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20.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20/67)


  • 〈 20화 〉20.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20.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보고입니다, 블뤼힐 백작과 카트브라 남작이 후방 예비대를 이끌고 본대에 합류했습니다.”
    “좋다, 블뤼힐에게 그대로 적의 우익을 밀어 붙이라고 전해라.”
    “옛.”


    화려한 뇌전 줄기와 함께 샤벨을 휘두르는 샤벨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던 마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강한 전술도 전략을 이길 순 없다.”

    특별한 씰, 평범한 아이들 가운데서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기특한 아이였다. 지금은 적이지만, 어느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그레조우.”
    “네, 마스터.”
    “엘리트 씰  명을 주겠다, 아군이 언덕을 점령할 동안 그녀의 발을 묶어라.   있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그레조우는 마벨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 도열해 있던 엘리트 병사들에게 손짓을 하며 샤벨리아가 있는 언덕으로 쇄도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저렇게 디자인했던 씰이 있던가..?”

    아무리 시제품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모를 디자인은 없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씰이야 널리고 널렸다지만, 그녀의 외모는 특별했다. 마치 누군가 시제품 속에 몰래 숨겨 넣은 수제품이랄까.


    “설마, 그 분이..”

    순간 누군가를 떠올린 마벨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재밌단 눈빛으로 화려하게 움직이는 샤벨리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세상  살고 볼 일이군, 그 조용한 분께서 저런 씰을 만들었을 줄이야.”




    * * *


    파바바바방 -

    마벨은 일격에 모든 것을 끝낼 생각인지 엄청난 수의 전열보병들을 언덕위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본대에 합류한 털보 리니가 임무 때문에 잠시 전장을 이탈한 폰을 대신해 전열보병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착검해라, 착검!!  녀석들이 밀려 올 거다!!”

    후속 총탄을 장전할 틈도 없이 발포 속에서도 살아남은 제국의 전열보병들은 총검이 장착된 자신의 플린트 락을 쥐고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돌격명령에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프러겔 군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채쟁 – 콰곽 - !


    언덕을 두고 양 쪽의 군대는 치열한 백병전이 일어났고, 나 또한 그 속에 말려들어 있었다.

    피유우웅 -
    “응..?”
    슈슈슈슈 -!


    엄청난 양의 마력탄이 하늘에서 소나기와 같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칫.."
    채재재쟁 -

    너무도 광범위하게 떨어지는 공격에 난 피할틈도 없이 샤벨을 빠르게 휘두르며 녀석의 마력탄을 주변으로 흘려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콰과광 -
    “끄아아악!!”
    '..!'
    ‘이 녀석.. 아군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건가..?’


    자신이 쏜 마력탄에 아군의 전열보병들이 상처를 입으며 쓰러지는데도 마력탄 공격은 멈추기는커녕 더욱 독하게 날 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지직 -
    “숨어 있지 말고 나와!!”
    번쩍 -!!

    공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샤벨을 비틀어 그대로 뇌전을 날리자, 아까의 핑크색 머리가 놀랐단 표정과 함께 내 뇌전을 하늘 위로 튕기며 땅에 착지했다.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군, 단장과 단원들이 고전할만 해.”
    “그걸 아는 놈이 혼자와? 너도 땅에 키스하고 싶은가 보지?”
    “훗..”


    내 말에 녀석은 미소와 함께 손을 옆으로 펼치더니, 자신과 닮은 분신들을 생성시켰다. 그리곤 분신 하나하나가 엄청난 마력을 터트리며, 단순한 분신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벨 후작 휘하 11기사단, 환상(幻像)의 그레조우가 네 상대다. 각오!”
    파밧 -
    ‘..!’

    녀석의 그 말과 끝남과 동시에 사라져서는 자신의 분신 틈으로 사라졌고, 녀석은 오직 나만 목적인 듯 집요하게 따라 붙으며 괴랄한 마력탄을 폭격하듯 쏟아 붙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
    ‘생긴 것과 달리 상당히 터프한 놈이네!’
    시이잉 -!
    ‘응..?!’


    녀석의 폭격을 피해 언덕을 가로지르던 그 때였다. 검은 연기 속에서 날카로운 샤벨을  미소녀 두 명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쇄도해 들어왔다.

    ‘엘리트..?!’
    채쟁 -!!

    재빨리 샤벨을 들어 그녀들의 검을 튕겨내던 그 때, 그들 뒤에서 쏘아지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식이..!'


    야비한 녀석의 술수에 어금니를 깨문 난 엘리트 씰  하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는 내게 잡아당겼다.


    콰아앙 -!!
    투둑.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떨어지는 마력탄 하나가 그녀의 뒤로 직격했고, 난 마나하트가 금이간 엘리트 병을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

    “정말이지 더럽게 싸우는구나.. 하지만 이딴 걸로 날 쓰러트릴 수 있다 생각한다면, 포기하는 게 좋아.”


    그러자 녀석은 분신들  속에서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건 네 생각이고.”
    ‘..!’

