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29/67)


  • 〈 29화 〉29.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29. 신성 프러겔의 이름으로 ]





    “꺄아아악!!”
    “파.. 팔이..”

    폭탄 테러를 당한 번화가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나도 순간 마력을 방출하지 않았다면, 폭발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터였다.

    “샤링, 괜찮아요?!”


    하지만, 엄청난 결계를 펼치며 번화가 한쪽을 폭발로부터 지켜낸 플로헤타의 모습을 보자니, 내 마력은 필요 없었을 듯 싶었다.


    “난 괜찮아, 샤를 넌 어디 다친데 없어?!”
    “으.. 응.. 아! 얘들!!”

    폭발로부터 무사했던 샤를은 순간 동생들이 생각났는지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번화가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폭발이 있을까 우려스러웠던  녀석의 팔목을 잡고는 잡아 당겼다.

    “어딜 가?!”
    “놔!! 얘들이 저기에 있단 말이야!!”
    “안 돼! 지금 갔다가 또 뭔 일이 있으려고!!”
    “놓으라고!! 얘들한테 가야 돼!!”

    이성을 잃은 녀석의 모습에 안 되겠다 생각한 나는 살짝 기운을 담아 녀석의 몸에 마력을 넣었고, 갑작스런 마력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울며불며 폭발현장으로 가려던 샤를의 눈이 스르륵 감기는가 싶더니 기절하며  쓰러져 버렸다.

    “제가 한  갔다 와 보죠.”
    “응.. 부탁할게.”

    밀로의 말에 고맙단 듯 고개를 끄덕인 난, 기절한 샤를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크리스티네 대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삼백년만에 적의 기습을 받은 경고의 종소리를 말이었다.

    다그닥, 히이잉 -


    “마들린, 이 애 좀 부탁할게!”
    “샤.. 샤벨리아님?!”


    긴급 상황이었다. 모든 귀족들은 왕성으로 들어오라는 여왕의 엄명이 떨어졌다. 나는 기절한 샤를을 마중나온 마들린에게 맡기고는 황급히 저택으로 달려갔다.

    알  없는 적의 습격에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아 검은 연기가 보이는 번화가를 바라보며 난 서둘러 군복을 갈아입고는 굳은 얼굴로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샤벨리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 어서가자.”

    왕성으로부터 전갈을 받은 페르티안 또한 평상복이 아닌 제복차림으로 저택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페르티안과 함께 마차로 향하던 중 어느새 군복을 갈아입고는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리니와 그의 부대원들을 발견할  있었다.

    ‘저 등신들..’


    어느새 미운정이라도 들어 버린 걸까? 바보스러울 정도로 완고한 녀석들의 모습에 졌다는 듯 작게 웃음을 흘린 난, 페르티안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리니에게 다가갔다.


    “리니.”
    “네, 샤벨리아님.”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너, 이게 마지막 기회야.”
    “후회라뇨?! 이 두 눈에 흙이 들어간다 해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안 그렇냐?! 얘들아?!!”
    “맞습니다!!”


    정말 바보같은 사내들이었다. 내 어디가 좋다고 이렇게 목숨까지 내놓는단 말인가? 나는 리니와 녀석들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알겠단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좋아, 특별히 너희들을  샤벨리아님의 친위대로 써주지.”
    “오오..”


    녀석들은 드디어 자신들이 친위대로 인정받았단 사실에 술렁이며 좋아했고, 리니 또한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아주 가관이었다.


    “그럼, 친위대로써의 첫번째 명령이다, 모두 환복 후 편히 쉬고 있도록.”
    “알겠습.. 예..?”


    우렁차게 대답을 하던 리니와 부대원들은 그게 무슨 소리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리니의 볼을 꼬집어 당기며 말했다.

    “아직 뭘 할지 결정도  났는데, 이렇게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우루루 모여 있으면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화아지마안..(하지만)”
    “뭘 하지만이야?! 빨리  안 갈아입어?! 니들이 궁에 가?!!”


    나는 리니의 엉덩이를 차주며 어서 부대원들을 데리고 들어가란  내쫓았고, 녀석과 부대원들은 자신들의 충정을 몰라준다 투덜거리며 저택 뒤 자신들의 야영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쁜 것도 잠시,  이윽고 뒤에서 들려오는 녀석들의 바보같은 말에 부들부들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대장, 나 볼  번만 만져보면 안돼요?”
    “어허!! 아직 샤벨리아 님의 온기가 안 사라졌거늘! 순번을 기다려, 순번을!!”
    “치사하다!! 혼자만 샤벨리아님과 스킨쉽을 하다니!! 그럼 엉덩이라도..”
    ‘이.. 이 새끼들을 진짜..’


    * * *





    한편, 적의 기습 이후 궁성안은 굉장히 어수선했다. 페르티안과 함께 궁성복도를 지나는 와중에도 이번 테러로 웅성거리며 불안해하는 시종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대회의실에 모인 귀족들조차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와 함께  다른 공격이 이어지는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타앙 – 타앙 -
    “정숙!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신성 프러겔 왕국, 에스테리아 폰 요제파 여왕폐하 이십니다!!”

    시종의 알림과 함께 여왕은 꽤나 심기 불편한 얼굴로 대회의장에 입실해서는 단상 중앙에 있는 왕좌에 앉았다.


    “여왕 폐하를 뵙습니다.”

    귀족들은 일제히 그녀를 향해 예를 표했고, 여왕은 일어나란  손을 들어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엘렌 공,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군지 알아냈습니까?”


    군부의 책임자인 엘렌 백작은 여왕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토르디에르 독립파 소행인 것 같습니다.”


