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15.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채재재재쟁 -
무슨 방어력이란 말인가? 맹렬한 기세로 결계를 두드려보지만, 은발 계집애가 펼친 결계에 작은 흠집하나 내지 못한 채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제길..’
엄청난 방호력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단단한 마법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다행인건 애꾸눈을 막은 덕에 더 이상 아군들이 큰 피해없이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보 마스터가 몰트겐 후작의 군이 붕괴하는 것을 보고 다급히 군을 이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이걸로 만족해야 되나..’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나는 털보 리니에게 소리쳤다.
“부하들을 데리고 후퇴해! 아군이 온다!!”
“알겠습니다!!”
리니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밀려오는 제국의 전열보병들을 견제하며 서서히 병력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하는 짓이 골 때리긴 해도 싸움만큼은 노련한 녀석이었다.
“나도 슬슬 빠져 볼까..”
그렇게 말하며 샤벨을 거두어 뒤로 돌아서려던 그 때였다. 짙은 갈색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푸른 눈의 냉소적인 미녀 하나가 내 옆구리를 향해 푸른 리본이 묶인 렌스와 비슷한 검은 색 창을 내질러 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부우웅 -
“큿..!”
기억난다, 세타 강에서 마르쇼스를 부축해 갔던 그 씰이었다. 허리를 비틀어 겨우 그녀의 창을 피한 나는 뒤로 물러서며 검집에 넣으려 했던 샤벨을 치켜들고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누구냐?!!”
“마벨 후작 휘하 11기사단 소속 호프슈어 중위, 각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인 찌르기와 함께 내게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채챙 – 채재재재쟁 -!!
“벤투스.”
“응..?”
휘이이잉 -
샤벨로 튕기며 그녀의 무식한 창을 막던 그 때였다. 녀석이 작게 무어라 중얼거린 순간, 그녀의 묵직창은 더욱 경쾌해지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내 창끝에 갈라져 터져오는 풍압 하나 하나는 괴랄한 풍날이 되어 내 제복을 날카롭게 찢으며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마.. 마법..?”
속도와 파괴력을 겸비한 적이라니, 나는 사납게 몰아치는 창과 함께 주변을 찢을 듯 베어 버리는 그녀의 기운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자식이!!”
파지직 -
채애앵 -!!
'..!'
녀석의 창을 강하게 받아쳐 올린 나는 순간적으로 검신에 기운을 뭉쳐 하나의 빛이 되어 그녀의 몸을 일도양단 낼 기세로 쏘아져 나갔다.
“감히 날 속도로 이기려 해? 건방진!!”
콰지지직 -
엄청난 황금빛 스파크와 함께 녀석의 몸을 베려던 그 때였다. 그녀의 그림자에서 일순 황금으로 화려하게 세공된 흰색과 검은색의 쌍날검을 쥔 녀석 하나가 튀어나오며 내 샤벨을 가로막더니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리버설.”
피이잉. 번쩍 -
콰지지지직!!
“꺄아아악!!”
내가 쏘아낸 뇌전이 역전이 되어 오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전류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웬 놈이냐?!!”
내 힘을 이용하다니, 나는 기분이 더러워짐을 느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 귀엽게 컷트한 검은색 머리를 만지막 거리며 묘한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싱긋 웃는 것이었다.
“광풍(狂風)이라 불리는 호프슈어를 구석에 몰다니, 너 대단하구나?”
“이 자식이!!”
재수없는 눈웃음에 순간 빠직한 난 샤벨을 고쳐 잡고는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파지직 -
“호오.. 뇌전이라니, 확실히 위협적이긴 하네.”
“어디 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번쩍 -
나는 순간 사라져 버릴 정도로 빠르게 녀석에 쇄도해서는 생글생글 웃는 놈의 목에 샤벨을 내리 꽂아주었다.
채애앵 -!!
‘!!’
“이런 이런, 위험하잖아.”
‘내 공격을 또 막았어..?’
