사람이 왜 여기까지 내려왔데. 나는 뒤에서 들리는 남작의 목소리에 무리하지 말란 표정과 함께 그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
“수고했어, 남작. 뒤는 우리가 맡을테니 당신은 좀 쉬고 있어.”
“아아.. 감사합니다, 이 늙은이..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렇게 말한 남작은 불편한 몸으로 내게 예를 표하려 했고, 나는 너무도 노쇠한 그의 인사를 받기가 미안해 황급히 그의 몸을 붙잡으며 말했다.
“무.. 무슨 인사를!! 괜찮으니까, 어서 허리를 피세요.”
“아닙니다, 영지를 구해주신 분께 인사를 해야..”
“아니야! 하지마, 그러다 큰 일 나면 어쩌려고..”
“아닙니다, 제가 어찌 저보다 높으신 분께..”
“어허!! 이 양반이!! 괜찮다니까!!”
“인.사.를.해.야..”
“괜.찮.다.니.까..”
어우, 뭔 늙은이가 씰보다 힘이 쎈거야? 기운을 넣진 않았다 하지만 말리는 내 팔힘을 이길정도로 남작의 의지는 대단했고, 기어이 내게 인사를 해서야 이 헤프닝을 끝낼 수 있었다.
‘헉.. 헉.. 하마터면, 늙은이 강제로 인사시켜 비명횡사시킨 악독한 씰로 기록될 뻔 했어..’
그렇게 다른 의미로 한시름 놓고 있던 그 때, 남작이 걱정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샤벨리아님, 이 늙은이 염치가 없지만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뭔데?”
“죄송하지만, 제 씰을 살펴주시겠습니까?”
“씰..?”
“네, 페트시아란 아이인데.. 아무래도 걱정이..”
그는 그와과 함께 피를 흡수한 흔적이 있는 자신의 반지를 보였고, 나는 단번에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까 느꼈던 그 마력이 남작의 씰이었구나..’
나는 걱정하지 말란 표정과 함께 남작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 내가 가볼테니 너무 걱정마. 그나저나 그 아이, 좋은 마스터를 뒀구나.”
“예? 아니 전..”
아니란 듯 손을 젓는 남작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난 몸을 돌려선 아까 기운을 느꼈던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분명 저런 마스터를 둔 씰이라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