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6. 황금빛 도적단 (46/67)



〈 46화 〉46. 황금빛 도적단

[ 46. 황금빛 도적단 ]


회복이 더디다. 녀석에게 입은 상처에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상처가 좀처럼 낫지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작은 검신만 남은 샤벨을 쥐고 힘겹게 일어나던 그 때, 순간  앞에 나타난 녀석이 재수없는 미소와 함께 샤벨을 휘둘렀다.

‘..!’
치이이잉 -

주홍빛 파열조각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검을 막은  뒤로 다시 밀려 벽에 부딪혔다.

콰앙 -!
“왜 그래?   네 능력을 보여봐.”
“건방진.. 새끼..”
파지직.

작은 검신마저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을 느낀 난 일순 기운을 터트리며 황금빛 뇌전을 뿌렸지만, 아슈트로는 여유있는 모습으로 뇌전을 피하더니 순간 내게 접근하며 목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커억..”
“섬광의 샤벨리아가 겨우 이정도라니.. 실망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군.”
“그.. 그것 참 미안하네..”


숨이 막힐정도로 강한 악력이 목을 압박했지만,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챙그랑 -
‘이대로 죽는 건가..’

분한 감정도 억울함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바보의 얼굴이 떠오를 뿐, 아무래도  바보에게 나도 모르게 한심함이 전염된 것 같았다. 그렇게 점점 작아지는 시야속에 눈이 감기던  때였다.

휘리릭 -
‘..!’

어디서 날아온 흰색 채찍이 내 목을 움켜쥔 아슈트로의 팔을 감는 것이었다.

“거기서 떨어져! 이 제국의 똥개야!!”


트윈 테일을 한 회색 머리칼의 미소녀 하나가 채찍을 잡아 당기는가 싶더니, 반대편 손에 들린 플린트 락 권총을 들어 아슈트로에게 날렸다.


파앙 -!
콰아앙 -!!


마력탄이 장전된 것인지 내게서 떨어진 아슈트로를 지난 그녀의 탄환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다리 힘이 풀려지며 쓰러진  곁으로 웨이브진 회색 머리칼의 미소년이 나타나 부축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힐.”
피이잉 -

아슈트로에게 당했던 상처가 그의 회복마법 덕분에 아물고 조금은 정신 차린 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누구..?”
“몰크겐 후작님의 셉텐트리오(Septentrio)입니다. 페르티안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아.. 그 칠망성이구나..’

녀석의 치료를 받으며 몸을 추스르던  때, 공격을 피해 뒷걸음질  아슈트로 뒤편에서 바가지 머리의 귀여운 미소년이 샤벨을 쥐고 나타나선 그대로 검을  녀석을 공격했다.

채애앵 -
“칫..”

예상하고 있었단 듯 기습을 간단히 막은 아슈트로의 검에 바가지 소년은 인상을 찡그리며 혀를 차더니, 지체없이 몸을 빼서는 트윈테일 소녀 옆에 착지했다.

“누구냐?”


살짝 화가  듯 아슈트로가 샤벨을 들어 묻자, 트윈테일의 소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2성 셉텐트리오(Septentrio) 알리오트 님이시다.”
“셉텐트리오(Septentrio)?”
“왜? 제국의 개가 기억하기엔 좀 기나?”

정말이지 맹랑한 소녀이지 않을  없었다. 나는 그 모습에 재밌단  피식 웃던  때, 긴 장검을 든 회색 머리칼의 미소녀 둘이 아슈트로의 양옆에서 순간 나타는가 싶더니 날카롭게 찔러 들었다.


챙 -! 채챙 -!!
“이것들이 감히..!”


샤벨을 휘둘러 그녀들에게 벗어난 아슈트로는 정말이지 성가시단 듯 인상을 찡그렸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는지 도망치는 그의 뒤에서 회색 머리칼을 말아올린 육감적인 미녀가 흰색의 창을 휘두르며 아슈트로의 등을 꿰뚫듯 쇄도해 들어왔다.


시이잉 -
“큭..!”

급히 몸을 틀어 창을 피한 아슈트로가 방향을 바꾸던 그 때, 어느새 그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회색 머리칼의 미남자가 샤벨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치이이잉 -!!
“대체 몇 놈이 숨어 공격하는 것이냐?!!”

미남자의 검을 강하게 뿌리친 아슈트로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셉텐트리오와 거리를 벌리며 포위하듯 자리를 잡은 일곱의 씰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미남자가 샤벨을 들어 정중히 예를 표하며 말했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2성 셉텐트리오(Septentrio) 알카이드다. 근처에 있는 네 부하들은 우리에게 제압됐다, 올 라운드,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그렇게 말한 알카이드가 샤벨을 들자, 그의 형제들은 무기를 들어 그를 포위하는 검진을 만들었고, 아슈트로는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샤벨을 들어 쥐었다.


“미자르, 메그레즈.”
끄덕.


알카이드의 말에 미자르는 창을 쥐고는 아슈트로에게 쇄도해 들어갔고, 그 뒤로 바가지 머리의 메그레즈가 샤벨을 빼서는 아슈트로의 뒤를 잡으며 돌격해 들어갔다.

“이 버러지들이..!!”
채앵 -!!