분명 눈에 보이지 않을 터인데 녀석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단 듯 정확히 내 샤벨을 막고는 부드러운 미소와 달리 차가운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네 공격은 눈감고도 막을 수 있어. 언뜻 빨라 보이지만 결국 일직선이거든.”
“뭐라고..?”
씨익.
파슈슛 -
‘..!’
그 때였다. 녀석의 그림자에서 검은 무언가가 꿈틀 거리는가 싶더니 일순 내게 뻗어 나오며 공격하는 것이었다.
채재챙 -!!
‘뭐.. 뭐지..?’
검은 그림자와 같은 그것은 유연한 움직임과 달리 잘 담금질 된 검과 같이 단단하고 그 끝 또한 날카로웠다. 그렇게 쇄도해 뻗어 올라오는 녀석의 공격을 튕겨 걷어낸 나는 다시금 기운을 뭉쳐 녀석에게 튕겨져 나가듯 쇄도해 들어갔다.
“훗.. 아직도 포기 못 한건가? 네 공격은 단순하다고 했을 텐데?”
채애애앵 -!
“크윽..”
“그래? 그 손목이 아작 나도 계속 막을 수 있을까?”
채앵 –!! 채앵 -!! 채앵 -!!
건방진 새끼, 가드가 내려질 수밖에 없도록 그 손목을 아작 내주마. 그렇게 난 샤벨에 힘을 실어 내려치기 시작했고, 녀석은 검격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내리치는 내 괴력에 감당하기 힘들단 듯 뒤로 내빼는가 싶더니 일순 스르륵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졌지..?’
사라진 녀석을 찾으려 두리번 거리던 그 때,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순간적으로 몸을 비튼 난 옆구리를 찔러오는 녀석의 쌍검을 튕기며 물러섰고, 샤벨을 휘둘렀을 때엔 이미 또다시 사라진 뒤였다.
“하하하하! 그래선 날 잡을 수 없다고.”
‘쥐새끼 같은 새끼..’
그렇게 공간에 숨어 집요하게 기습을 하며 사라지는 녀석의 공격에 내 몸엔 어느새 작은 생채기는 늘어가고 있었다.
‘이 새끼를 어떻게 잡는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녀석의 움직임에 곤란해 하던 그 때, 샤벨주위에서 크고 작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오르던 내 미세한 전류 하나를 녀석이 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씨익.
'이 거면..'
녀석을 잡을 수 있단 생각때문일까, 내 입가엔 화려하면서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미소가 걸리며, 떠올린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넌 뒤졌어..'
순간적으로 뇌전을 일으킨 나는 그것을 잘게 쪼게선 얇은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그물 친 모양으로 주위로 빠르게 펼쳐 벌렸다. 그렇게 물고기 잡듯 촘촘히 뇌전 그물을 펼치던 그 때, 미세하지만 이질적인 무언가가 내 기운을 흔들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구나!”
슈우웅 – 콰악!!
‘..!’
망설임없이 샤벨을 집어던진 난 땅에 박힌 내 샤벨을 매개체로 응축해 놓았던 강력한 뇌전을 터트렸다.
“라이트닝(Lightning)!!”
콰지지직 -
“끄아아악!!”
강물에 전기 충격기를 집어넣은 기분일까, 난 양손 가득 무시무시한 뇌전을 일순 터트리며 내게 잡혀 비명을 지르는 녀석에게 쇄도해 달려갔다. 아무래도 몇 대 꽂아주지 않으면, 녀석때문에 뻗쳐 오른 내 성질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단장!!”
부우웅 -
“칫..!”
그렇게 녀석의 면상에 주먹을 내리 꽂으려던 그 때, 포니테일 계집이 거친 풍날과 함께 창을 내질러 나와 녀석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훼방을 놓았다.
‘이 년이..’
기습적인 그녀의 공격에 몸을 비튼 난 얌전히 녀석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손에 응축해 놓았던 뇌전 덩어리 두 개를 그대로 녀석들에게 집어 던져 주었다.
“쉴드.”
피이잉.
