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31/67)


  • 〈 31화 〉31.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 31.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






    “일루와, 이 녀석!!”


    람베르토에게 붙잡힌 샤를은 가르디오르가 있는 선장실로 끌려갔다. 도망치려 발버둥을 쳐보지만, 사방이 바다인 이곳에서 도망칠 곳도 없거니와, 전투와 바닷일로 다져진 람베르토의 억센 팔 힘을 뿌리칠 수조차 없었다.


    “선내 숨어든 쥐새끼 하나를 잡아 왔습니다.”


    선장실에 앉아 조용히 독서를 하던 가르디오르는 람베르토의 손에 잡혀 버둥거리는 샤를를 보고는 책을 덮어 그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어리군.”
    “어린 놈이 아주 성질이 지랄맞습니다. 어떡할까요?”
    “놔!! 난 니들하고 같은 편이라고!!”

    샤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가르디오르는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니들 올만하고 싸우러 가는 거잖아?! 안그래?!”
    “흐음.. 그건 어떻게 알았지?”


    자신의 용병단이 올만과의 전투를 위해 간다는  기밀 중에 기밀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용병단 중에 콕 찝어 자신들의 의뢰를 안다는 것은 꽤나 미심쩍은 것이기에 샤를를 바라보는 가르디오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그건..”

    샤를은 순간 바뀐 분위기에 움찔하며 눈치를 보았고, 가르디오르는 람베르토에게 눈짓을 하며 선장실 문을 잠가버리게 했다.

    “말해, 어떻게 우리의 일을 알고 있지?”


    번화가에서 눈칫밥만 십여년 가까이 먹고선 그였다. 자신의 경험으로 보건데 여기서 말을 잘못하다간 그대로 죽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하.. 항구 관리인한테 드.. 들었지!”
    “항구 관리인이?”
    “그래! 항구 관리인이 이 배가 토르디에르로 가는 배라고 했어!!”
    딸깍.
    ‘..!’

    샤를의 말에 가르디오르는 허리춤에 있던 플린트 락 권총을 꺼내더니 그대로 장전해 그의 머리에 겨누며 말했다.

    “지금부터 말 잘하는 게 좋을거야, 꼬마야. 나는 어린애라고 해서 봐주고 그러진 않으니까.”
    “꿀꺽..”

    살기어린 그의 눈빛에 샤를은 마른 침을 삼켰고, 가르디오르는 샤를과 눈높이 맞춰 한  무릎을 꿇고는 물었다.

    “네 말대로 항구 관리인은 우리의 입항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누설한단 건 반역죄에 버금가는 엄청난 중죄라는 것도 알고 있지.
    “...”
    “그런데 그것을 감안하고 너한테 말했다? 그건, 네가 평범한 꼬마가 아니란 거지.”
    스윽.
    “윽..!”


    가르디오르는 총구를 샤를의 관자놀이에 눌러 겨누며 어서 정체를 밝히란 듯 차가운 눈빛과 함께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말해. 단, 그냥 꼬마라 말한다면 난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길거다.”

    진짜 그럴  같은 그의 태도에 샤를은 다리를 떨며, 자신의 바지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이.. 이거를 보.. 보여줬어.”
    “응? 반지..?”


    고급스럽게 세공된 반지 하나가 샤를의 손에 들려 있자, 가르디오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가 건넨 반지를 살펴보았다.


    “귀족가 문양같긴 한데.. 흠.. 람베르토, 혹시 이게 누구의 문양인지 아나?”
    “흐음.. 저도 처음 보는 문양입니다만..”

    처음엔 태양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것인 햇살이 아닌 번개줄기처럼 응집되어 터져나가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고풍스럽게 무늬가 그려진 반지 중앙에는 밀이 왕관을 그리듯 둥근 모양으로 거친 번개를 감싸고 있었다.

    “누구의 거지?”

    가르디오르의 물음에 샤를은 꽤나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당차게 말했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 폰 퓌러슈타트.”



    * * *


    파바바방 -
    티디디딩 -
    “준작을 보호해라!!”

    토르디에르에 진입한 순간부터 이곳이 프러겔의 영토인지, 아님 올만의 영지인지 모를 만큼 원정군은 토르디에르 민병대의 게릴라 공격을 받고 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화려한 푸른 제복을 입은 황금의 샤벨리아가 샤벨로 탄환들을 모두 튕겨내며 페르티안을 자신의 뒤로 당겼다.

    “발사!!”
    파바바방 -
    “아아악!!”

    리니의 빠른 대처 덕분일까, 빠르게 달려온 근위대가 페르티안과 샤벨리아 앞으로 두터운 벽을 만들어 그들을 보호하더니, 빠른 장전과 함께 민병대를 정확하게 맞춰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대열이 늘어졌다!! 선두에 전령을 보내 후작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해!!”


    빌어먹을 영감, 민병대의 유인에 걸려 본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적이 점령하고 있는 영지 깊숙이 들어가 버리고  것이었다.


    “큰일났습니다! 올만의 바르기르 창기병 5천과 실라자르 경기병 5천이 토르디에르 독립파군 일만과 합세해 후작과 저희의 중간을 끊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우 진짜!! 할배 있다 보기만 해봐!! 페리츠!!”
    “네!!”
    “6파운드 기마포  문 있어?”
    “20문 정도 있습니다.”
    “다 쓸어가지고 와! 여기서 할배와 끊기면, 우린 그냥 끝이야!!”
    “알겠습니다!!”