    대화도 잠시, 폭발연기 속에서 순간 뛰쳐나온 엘리트 씰들은 일순 나를 둘러싸더니 그들의 마나하트를 붉게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콰과과광 -!!!

    나를 중심에 둔 엘리트 병들은 엄청난 마력폭발을 일으키며 자폭을 했고, 난 피할 틈도 없이  폭발에 휘말리고 말았다.

    “커억..”

    쓰리다, 처음 느껴보는 상처의 아픔이었다.


    주륵.

    모두 피했다 생각했지만, 폭발로 쪼개져 날아온 샤벨 조각 하나가 내 옆구리에 박혀 있었다.

    “샤벨리아라고 했던가? 기사도를 바란다면 포기하는 게 좋아. 나도 너처럼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거든 가리지 않거든.”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파지직 -

    녀석의 조롱에 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는 손에  샤벨에 뇌전을 터트리며 말했다.

    “어이 핑크머리, 날..”
    콰지지직!
    “너랑 동급 취급하지마!!”
    파앗-!
    ‘..!’

    녀석이 있는 하늘로 순간적으로 도약한 난, 놀라 쳐다보는 녀석과 분신들 앞으로 동시에 나타나서는 샤벨을 내질러 가슴팍을 꿰뚫어 주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진짜였는지 내 샤벨을 결계와 함께 튕기며 믿을  없단  땅에 착지하며  바라보았다.

    채앵 -!!
    “크윽..! 설마 환영마법도 쓴  말인가?!”

    환영마법? 웃기고 있네. 이건 그냥 속도가 미친 듯이 빠른 거다. 난 녀석의 반대편으로 착지하며 말했다.


    “왜? 놀랐어?”
    “...”
    “또 한 번 늘려봐. 이번에 더 확실히 찔러  테니까.”

    하긴 녀석이 놀랄 만도 했다. 자신처럼 순간 여러 명의 내가 나타난 걸로 보였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지나갔던 잔상들일 뿐, 녀석과 달리  손수 일일이 샤벨을 내지르는 수고를 했다는 건 비밀이었다.

    주르륵.
    “큭..”

    하지만, 격하게 움직인 탓일까? 검 조각에 베어진 내 옆구리 상처가 더욱 벌어졌는지 눈에 띄게 많은 출혈을 일으키며 내 제복을 붉게 만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직 멀은 건가..?’


    얼마나 더 버틸  있을지 모르겠다. 어질거리는 머리와 함께 녀석을 경계하며 다시금 샤벨을 고쳐잡던 그 때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페르티안의 후퇴신호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
    “후퇴해라! 모두 언덕을 포기하고 후퇴해라!!”

    녀석의 후퇴 명령이 이렇게 기쁜 적이 있을까? 나는 아쉽단  샤벨을 거두며 노려보는 그레조우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보자고 핑크 머리.”
    파앗 -
    “어딜 가는..”
    슈우웅 – 콰지지직 -!!!
    “크윽..”

    나는 나를 따라오려는 녀석에게 뇌섬(雷閃)하나를 날려 주고는 후퇴하는 병사들을 따라 언덕 너머로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적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마벨은 그리 될  알았단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프레드릭에게 신호를 보내라. 이제 쓸어 담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다.”
    “알겠습니다.”

    치열하게 싸웠다만, 적은 병력으론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그레조우가 꽤나 훌륭히 샤벨리아를 마크해 준 덕분에 아군의 보병들이 적을 밀어 붙일  있었다. 전쟁이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조합의 결과인 것이다.


    “노력은 가상하다만, 이것이 전략의 차이란 거다.”

    순식간에 언덕을 점령한 아군 전열보병들은 기세를 몰아 이젠 언덕 너머로 패퇴한 프러겔의 패잔병들을 쫓기 시작했다. 패퇴하는 적을 추격하는 것만큼 손쉬운 전투는 없는 법. 그렇게 만족스런 눈빛으로 언덕을 바라보던  때였다.


    쿠구구구궁 -!!
    ‘..!’

    마력탄 하나가 번쩍이며 터져 오르는가 싶더니, 곧이어 맹렬한 포격이 언덕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냐?!”
    “급보입니다!! 적의 포병대가 언덕 뒤에 매복해 아군을 포격하고 있습니다!!”
    ‘언덕 뒤..? 모든 병력을 넣은  아니라고?’


    그렇게 당황하던  때,  다른 전령이 말을 몰고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블뤼힐 백작으로부터 전언입니다! 현재 다수의 프러겔 군이 언덕 아래에서 매복중! 아군의 피해가 지대하다는 전갈입니다!!”
    ‘..!’


    전령의 말에 지팡이를 쥔 그의 손아귀가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신을 기만하다니. 오히려 자만했던건 녀석이 아니라 자신이었단 말인가?

    “페르티안..”

    마벨은 비명과 폭발음이 터져오르는 언덕 반대편을 노려보며 조금씩 자신의 미간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