    토르디에르, 프러겔 남부 올만 성국과 인접한 지역으로 인종은 프러겔 인들과 같지만, 문제는 그들의 종교가 올만 성국의 국교인 아슬란교인 것이 문제였다.

    십여년 전 남부전쟁에서  승리를  프러겔은 올만 성국으로부터 헤르미안 절반과 토르디에르 전체를 할양받았고, 이곳에서 나는 질 좋은 철광석과 초석(硝石)은 왕국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원이었다.


    특히나 화약의 재료 중 중요한 초석은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었고, 제국과의 전쟁 중인  시기엔  가치는 더욱 중요했다.

    쿵 -
    “급보입니다!!”

    순간 대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시종 하나가 여왕에게 달려왔다.

    “뭐냐?!”
    “오.. 올만 성국의 10만 대군이 국경을 넘어 토르디에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

    하켄 제국의 배가 되는 동방의 대제국 올만 성국은 광활한 영토와 함께 엄청난 인구를 자랑하는 국가였다. 다만 다행스러운건, 과거 프러겔과 하켄, 서부 여러 왕국들을 위협했던 강대함은  풀 꺾인 채 내부적인 권력다툼으로 약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올만 성국이 무슨 이유에선지 엄청난 병사들을 이끌고 침입해 온 것이었다.

    “독립분자들의 폭탄 테러에 올만 성국의 침입이라..”

    여왕은 골치가 아프게 됐단  머리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토르디에르는 왕국의 중요 자원지에요.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곳을 지켜내야 합니다! 엘렌 공, 공은 누굴 보냈으면 좋겠소?”


    그녀의 물음에 엘렌 공은 이미 생각해 두었단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총사령관에 몰트겐 후작을 참모로는 페르티안 준작이 맞다 생각합니다.”
    “흐음..”

    엘렌 백작의 추천에 여왕은 일리가 있단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편에 서있던 날 바라보았다.

    “제1성인 샤벨리아가 간다면,  올만의 광신도 놈들도 우리 프러겔의 매서움을 뼛속 깊이 새기겠네요.”
    ‘엄청난 기대감이네..’

    나는 그런 여왕의 말에 삐질 땀을 흘렸고, 사령관으로 추천받은 몰트겐 할배는 지난번의 패배를 설욕하겠단 표정과 함께 앞으로 나가서는 그녀에게 말했다.


    “신 몰트겐, 폐하와 왕국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바치겠나이다!!”
    ‘저 다혈질 할배, 괜찮겠지..?’

    성급하긴 해도 프러겔 귀족  가장 용감하고 호전적인 그의 성격을 보자면, 엘렌 백작의 추천도 이해는 됐다. 아마 급발진 하는 후작의 브레이크로 페르티안을 넣은 것으로 보면 백작도 꽤나 고민이 컸을 터였다.


    “좋소, 몰트겐. 내 경에게 군 7만을 주겠소. 꼭 승전보를 가져다 주길 바라오.”
    “맡겨만 주십시오! 폐하의  한 치도 올만 광신도들에게 넘겨주지 않겠습니다!!”


    토르디에르에 대한 출정일은 내일 오전 6시, 각지에서 징발된 군대가 왕도로 모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대회의실에 있었던 궁성회의가 파해지고 크고 작은 조율을 위해 남아있던 그 때, 엘렌 백작과 몰트겐 후작에게 다가간 페르티안이 한가지 청했다.

    “백작님.”
    “오, 준작.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다른게 아니라 용병 몇을 고용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용병이란 말에 수염을 움찔거린 몰트겐은 그게 가당키나 하냔 듯 소리를 높이며 페르티안을 꾸짖기 시작했다.

    “용병이라뇨?! 준작! 지금 그게 프러겔 귀족으로써 할 말입니까?! 그런 정신머리로 제대로 싸움이나 하겠소?!”
    ‘저 할배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페르티안을 무슨 손자 잡듯 무시하는 할배의 태도에 울컥해 그의 앞으로 걸어와서는 말했다.


    “정신머리? 암, 있어야지. 그래서 똥을 그리 싸놓고 도망갔구나. 그치?”
    “뭐.. 뭐라?!”
    “아주 빅 똥을 싸주셔서 그거 닦느라 꽤 힘들었습니다만. 안 그래?”
    “하하..”

    내 물음에 페르티안은 ‘샤벨리아 제발’이란 표정으로 나처한 웃음을 흘렸지만, 난 절대 내 새끼를 남한테 구박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이..”
    “이 뭐요?  마스터인 페르티안은 당신보다 아래일지 모르지만, 제1성인 난 당신보다 직급은 상관일텐데?”
    “크윽..”


    프러겔 귀족들이 내게 내려진 제1성의 호칭에 예민했던 것은 단순한 예식용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제1성이란 건 공작과도 같은 서열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씰이지만 공식석상에서는 내가 아직 공작으로 즉위하지 않은 엘렌 백작보다도 상관이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저 다혈질 할배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도 내게 말을 못하는 이유였다.

    “샤벨리아, 그만하면 됐습니다. 몰트겐 후작도 그만 하시지요.”


    엘렌 백작의 말에 몰트겐과 나는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돌렸고, 우리 둘의 싸움을 멈춘 백작은 페르티안의 제안에 그리 문제가  건 없단 듯 물었다.

    “대체 어떤 용병들이 필요하기에 그런겁니까?”


    겨우 진정된 분위기에 페르티안은 전부터 생각해 두었단 인물있단 듯 그에게 말했다. 마치 이번 전쟁에 꼭 필요하단 듯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말이었다.

    “포술의 대가인 주세페 가르디오르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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