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38. 황금빛 도적단 (38/67)



〈 38화 〉38. 황금빛 도적단

[ 38. 황금빛 도적단 ]






토르디에르 북쪽 험준한 암벽산 줄기로 유명한 포튜샤니엔 유명한 것이  개가 있었는데 하나가  좋은 철광석을 생산하는 코스타미 광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백여년간 이곳을 주름잡고 있는 붉은 여명단이었다.

프러겔 각지에서 지명수배된 이들이나 올만이나 다른 지역에서 도망쳐 들어온 각종 범죄자들이 조금씩 모여 만들어진 붉은 여명단은 험준한 포튜샤니를 중심으로 악랄한 약탈을 일삼았는데 그 악명이 토르디에르를 넘어 대륙전체로 퍼질 정도로 대단했다.


게다가 코스타미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심심치 않게 가로채 되파는 바람에 프러겔 왕국도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군을 보냈지만, 그 때마다 귀신같이 포튜샤니로 숨어 토벌을 애먹게 할 정도로 영악하기 그지없었는 그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그들의 모습을 일주일 가까이 볼 수 없었다.

‘시발..’


붉은 여명단 단장 사달수드는 최근 죽을 맛이었다. 일주일 전 자신의 본거지를 갑작스레 습격한 금발 계집 하나 때문에 정말이지 더러워서 이참에 도적단을 그만 두고 산 아래로 내려가 땅이 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우로 20도.”
“...”


뜨거운 태양볕 아래, 자신을 포함한 부하 천여 명은 붉은 천으로 입을 가린 채 산기슭에 매복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위로 목마를 탄 금발 계집은 자신들과 같은 붉은 옷에 붉은 천으로 입을 가린 채 망원경을 보고 있었다.


“어쭈, 안 움직이지?”
따악!
“아우씨! 왜 때려요?!”
“아우씨,  때려요? 이게 도랐나. 너 오늘 안 맞았..”
“우로 20도.”

정말이지 빌어먹을 계집이었다. 작은 몸짓에 뭔 힘은 그리 쎈지 한  한  쳐맞을 때마다 뼈가 들썩이며 근육이 터질 것 같은게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지금도 잠을 잘 때면 맞은 곳이 알지게 아픈게 정말이지 타고난 돌주먹이었다.

“오, 찾았다.  얘들한테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 날도 여느때와 같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기분좋게 한 탕하고 와서 부하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시며 즐기려던 그 때, 어둑한 본거지 입구에서 세상 본  없는 아름다운 금발의 계집이 팔짱을 낀채 당돌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소리쳤다.

“야! 여기 오야 나오라고 해!”


처음엔 미친년인 줄 알았다. 하지만 꽤나 팔힘 좋은 부하 셋을  컷에 쓰러트려 기절시키는 것을  순간  이 년이 보통 년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오, 제법 주먹을   아는 년이구나?”
“흥, 놀고 있네, 너도 당첨이야.”
“훗.. 뭐가 말이지?”

나는 주먹을 쥐며 그녀에게 물었고, 그 망할 계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눈앞에 나타나서는 악마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외취침.”
퍼억!

그 다음엔 기억이 없었다. 정신을 차린 아침, 난 정말 밖에서 쪼그려 자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본거지는 듣도 보지 못한 녀석들에게 점거 당한 뒤였다.


“잘 들어! 나 나쁜 사람 아니야! 니들 하는 거에 따라 천사가   있고! 아님 악마가 되는거야! 알았어?!”


넓은 마당에 옹기종기 무릎 꿇고 앉아있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그녀가 한 첫마디였다. 정말이지 뻔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수하인 듯한 8천명의 장정들은 군인들인지 제복만 걸치지 않았을 뿐, 군복이며 군화를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병사들이었다.

게다가 저녁엔 정찰을 하고 돌아온 건지 처음 보는 제복의 기마병 3천명이 우르르 들어오는데 정말이지 놀라 까무라칠 뻔 했다.

그렇게 통합력 1745년 10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붉은 여명단의 토벌을 성공한 자가 있었으니, 전(前) 제1성이자, 현(現) 제1 돌주먹 샤벨리아였다.

“저기 두목.”

사달수드는 목마를 탄 나를 올려다 보며 불렀다.

“왜?”
“저거 프러겔 수송대인데요?”
“어, 알아.”


그렇게 말한 난  위에서 폴짝 뛰어 내려와 토르디에르 특유의 샤벨을 잡아 빼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인명피해 없이 수송대를 접수한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죽기만 해봐. 그 새낀 나한테 죽살나게 뒤질  알아. 알았어?”
“알겠습니다, 두목.”

내 말에 녀석들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준비가 된 부하들의 모습에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휘익.
“응..?”

테르발로키와 가까운 붉은 암벽산 포튜샤니는 토르디에르 중심에 위치한 거대 산지로 여러 고개가 교차하는 탓에 프러겔이든 남부연합이든 꼭  번은 지날 수 밖에 없는 교통지였다.

그런 포튜샤니 안 쪽에 위치한 붉은 여명단의 본거지는 과거 올만성국이 토르디에르 지배당시 지었던 길목요새로 이만여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올만이 물러나고 프러겔의 치안력이 좋지 않은 틈을 타 이 녀석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른 풀이 가득 담긴 솥단지안에 불을 지핀 녀석들은 매캐한 연기가 나는 그것을 수송대가 지나가는 아래로 일제히 수십여개를 던졌고, 갑작스런 기습에 프러겔 수송대는 당황을 하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사사삭.


