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7.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17/67)


  • 〈 17화 〉17.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17.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뭐하는 놈이냐?!”
    “아,  소개가 늦었군. 난 하켄제국 프러겔 방면 침공군 원수, 마벨 폰 브라운슈파이크 볼펜뷔텔 사무엘 후작이다.”
    ‘...!’


     녀석이 적의 머리라고? 나는 녀석의 소개에 내심 놀라지 않을  없었다.

    “사령관인 주제에 겁도 없이 내 앞에 기어나왔군.”
    “훗.. 그러게 말이야, 나도 참 호기심은 못 참는 성격이라.”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그 때, 샤벨을 움켜잡은 난 순간적으로 지면을 박차 튀어나가며 그대로 녀석의 목을 베어 버릴 듯 샤벨을 휘둘렀다.


    “그래? 그럼 이건 네 호기심의 댓가다!”
    “마스터!!”

    순간적으로 나타난  모습에 경악한 핑크빛 머리가 급히 마법을 발동시켜 그를 지키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검은 이미 녀석의 목언저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응..?"

    그렇게 녀석을 베려던 그 때였다. 무슨 술수를 부린듯 검을 쥔 내 손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방향을 틀며 녀석을 빗겨 내려치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지?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닥쳐!"

    어이없게 녀석을 빗겨 베어지는 검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나는 녀석의 말에 발끈하며 다시금 샤벨을 고쳐잡고 녀석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마스터, 위험합니다!"
    스윽.
    ‘..!’

    다시금 쇄도해 들어오는 내 모습에 핑크빛 머리가 녀석의 앞을 가로막으며 결계를 펼치려 하자, 무슨 생각인지 녀석은 자신의 씰을 제지하며 번쩍이는  샤벨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미친놈인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대로 죽어준다면 기울어진 전세정도는 만회하고 남을 월척이었다.

    “아까의 운을 바라는 거라면, 포기하는 게 좋아!!”
    “운? 과연 그럴까?”
    시이잉 -!
    ‘!!!’

    무엇을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걸까, 나는 코웃음과 함께 아까보다 매서운 검격을 일으키며 녀석의 몸을 베려던 그 순간, 아까처럼 녀석을 비키는  손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똑같은 실수를 한다고?


    츠즈즈.


    놀란 나는 급히 몸을 비틀며 스케이팅을 타듯 흙바람과 함께 녀석에게 떨어졌고, 녀석은 그런 나를 조용히 내려다  뿐이었다.

    ‘뭐지..?  녀석..’


    공격을  수 없었다. 마치 녀석 주위에 무언가 둘러싸인 것처럼  녀석을   없었다. 이런 기분 정말 처음이었다.


    “왜,  베겠나?”
    “이 자식..!  술수를 쓴 거야?!!”

    샤벨을 다시금 치켜든 난 녀석을 잡아먹을  으르렁 거렸지만, 녀석의 표정은 고요할 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씰은 인간을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절대 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
    “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내가 어이없단 듯 녀석을 바라보자, 백금발 자식 조용히 손을 들더니 순간적으로 마력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마법.. 사?’

    인간들 중에서도 그 희귀하다는 마법사를 직접 보게  줄이야, 그렇게 멍하니 녀석의 마력을 바라보던 그 때였다. 내 가슴팍에 있던 마나하트가 갑자기 빛을 내며 녀석의 마력에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이게.. 갑자기 왜..?”


    샤벨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점점 빠져 나가는 걸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느끼던 그 때, 녀석이 말했다.

    “네 마나코드를 대라.”
    ‘마나.. 코드..?’


    의아한 표정으로 녀석을 보던  순간, 내 입이  의지를 반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켄 슈테틴 리슬란트 00-1718.”
    ‘입이 멋대로..’
    “흐음.. 슈테틴 리슬란트에서 제작된 씰이 이정도의 힘을 가졌다니.”

    녀석은 흥미롭단 듯 자신의 턱을 쓸어 만지며 날 내려다보았고, 나는 무슨 물건 취급하듯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개자식이.. 어.. 디서.. 개수작이야!!”
    파앙 -!!


    순간 내 몸을 지배했던 녀석의 마력을 떨쳐내며 다시금 샤벨을 움켜잡자, 녀석은 자신의 마력을 스스로 끊은 내 행동에 다시 한 번 놀랐단 듯 옅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는 것이었다.

    “방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지?”
    “훗.. 정말 재밌는 녀석이군.”


     물음에 대답은 커녕 재밌단듯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에 울컥한 난, 순간적으로 뇌전을 일으켜 그대로 녀석을 향해 베어 던져 버렸다.

    “이거나 먹고, 뒈져버려!!”
    비유우우웅 – 번쩍 -!!
    “호오..”

    검은 피했을지 몰라도 순수한 마력인 뇌전만큼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깔끔하게 들어간 공격에 만족스런 미소를 띠던 것도 잠시  녀석을 빗기듯 여러 줄기로 갈라져 떨어지는 뇌전에 경악하지 않을  없었다.


    ‘..!’
    “어떻게..”


    믿을 수 없었다.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마법이라도 있는지 녀석은 상처없이 멀쩡했고, 오히려 놀라는 내가 귀엽단 듯 옅은 미소를 지은 녀석이 말했다.

    “넌, 날 상처 입힐  없어.”
    “뭐라고..?”

    상처 입힐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뜻 일까, 고고히 내려다보는 녀석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두려움.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공포였다.

