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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14.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14/67)



〈 14화 〉14.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14. 뇌전(雷電)의 마녀(魔女) ]



저 백색 머리,  붉은 눈. 역시 녀석이었다.

“마르쇼스, 저번에  하나로는 부족했나 보지?”
“크윽.. 이 망할 계집애.”

마르쇼스는 그 때, 꽤나 프라이드에 타격을 받았는지 내 말에 인상을 구기며 자신의 샤벨을 신경질적으로 빼 들었다.


“이번은 저번처럼 운이 좋을 수 없을거다!”
파밧
‘이 녀석..’

가공할 속도로 내게 쇄도한 녀석은 꺼림칙한 붉은 기운을 터트리며 샤벨을 휘둘렀다.


채애앵 -!!
“그대로 뒈져버려!!”
“이게.. 오냐 오냐 하니까, 내가 아주 만만하지?”
파지직 -

일순 황금빛 스파크가 인 내 샤벨은 강렬한 뇌전을 발산하며 녀석을 튕겨내듯 밖으로 던져버렸다.

콰앙 -!!
“크으윽..! 이 망할 년이!!”
파밧
“아직 안 끝났어!”
꽈악.
‘..!’


녀석을 허공에 날린  광속으로 몸을 날려 마르쇼스의 멱살을 잡고는 응축했던 기운을 터트렸다.


콰과과과광 -!!


황금빛 벼락과도 같은 강타가 내리쳐는가 싶더니, 엄청난 전류가 녀석을 훑으며 터져올랐다.


“끄아아악!!”


엄청난 섬광 탓일까, 세르딘 평야에 있던 제국군도 패퇴하던 프러겔 군도 나와 마르쇼스가 있는 곳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쿠웅!


내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마르쇼스는 지면으로 곤두박칠 쳤고, 가뿐히 대지에 내려앉은 나는 황금빛 스파크가 이는 샤벨을 들어 초원 전체가 들리도록 소리쳤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이 선을 넘는 새끼는 나한테 뒤진다!”
콰르릉- 번쩍- !

내 말과 동시에 샤벨에서 떨쳐진 일섬의 황금빛 줄기가 내 뒤로 그어지며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켰고, 보기에도 엄청난 위용에 기가 꺾인 제국군은 누구하나 먼저 그 선을 넘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뭣들 하느냐! 저 년의 허풍에 겁먹지 말고 추격해라!!”
“뭐라고?”

한 눈에 봐도 눈에 띄는 옷을 입은 적의 장교 하나가 엄청난 수의 흉갑 기병대를 데리고 쇄도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프레드릭 님이다!”
“와아아아!!”

꽤나 명망있는 장교인지 잠시 나아가기를 망설이던 제국의 전열보병들은 다시금 대열을 갖추며 진격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부터 쓰러트려야 겠군..’


적들의 구심점이 된 저 장교를 쓰러트리지 않는 한 무방비로 도망치는 아군은 녀석들의 맛있는 먹잇감이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나는 샤벨을 뒤로 빼 잡으며 검신으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파지직 -
“이 년이..”

가까이에 있던 마르쇼스는 순간적으로 응축되는  기운에 놀라는가 싶더니 비틀거리며 일어나 내게 돌격해 오는 장교에게 소리를 질렀다.

“엘로이즈!! 프레드릭님을 보호해라!!”
‘늦었어!’
쿠웅!

왼발을 내질러 무자비하게 땅에 중심을 박은  부서져 터져 오르는 대지의 파편 사이로 모아두었던  기운과 함께 샤벨을 휘둘렀다.

“여기가  무덤이다, 애꾸눈!!”
비유우웅 – 번쩍 -!

응축된 황금빛 섬광은 내질러지는 샤벨과 함께 그대로 일직선으로 쏘아져 대지를 반으로 가를  스파크를 일으키며 뻗어갔고, 애꾸눈은 이런 공격을 생각하지 못했단 듯 낭패어린 표정으로 날아오는 내 일섬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게 사람 말을 들었어야지.”

성공적인 공격에 승리의 미소를 짓던  때였다. 순간적으로 보랏빛 결계가 터져 오르는가 싶더니 내 섬광을 막아 그대로 여러 갈래로 분산시켜 튕겨 버리는 것이었다.


콰과과광 -!!

무차별적으로 튕긴 섬광의 잔해는 근처 제국군에 떨어지며 피해를 주었으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회심의 내 일격이 누군가에게 막혀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내 공격이 막혔다고..?”

벙찐 얼굴로 공격을 막은 녀석들을 바라보던 그 때였다. 애꾸눈 옆으로 화려한 검은색 제복을 입은 은발에 보랏빛 눈동자를 한 아름다운 미녀 하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결계를 거두는 것이 보였다.

“씰..?”
“큭큭.. 왜? 놀랐어?”

마르쇼스는 놀라는  모습이 아주 깨소금인지 키득 거리며 내게 말했다.

“나와 같은 11기사단 소속 철벽(鐵壁)의 엘로이즈다. 방어 하나만큼은 독보적인 녀석이지.”
‘방어에 특화된 씰이라고..?’

녀석의 말에 멍하니 있던  때, 어느새 우리의 근처에 도달한 애꾸눈이 마르쇼스에게 외쳤다.

“마르쇼스! 그 계집을 처리하고 합류해라!!”
‘뭐라고? 이 자식이..’


나를 무시하듯 지나가는 녀석의 기병대며, 힐끔 아랫것 쳐다보듯 지나가는  은발 계집이며 내 신경을 긁었다.

“나도 빨리 네 년을..”
번쩍 -
‘..!’

