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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18.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18/67)



〈 18화 〉18.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18.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나를 만들다니? 나는 녀석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여기에  이유도 안단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많은 것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만들었다고?”
“그래.”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물음에 웃음을 흘린 녀석은 지팡이를 들어 내 마나하트를 가리켰다.

“그걸 만든 게 나거든.”
“뭐..?”

풀어 헤쳐진 내 가슴골 위로 들어난 푸른색 보석, 그것은 씰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마나하트이자 인간으로 치자면 심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기관일지도 몰랐다.

팔과 다리는 다시 재생시키면 된다지만, 부서진 마나하트는 다시 합칠  없었으니까. 그렇게 내 마나하트를 가리킨 녀석은 지팡이를 내리며 말했다.


“내 마력으로 창조한 마나하트인데  알아보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
‘이걸.. 녀석이?’

그래서 녀석의 마력에 반응했던 걸까, 하지만 이상했다. 녀석이 내 육체를 만든 창작자라면 난  떨어져 나온 것일까? 나는 여지껏 억눌러왔던 의문점들이 떠올랐다.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표정은 꽤나 놀란 얼굴이군.”


아무리 궁금하다 해도, 녀석의 모든 말을 신용할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을 경계하며 그렇게 묻자 마벨은 부정하지 않겠단 듯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럴  밖에, 넌 제국의 스탠다드 모델이니까.”
“스탠다드..?”
“일정하게 만들어 보급하는 씰이란 얘기지.”

녀석의 말에 놀라던 그 때, 마벨은 다소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더니 말했다.

“하지만, 네가 왜 프러겔 손에 있는 이유는 모르겠군. 분명 내게 종속된 씰이었을 텐데 말이야.”
‘모른다고..?’

제국의 규격품이든 뭐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내가 왜 이곳에 왔고, 하필이면 왜  씰 이냐는 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장 해답을 알 것 같은 녀석이 모른다 하니, 순간 난 맥이 풀리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너도 나에 대해 잘 모른단 거군.”
“그렇게 말이 되나?”

마벨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았고, 더 이상 녀석에게 얻을 정보가 없어진 나는 다시금 샤벨을 고쳐 잡고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널 죽일 순 없어도, 다른 건 되겠지?”
“뭐..?”

그렇게 묻는 순간, 나는 몸을 튕겨선 지면 가까이 몸을 낮춰서는 기운을 응축한 샤벨을 그대로 휘둘러 버렸다.


번쩍 -
‘..!’

녀석의 몸을 벨 수 없다면, 녀석이 타고 있는 말을 죽여 떨어트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위력적인 뇌전이 마벨의 애마를 향해 나아가던 순간, 핑크빛 머리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결계를 생성했다.

"무례한!!"
콰지지직 -!!

막아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막아 줬으면 했으니까. 왜냐하면 어느정도 후퇴한 아군의 모습에 나도 슬슬 발을 뺄 때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어딜 가려는 거지?”
피이잉 -
‘..!’


녀석의 마법인걸까, 엄청난 불길과 함께 거대한 화염벽이 순간 솟구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질척거리는 남자만큼, 매력 없는 거 알지?”
“훗..”

얄미운 미소를 짓는 녀석에게 ‘흥’하며 몸을 돌린 나는 아직 불길이 솟지 않은 곳으로 다시금 빠져 나가려 했지만,  때마다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며 녀석은 내가 이곳을 빠져 나가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래선.. 도망칠  없겠어..’


가로막는 것을 넘어 이젠 점점 조여오는 녀석의 포위망에 초조해진 난, 이대로 가단 정말 잡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 녀석을 일도양단 내고 싶지만, 내 공격이 통하지 않는단 걸 안 이상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렇게 도망갈 길이 없어 난감해 하던 그 때였다.

쿠구궁 -
‘응..?’


멀리서 대포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마력탄 몇 개가 녀석의 화염벽을 뚫고 들어오다 그대로 터지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광 -!!!
“위험합니다, 마스터!!”


꽤나 정교하게 쏘아진 포탄은 마벨과 그의 근위 기병대 중심으로 터져 올랐고, 이에 놀란 핑크 머리는 화염에 더욱 위력적으로 변한 마력탄 폭발을 급히 결계를 펼치며 필사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이때다.’


흐트러진 녀석의 마력을 느낀 난 지체없이 몸을 날려 화염을 뚫었고, 이윽고 저 멀리서 나를 마중나온 헤인리와 그의 경보병대를 볼 수 있었다.

“샤벨리아님이다! 모두 엄호사격해라!!”
파바바바방 -
히이잉 -
“끄아악!!”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폭발소리에 울부짖는 말을 진정시키던 적의 기병대는 헤인리의 경보병대가 쏜 사격에 속절없이 쓰러졌고, 그 사이 무사히 도망친 난 마벨에게 벗어나 헤인리와 합류할 수 있었다.

