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34/67)



〈 34화 〉34.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 34.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





콰과과과광 -!!!

일제히 날아간 마력탄들은 항구를 포위하고 있던 반군들과 올만의 병사들에게 쏟아지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무방비로 폭탄세계를 얻어 맞은 적들은 아비규환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진열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배를 빠르게 회선(回船)한다.”
“알겠습니다!”
땡댕- 땡댕-


가르디오르의 명령에 람베르토는 함내의 종을 울리며 빠르게 배들을 회선시켰고, 선내의 용병단들은 반대편 포대로 달려가 포선을 잡고는 다시금 적을 향해 포를  준비를 했다.


“발사.”
“발사!!”
쿠구구구궁 -!!


다시금 불을 뿜어낸 3척의 전열함은 미쳐 피해를 수습하지 못한 적들에게 다시금 엄청난 폭발과 함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고, 그제야 반군과 올만군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급히 뒤로 물리며 가르디오르의 포격 사정권 안에서 벗어나려 했다.


“맛이 어떠냐? 이 녀석들!!”

언제 밖으로 나온걸까, 갑판 밖으로 몸을 내밀고는 고소하단 듯 주먹을 치켜드는 샤를의 모습이 보였다.


“욘석이!!”
딱!
“아야!  때려요?!”
“선장실에 있으란 단장님 말  들었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샤를의 모습에 람베르토는 머리에 꿀밤 하나를 먹여주고는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녀석의 팔을 잡아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2번함과 3번함은 그대로 적을 견제하고, 1번함은 선내의 박격포를 항구에 내린다.”
“알겠습니다.”

그의 지시에 함대 대열에서 이탈한 1번함은 테르디네 항에 정박하기 위해 항구로 다가갔고, 테르디네 병사들은 작은 유도선을 띄우며 그의 전열함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게 도우기 시작했다.

드르륵 - 쿠웅 -!
“빨리 빨리 움직여라!!”

배가 정박한 것도 잠시, 람베르토는 시간이 없단 듯 단원들에게 우뢰와 같은 음성으로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은 무거운 나무틀에 고정된 조리용 솥단지와 같이 생긴 4인치 박격포를 선내 창고에서 꺼내 올려선, 항구 가까이에 있는 공터로 2인 1조씩 지고 나르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어서오십시오, 테르디네 항구를 관리하는 테르디네 지방군 소속 메블라나 소위입니다. 베르니아의 흑사자를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작은?”

가르디오르의 물음에 메블라나 소위는 저 멀리 보이는 요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요새에 계십니다.”
“자작께 알려라, 곧 포격이 시작되니 성벽에서 물러나라고.”
“예..?”

성벽에서 떨어지라는 가르디오르의 말에 메블라나가 의아한 듯 쳐다보자, 그는 마력탄이 아닌 묵직한 쇠탄을 소위에게 던지며 말했다.


“파편은 사람을 안 가리거든.”



* * *


다그닥 다그닥 -
“샤벨리아님, 너무 급하신거 아닙니까?”

뤼헬은 빠르게 말을 몰아 달리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걱정스레 물었다.

“지금 뭘 따질 때가 아니야!”


테르디네 항을 이렇게 빨리 공격할 줄은 몰랐다. 어제의 전초전으로 부대를 수습하는 것만으로 하루를 모두 소비할 만큼 프러겔 군은 지금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반군에게서 다시 탈환한 하스코브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조차 일이었기에 테르디네 항은 프러겔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토르디에르 대부분을 점령한 반군은 올만의 지원병과 함께 숨 돌릴 틈도 없이 우리의 목을 죄어 왔다.


매 분 매 초가 급박했기에, 나는 아직 편성이 끝나지 않은 보병대신 시장에서 여자들과 노닥거리고 있던 뤼헬을 잡아다 이렇게 급히 테르디네로 향하고 있던 것이었다.

“샤벨리아님, 항구가 보입니다.”
“이대로 돌파해 항구로 들어간다.”
“예?! 이대로 말입니까?”

뤼헬은 제정신이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손가락을 튕겨 스파크를 일으키며 말했다.


“돌파 못하기만 해봐, 네 소중한 방울이들 그대로 튀겨 알탕으로 만들어 주겠어.”
“히익..”

내 말에 녀석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단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부대원들을 향해 손 휘파람을 강하게 불어 올렸다.

삐이이익 -
두두두두두 -


그러자 그의 카블로보츠 후사르들은 자연스레 다이아몬드 모양의 능형진을 만들더니, 말의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프러겔 군이다!!”
“늦었어.”

우리를 뒤늦게 발견한 반군의 보병들이 급히 대열을 돌려 우리를 저지하려 했지만, 가속이 붙은 우리를 막으려면 어설픈 방진으론 어림도 없었다. 더구나 훈련도가 떨어지는 반군의 대열따윈 우스울 뿐이었다.

슈우우웅 -
“응..?”


