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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11.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11/67)



〈 11화 〉11.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 11.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









적의 다리가 파괴되어 솟구치는 장면을 발견한 나는 언덕을 올라오던 제군군을 향해 장전해 두었던 플린트 락 권총을 꺼내 발사하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파앙 -
“언덕을 올라오는 놈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줘라!!”

내 외침에 곁에 있던 털보 리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샤벨을 빼들고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1열 발포!!”
파바바바방 -

대륙 최고 외인부대란 말이 과연 허튼 것은 아닌지 그의 병사들은 발포가 끝남과 동시에 앉으며, 플린트 락을 빠르게 장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열이 삼열에서도 맹렬한 불꽃과 함께 플린트 락이 발사되며 올라오던 제국군을 우수수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
콰과광!!!

육중한 대포 소리와 함께 작은 언덕에 있던 4문의 포가 마력탄을 발사하며 포대 앞에 방어진을  방어하고 있던 아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임기응변으로 포대의 바퀴를 제거한 건지 포신의 기울기를 낮춘 아군 포병대는 고각이 아닌 직각으로 포를 쏘며 올라오는 적을 향해 타격을 주고 있었다.


‘제법이군, 발슈테인.’

아무리 사기가 높다 해도 저 많은 수의 적들을 저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발슈테인의 재치에 무방비로 포에 노출된 제국군은 제법 많은 사상자를 내며 언덕을 오르지 못한 채 아까운 플린트 락만을 두려움에 낭비해 쏘며, 진열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샤벨리아님!!”


그러던 그 때였다. 페리츠가 올라오는 제국군 하나의 머리에 머스킷을 들어 총을 박아주고는 내게 급히 내려와 말했다.

“몰려드는  때문에 아래 유격대는 포기해야 할  같습니다.”
“포기라니? 지금 쟤들을 버리잔 말이야?”
“어차피 연고도 없는 녀석들입니다. 괜히  녀석들을 구하려 했다간, 여기마저 뚫립니다.”


버리자니? 연고가 없기는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페리츠의 말에 울컥한 나는 들고 있던 연대기를 녀석에게 넘기며 말했다.


“내가 간다.”
“네? 샤벨리아님이 가시면 여긴 누가 맡으라구요?!”
“리니!!”
“넵!!!”


털보 리니는 내 부름에 눈을 반짝이며 산책 나가는 강아지마냥 쪼르르  곁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길 사수해! 만약 뺏기면 알지?!”
“맡겨만 주십시오! 하켄 놈들 피로 아주 절여 놓겠습니다!!”
“좋아, 기대하겠어.”

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 리니는 큰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허리춤에 꽂아 두었던 플린트 락 권총  개를 꺼내더니 언덕을 기어 올라오던 제국군 병사에게 각각  발씩 먹여주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막아라, 막아!! 지금부터 손가락 쉬는 새끼 있으면 나한테 죽는다!!”

그렇게 포대진지를 털보 리니에게 맡긴 나는 샤벨을 검집에서 뽑고는 빠른 속도로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페리츠의 말대로 언덕 아래는 아비규환이었다. 새까맣게 몰려든 적의 군대로 인해 헤인리의 유격대는 꽤나 고전을 하고 있었다.


“비켜라 비켜!!”
파바바밧 -

달려 내려오는 내 모습에 놀란 제국 전열보병들이 황급히 플린트 락을 들어 보지만 이내  샤벨의 먹잇감이 되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더 빨리..!’
파지직 -

그 때였다. 황금빛 스파크와 함께 일순 내 몸이 빛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대장!!”
파앙 -
“마츠, 부대원들을 언덕 위로 빼라!”


샤른의 기병대를 반신불수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를 호위하는 씰들 탓에 적의 대장은 죽일 순 없었다. 그렇게 제국의 기병대를 소탕하던  때, 자신들이 있는 갈대숲으로 제국의 전열보병 2개 중대가 진군해 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보병들에 비해 사거리도 사격술도 뛰어난 자신의 부대였지만, 밀집대형으로 조여 오는 정규군을 상대하기에는 여간 벅찬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거리라도 좁혀져 녀석들이 총검술로 돌격해 온다면 그야말로 전멸이었기에 피하고 피해 아군이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어느새 자신들을 포위한 제국보병들은 우리를 독안에  쥐 마냥 구석으로 몰고 있었다.

‘제길.. 버려진 건가..’

지원병 하나없이 적들에게 둘러쌓인 자신의 부하들을 보자, 헤인리는 이미 익숙하다고 자위했지만 막상 또 다시 버려졌다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역시 믿을 건 스스로 밖에 없단  울분에 찬 눈동자로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던 그 때였다. 언덕 위에서 황금빛 섬광 하나가 위력적인 스파크를 일으키며 적의 한가운데로 뚝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콰과광!!
‘!!’

화려한 금발과 함께 아름다운 이목구비, 그의 씰이었다.

“에구구.. 너무 빨리 달렸나?”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순간 몸을 맡겨 달려 보았는데 그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왠지 낯선 힘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사용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

파지지직 -


샤벨을  손을 중심으로 터져 오르는 황금빛 스파크는 힘을 줄수록 더욱 맹렬히 터져 올라 위압감을 주었고,  모습을 본 제국군은 경악스런 표정과 함께 겁에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팟-

그 때였다. 그들 위로 제국의 씰로 보이는  명의 엘리트 병이 허공을 가르며 내게 쇄도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리석은 놈들.”
번쩍 -
‘..!’

