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40. 황금빛 도적단 (40/67)


  • 〈 40화 〉40. 황금빛 도적단

    [ 40. 황금빛 도적단 ]






    남부 연합 최전선, 바틸라로 향하는 수송대 행렬은 그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무기와 식량을 옮기고 있었다. 연이은 패배로 작심한  반군과 올만군은 빌헬미네 요새를 포위하던 병력 일부를  올 정도로 바틸라 전역은 남부 연합군의 병사로 넘쳐났다.


    하지만, 낙후된 토르디에르의 상태 때문인지 보급로의 길이는 길었고, 가장 가까운 보급창인 슐리벤조차 삼일거리에 있을 만큼 하스코브에서 가까운 프러겔의 테르발로키에 비해 바틸라는 지형적으론 고지대라 방어하기는 좋았지만, 문제는 보급이었다.


    “빨리 움직여라!”

    엄청난 수의 마차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붉은 암벽길을 따라 움직였고, 그런 수송대의 행렬을  미사포처럼 생긴 긴 터번을 쓴 올만의 보병들이 하얀 제복에 붉은색  천을 어깨와 허리를 감싸 멋들어지게 묶고는 그들의 화려한 플린트  ‘자만디르’를 어깨에 걸쳐 따라가고 있었다.


    흰색 터번이 화려한 세공품으로 장식된 올만의 수송대 책임자는 생각보다 느린 행렬에 불만족스러운지 쥐고 있던 채찍을 풀고는 무거운 짐을 이고있던 노예들에게 다가가 휘두르며  빨리  것을 종용했다.


    휘릭- 짜아악!
    “아윽!”
    “움직여라! 네놈들이 굼떠 지체된 시간이 얼마인지 아느냐?!”

    노예가 합법인 올만성국은 이번 전쟁에 동원시킨 노예가 무려 20만명에 이를만큼 엄청난 인적자원을 쏟아 붓고 있었는데, 사람 목숨이 탄약 한 줌보다 못한 탓인지 개전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무려 5만명의 노예들이 무리한 노동착취에 쓰러져 죽거나 굶어 죽었다.

    게다가 사막지역이 많은 올만의 특성상 말보다는 낙타를 선호했기에 갑작스런 전쟁으로 많은 수의 군마들이 기병대로 징발된 탓에 물자를 옮기는 것은 오롯이 물소와 사람의 손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털썩.
    “뭐냐?!”
    “죽은  같습니다.”

    아직 열일곱정도 밖에 안되는 청년 하나가 앙상한 뼈를 들어낸 모습으로 짐을 짊어진채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일어나지 못했고, 그들의 주위에서 채찍질을 하며 감시하던 형벌꾼 하나가 꽤나 귀찮게 됐단 듯 쓰러진 청년을 살피더니 짐만을 남겨두고는 죽은 그를 발로 차며 방해가 된단  밀어버렸다.

    “...”

    두려움과 증오심으로 가득한 노예들의 눈동자가 버려진 청년에게 향했지만,  누구도  상황을 따지진 않았다. 그저 오늘 저녁에 묽은 죽이라도 좋으니 이 굶주린 배를 채워줬으면 할 뿐이었다.


    그렇게 산자도 죽은자도 아닌 이들의 긴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걸어가던 그 때였다. 저 멀리 엄청난 모래바람과 함께 붉은 옷을 입은 도적떼가 모습을 들어냈다.


    삐이이익.


    언덕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올만 척후병하나가 급히 목에 매었던 호루라기를 불며 먼지가 이는 방향을 가리켰고, 올만군 장교는 샤벨을 빼들며 병사들에게 외쳤다.


    “대열을 만들어라! 술탄께서 내리신 군수품 하나 뺏겨선 안 된다!!”


    그의 명령에 모여든 올만의 전열보병들은 대열을 만들며 플린트 락을 들었고, 그렇게 도적떼가 사정거리안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휘릭.
    “응..?”

    어깨와 복부가 노출된 붉은 옷에 붉은 천으로 입을 가린 금발의 미녀 하나가 아찔한 각선미를 들어내며 사람의 점프로 볼 수 없는 엄청난 도약과 함께 수송대를 넘어 대열을 이루고 있던 올만군의 중앙으로 떨어져 내려왔다.


    콰앙 -!!
    “웨.. 웬놈이냐?!”
    씨익.
    스릉.


    당황하는 올만장교를 포착한 그녀는 샤벨을 빼들곤, 그대로 박차 그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커억..”
    ‘..!’


    놀람도 잠시, 땅속 깊이 다리를 박은 그녀는 갈라지는  속 위로 엄청난 황금빛 스파크를 일으켜 자세를 잡더니 강렬한 뇌전과 함께 샤벨을 감싸쥐며 중얼거렸다.

    “겁도 없이 누가 여기 지나가래!”
    콰지지직 -!
    “마.. 마법이다! 피해!!”
    번쩍!

    순간적으로 터져오른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그녀 중심을 터져 올랐고 도적떼를 막기 위해 밀집해 있던 올만군은  피해와 함께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괴.. 괴물이다..!”
    “아.. 악마야..!!”

    무참하게 죽은 병사들 사이로 아무 상처없이 검을 털며 걸어나오는 샤벨리아의 모습이 꽤나 공포스러웠는지 올만병사들은 뒷걸음질을 치며 무서워했다.

    “어떤 놈이야? 나보고 괴물이라고 한 새끼.”
    “히이익!!”
    치지직!!

    녀석들의 말에 울컥한 난, 손을 펼쳐 만들어진 번개줄기를 그대로 잡아 쥐고는 살아 숨쉬는 것처럼  손에서 일렁이는 뇌전 덩어리와 함께 아직 멀쩡한 올만의 보병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 도망쳐라!!”
    “늦었어.”
    콰과과광!!