콰지지지지직 -
‘..!’
하지만 포니테일 계집 뒤로 내가 날린 뇌전 덩어리가 떨어지려던 순간, 어느새 나타난 은발 계집이 강력한 결계를 펼치며 내 뇌전을 간단히 막아 버리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성가신 것들이군.’
마르쇼스와 같거나 그 이상인 놈들이 세 명이나 더 있다니,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단장이라 불린 녀석을 보건데, 저 녀석이 그 11기사단 단장인가 뭔가 하는 녀석임이 틀림없었다.
“하하.. 설마 기운을 얇게 퍼트려 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포니테일 계집에게 부축당한 녀석은 다친 옆구리를 치유하며 놀랐단 듯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지?”
“샤벨리아.”
“샤벨리아?”
“그래, 그 머리 허여멀건한 놈한테 못 들었어?”
“하하하, 마르쇼스와 꽤나 만난 모양이군?”
“흥, 그 새낀 좀 걍 뒈졌으면 좋겠군.”
질겨도 너무 질긴 놈이었다. 생명력 하난 정말 대단한지, 베어도 베어도 눈앞에 나타는 게 이젠 좀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내 말에 웃음을 흘리던 녀석은 잠시 후, 미소와 함께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를 들어 내게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상대로 이 정도라니.. 아무래도 자네를 살려 보내선 안 되겠어.”
“내 공격에 쩔쩔매던 녀석 치곤, 자신감이 대단하군.”
“하하하, 정말이지 자네 말에 부정할 수 없군, 그래서 말인데 샤벨리아.”
어느새 치유된 자신의 옆구리에서 손을 뗀 녀석은 무기를 소환해 쥐더니 내게 말했다.
“우리가 더 이상 체면을 차릴 입장이 아니라서 말이야. 각오해 줘야 겠어.”
그리곤 자신의 동료들에게 눈짓을 하며 그가 말했다.
“호프슈어, 엘노이즈 협공이다.”
녀석의 말에 포니테일 계집과 은발 계집은 내 좌우를 막아서며 검은 창과 함께 결계를 생성하는 보라색 마법구(球)를 발동시켰고, 그 중 이색적인 쌍검을 교차한 녀석은 각오가 됐냐는 듯 살기어린 눈빛으로 내게 중얼거렸다.
“이번엔 좀 지독할거야.”
“얼마나 지독할지 기대가 되는군.”
“훗.. 걱정마, 손님 한 명이 더 올 거니까.”
“뭐..?”
무슨 말이냔 듯 녀석을 바라보던 그 때, 하늘 위에서 증오에 찬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인영하나 뚝 떨어졌다.
“샤.벨.리.아!!”
쿠웅 - !!
‘이 새끼가 어떻게..’
정말이지 경이로운 생명력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입은 치명상은 어느새 회복되었는지 내 뒤로 착지한 마르쇼스는 광기어린 붉은 눈을 번뜩이며 내게 으르렁거렸다.
“이 망할 계집, 아깐 잘도 내 몸을 난도질 했겠다?”
“마르쇼스..”
4대1. 아무리 자신만만한 나라 할지라도 4명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녀석들 하나하나가 일반 씰의 능력을 상회하는 능력자들이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샤벨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던 그 때, 단장이라 불린 녀석이 진지한 표정과 함께 내게 결투의 예를 취하며 말했다.
“하켄 제국, 마벨 후작 휘하 11기사단 단장 클라비우츠, 제국 기사단을 대표해 샤벨리아 너를 여기서 처단한다.”
처단? 다구리하는 주제에 말만 번지르르 한다 해서 기사도 있다 생각하는 건가? 난 클라비우츠의 말에 조소를 흘리며, 분노에 찬 내 감정만큼이나 격동적으로 황금빛 뇌전을 일으키는 내 샤벨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싸늘할 정도로 쌀쌀한 목소리로 녀석들에게 경고했다.
“오냐. 니들 여기서 머리 한 두 개는 땅에 떨어질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