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07.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7/67)



〈 7화 〉07.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 07. 황금빛 섬광을 쥔 천재 ]





서걱!!
“끄아아악!”
“빨리 빨리 움직여!!”
끄덕.


15살은 되었을까, 백발에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미소년 하나가 화려하게 치장된 검은색 제복 차림으로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서너명의 엘리트병을 데리고 강가를 방어하던 프러겔 병사 서너명을 베어 넘기는 것이 보였다.

철컥.
“쏴.. 쏴라!”
“이 버러지들이..”
파바방!
티디디딩.
‘..!’

인간의 움직임이 맞는 것일까, 아직 도망치지 않은 프러겔 전열보병 몇이 그를 향해 플린트 락 머스킷을 쏘아보지만, 그는 마치 우습단 듯 샤벨을 휘둘러 그것을 튕겨 흘러 보내는 것이었다.


“괴.. 괴물이야!!”
“도.. 도망쳐!!”
씨익.


총탄을 튕겨내는 모습에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자, 미소년은 소름 돋는 미소와 함께 그들을 앞질러 길을 막아섰다.


“그래서 도망칠 수 있겠어?”
“히이익..”
시이잉.
파바바밧!!

눈에 보지 않는 속도로 휘둘러진 검은 순식간에 병사들의 목을 베어 넘겼고, 잠시 후 공포에 질린 놀란 눈동자를 한 병사들의 목이 그의 주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시시해.”

프러겔과 개전이래로 마땅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언제나 덤벼오거나 만나는 것들은 대륙 어디서나 널린 쓰레기들 뿐이었다.

“여기도 없는 건가.. 응..?”


그렇게 피가 묻은 샤벨을 털던 그 때였다. 수비대장인 듯한 푸른머리의 장교하나가 십여명의 병사를 모아선 다리를 건너는 아군들을 향해 플린트 락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방!
“2열 사격준비!”

침착하게 열을 이루며 순차사격을 하는 수비병들의 선전에 좁은 다리로 건너오던 제국 전열보병들은 허수아비 쓰러지듯 우수수 강물에 빠졌다. 그 모습에 인상을 찡그린 미소년은 샤벨을 고쳐 잡고는 자신의 엘리트병들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삐이익!
사사삭.


미소년의 신호에 엘리트병들은 일사분란하게 그의 주위로 모여드는가 싶더니, 도하를 방해하는 수비병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적의 씨.. 씰이다! 사격!!”
파바바방!!
티디디딩.
“정말이지, 학습이 안 되는 녀석들이라니까?”


인간의 총탄에 맞는 것 자체가 씰로써 실격이란 걸 모르는 걸까, 쇄도하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무의미한 총탄을 발사하는 수비병들의 모습에 너무도 우습단 듯 쳐다보던 그 때였다.

시이잉.
서걱!
‘..!’

어디서 날아온 검이었을까, 떨어지는 황금빛 섬광과 함께 수비대장 목을 노리던 엘리트 병사 목이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갔다.


“휴, 늦지 않아 다행이군.”


 맞춰 온 것일까, 다행히도 언덕아래는 아직 빼앗기지 않은  했다.

“네가 여기 책임자야?”
“네? 아, 넵! 선임 지휘병인 페리츠 준위입니다.”

푸른 더벅머리를 한 녀석은  눈에 봐도 화려한 내 장교복에 놀라 차렷자세를 하더니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않다니, 제법 근성이 있네.”


칭찬 때문일까, 나를 힐끔 쳐다본 녀석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버벅 거리며 외쳤다.

“가.. 감사합니다! 더욱 분골쇄신하겠습니다!!”
“뭐 분골쇄신까지야.. 페리츠 준위!”
“넵!!”
“지금부터 흩어진 수비병을 모아 저 다리를 건너오는 녀석들을 막아. 알았어?”
“알겠습니다!!”
“기대하겠어.”

내 명령에 페리츠는 흥분된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의기충만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흠.. 꽤나 열정적인 친구군.”

굉장히 의욕적인 녀석의 태도에 만족스럽단 듯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나를 경계하며 샤벨을 들어올리는 제국의 엘리트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근데, 여기서는 보기 힘든 씰이 넷이라니,  녀석들 얼마나 부자인거야?”

일반적인 씰 하나를 만드는데 있어 보병 삼천명 분의 유지비용이 든다 했으니, 제국의 재력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아마 엄청난 거겠지?


‘이럴거면, 프러겔이 아니라 제국편에 설걸 그랬어..’


그렇게 편을 잘못 섰다는 생각과 함께 아쉽단 듯 어깨를 샤벨로 툭툭 치던 그 때였다.  빈틈을 느낀건지 엘리트 병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내게 쇄도해 들어왔다.