날 화나게 했겠다.  필히 네놈들 머릿속에 내가 누군인지 각인시켜 주리라. 나는 조소와 함께 샤벨을 드는 마르쇼스에게 찰나의 빛과 같이 검을 휘둘렀고, 순간적으로 검을 들어 공격을 막은 녀석이었지만, 강렬히 터져오르는  검기를 버티지 못한 마르쇼스의 검은 조각이 나 부서지는가 싶더니, 가슴팍에 샤벨에 깊게 베인 상처가 그대로 그어져 터졌다.


“커헉..! 말도 안되는..!!”


믿을  없단 듯 쓰러지는 녀석을 확인 난, 몸을 돌려 나를 무시하며 지나갔던 그 애꾸눈과 은발 계집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프레드릭이 이끄는 제국의 근위 기병대는 확실히 그 면모가 달랐다. 일사분란하게 마름모형 돌격진을 짠 그의 기병대는 드넓은 초원 여기저기에서 흩어져 도망가는 프러겔의 전열보병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아아악!!”
“히익.. 사.. 살려줘!!”


간간이 도망치던 프러겔의 경기병대가 그들을 막기 위해 돌격해 왔지만, 간단하게 적의 저항을 부수며 초원을 휘젓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방 -
“응?!”

그러던  때였다. 도망치는 프러겔 군 사이로 일사분란하게 사각의 방진을 짜고 프레드릭의 기병대를 기다리는 중대가 있었으니, 털보 리니의 아이리 왕립 근위대였다.

“샤벨리아님이 아직 적진에 계신다! 버텨라 버텨!!”


세타 강 전투 이후로 프러겔과의 계약이 끝났음에도 그와 그의 중대원들은 무슨 생각인지 그녀의 뒤를 쫓으며 개인 호위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받은 계약금으로 새로 맞춘 그들의 군복은 검푸른색에 베이지가 섞인 모습으로 꼭 그 모습이 샤벨리아의 개인 팬클럽을 연상케 했다.

“숨겨둔 정예인가..?”

프러겔 군과 달리 어딘가 남다른 리니의 근위대에 눈썹을 씰룩거린 프레드릭은 괜한 소모는 필요 없단 듯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내 그들을 지나칠 것을 명령했다.


두두두두 -
“이 녀석들!! 비겁하다!!”

자신들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무시하며 지나치는 프레드릭 기병대를 향해 플린트 락을 발사해 보지만, 그들의 돌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다시금 아군에 대한 살육이 이어지려던 그 때였다. 일순 프레드릭이 달리는 초원 아래로 황금빛 섬광이 터져 오르는가 싶더니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뇌전(雷電)줄기 하나가 뻗어져 올라왔다.


쿠구구구궁 -!!


세르딘 어디에서도 목격할 정도로 강렬한 번개줄기는 프레드릭의 기병대 절반 이상을 태워 죽이며 검게 그을린 시체를 초원 곳곳에 흩뿌렸다.

“샤벨리아님이다!!”
“오오!! 우리의 여신께서 오셨다!!”
‘이 미친놈들.. 왜 집에 아직 안가고 여기에 있는 거야..?’


내 섬광에 털보 리니와 녀석의 부대원들은 기다렸단 듯 광신도마냥 환호를 내지르며 무기를 흔들었고, 진작 집에 갔을 거라 생각했던 난 옷까지 새롭게 깔맞춤한 녀석들의 모습에 경악을 하며 급히 땅에 착지했다.

콰앙 -!!
“야! 니네 집에 안 가?!!”
“샤벨리아님!!”

이 새끼들, 군인이 아니라 스토커가 되기로 결심했나? 멀쩡하게 생긴 녀석들이 왜 여기에서 이 지랄인 것인가? 나는 집에  주인을 반기듯 달려오는 리니의 얼굴에 깔끔히 주먹을 먹여주며 소리쳤다.


“미쳤어?!”
퍼억!!
“꾸에에..”

털보 리니는 내 주먹에 맞아 굴러 쓰러지는가 싶더니, 이내 맞은 자신의 볼을 감격스럽단 듯 비비며 내게 말했다.


“미치다니요! 샤벨리아님이 계신 곳이 저희 집입니다!”
‘뭐..?’

리니뿐 아니라 녀석의 중대원들도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는지, 이 덜떨어진 것들은 내게 눈을 반짝이며 그 말이 맞단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니들, 그런다고 나  안줘! 알았어?  땡전  푼 없는 사람이니까 얼른 꺼져!!”


하지만 이 놈들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걸까,  외침에도 전혀 상관없단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도.. 돈 이라뇨! 저흴 뭘로 보고!! 그저 아름다운 샤벨리아님만 계시면 됩니다!!”
‘뭐..?’
“돈은 저희가 알아서 벌 테니, 샤벨리아님은 그저 곁에만 두시면 됩니다.”
‘이건  뭔 또라이들이래..’


돈도 필요없다, 가기 싫다. 아주 지들 멋대로 납셨다. 그렇게 대책없이 들이대는 녀석들에게 머리가 아파옴을 느낀 난, 더 이상 협상은 없단 듯 팔짱과 함께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는 리니에게 살의를 느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내 공격을 피해 살아남은 애꾸눈과 녀석을 보호하는 엘머시기 은발 계집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아까는  무시하고 갔겠다?”
“설마 마르쇼스를 쓰러트린 건가?”
“아, 그 천둥벌거숭이? 왜? 걱정 돼?”
“...”

애꾸눈은 마르쇼스를 제치고 온 내가 놀랍단 듯 쳐다보았고, 은발 계집은 그와 자신의 주위로 강력한 결계를 펼치며 나를 경계했다.

“내가 말했지, 선 넘으면 뒤진다고.”


그렇게 나는 무시무시한 살기와 함께 내 애검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흠씬 두들기다 보면 금이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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