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45. 황금빛 도적단 (45/67)



〈 45화 〉45. 황금빛 도적단

45. 황금빛 도적단 ]





“하아.. 하아..”


아슈트로의 기습에 도시는 아비규환이었다. 하스코브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부터 무너진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다.. 달려야 해..’


발슈테인의 말대로 서쪽을 향해 달려가는 샤를이었지만, 아슈트로의 수하들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한 병사들의 시체가 길가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지옥을 연상케 했다.

 -!
“이 빌어먹을 것!!”
파앙 -
티잉 -!

아직 살아남은 수비병들이 있던 걸까, 프러겔 보병 하나가 아슈트로의 엘리트 씰을 향해 총검을 찔러보지만, 가볍게 튕긴 미소녀는 자신에게 총을 발사하는 다른 보병의 총탄 또한 간단히 베어버리며 괴물같은 모습을 보였다.

“으아아아!!”
시이잉 -


공포에 질린 병사 둘이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은빛 섬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아무일도 없단 듯 샤벨을 검집에 넣으며 유유히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

그 모습을 본 샤를은 경악스런 표정과 함께 근처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도.. 도망쳐야 해!’


그녀를 피해 구불거리는 하스코브의 뒷골목을 뛰어가던 샤를은 저 멀리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자신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벽돌을 던지며 울부짖고 있는게 보였다.


“엄마!!”

짙은 갈색머리에 자주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녀, 페히메였다. 하지만 무너졌을 때 다친것일까, 그녀의 오른손은 넝마가  듯 너덜거렸지만 아직 잔해에서 나오지 못한 자신의 부모에 애가 타는지 눈물을 흘리며 계속해 찾았다.

우직끈.
“위험해!!”
타악.


불에 타 약해진 기둥이 삐걱거리며 기울어지는 것을 본 샤를은 몸을 날려 그녀를 낚아챘고, 잠시 후 그들이 있던 곳으로 엄청난 벽돌더미와 함께 불에 탄 기둥들이 넘어졌다.

“어.. 엄마!!”
“안 돼!!”
“놔!! 우리 엄마가 아직 저기 있단 말이야!!”

다시금 잔해로 달려가는 페히메의 몸을 끌어안은 샤를은 안 된단  소리쳤다.


“저기 가면, 너도 죽어!!”
“놔!! 네가 뭘 안다고!!”
“알아! 안다고!!”


샤를은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단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안다고.. 내 동생들도 이렇게 죽었는걸..”
“아니야! 우리 엄만..! 우리 엄마는.. 흐으윽..”


소녀는 샤를의 말에 몸을 웅크려 머리를 박으며 끄윽끄윽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휘익.
타악 -
‘..!’


그러던 그 때, 아까 병사들을 도륙했던 붉은제복의 씰 하나가 골목 저편에서 모습을 들어냈다. 그 모습에 놀란 샤를은 울고 있는 페히메를 잡아끌며 말했다.

“도.. 도망쳐야 해.”
“놔! 놓으.. 읍..!”


강하게 저항하며 소리치는 그녀의 입을 막은 샤를은 유유히 골목을 걸어오는 씰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 씰 보여? 아까 사람을 죽이는 걸 봤어. 아마 우릴 보면 죽일지도 몰라.”


샤를은 그 말과 함께 근처 어두운 골목으로 페히메를 끌어 당겼고,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긴 샤를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오는 그녀를 주시했다.

“조용히 해, 알았지?”
끄덕.


페히메는 눈물이 맺힌 눈을 손으로 닦으며, 샤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둘은 혹시나 모를 공격에 가슴을 졸이며 어둠 속에서 씰을 지켜보았다.

저벅.

그렇게 주변을 수색하듯 불에  잔해를 지나가던 그녀가 골목을 지나쳐 가나 싶던  때, 샤를과 페히메가 있는 골목 중앙에서 걸음을 우뚝 멈춰서는 것이었다.

‘..!’
스윽.

자신들이 있는 것을 아는 것일까?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가 정확히 자신과 페히메를 향해 있었다.

스릉.
“도.. 도망쳐!!”

군인만 죽이는 것이 아닌지, 그녀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샤벨을 뽑기 시작했고,  모습에 놀란 샤를은 페히메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타악.
‘!!’


귀신같은 몸놀림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자신들의 앞길을 막은 그녀는 샤벨을 들더니 샤를의 왼손을 받쳐 들었다.


“귀족..?”
‘아..’

퓌러슈타트 가(家)를 상징하는 반지, 그것이 샤를의 엄지손가락에 끼어져 있었다.


“이름이 뭐지?”
“꿀꺽..”
‘어.. 어떡하지..?’


적인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안다면 분명 샤벨리아 누나에게 피해가  것이 뻔했다. 아직 어리다 해도 세상 돌아가는 것 까지 모를 곱게 자란 철부지는 아니었으니까.


스윽.
“말해라. 안 그럼, 그대로 검에 꿰뚫어 주마.”


날카로운 샤벨의 끝이 그의 목을 누르지만, 샤를은 식은땀과 함께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처억.
‘..!’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씰이 맞는 것일까, 그녀는 입을 다문 샤를에게서 검을 떼서는 그의 뒤에서 겁에 질린 얼굴로 있던 페히메의 목에 샤벨을 댔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겠다면 할  없지.. 자, 셋을 셀 동안 말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는다."
"뭐..?"
"하나.. 둘..”
주륵.

"크윽.."