그 때였다.  멀리 테르디네 항에서 검무튀튀한 쇳덩어리들이 일제히 쏘아져 높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일반 마력탄보다 느린 그것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때,  날아오르는 포탄의 정체를 눈치채고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 유산탄이다! 말머리를 돌려 선회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삐이이익 -

 명령에 뤼헬은 다급히 휘파람을 신호를 보냈고, 카블로보츠의 후사르들은 갑작스런 선회명령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히 말머리를 돌리며 다시금 적들에게서 떨어졌고, 잠시  엄청난 폭발과 함께 포탄내에 있던 작은탄약들이 강철비와 같이 반군과 올만군 머리 위로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퍼버버버벅 -
“아아아악!!”
“끄아아악!!”


엄청난 살상력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의 폭발로 난사가 된 탄약들은 적을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그것이 끝이 아닌지 테르디네 항에서 제2파로 보이는 엄청난 포탄들이 하늘을 덮으며 떠올랐다.

“제대로 미친놈을 데려왔구나.”

나는 무자비하게 포탄을 쏘아 올리는 포술에 아군임에도 질린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수 없었다.

퍼버버버벅 -

정말이지 엄청난 사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곡사라니, 반군과 올만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유산탄 공격에 결국 후퇴신호를 내릴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급하게 온 보람도 없이 우리는 평화롭게 테르디네 항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파디샤 오마르 에페르디 자작입니다.”

짙은 갈색 머리에 연두색 눈동자를 한 자작은 정중히 인사를 하며 나와 기병대를 맞이했고, 나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 인사했다.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입니다.”
“오오.. 구원군이 다른 분도 아닌 왕국 제일의 검이 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응당 도우러 와야죠.”


무사한 테르디네 항의 모습에 한시름 놓은  아까의 미친 포술을 보여준 인물이 궁금하지 않을  없었다.


“근데 아까 포격은 누구입니까?”
“샤벨리아님도 아실텐데요, 베르니아 공국의 가르디오르 경입니다.”

페르티안이 고용한 용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처럼 화력에 미친놈은 처음이었다. 나는 자작의 안내를 받아 아까의 포격을 쏘아올린 박격포 들이 놓여져 있는 공터에 도착할  있었다.

‘이걸로 쐈다고..?’

투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확실히 이정도의 박격포라면 반군과 올만군이 패닉에 빠질만도 했다. 작은 항구라 생각하고 변변한 중포 하나 가지고 오지 않은 녀석들에게 쉴틈없이 떨어지는 포격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이니까 말이다.

“람베르토! 칼을 달라고요!!”
“이 녀석아! 그걸로도 충분히 감자 깎을 수 있어!!”
“응..?”

익숙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기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잘못들었나 눈을 껌벅이며 소리가 나는 곳을 본 순간 나는 머리털이 쭈뼛 서며 눈이 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칼이에요?! 스푼이지!!”
“쪼그만한 게 벌써부터 칼을 찾아?! 스푼부터 마스터하고 올라와!”

식사준비를 하는걸까? 십여명의 용병들 속에서 투닥거리며 감자를 깎고 있는 샤를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손 아프다구요! 이걸로 어느 세월에 깎아요?! 봐봐요, 또 감자를 떨어..”

굴러 떨어진 감자를 집으러 몸을 돌리는 샤를에게 나는 친절히 감자를 집어주며 물었다.

“너, 여기서 뭐해?”
“히에에엑!!!”
“뭐.. 뭐야?! 뭔데?!!”

경기를 일으키며 놀라는 샤를의 비명에 람베르토는 감자를 깎던 손을 멈추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이윽고 화사하게 웃으며 감자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 누나..”
“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을 텐데? 그치?”


 말과 함께  튼실한 감자를 그대로 뭉개 부셔버렸고, 주위에 있던 용병들은 내 괴력에 놀라며 눈을 껌벅였다.


“그.. 그게 있지..”
“우리 샤를, 누나한테 안 맞은지 좀 됐지?”
“히이익!! 사.. 살려줘!!”
“일루와!!”


녀석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샤벨검집을 쥐고는 그런 녀석을 잡으러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리조리 도망치던 녀석은 해변가에서 태평히 책을 읽고 있던 거무죽죽한 녀석에게 달려가서는 뒤에 숨어버렸다.


“어쭈?  와?”
“싫어! 가면 때릴 거잖아?!”
“...”

검은 머리의 남자는 나와 샤를 사이에서 ‘뭐지?’란 표정으로 번갈아 쳐다보는가 싶더니, 씩씩 거리며 샤를 잡으려는 나를 본 순간, 일순 우뚝 멈추며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 새끼..’

마치 돌덩어리가 되어버리는 마법에 걸린  마냥  하나 깜박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던 녀석은 예의 진지한 표정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것도 너무도 뻔뻔하게 소름끼치는 말을 하며 말이었다.


“사랑합니다, 시뇨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