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52.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52. 북북동으로 진로를 돌려라 ]
“크허어어엉!!”
“크윽.. 이 자식이..”
머리가 울릴정도의 강한 파동이 나를 덮쳤다. 아무리 몬스터라 할지라도 오래살면 영물이 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았다. 본능적인 하울링조차도 마나를 실은 힘이라니, 정말이지 대단한 놈이었다.
파지지직 -
“삼연섬(三連閃)!”
번쩍!!
뇌전을 모은 나는 낮게 몸을 날리며 샤벨을 날카롭게 위로 베어 올렸고, 그와 함께 날아간 세 개 뇌전줄기가 녀석을 덮치며 강한 전격을 터트렸다.
콰지지직 -!!
“크허어엉!!!”
“아직 안 끝났어!”
터져오르는 뇌전에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 위로 떨어진 나는 단단해 보이는 녀석의 갑각에 샤벨을 돌려 박고는 그대로 기술을 연창했다.
“라이트닝!!”
콰과과광 -!!!
녀석이 아무리 이 강추위를 견디다 하더라도 내 뇌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녀석의 몸안으로 들어간 내 뇌전은 피와 살을 타고 스카브레오의 온 몸을 휘집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치유력인 것 일까, 빠르게 몸을 회복하는가 싶던 녀석은 화가 난 눈동자를 돌려 나를 응시하더니, 강렬한 마나의 응집과 함께 내 주위로 서늘한 얼음덩어리 수십여개가 응집되어 커져갔다.
“크르르르..”
파직 – 파직 -
‘..!’
“미친..”
“크허어어엉!!”
콰과과과광 -!!
날카롭게 얼어붙은 얼음덩어리가 일제히 터지는가 싶더니, 순간 기운을 방출한 내 마나쉴드에 부딪히며 맹렬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츠윽 -
“빙결마법이라니.. 정말 몬스터 맞긴 한거야..?”
눈밭 아래로 미끄러지듯 떨어져 착지한 나는 샤벨을 움켜쥐며,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스카브레오를 올려다보았다.
“샤벨리아님, 호응하겠습니다.”
피잉 -
알카이드가 샤벨위로 은빛 섬광 빛내며 내 뒤에서 뛰쳐 나오는가 싶더니, 그 뒤로 메그레즈와 미자르가 트라이앵글을 유지하며 스카브레오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피잉 -
‘마법..?’
순간 녀석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나는가 싶더니, 주위에서 거대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 자식이..”
콰악 -
“일섬속전(一閃速電)!”
파지직 -
마법영창을 느낀 난 샤벨을 움켜잡고는 황금빛 뇌전과 함께 사라졌고, 그 순간 스카브레오의 목에서 강한 섬광과 함께 뇌전이 피어올랐다.
콰지지지직 -!!
“크허어어엉!!”
단단한 녀석의 갑각에 막혀 목을 자를 순 없었지만, 일자로 베어진 녀석은 감전이 되며 마력이 흩어졌고, 그와 함께 녀석의 앞에 도달한 알카이드가 은빛 검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월광(月光).”
티잉 -
조용하면서 은은한 녀석의 검은 부드럽게 녀석을 지나쳐 갔고, 알카이드가 샤벨을 뿌리며 검집에 넣는 순간 스카브레오의 몸 이곳저곳에서 붉은 실금이 그어지는가 싶더니 맹렬한 핏빛줄기와 함께 강렬한 상처를 주었다.
파바바바밧 -!!
“크허어어엉!!”
더 위력적인 건 치유되며 메워지는 녀석의 살이 알 수 없는 잔잔한 은빛 기운에 방해 받듯 계속 상처가 벌어지며 회복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체인 스피어.”
촤르르르 -
콰직 -! 콰직 -!
알카이드의 공격에 괴로운 듯 몸을 뒹굴거리던 그 때, 미자르가 창을 돌려 하늘로 던지는가 싶더니, 순간 여러개의 창이 스카브레오의 주위로 떨어지며 녀석을 설원에 박아 옭아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미자르의 술법에 거대한 몸을 일으켜 저항하려 하지만, 알카이드의 치유방해 때문인지 상처가 더 벌어지며 출혈이 심해질 뿐이었다.
“환월검(幻月劍).”
콰직 -!!
“크허어어엉!!!”
그 순간, 뒤따라온 메그레즈의 샤벨이 속박된 스카브레오에게 향하는가 싶더니 순간 퍼진 은빛 환영들이 거대한 스카브레오의 몸에 동시에 샤벨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더 독한 것은 몸에 박힌 은빛 검들이 실제 검 마냥 사라지지 않은 채 녀석의 몸에 차갑게 얼어붙어 퍼지기 시작했다.
투두둑.
“크르르르..”
지독한 곰팡이마냥 스카브레오를 덮친 마그레즈의 은빛 환영들은 알카이드의 치유방해와 맞물려 점점 녀석을 안에서부터 썩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무리 스카브레오라 할지라도 계속된 출혈과 독한 냉기에 숨을 헐떡이며 눈동자만을 굴릴 뿐이었다.