씰 조차 따라올 수 없는 경이로운 속도로 일순 빛처럼 튕겨나간 나는 녀석들의 몸을 단칼에 베어 버리곤 놀라 넘어지는 제국군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응축했던 힘을 폭발시켰다.

씨익.
콰과과광 - !!!


마치 전설의 블루 드래곤이 현신한 듯 엄청난 위력의 썬더 브레스와 같은 여러갈래의 뇌전(雷電)이 제국군을 헤집으며 뻗어 나갔다.

“괴.. 괴물이야..!”
“마녀다!!”


감전되어 죽거나 검게  재가 되어 버린 동료들의 모습에 전의를 상실한 제국군은 들고 있던 플린트 락을 바닥에 던지며 강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그들에게 있어 난 죽음의 사신과도 같았다.


“이 정도라고..?”


그리고 누구보다 놀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었다. 넘쳐 오르는 에너지를 터트려 본 것이건만 그 위력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에너지 소비가 심했는지 조금 피곤하단 생각이 들었다.


“샤.. 샤벨리아님..?”

헤인리는 누가 구해주러 오리라 생각 못했단 듯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그것은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새끼들이 얼 빠져선! 뭘 멍하니 쳐다봐?! 빨랑 안 올라가?!”
“네..? 아.. 알겠습니다!!”


내 호통에 헤인리는 눈을 껌벅이는가 싶더니 자신과 같이 멍하니 쳐다보던 부하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명령했다.

“샤벨리아님이 퇴로를 열어 주셨다! 어서 언덕 위 아군과 합류해라!!”

그렇게 언덕 위로 올라가던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모자를 벗어 내게 감사하단 듯 경의를 표했고, 난생처음 남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난 얼굴을 붉히며 괜시리 괜찮은 척 헛기침을 하며 먼 곳을 응시했다.


“저와 부하들을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 그.. 그래. 자, 올라가자고.”

마지막으로 올라선 헤인리가 모자를 벗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자, 뻘쭘했던  더욱 표정관리를 못하며 허둥지둥 언덕으로 몸을 돌렸다.

피식.


그러자  붉은 삐딱이 녀석 뭐가 재밌는지 내 뒤에서 웃음을 흘렸고, 머리를 긁적이며 언덕을 올라가던 난 저 멀리서 제국군을 압박하며 후방을 공격해 들어오는 폰의 전열보병 부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





콰과과과광 -
“뇌전(雷電)이라고..?!!”

세타 강 건너편, 다급해진 전장 상황에 지팡이를 만지던 마벨은 순간 자신의 병사들을 헤집으며 퍼져나가는 황금빛 뇌전에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생각지 못한 적의 반격에 말을 잇지 못하던 마벨은 황급히 망원경을 들어 황금빛 섬광이 시작된 곳을 바라보았다.

“소녀..?”


황금빛 머리카락의 소녀 하나가 2개 중대를 그대로 박살내 버렸다. 그리고 전염된 공포는 주변 중대를 흔들며 전장을 이탈하게 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힘,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저 여자애가 그 씰임이 틀림없었다.

“제법이군 베르텡..”


저 정도의 힘을 가진 씰이라면 보통 귀족이 가질 수 없는 오리지널일 가능성이 높았다. 씰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오리지널. 마벨은 자신이 적의 능력을 너무 얕보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페르티안의 씰을 베르텡의 것으로 오해하고 있던 무렵, 카트브라 남작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갔던 프레드릭은 낭패란 듯 급히 말을 몰아 다가와 보고했다.


다그닥, 히이잉!!
“각하, 프러겔 놈들이 다리를 파괴했습니다!”
“흐음..”

뼈아픈 실책이었다. 아까의 폭발로 보건데 1번 포대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접근했던 특임조를 카트브라가 눈치채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비보는 하나만이 아닌지 이번엔 예비대를 이끌고 나갔던 블뤼힐이 말을 몰아 다가와 말했다.

“각하! 아무래도 적의 양동작전에 말려든 것 같습니다! 후방에 있던 적의 보병부대가 카트브라의 후방을 공격하며 포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마벨은 알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자신이 패했다는 것을 말이었다. 싸움에 있어 병가지상사라지만, 이번 패배는 꽤나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벨은 이내 차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블뤼힐과 프레드릭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세타 강에서 물러나 모쉘로 후퇴한다.”
“예..? 후퇴하신다고요?!!”

프레드릭은 마벨의 말에 인정할 수 없단 듯 다가왔지만, 그는 이만하면 됐단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고는 블뤼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카트브라의 구출이 먼저다, 작은 배를 띄어 그만이라도 데리고 와라.”
“알겠습니다.”


프러겔의 양동작전에 지긴 했지만, 카트브라같은 노련한 지휘관 마저 잃을 순 없었다. 병사는 다시 보충하면 되지만 유능한 장교는 귀한 법이었다.

그렇게 프러겔에게 포위되어 무너지는 자신의 군대를 바라보며 마벨은 지팡이를 힘껏 쥐었다. 교묘한 유인책,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작전은 이전 상대했던 베르텡이나 그의 참모인 앙센의 것은 아니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번 빚은 꼭 갚아주마.”

 말을 끝으로 마벨은  이상 미련이 없단 듯 냉정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머리를 돌려선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세타 강 전투, 그것은 페르티안의 첫 승리이자 샤벨리아란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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