정말 죽일 생각인지, 날카로운 샤벨이 가늘게 떠는 페히메의 목을 파고들며 붉은 피를 흘리게 했다.


“아.. 알았어! 말할게!! 말할테니까, 죽이지마!!”


그 모습에 놀란 샤를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소리쳤고, 아슈트로의 엘리트 씰은 어서 말하란 듯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샤를..”
‘미.. 미안해 누나..’

그녀의 허락도 없이 그녀의 가문을 파는 것이 미안했지만, 지금은 어쩔  없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선 이 아이를 구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퓌.. 퓌러..”
시이잉 -

그러던 그 때였다. 흰색 창 하나가 밤하늘을 뚫고 정확히 엘리트 씰을 향해 날아와 떨어졌다.


콰아아앙 -!!
타악.
“떨어져라.”
시이잉 -
채앵 -!!

그와 함께 회색 머리칼에 푸른 외투를 입은 흰색 제복의 미남자 하나가 샤를의 앞에 내려앉더니 그대로 아슈트로의 엘리트 씰에게 샤벨을 날리며 달려들었고, 뒤이어 그와 같이 푸른 외투에 흰색 제복 차림의 미소녀 둘이 샤를을 감싸며 엘리트 씰을 경계했다.

“누.. 누구..?”
“페르티안님이 보냈습니다. 샤를님이 맞으신가요?”
“네..”
타악.
“페크다, 에라크. 샤를님을 보호해라. 난 알카이드를 지원하겠다.”


모두 형제 자매인걸까, 회색 머리칼을 말아 올린 미녀 하나가 땅에 박힌 창을 뽑더니 엘리트 씰과 싸우고 있는 미남자에게로 향했다.


“걱정마세요, 샤벨리아님에겐 이미 형제들이 갔습니다.”
“혀.. 형제요?”


샤를의 물음에 회색 머리칼의 미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우린 청창의 칠망성이라 불리는 셉텐트리오(Septentrio)입니다.”


* * *





채앵 -!
채애앵 -!!


황금빛 섬광과 은빛 섬광이 섞였다 떨어지는 잔상만이 보일 뿐, 샤벨리아와 아슈트로의 모습을 보는 이는 없었다.

“벌써 지친건가?”
“웃기고 있네!”


아슈트로의 도발에 샤벨리아는 샤벨을 강하게 휘두르며 뇌전을 터트렸고, 그는 그런 그녀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는가 싶더니 검신주위가 왜곡되듯 일그러지는 기운을 샤벨리아에게 던졌다.

시유우웅 -
‘..!’

간발의 차였다.  코 앞을 지난 녀석의 검기는 뒤에 건물을 통과해 지나가는 싶더니, 깔끔하게 잘린 단면과 함께 건물 절반이 옆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타악.
“한 눈을 팔면 안되지.”
“이 자식이..”
퍼억!!
“커억..”


순간 내 팔목을 잡은 녀석은 일순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있는 힘껏 내 복부에 니킥을 먹이곤 그대로 발을 돌려 차 나를 땅에 매다 꽂았다.


콰아앙 - !!
“샤벨리아님!!”


건물더미에 쳐박힌 내 모습에 발슈테인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고, 나는 유유히 지면에 착지하는 녀석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오지 마!! 거기 있어..!

힘겹게 일어선 나는  몸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몸이 엉망진창이야..’

게다가 몇 합을 겨뤘다고, 내 샤벨은 이가 나가  이상 검이라 볼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흐음.. 고작 이정도라니, 실망인걸?”
“흥..  말 쏙 들어가게 해주마.”

태연한 척 미소짓는 나였지만, 사실 궁지에 몰린 것은 나였다. 속도도 힘도 그렇다고 마력도 무엇하나 녀석을 압도할 수 없는 지금, 내가  수 있는 선택은 하나였다.

‘이번  번에 모든 걸 건다..’
쿠웅 -!
“호오..”

나는 샤벨을 뒤로  잡고는 강하게 땅을 딛어 박으며  기운을 검신에 집중시켰다.

콰지직 -
“섬광이 뭔지 보여주마.”

그렇게 강렬한 뇌전줄기를 응축시키며 녀석을 노려보던 그 때, 아슈트로는 재밌단 듯 자신 또한 샤벨을 낮춰 잡고는 내게 중얼거렸다.


“누가  강한지 겨뤄보지.”
“건방진 새끼!”
번쩍 -

황금빛 줄기와 함께 사라진 나는 자세를 잡고 있는 녀석의 목을 향해 샤벨을 휘둘렀고, 아직 반응을 하지 못한 녀석의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 때였다.

스윽.
‘응..?’
서걱 -!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순간 녀석의 눈동자가 나를 힐끔 쳐다본다 싶던 그 때, 어느새 검집에서 빠져나온 녀석의 샤벨이  가슴팍을 베며 지나갔다.


‘이.. 새끼가..'
쩌적 -
'..!'
채애앵 -!!

그리곤 녀석을 향해 날아가던 내 샤벨이 순간 금이가 갈라지는가 싶더니, 내 가슴위로 그어지는 붉은 선과 함께 산산조각나 흩어졌다.


푸슈슈슛 -!!
“커어억..!!”
“샤.. 샤벨리아 님!!”


엄청난 피가 터져오르며 뒤로 밀려나가던 그 때, 나는 볼  있었다. 여유롭고 재수없는 녀석의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향해 비웃고 있는 것을 말이었다.

‘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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