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44. 황금빛 도적단 (44/67)


  • 〈 44화 〉44. 황금빛 도적단

    [ 44. 황금빛 도적단 ]



    콰아아앙 -
    채채쟁 -
    “끄아아악!!”
    “창고를 사수해라!!”

    어디서 나온 적들이란 말인가? 마지막 남은 창고만큼은 사수하겠단  발슈테인은 샤벨을 빼들고는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바.. 발슈테인..”
    “제 뒤에 있으십시오!”


    처음보는 전쟁터의 모습에 샤를은 바들바들 떨며 발슈테인의 바지자락을 잡고 있었고, 평화로웠던 하스코브는 불바다로 붉게 변해 있었다.

    스릉.
    저벅 저벅.

    수비병 몇을 간단히 쓰러트린 검은 외투에 붉은 제복의 씰들은 피가 맺힌 샤벨을 번뜩이며 발슈테인과 하스코브 수비병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씰이라니..”


    옷차림이나 무기를 보건데 올만의 나프스 엘이 아니었다. 그리고 샤벨에 세공된 무늬로 보건데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익숙한 문양이었다.


    “하켄이 여기에도 개입했단 말인가..?”

    필요 인원 외에는 씰 하나 없는 이곳에서  많은 수의 씰들을 상대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하지만 군인인 이상, 이곳 책임자인 이상, 죽을 길인  알면서도 가야할 때가 있는 법이었다.


    “샤를님, 아무래도 혼자 가셔야  것 같습니다.”
    “발슈테인..?”

    발슈테인은 마른 침을 삼키며 몸을 작게 숙여선 겁에 질린 샤를에게 속삭였다.

    “아직 서쪽은 안전합니다, 하스코브도 지키지 못한데다 샤를님까지 지키지 못한다면 그 분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하.. 하지만..”
    “자, 뛰어서 가시는 겁니다. 무슨 소리가 들려도  길을 따라 계속 달려가십시오!”
    타악.


    발슈테인은 그 말과 함께 샤를의 등을 밀치며 수비병들과 함께 길목을 가렸고, 샤를은 두려움에 떠는 손을 쥐며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돌려 발슈테인이 가리킨 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벅.
    ‘..!’


    갑자기 공격을 멈춘 적들의 모습에 의아해 하던 그 때, 그들의 좌우로 갈라지며 아슈트로가 걸어나왔다.


    “오.. 올 라운드..?!”

    이런 변경에 제국의 오리지널 씰이라니, 발슈테인은 경악스런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자신의 샤벨을 쥐며 각오를 했단 듯 그에게 말했다.


    “이런 시골에 올 라운드라니, 제국도 꽤나 한가 한가보죠?”
    “식은땀부터 닦고 말하는 건 어떨까? 응?”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엄청난 위압감을 줄 줄이야, 발슈테인은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그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엄청났다.

    “보아하니, 자네가 여기 책임자 같군.”
    “...”


    아슈트로는 마치 산책을 하듯 천천히 발걸음을 떼 긴장한 얼굴로 경계하는 발슈테인에게 다가갔고, 어느새 그의 앞에 멈춰선 아슈트로는 흔들리는 발슈테인의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기개는 좋다만, 꽤나 무의미한 짓을 하는군.”
    “무의미한지는 두고 봐야 할 일 이죠!”
    휘익.


    살아서 나간다는 희망은 버린지 오래였다. 다만, 이렇게 지근거리에  놈에게 적어도 작은 상처하나는 줄  있지 않을까 생각한 발슈테인은 샤벨을 비틀어 아슈트로의 옆구리로 찔러 넣었다.

    타악.
    ‘!!’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바지춤에 넣어진 손을 봤건만, 어느새 나온 그의 손이 샤벨을 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시도는 좋았어.”
    우득.
    ‘..!’


    아슈트로는 그 말과 함께 싱긋 웃으며 발슈테인의 손목을 그대로 꺾어 버렸고, 그는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샤벨을 땅에 떨어트렸다.

    “끄으윽..”
    “지도나 자료들을 아주 깔끔히 정리했더군.”

    아슈트로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덜덜 떨고 있는 발슈테인에게 허리를 숙이며 물었고, 발슈테인은 고통에 한  눈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하켄은 그러지 못하나 보지..?”
    씨익.
    퍼억!!
    “커어억..!!”


    순간 나타난 그의 무릎이 발슈테인의 복부를 그대로 강타했고, 아슈트로의 니킥에 허리가 접히며 공중에   발슈테인은 몸이 무너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괴로워 했다.

    “케엑.. 켁!!”
    “이봐, 상대를 보면서 입을 놀려. 네가 지금 뭐라도 된 줄 알아?”


    목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복부 근처 장기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꽈악.
    “으아악!!”


    아슈트로는 숨쉬기 곤란해 하는 그의 머리채를 움켜 잡고는 그대로 꺾어 올리며 물었다.


    “펜을 줄테니, 프러겔 군 세부위치와 보급로, 그리고 항구에 군수품 오는 날짜부터 현재 보유한 전력이 어떻게 되는지 앞으로의 전략 목표가 무엇인지 모두 적어.”
    “우.. 웃기지 마십..”
    꽈악.
    “아아아악!!”

    발슈테인의 말에 아슈트로는 부서진 그의 오른쪽 손목을 잡아 서서히 힘을 주며 고통을 선사했다.