    “왜냐면..”
    “...”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녀석의 입술에 내  신경이 모아졌다.

    “내가 널 만들었으니까.”
    ‘..!’


    * * *

    몰트겐 후작의 본대와 멀지 않은 곳, 페르티안은 엘렌 백작이  1만의 병력을 이끌고 세르딘 뒤편에 대기하고 있었다.

    “샤벨리아..”


    멀리서 울리는 대포소리와 터져 오르는 플린트 락 소리가 멀리 떨어진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페르티안은 아직은 어색한 말 안장에서 초조한  손을 꼼지락 거리며 몰트겐 후작이 있는 곳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페르티안님, 곧 전령이  겁니다.”
    “그래도..”

    세타  전투의 공로를 인정받아 일계급 특진한 발슈테인 중위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외에도 세타 강에 참전했던 폰 카테, 헤인리, 페리츠도 각각 일계급 특진이 되었고 모두들 페르티안의 요청에 그의 부대로 전속되어 있었다.


    “뭐가 걱정이십니까? 샤벨리아님 정도면 적 전체와 싸워도 끄덕없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럼요, 그냥 마음 푹 놓으십쇼!”

    발슈테인 옆에 있던  카테 중위도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위로하듯 미소와 함께 안심시켜 했지만, 페르티안은 떨어져 있는 그녀가 걱정된단 듯 망부석 마냥 말고삐를 비틀어 쥐었다 놓으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

    “마음에 걸리시면, 저와  부대가 갔다 올까요?”


    세타 강 전투 이후 정규군으로 인정받은 유격대장 헤인리 대위가 플린트 락을 어깨에 기댄 모습으로 페르티안에게 다가왔다.


    “아.. 아니에요, 곧 전령이 온다니 기다리죠.”
    “페르티안님! 정찰을 갔던 전령이 옵니다!!”

    소위로 진급한 페리츠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멀리서 달려오는 전령을 가리켰다. 그러자 페르티안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지더니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말을 몰아 전령에게 다가갔다.


    “페.. 페르티안님!”
    “이런 이런..”

    발슈테인과 폰은 눈에 보일정도로 티가 나는 상관의 마음에 피식 웃으며 그를 따라 말을 몰았고, 멀리서 달려온 전령은 말을 진정시키며 페르티안에게 보고했다.

    히이잉 -
    “급보입니다! 현재 몰트겐 후작각하 부대가 세르딘에서 제국군에게 무너져 후퇴 중입니다!!”
    ‘!!’


    전령의 보고에 페르티안을 비롯한 다른 장교들은 이렇게 빨리 아군이 무너질 줄은 몰랐단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정신을 차린 페르티안이 전령에게 물었다.


    “각하는?”
    “몰트겐 후작께서는 현재 전장을 이탈해 엘렌 백작께서 계신 본대로 후퇴중이십니다.”
    “샤벨리아는? 후작을 경호하던 씰은 어떻게 됐지?”
    “예? 샤벨리아님이시라면, 지금 후작 각하의 후퇴를 돕기 위해 적진에..”


    얼마나 마음이 급한 것일까, 페르티안은 전령의 말에 눈빛이 변하며 자신의 말고삐를 때려 앞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자 그 모습에 놀란 발슈테인이 안경을 고쳐 올리며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히이잉 -
    “멈추십시오!”
    “비켜요! 지금 샤벨리아를 구하지 않으면..”
    “평정심을 되찾으십시오!!”
    “발슈테인!!”
    “당신은 지금 씰 하나의 마스터가 아닙니다! 당신을 따르는 1만의 병사를 생각하십시오!!”


    발슈테인의 외침에 페르티안은 원망스럽단 듯 그를 쳐다보았지만, 발슈테인은 예의 침착한 얼굴로 그런 그의 시선을 받아내었다.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던 것도 잠시, 한 순간 올랐던 혈기가 내려간 것일까, 페르티안은 잡았던 말고삐를 내리며 그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발슈테인, 내가 생각이 짧았네요.”


    발슈테인은 평정심을 되찾은 자신의 상관에 괜찮단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페르티안은 전령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군의 상태는?”
    “선봉대로 나선 7천의 병력은 궤멸되었고, 온전히 후퇴하지 못한 4만여 병력이 아직 적의 추격 범위내 입니다.”

    겨우 우위에 선 병력이었다. 여기서 4만여 병력이 몰살이라도 당했다간, 겨우 지켜낸 세타 강 라인은커녕 수도까지 물러나야 할 판이었다.


    “상황이 안좋군요. 페리츠!”
    “부르셨습니까?!”
    “등 좀 빌려줘요!”
    “네..?”

    페르티안의 부름에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던 페리츠는 등을 빌려달란 페르티안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폰이 씨익 웃으며 그를 뒤돌려 허리를 굽혔다.


    “준비됐습니다.”
    “발슈테인, 지도 좀.”
    “여깄습니다.”
    “저.. 저도 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페리츠, 소위 달더니 네가 간이  밖으로 나왔구나?”
    “아씨.. 나도 장굔데..”

    폰의 협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등을 빌려준 그는 뭐라 하지 못한 채 ‘계급이 깡패지, 깡패’라며 궁시렁 거렸고 페르티안은 페리츠 등위에 펼쳐진 세르딘 지역의 지도를 가리키며 자신의 장교들에게 말했다. 마치 한시도 여유가 없단 듯 다급한 표정으로 말이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때보다 서로의 합이 맞아야 할거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