    어서 중간 통로를 연결해야 했다. 자칫 사령관이 적의 손에 잡히거나 죽는다면, 군의 사기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었다. 기세가 절반인 지금의 전쟁에서 군의 사기는 중요했다.

    “뤼헬!!”
    “네, 샤벨리아님!!”
    “네 입으로 카블로보츠의 기병대가 대륙 최고라 했지.”
    “물론입니다.”
    “가서 올만 놈들에게 보여줘! 전장에서 말 타는  뭔지 말이야.”

    내 명령에 뤼헬은 씨익 웃고는, 샤벨을 뽑아 내게 경의를 표하더니 살벌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기대에 상응하는 전과를 선보이죠.”

    그 말과 함께 모자를 벗어  녀석이 자신의 부대원들을 향해 허공으로 휘저으며 신호를 보내자, 카블로보츠 후사르들은 일사분란하게 말을 몰아 우리들의 측면으로 돌격해 오는 바르기르 창기병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발슈테인, 폰!”
    “네, 샤벨리아님!”
    “길게 늘어진 보병들에게 신호를 보내! 방진을 짜고 보급대를 보호하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예비대로 빼둔 4개 중대를 줄 테니, 각자 위급한 곳을 지원해 밀어내!!”
    “분부대로!”

    토르디에르는 암석과 붉은 점토가 많은 지역이었다. 게다가 개활지가 많은 이런 곳에서 자칫 적의 기병공격에 휘둘린다면, 길어진 진열이 각개격파 당해 궤멸을 당할 우려도 있었다.

    “헤인리!!”
    “네, 샤벨리아님!”
    “저기,  달려오는 새끼들 보여?”
    “보입니다.”
    “저 쪽 언덕으로 경보병들을 배치해 저 새끼들 머리 위로 총탄 날려서 못 오게 해!”
    “알겠습니다.”

    바르기르 창기병은 뤼헬이 맡는다 지만, 다른 한 쪽에서 기세 좋게 달려오는 실라자르 경기병은 헤인리의 유격대가 저지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샤벨리아.”
    “넌,  뒤에 있어!! 여기서 너마저 쓰러지면 큰일이니까!!”


    나는 페르티안을 말 아래로 내리게 한 뒤 리니에게 데려가서는 말했다.


    “여기 모두가 뒤지더라도, 페르티안을 지켜! 사령관이 실종된 지금 참모마저 쓰러지면 우린 끝이야!”
    “맡겨만 주십시오!”

    리니의 말에 난 믿는단  어깨를 툭 치고는  멀리 급하게 기마포 부대를 이끌고 오는 페리츠에게 말을 몰아 달려갔다.


    “다 쓸어왔어?”
    “헥헥.. 네, 근데 24파운드 포말고 기마포라뇨?”
    “이 난리에 그런 큰 포를  수 있을거 같아?! 애들 데리고 따라와!!”


    나는 쉴틈이 없단 듯 말을 몰아 몰트겐 후작과 끊어진 선두부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스릉!
    “공격!! 토르디에르의 고혈을 빨아먹는 프러겔의 압제자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와아아아!!”


    올만 성국의 무기지원을 받았는지, 프러겔 표준 플린트 락이 아닌 올만 성국의 플린트 락, ‘자만다르’를  토르디에르 독립파 민병대들이 착검이 된 총을 쥐고는 쇄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놈들!!”
    콰지지직 -

    나는 샤벨을 빼들어 검신 위로 뇌전을 터트리며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던 아군 보병들 앞으로 뛰어올라 착지하고는 그대로 기운을 방출에 전방에서 달려오는 적들에게 위력적인 황금빛 뇌전을 선물해 주었다.

    번쩍 -!!
    콰과과광 -!!!

    괴력적인 뇌전줄기들은 그대로 민병대의 중앙을 관통했고, 생전 처음 본 위력적인 마력에 적은 패닉에 빠지며 소리를 질렀다.


    “괴.. 괴물이다!!”
    “아아악!!  다리!!”


    아슬아슬하게 적의 기세를 꺾은 난, 위축되어 우왕좌왕하는 아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근처 언덕으로 올라가 샤벨을 높이 치켜 들어올리고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마력을 증폭해 외쳤다.


    “신성 프러겔 왕국, 제1성 샤벨리아가 여기있다!! 모두 겁먹지 마라!!”
    “샤.. 샤벨리아 님이야!”
    “섬광의 여신이 오셨다!!”

    후퇴할까 망설이던 많은 보병들과 통솔권이 무너져 애를 먹던 초급장교들은 내 등장에 반색을 하며 기뻐했고, 나는 사기진작을 위해 검신 위로 화려한 황금빛 스파크를 터트리며 외쳤다.


    “우리는 승리한다! 이 샤벨리아가 너희들의 선두에 설것이다!!”
    “와아아아!!”
    “연대기를 들어라!  어리석은 놈들에게 프러겔 군의 위용을 보이자!!”
    “샤벨리아 만세! 여왕폐하 만세!!”


    두려움이 용기로 바뀐다면, 그만큼 좋은 호재는 없었다. 나는 진형이 무너진 민병대를 향해 화려한 뇌섬 줄기를 터트리며 주저없이 돌진했고, 사기가 오른 아군 전열보병들도 그런 내 모습에 착검이 된 플린트 락을 쥐고는 나를 따라 맹렬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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