    엄청난 번개줄기가 터져 올라 주변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뭉쳐있던 올만의 보병들을 그대로 쓸어 버렸고, 검게 그을린 시체 속에서 걸어나오는 내 모습에 두려워 떨고있는 노예들을 발견한 나는 적의 없는 미소와 함께 물었다.


    “대장 어딨어?”
    스윽.


     물음에 노예 중 하나가 손을 들어 저멀리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게 삿대질을 하는 장교하나를 가리켰다.


    찡긋.
    “고마워.”
    팟.
    ‘..!’

    나는 샤벨을 돌려 잡아 검신위로 기운을 터트리며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수송대 책임자로 보이는 녀석의  뒤로 수상한 마력을 가진 인영 두 개가 나를 맞이하러 나온듯 무시무시한 살기와 함께 달려왔다.


    “호오, 나프스 엘인가?”

    올만의 씰이라 할 수 있는 나프스 엘은 토마 사무엘이 창조한 씰과는 결이 다른 마력병기로 나와는 친척관계라 할 수 있었다.

    씰의 프로토 타입이라 할 수 있는 나프스 엘은 마력석에 거부반응이 없는 어린아이들을 주 원천으로 썼는데, 인간을 흉내낸 인위적인 육체에 마나하트를 심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씰이라면, 나프스 엘은 뇌사(腦死)시킨 인간의 몸에 직접적으로 마력석을 박아 탄생한 반인(人)반마(魔)였다.


    언뜻 같아 보이지만, 그 차이는 컸다. 원래 인간인 나프스 엘은 정신적으론 불안정한 단점이 있지만 같은 급의 씰에 비해선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었다.


    스릉.


    게다가 나프스 엘만이 쓴다는 긴 손잡이가 특징인 ‘삼박’은 양손으로 잡아 휘두르는 거대한 샤벨로 검도 창도 아닌 것이 꽤나 까다로웠다.

    채애앵 - ! 치이이잉 -


    주홍빛 마찰빛과 함께 내게 달려든 나프스 엘의 삼박을 옆으로 흘린 나는 뒤이어 베어 들어오는 다른 녀석의 품에 파고들어 공격할 각을 없애 버렸다.

    ‘..!’


    열두살은 되었을까, 아직은 앳된 아이들이었지만 눈동자만은 죽어 있었다. 청록색에 화려한 금테로 디자인된 조끼와 같은 청록색 천으로 허리를 감싼 흰색 바지를 입은 그들은 손목과 목에 화려한 세공품들이 흔들렸지만, 살아있는 것은 없었다.


    “불쌍한 것들..”
    번쩍 -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그들을 해방시켜 주듯 나는 순식간에 샤벨을 휘둘러 그들을 지나쳐 뚫었고, 본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만큼 놓친 나를 잡으려 몸을 돌리던 순간, 그들의 얇은 목에 붉은  하나가 그어지더니, 씁쓸한 내 시선 아래로 그들의 목  개가 떨어졌다.


    “거.. 거짓말.. 내.. 나프스 엘들을.. 단 칼에 죽였다고..?”


    고통없이 보내줬다. 그것이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예우였다. 나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사색이 된 올만의 장교를 싸늘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가 대장이냐?”
    “히이익..! 막아라! 저.. 저 년을 막는 자에겐 금화 천개를 주겠다!!”

    그의  때문일까,  모습에 겁을 먹던 올만의 병사들은 금화 천개란 소리에 눈빛이 변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쥐었고 나는 그런 녀석들을 응시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리석긴.”
    “쏴라!”
    파바바바방 -


    일제히 발사되는 플린트 락과 함께 섬광줄기 하나가 번쩍이며 그들을 뚫고 지나갔고, 뿌연 연기가 내려 앉아 사라진 그곳엔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올만의 병사들만이 전부였다.


    “마.. 말도 안돼.. 어떻게..”
    휘익 – 촤아악.


    나는 검신에 묻은 피를 휘둘러 털고는, 말위에서 벌벌 떠는 녀석에게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 항복.. 항복할테니, 목숨만은 살려줘! 나는 올만의 귀족이다!! 내 몸값이면 평생..”
    서걱.
    “커억..”

    어느새 녀석의 목을 베어 뒤에 나타난 나는 샤벨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몸값? 도적이 미쳤다고 몸값을  챙겨.”
    털썩.

    그렇게 쓰러진 적을 뒤로 한 채  하나 끝냈단 듯 기지개를 키던 그 때, 올만의 잔여병들을 처리한 사달수드가 놀란 얼굴로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수.. 수송대는 접수했습니다.”
    “잘했어, 뤼헬 쪽은?”
    “검은 연기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쪽도 성공한  같습니다.”
    “큭큭.. 좋아, 아 -주 바람직해.”


    수송대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 척박한 토르디에르에서 보금품을 수송하기 위해선 쉬는 포인트가 보급로를 따라 곳곳에 존재했는데, 나는 그 포인트  곳을 뤼헬의 기병대를 이용해 공격해버렸다.

    왜냐하면 이 정도의 수송품이 뺏긴 것을 알면 녀석들이 추격해 올테고, 그 추격대 또한 그 포인트를 이용하니까 말이었다.


    “근데, 이 많은 것을 어떻게 옮길 생각이십니까?”

    사달수드는 빼앗는 것 까진 좋았지만, 이건 많아도 너무 많다는 듯 날 바라보았고 나는 녀석의 물음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노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마, 힘 안들이고 눈 깜짝할새에 없애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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