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43. 황금빛 도적단 (43/67)


  • 〈 43화 〉43. 황금빛 도적단

    43. 황금빛 도적단 ]





    남부연합의 테르발로키 공격 소식은 후방 보급지인 하스코브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도시의 경계만 강화됐을 뿐, 평소와 다를  없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소식 들었어?”
    “아, 테르발로키 말이지?”
    “그래, 샤벨리아님도  계신다는데 이길 수 있을까?”


    인적이 끊긴 도시입구를 지키던 초병들은 연합의 반격에 걱정스러운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페르티안님도 계시고, 몰트겐 후작님의 씰들도 있지 않은가?”
    “하긴, 그렇지?”

    그렇게 수다를 나누는 초소 근처로 한 인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응..? 누구지?”


    통행시간이 일찍이 끝난 도시입구로 다가오는 수상한 외부인에 초병들은 ‘뭐지?’란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거기! 통행시간이 끝났다! 멈춰라!!”
    저벅.

    하지만 외부인은 초병의 경고에도 바지에 손을 찔러 넣은 모습으로 유유히 걸어올 뿐 멈출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철컥.
    “멈춰! 더 이상 오면 발포하겠다!”

    경고에도 가까이 다가오는 외부인의 모습에 초병들은 장전된 플린트 락을 들고는 다시금 경고를 했다.

    스윽.

    경고가 통한걸까? 초소 근처에 피워둔 횃불에 밝혀진 곳과 어두운 밤길 사이에서 멈춘 외부인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통행금지 명령이다! 어서 돌아가!!”
    “금지..?”

    앳된 소년의 목소리와 함께 어둠속에서 미소를 짓던 외부인은 대수롭지 않단 듯 다시 한 발자국 떼던 그 때였다.

    파앙-!
    티잉-
    ‘..!’


    초병 하나가 경고를 무시하고 걸어오는 외부인을 향해 머스킷을 발포하는 순간, 어느새 검집에서 반쯤 뽑혀 나온 그의 샤벨이 초병이 쏜 총탄을 가른  멈춰 있었다.

    “거.. 거짓말..”

    인간의 반응속도가 아니었다. 그것을 느낀 걸까, 아직 플린트 락이 장전된 초병이 동료를 향해 비상종이 걸려 있는 곳을 눈짓했고 그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인 동료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몸을 움직였다.


    “누..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정체?”

    초병의 물음에 재밌단 듯 작게 웃음을 흘린 그는 밝은 횃불 안으로 조금씩 모습을 들어내며 말했다.


    “하켄 대제국, 올 라운드 넘버 식스, 아슈트로 폰 켈뱀부르크.”
    ‘!!’


    밤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는 은발사이로 권태로운 황금빛 눈동자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색 외투에 황금무늬가 수놓아진 그의 백색 제복을 보건데 황제의 오리지널 씰  하나인 올 라운드임이 확실했다.

    “오.. 올 라운드가 왜...?”


    경악스런 적의 정체에 초병이 몸을 돌려 비상종을 울리려 달려가자, 아슈트로는 샤벨을 빼들어 낮게 자세를 잡더니 섬뜩한 미소와 함께 작게 중얼거렸다.


    “부질없는 짓을.”
    파앗 -
    삐이이잉 -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생각한 순간, 엄청난 이명과 함께 어느새 그들 뒤에서 아슈트로가 서 있었다.

    ‘!!’
    스릉 – 철컥.


    비상종 바로 앞에서 경악스런 얼굴로 바라보는 초병을 힐끔 바라본 그는 덤덤히 샤벨을 돌려 검집에 넣었고, 그와 함께 초병들의 목도 깔끔하게 절단되며 힘없이 쓰러졌다.


    털썩.
    “드디어 만나게 되는 건가?”
    사사삭-


    혼자가 아닌지 하스코브로 걸어가는 그의 주위로 검은색 외투에 짙은 붉은색 제복을 입은 엘리트 씰들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들어내선 평화로운 하스코브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아슈트로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섬뜩한 눈빛과 함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섬광의 샤벨리아라.. 과연 내 신속(迅速)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





    * * *



    콰앙 -! 콰앙 -!


    엄청난 굉음이었다. 테르발로키 외곽에 엄청난 위용과 함께 장전을 끝낸 남부연합의 키르세크 포는 위력적인 화염과 함께 거대한 포탄을 날렸고, 순간 발사된 포탄들은 오래된 테르발로키 성벽을 쏟아지며 무자비하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포탄에 흔들리는 성벽에 모두가 패닉에 빠져 두려워 하던 그 때, 단 한 사람만이 마치  산책을 나온 듯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불만스럽단 듯 중얼거렸다.


    “저딴게 포라니, 흉측하다 못해 아주 모욕적이야. 아님, 새로운 도발인가?”


    그랬다, 그는 베르니아 공국의 흑사자이자 전율(戰慄)의 화염인 가르디오르였다.

    “당신 미쳤소?! 어서 안 내려가고 뭐 합니까?!”


    페리츠는 성벽 위를 왔다갔다하며, ‘저건 포가 아니야’ ‘대체 어떤 똥덩어리가 저딴걸 포라고 설계한거지?’하며 품평회를 하는데 아주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이봐요!”
    “난 이봐요가 아니라, 주세페 가르디오르요.”
    “그게 중요합니까? 위험하다고요!!”