하지만 올 라운드인 걸까, 아슈트로는 분노를 터트리며 미자르의 창과 메그레즈의 검을 튕기며 빠른 검격으로 그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모습을 냉정히 바라보던 알카이드가 중얼거렸다.


“페그다, 에라크.”
끄덕.


자신의 몸보다 긴 장검을 비스듬히  페그다와 에라크는 빠르게 달려들어 미자르와 메그레즈의 빈틈을 메우며 아슈트로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다시금 힘의 균형을 맞췄다.

“샤벨리아님, 여기.”
“이건..”


마벨의 11기사단의 협공도 놀라웠지만, 셉텐트리오들의 협공은 마치 한 사람이 공격하듯 하나의 유기체마냥 점점  위세를 더해갔고, 신기한 그들의 공격을 넋놓고 바라보던 그 때, 내게 회복마법을 걸어주던 미소년이 허리춤에 있던 익숙한 샤벨 하나를 내게 건넸다.


“페르티안님이 만나면 드리라 했습니다.”

내 샤벨, 이게 필요할 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피식 웃음과 함께 샤벨을 이마에 갔다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바보녀석..”

오랜만에 느끼는 애검(愛劍)의 감촉에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은 내가 일어서자, 나를 부축하던 두베가 웃으며 말했다.


“형제들이 처리할 겁니다. 샤벨리아님은 여기서 지켜보시죠.”

그렇게 말한 그는 미소짓는 얼굴과 함께 손을 뻗더니 순간 맹렬히 타오르며 생성된 불덩어리 몇 개를 빠르게 아슈트로 쪽으로 쏘아 보내 그의 스텝을 더욱 꼬이게 했다.


콰앙 – 콰앙 -!!
“이..  놈들!!”


쉴틈없이 계속 들어오는 공격에 꽤나 짜증이 났는지 아슈트로는 자신을 눌러 찍어내리는 페그다와 에라크의 장검을 튕겨 올리더니, 빠르게 자세를 잡아 눈 앞에서 사라졌다.

삐이이잉 -

아슈트로의 신속,  이명이 들렸단 건 녀석이 쇄도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예측했던 걸까? 트윈테일의 알리오트는 씨익 웃더니 순간적으로 꺼낸 수많은 플린트 락을 들어내며 소리쳤다.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다니, 바보같은 것! 하하하!!”
파바바바방 -!!

이명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터져오른 아리오트의 폭렬은 주변을 순식간에 불태우며 번졌고, 그것이 끝이 아닌지 마치 수인의 귀인양 갈래 머리를 귀엽게 움찔 거린 그녀는 짓궂은 미소와 함께 채찍을 휘둘러 어딘가로 던졌다.


“거기구나!”
휘리릭 -
‘..!’
“잡았다!”

어떻게 안 것일까, 검은 연기속에서 정확히 아슈트로를 잡은 그녀는 채찍을 잡아 당겼고, 딸려 내려오는 그를 향해 뒤 허리춤에 있던 플린트 락 하나를 꺼내 빙글 잡더니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파앙 -!!
“크윽..”
콰앙 -!!

순간적으로 샤벨을 들어 그녀의 공격을 막은 순간, 검은 연기를 뚫고 알카이드가 나오는가 싶더니 그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콰악 -
“끄아아악!!”
채애앵 -!!


고통의 비명과 함께 알카이드의 샤벨을 쳐낸 아슈트로는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조금 떨어진 공터위로 피가 흐르는 어깨를 짚은채 모습을 들어냈다.


“빌어먹을..”
삐이이익 -

안 되겠다고 판단한걸까, 아슈트로는 기운이 담긴 휘파람을 불고는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샤벨리아, 오늘은 방해꾼이 많아 아무래도 우리의 결착은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다음엔 이번처럼 실망스럽지 않아야 할거야.”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모여드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미련없이 사라졌다. 정말이지 얄미울정도로 영리한 놈이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끝난건가.. ”

그나저나 몰트겐의 씰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후작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씰들을 하스코브로 보내준 페르티안에게 제일 고마웠다.

스윽.
“왕국 제1성이신 샤벨리아님께 인사드립니다. 셉텐트리오의 알카이드입니다.”
"인사드립니다."


아슈트로가 사라진 뒤, 푸른 외투에 흰색 제복을 입은 말끔한 미남자인 알카이드가 내게 예를 차리며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그의 뒤로 나머지 형제들 또한 무릎을 꿇으며 내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이러지 않아도..”


구해진건 나인건만 이런 황송한 대접이라니, 나는 당황하며 손사레를 치자, 알카이드는 오히려 내게 살려달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부탁드려도 부족한걸요.”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듯 쳐다보자, 알카이드는 산뜻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샤벨리아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평생 저희들을 저주할거라 플로헤타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우.. 웃었다고..?”
"예, 그러니까 왕도에 돌아가면 플로헤타님께  좀 말씀 드려주십시오, 그 분.. 그런 미소를 지으면 정말 무서운 분이시거든요.”
“하하..”



플로헤타. 그래, 잊고 있었다. 나를 몰래 훔쳐보는 귀여운(?) 스토커가 있었단 사실을 말이었다.











*셉텐트리오(Septentrio/북두칠성)*
첫째  알카이드  다섯째 – 페그다
둘째 – 미자르  여섯째 - 에라크
셋째 – 알리오트 일곱째 - 두베
넷째  메그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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