“어떡할까요?”
“흐음..”
설원을 날뛰던 스카브레오를 잡는데 성공한 우리는 녀석을 어찌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풀어주자니 또 사람을 습격할지 몰랐고, 죽이자니 겁에 질린 저 눈동자에 마음이 약해졌다. 그렇게 고민하던 그 때, 셉텐트리오 중 유일한 마도사인 두베가 내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마결석에 가두시죠.”
“마결석?”
“네, 이 정도 몬스터라면 마력으로 봉인시킬 수 있을겁니다.”
마결석에 갇힌 몬스터는 소유주에게 각인되어 자유롭게 부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소유자가 몬스터보다 강한 마력의 소유자이어야만 가능하단 거였다. 인간과 달리 본능적인 습성이 강한 몬스터들은 양육강식에 약했고, 그 즉슨 자신보다 약한자에겐 굴복하지 않는 단 뜻이었다.
“그게 좋겠네.”
나는 두베가 건넨 반지를 손에 끼고는 내 마력을 천천히 주입시켰다.
피잉.
보랏빛 마결석은 순간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주변을 밝혔고, 이윽고 녀석을 감싸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아무리 궁지에 몰린 놈이라 할지라도 마결석의 기운에 반감을 들어내며 금방 이빨을 들어내는 녀석이었지만, 잠시 후 빛에 갈무리가 되어 내가 낀 반지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걸로 된건가..?”
“예, 이제 녀석은 샤벨리아님 겁니다.”
두베의 말에 씨익 웃은 난 반지에 다시 마력을 흘려보내며 외쳤다.
“나와라, 용용이!”
하지만 무슨 일일까, 봉인된 녀석은 내 부름을 무시하듯 묵묵무답이었다.
“응..? 왜 이러지?”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반지를 쳐다보자 두베가 말했다.
“아마도 아까 다친 상처를 회복해야 되서 그럴겁니다.”
“회복..?”
“네, 아무래도 샤벨리아님과 형제들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됐으니까요.”
“흐음.. 그렇군.”
그렇게 두베의 말에 알겠단 듯 고개를 끄덕이던 그 때, 녀석은 헛기침과 함께 주변을 살피더니, 조용히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리고 샤벨리아님.”
“응? 왜?”
“소환하실 때 말입니다.. 굳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평범하게 꺼내시죠.”
* * *
“발사!!”
쿠구구구궁 -
엄청난 위용의 키르세크 포들이 맹렬히 불을 뿜으며 빌헬미네 성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테르발로키에서 잃은 포병전력을 다시금 복구한건지 올만의 포병대는 쉼없이 포를 발사시키며 거대한 석(石)탄을 발사했다.
“마스터, 위험합니다.”
토르디에르 영주이자, 빌헬미네 요새에서 농성중인 루트비히 남작은 백발의 노인으로 몸이 불편한지 시종의 부축을 받은 채 자신의 요새를 공격하는 적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청록색 머리카락에 청록색 눈동자를 한 청순한 미모의 소녀가 있었다.
“테르발로키에서 구원군이 출발했다는구나, 페트시아.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를 빼앗겨선 안된다.”
“걱정마세요, 제가 여길 지킬겁니다.”
“역시, 믿을 건 너밖에 없구나. 고맙.. 콜록 콜록..”
“마스터!”
변함없이 아름다운 자신의 씰을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루트비히 남작은 순간 거친 기침이 터지며, 괴로운 듯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에 페트시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괴로워하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담아주며 기침이 멎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고.. 고맙다.. 항상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구나.”
“무슨 말씀을요, 역시 안에 있으시는 편이..”
그렇게 남작을 바라보던 그 때, 올만의 포병대가 쏜 석탄 하나가 요새 벽에 맞아 터지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유산탄 하나가 남작에게로 덮쳤다.
콰과광 -!!
스응 -
날아오는 유산탄에 순간 허리춤에서 샤벨을 빼든 그녀는 에메랄드 섬광 함께 그것을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위험을 넘기나 싶던 그 때, 망루에서 종이 울리며 보초병의 외침이 들렸다.
댕댕 – 댕댕 -
“저.. 적의 씰이다! 씰이 온다!!”
보초병의 말대로 붉은 대지위로 빠르게 다가오는 흰색 로브의 인영 둘이 보였다. 그 모습에 페트시아는 안색이 좋지 않은 남작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페트시아, 위험하다 싶으면..”
“네, 미련없이 도망쳐 올테니 걱정마세요.”
오랜세월 같이 지낸만큼 자신을 잘 아는 그녀의 말투에 루트비히 남작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에게서 천천히 몸을 돌린 페트시아는 허리춤에서 아직 뽑지 않은 나머지 샤벨을 뽑아선 자신의 요새로 치달아오는 씰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름답게 빛나 오르는 녹색의 샤벨을 움켜쥐며 말했다.
“신록(新綠)의 삼도(三刀)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이 이교도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