    그러자 가르디오르는 ‘흠’하는 표정으로 몸을 돌리더니 성벽에 턱을 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넷.. 다섯..”
    “저기요! 뭐하시는 거냐고요?!”

    페리츠가 속이 뒤집어진단 듯 그에게 다가와 따지듯 묻자, 가르디오르는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흑발을 넘기며 말했다.

    “뭐긴, 포가 멈추는 시간이지.”
    “예..?”
    콰앙 -!!

    그와 함께 거대한 포탄하나가 가르디오르와 페리츠 아래에 꽂히며 성벽에 금을 냈고, 동시에 가르디오르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여섯.”
    “이봐요!!”
    “오케이, 이제 한 동안은 포를 못 쏠거요.”
    “예..?”
    “저거 여섯발이 한계거든, 포신이 열을 못 견뎌.”


    가르디오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춤에 있던 플린트 락 권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발사했고, 작은 마력탄이 장전되었던 건지 높이 올라가던 그의 총탄은 순간 밝게 빛나며 터져올랐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테르발로키 쪽에서 엄청난 대포소리가 들려왔다.

    쿠구구구궁 -
    씨익.
    “아.. 아니..”


    밤하늘을 가르며 넘어가는 포탄세레에 페리츠가 놀라 눈을 깜박이자, 가르디오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포는 말이지, 이렇게 쓰는 거라고.”

    그 말과 함께 올만이 자랑하는 키르세크 포대 진지로 엄청난 수의 마력탄이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고,  엄청난 화염의 열기와 불빛은 테르발로키에서도 느낄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시대에 거대포라니, 올만도 이제 과거의 산물이군.”


    그렇게 말한 가르디오르는 엄청난 수의 곡사포 포대가 있는 자신의 용병단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고, 멀리서 그의 수신호를 망원경으로 확인한 람베르토는 포대의 각도를 수정해선 다시금 연합을 향해 포를 일제히 발포했다.

    쿠구구구궁 -

    탄착지점을 수정한 걸까, 더욱 정교해진 그의 포격은 키르세크 포를 부수며 무자비하게 공격을 이어갔고, 그 공격은 꽤나 집요하고 악독할 만큼 철저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밤바람이 좋단 듯 미소와 함께 얼이 나간 페리츠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병사들에게 전해요, 저기서 멀쭘하게 있지 말고 올라오라고.”



    * *



    “오..”


    포튜샤니에 도착해 요새 망루에서 망원경으로 살펴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확실히 똘아이야.”

    무식한 포격에 완전 지옥이 되어버린 연합의 포대 진지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망원경을 내렸고, 바틸라 쪽을 정찰 나갔던 헤인리와 그의 척후병들이 산길을 따라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타악.

    나는 가뿐하게 망루에서 내려와 헐떡이며 달려오는 헤인리에게 다가갔다.


    “어때?”
    “테르발로키 외 바틸라 방면은 잠잠합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별다른 움직임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 때였다. 포튜샤니 뒤편을 정찰나갔던 뤼헬이 소수의 후사르와 함께 빠르게 요새로 들어와 급히 말을 세우더니 내게 보고했다.

    “큰일났습니다! 샤벨리아님!!”
    “뭔데?!”
    “하.. 하스코브가 적의 습격을 받은 거 같습니다!”
    “뭐?!!”


    뤼헬의 보고에 순간 표정이 굳은 나는 재빨리 몸을 날려 포튜샤니 암벽을 타고 올라갔고, 요새가 까마득하게 보일정도로 정상근처에 올라선 난 망원경을 들어 하스코브 방향을 살폈다.

    ‘!!’


     멀리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한 붉은 빛이 하스코브 방면에서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병력을 이끌고 갔다면 우리를 지나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설마..”


    소수의 습격대. 그것만이 지금 생각해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허를 찔렸단  살짝 입술을 깨물고는 몸을 돌려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샤벨리아님!”
    “기병대만 나와 함께 하스코브로 간다, 헤인리!”
    “네, 말씀하십시오.”
    “테르발로키로  적의 보급이 완전치 않을거다, 네 경보병과 함께 날쌘 병사 몇 데리고 가 적의 보급로를 흔들어버려.”
    “알겠습니다!”

     명령에 헤인리는 요새 연병장에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유격대와 함께 부대를 차출하기 시작했고, 난 뤼헬이 가져온 말에 올라타며 사달수드에게 말했다.


    “넌, 수하들과 함께 바틸라 길목에 매복하고 있다 후퇴하는 녀석들을 공격해.”
    “예? 제.. 제가요?”
    “그래, 너가요. 괜히 쓸데없이 길게 공격하지 말고, 평소대로 잘 치고 빠져. 알았어?”
    “뭐, 그건 제 전공입죠 헤헤.”
    따악!
    “아윽!! 왜 때리십니까?!”
    “그냥, 재수없어서.”

     ‘우씨’하며 쳐다보는 사달수드를 뒤로 하고는 말을 몰아 하스코브로 향하기 시작했다. 누굴까? 누가 하스코브를 공격한 것일까? 나는 말을 빠르게 모는 내내 제발 모두가 무사하길 빌었다. 제발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 일이 없길 바라며 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