그런 매캐한 연기를 뚫고 쏜살같이 달려나간 나는 맨 앞에서 말을 몰고 있던 수송대 책임자로 보이는 장교의 목에 샤벨을 들이대며 속삭였다.

“무기 버리라고 해.”
“히이익.. 아.. 알겠습니다!”

그와 함께 고개 양 옆으로 모습을 들어내며 플린트 락을 겨누는 붉은 여명단의 모습에 프러겔 수송대는 전의를 잃고는 무기를 버리며 항복을 했고, 우리는 어렵지 않게 하스코브에서 테르발로키로 보내지던 수송품을 가로챌 수 있었다.


“호오.. 이번은 무기인가?”

수송마차에 실린 상자 안에는 제법 많은 플린트 락과 화약, 그리고 총탄들이 있었고, 마침 무기가 없는 병사들이 많았기에 나는 이번 수확에 대단히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어..”

그런  때, 수송대 장교 하나가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내게 다가오더니 ‘맞죠?’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샤벨리..”
퍼억.
“커억.. 왜..?”
털썩.
“사람 잘못 봤어.”

 단숨에 녀석을 기절시키곤 그 모습에 놀라 눈을 껌벅이는 수송대에게 주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발슈테인한테 이르는 새끼, 그 새끼부터 뒤진다. 알았어?”
“알겠습니다!!”


내 협박에 수송대는 바짝 쫄아 차렷을 하고는 내가 사라질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두목.”
“왜 자꾸 불러싸. 뭔데?”
“같은 편끼리 터는 거 있습니까?”
“같은 편?  같은 편 아닌데?”

내가 뭔소리냐는 듯 수송마차 위로 벌러덩 들어눕자 사달수드는 ‘제대로 미친 년한테 물렸어’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콰앙 -!
“뭐?!  털렸다고?!!”

홀라당 빼앗겨 하스코브로 돌아온 수송대의 모습에 발슈테인은 그 답지 않게 크게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


“설마, 그 분이시냐?”
끄덕.

얼마나 협박을 받았는지 병사들이며 장교조차 샤벨리아님의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하아..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발슈테인은 튀어오른 혈관을 꾹꾹 누르며 안경을 치켜 올리곤 자리에 앉았다. 테르발로키에서 탈영해 포튜샤니로 숨어 들어가셨단 보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알지게 아군의 수송품을 훔칠 줄은 몰랐다.


그덕에 테르발로키에 있는 아군에게 보급해야 할 수송품이 아직 45퍼센트만이 도달했을 뿐 적을 밀어내어 진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었다.

매일같이 보급품을 보내라며 닦달하는 후작의 편지도 하루 이틀이지, 정말이지 마음같아선 토벌대를 꾸려 퇴치하고 싶을 정도로 악랄하게 털고 계셨다.

“역시, 내가 갔어야 했나..”


불안정한 보급로를 정비하기 위해 자처해 남았건만, 자신이 없는 사이 페르티안님과 샤벨리아님이 그리 크게 싸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든든한 아군이었던 그녀는 이제는 아군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화나게 한 벌을 주는  마냥 말이었다.

“부관.”
“예, 발슈테인님.”
“말 대기시켜.”
“예? 말이요?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어디긴, 도적으로 취업하신 그 분하고 담판지으러 가야지.”
“아..”

샤벨리아가 수송품을 훔치고 있다는 건 하스코브의 프러겔  모두가 아는 사실인지 부관은 바로 이해했다며, 경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정체를 숨기고 싶으시면, 그 금발이라도 숨기시지 어디서 변장을 배우셨길래 모두가 아는 겁니까, 샤.벨.리.아 님!”


처음엔 설마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보고하는 부하들의 말은 이랬다.

“푸른 눈에 아름다운 미모의 금발여자였습니다.”
“...”


어떤이는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샤벨리아님이시던데요.”
“...”

그리고  다른 이는 내게 말했다.

“감격입니다,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지 뭡니까?”
“하아..”


대체 뭘 하고 싶으신건지, 자신이 터는 수송대 장교의 이름을 반갑게 말하는 도적이 어디있단 말인가? 게다가 혹시나 해서 정말 중요물자를 실은 수송대 마차 외벽에 ‘제발 이건 훔치지 말아주십시오’ ‘발슈테인 올림’이라 써 붙였더니 정말 무사히 테르발로키로 보내주는 그녀의 아량에 어디서부터 혼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외투를 걸치고 부관이 준비한 말이 있는 곳으로 가려던  때, 샤벨리아가 두고 간 샤를이 시청 건물을 뛰쳐나오며 자신에게 외쳤다.

“나도 갈래!”

그녀가 씰이 아니면, 정말이지 남매라 할 정도로 생긴거며 성격이 판박인게 샤벨리아님 못지 않게 골치 아픈 꼬마였다.

“누나한테 가는 거지?”

테르디네 때처럼 실수하지 않겠단 듯 그녀는 본대와 함께 하스코브를 떠나며 자신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샤를을 맡겼고, 졸지에 하스코브의 책임자이자 샤를의 보모가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따라오려는 그를 어떻게 하면 떼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그의 머릿속으로 좋은 생각하나가 지나갔다. 지금까지 당했던 것을 모두 털어낼 수 있는 묘안에 미소를 짓던 그 순간, 샤를이 소름끼친단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이렇게 말했다.

“발슈테인, 그렇게 웃지마.. 되게 사악해 보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