“페르티안은?”
“준작님은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아까 대포는 누구지? 발슈테인?”
“아뇨, 발슈테인 중위는 임무가 있어 부재중이고, 지금 포병대는 페리츠 소위가 지휘하고 있습니다.”
“오오.. 그 페리츠가? 근데 발슈테인이 임무중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 그게 말이죠..”


* * *


한편, 샤벨리아를 놓친 마벨은 자신을 향해 사격을 가하는 프러겔 예비대를 발견하고는 그레조우에게 말했다.

“부대를 재빨리 재편성한다, 여기서 녀석의 예비대를 꺾는다.”
“예? 적이 얼마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레조우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마벨은 언덕  넓게 도열한 페르티안의 전열보병들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했다.


“라인이 얇다. 지금 녀석들은 허세를 부리는 거다, 단숨해 돌파해 포위한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레조우는 말을 몰아 추격하다 멈춘 제국의 전열보병들을 재정비하기 시작했고, 넓게 포진한 적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마벨은 나직이 프레드릭을 불렀다.


“프레드릭.”
“예, 각하.”
“아직 싸울  있겠나?”


샤벨리아의 공격에 반쯤은 그을려진 그의 흉갑을 바라보며 마벨이 묻자, 프레드릭 씨익 미소를 짓고는 끄떡없단  자신의 흉갑을 두드리며 말했다.


“기병을 재편성해 공격 준비하겠습니다.”
“좋다, 내 근위 기병대를 줄 테니 신호에 맞춰 적 보병대를 가로 질러라.”
“감사합니다, 후작의 기대에 상응하는 전과를 보이겠습니다.”

재편성에 분주한 병사들 앞으로 말을 몰아 나온 마벨은 망원경을 들어 적의 지휘관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밀크 브라운에 하늘색 눈동자. 생각보다 젊은 지휘관이 자신이 있는 곳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가 세타 강의 지휘관인가..?”

놀라운 전략을 기대했건만, 가지고 온 것이 그저 허세일 뿐이라니. 마벨은 자신이 너무 그를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겨우 씰 하나 구하기 위해 성급하게 움직인 그의 병참술 덕분에 이번 승리에 더욱 확신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역시는 역시인가.. 그렇담 이 전투는 내가 가져가주마, 지난 번처럼 기적따윈 바라지 말아야 할거다."




* * *


프러겔 왕국 북쪽에 위치한 공업도시 모쉘은 현재 제국군의 보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예로 부터 철광석과 구리, 니켈, 납이 풍부한 이곳은 주조와 섬유 그리고 무기생산에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군이든 적이든 유용한  곳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고, 지금은 마벨군에게 보급하는 군수품과 병력을 이어주는 경유로이자 보급로로  가치는 말로 이룰 수 없었다.


“일부 경계병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습니다.”
“흐음.. 정말 비어 있었단 말인가?”

페르티안의 계획을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을 정말 군대없이 무방비로 두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발슈테인은 자신이 이끌고 온 경기병대 3천과 함께 평화로운 모쉘의 모습을 언덕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먼 거리를 우회해 타격하라는 페르티안의 명령. 지금 생각하면 정말이지 될까 하는 생각이 더 컸다.

“보급품을 불태울 필요까진 없어요. 적을 후퇴만 시키면 돼요.”
“예? 적의 보급로를 공격하는 게 아닙니까?”
“어차피 기병 3천으론 큰 타격을  순 없어요, 그냥 흔들어만 주세요. 그러면 자연히 마벨은 후퇴할겁니다.”

흔들어 준다라, 그 때는 그 이유를 이해할  없었지만 도시에 산적해 쌓인 보급품을 보니 왜 흔들기만 하라는지 이해가 됐다. 아무리 저것을 불태우고 싶어도 분산되어 산적된 군수품들을 일일이 찾아 불 지를 인력도, 그만한 기름도 현재로선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릉.
“모두 검을 들어라.”


발슈테인이 말고삐를 잡으며 샤벨을 꺼내 들자, 기병대는 샤벨을 뽑으며 그의 뒤에 도열했다. 그렇게 모쉘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그가 도시 한가운데 있던 건물 하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빠르게 치고, 빠르게 빠져 나온다. 도시 중앙에 있는 저 목조건물이 우리의 목표다.”


그렇게 말한 발슈테인은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병사들에게 외쳤다.

“하켄 놈들에게 프러겔의 매서움을 각인 시켜줘라! 얼 헤일 더 퀸!! 얼 헤일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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