    “내가 왼손을 남겨 준건 쓰라고 남겨준거지,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펜을 입에 물고 쓰게 해주겠어.”
    “내 왼손이 부서져도.. 내 턱이 떨어진다 해도, 당신이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을겁니다.”
    “흐음.. 그렇다면 눈으로 쓰게 하는 방법도 있지. 물론 네 말대로 왼손과 턱은 부서져야겠지만, 행여 자살하면 큰일이잖아?”

    그렇게 말한 아슈트로는 먼저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하겠단  그의 볼을 움켜잡고는 아래턱을 내렸다.


    “커억..”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너도 군인이고 나도  임무에 충실할 뿐이니까. 그치?”
    씨익.

    정말이지 섬뜩하면서 아름다운 미소가 아닐  없었다. 그 말과 함께 발슈테인의 아래턱을 잡은 그는 정말 자신의 말을 이행하겠단 듯 힘을 주던 그 때였다.


    “이 개새끼야!!”
    ‘..!’


    순간적으로 떨려오는 공기의 흔들림과 함께 분노에 찬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황금빛 머리칼의 미녀하나가 금빛 뇌전과 함께 발슈테인과 아슈트로가 있는 곳으로 떨어져 내려왔다.

    “당장 거기서 손 안 떼?!!”
    콰과과광!!!

    전율하는 황금빛 스파크가 공기를 흔들며 발슈테인 앞에 떨어진 샤벨리아는 분노한 얼굴로 자신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선 아슈트로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가 하스코브로 들어왔단 미꾸라지냐?!!”
    “그렇다면?”
    “이 새끼가..”

    나는 분노와 함께 뇌전이 터져오르는 샤벨을 들어 올리곤 은발 기생오래비에게 ‘넌 뒤졌어’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얼굴과 달리 꽤나 입이 험한 여자군.”
    빠직.
    “입이 험하든 말든, 넌 오늘 죽었어!”
    파앗!

     말과 함께 땅을 박찬 나는 한 줄기의 번개처럼 녀석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채앵 -!!
    ‘..!’
    그그그.
    “과연, 섬광이라 불릴만 하군.”

    정확히  검을 막은 녀석은 서로의 힘에 떨리는 검신 사이로 재수없는 미소를 지었고, 나는 일순 녀석의 검을 아래로 당겨 흘리며 녀석의 옆구리에 왼손을 질러 넣으며 중얼거렸다.

    “뇌성(雷聲)”
    ‘..!’
    번쩍 

    순간적으로 빛을 흡수한  왼손에서 엄청난 우레소리와 함께 살벌한 뇌전줄기가 터져올랐다.


    콰과과광 -!!!
    “샤벨리아님!”
    “움직이지마!”


    언제 손목을 낚아 챈걸까, 나는  왼쪽 손목을 잡아 방향을 틀어 공격을 피한 녀석을 으르렁거리며 노려보았다.

    “이 손.. 놔라.”
    “대단한 마력이군, 마벨님의 11기사단이  고전했는지 알겠어.”
    ‘마벨..?’


    녀석의 입에서 마벨이란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단 듯 내가 쳐다보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려 내 가슴팍과 복부에 발차기를 먹이며 뒤로 떨어졌다.

    “크윽..”
    “괜찮으십니까, 샤벨리아님?!”


    사정 봐주지 않고 야무지 때렸는지 욱씬거리는 가슴팍을 움켜쥐며 녀석을 노려보자, 놈은 아무렇지 않단 듯 얄궂은 미소와 함께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했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하켄 대제국,  라운드 넘버 식스. 아슈트로  켈뱀부르크. 황제폐하의 검으로써 널 쓰러트리겠다.”
    ‘올 라운드..?’


    녀석의 소개에 잠시 모르겠단 듯 눈을 깜박이던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단  샤벨을 고쳐 쥐며 녀석의 인사에 응답했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 각오하는게 좋은거야 흰둥아.”
    “큭큭.. 프러겔의 제1성이라니. 상대로써 부족함이 없겠어.”
    “뭐?!”

    건방진 녀석의 말에 울컥하던 그 때였다. 샤벨을 잡아 자세를 잡던 녀석이 순간 사라진 것이었다.

    삐이이잉 -
    ‘..!’


    순간 귀를 울리는 날카로운 이명에 인상을 찡그리던 그 때였다, 사라졌다 생각한 녀석이 내 뒤에서 모습을 들어내며 제법이란 듯 재수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 이 자식..”
    “대단해, 반응 못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일성이란 호칭은 그저 얻은게 아니군.”
    퓨슛 -!
    “크으윽..!!”

    순간 목으로 날아오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샤벨을 들어 막았지만, 모든 것을 막은  아닌지 어깨와 팔, 그리고 허벅지에 붉은 실금이 생기는가 싶더니 피가 터져 올랐다.

    ‘보통 놈이 아니야.’


    올 라운드지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격이 달랐다. 이게 오리지널의 힘이란 말인가? 나는 한층 긴장한 얼굴로 몸을 돌렸고, 녀석은 미소와 함께 내 피가 묻은 샤벨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샤벨리아, 난 오늘 기대가 커. 너의 섬광(閃光)이 빠를지, 아님 내 신속(迅速)이  빠를지 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