시이잉!
“느려.”
서걱!!
‘..!’


녀석의 입장에선 빠른 기습이라 생각했겠지만, 내 눈에 있어 녀석의 동작은 마치 슬로우 모션 마냥 지루할 정도로 느렸다. 가슴을 향해 찔러오는 녀석의 샤벨을 살짝 틀어 피한 나는 샤벨을 빙그르 돌려 잡아 그대로 녀석의 뒷목에 박아주었다.

“하하하!! 대단해!!”
“응..?”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앳된 목소리였다. 너무도 기쁘단 듯 박수치며 다가오는 상대를 발견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성년?”

백발에 붉은 눈동자를 한 녀석은 꽤나 미소년이었다.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녀석에게서 풍겨져 오는 이 파동은 내 동족의 그것이었다. 그렇게 다가온 녀석은 격식있고 절도있는 동작과 함께 내게 인사를 건넸다.


“하켄 제국, 마벨후작 휘하 11기사단 소속 마르쇼스 중위다. 귀하의 성함은?”
‘뭐.. 뭐야?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소개를 바라는 녀석의 표정에 잠시 곤란하게 됐단 듯 생각에 잠긴 나는 대충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샤벨리아.”
“샤.. 샤벨리아?”


너무도 간단한  소개에 녀석은 정말 그게 다냐는  쳐다보았고, 짜증나게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 녀석에게 발끈한 내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어쩌라고?! 나도 너처럼 멋들어진 거 붙이고 싶거든? 근데 없는 걸 어떡하라고 새꺄!”
“하하하!!”


녀석은 발끈하는 내 모습에 재밌단  배를 잡으며 웃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재밌는 녀석이구나. 식구 외에 동류를 만난 건 너가 처음이야.”
‘동류..? 씰이라면 나 말고도 여기 둘이나 더 있는데..?’


뭔 뚱딴지같은 소리냔 듯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 표정을 바꾸며 샤벨을 치켜 잡기 시작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놀고 있네.”
“쿡..”

내 말에 풋 하고 웃던 녀석은 싸늘한 눈빛으로 내 팔을 샤벨로 가리키며 말했다.


“팔 한 두 개만 자를게. 그래야만  데려갈 수 있을 거 같거든.”
‘이게.. 누굴 물로 보고..’


당돌한 녀석의 말에 욱한 나는 샤벨을 고쳐잡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지랄하고 있네,  어리다고 봐줄 거라 생각했으면 주소 잘못 찾아 온 거야. 알았어?”
“과연 그럴까?”
타앗!
“응..?”


아까 녀석들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  녀석 보통 놈이 아니었다.


채앵!!
씨익.
‘이 새끼..’


막아선  검을 비스듬하게 비껴 흘리는가 싶던 녀석은 빙그르  옆으로 돌아 찔러 들어왔다.

채애앵!!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래, 그렇게 막아줘야지!!”
“이 미친놈이!”
시이잉.
“하하하!!”


내 검을 가볍게 피해 점프한 녀석은 사뿐하게 착지하고는 너무 재밌단 듯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까보다 더 빠르게 내게 쇄도해 검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채앵! 채앵! 채채챙!!
“자! 어서! 더 날 즐겁게 해봐!!”

사람의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스피드. 녀석의 날카롭고 예리한 검날은 정확하게 내 급소를 향해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녀석의 움직임은 내게 있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란 점이었다.

“놀아주니까, 아주 기가 살지?”
“뭐..?”
타악.
‘..!’
퍼억!!
“커억..!!”


난 녀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는 그대로 잡아당겨  무릎과 키스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쌍코피를 터트리며 인상이 일그러진 녀석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얼굴을 부여잡았다.

주륵.
“크으윽..  개년이..”
“뭐? 개년?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팟!
‘..!’
채앵!!
“크윽..!!”

순간 인내심이  끊겨버린 난, 녀석의 눈앞에 순식간에 나타나선 그대로 검을 내리 꽂아주었다. 그러자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내 검격에 놀란 눈동자로 쳐다보던 녀석은 사정없이 내리 쳐져지는 내 샤벨에 작은 생체기가 생기며 막는 것조차 벅찬지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채채채채채챙!!
“이.. 이년이..!”
씨익.

녀석을 몰아부친 것도 잠시, 힘겨워 하는 녀석의 모습에 조소를 흘린 나는 샤벨을 잡아 당겼다.

스응-
‘..!’


마치 내 샤벨에 달라붙은 듯 검과 함께 몸이 딸려온 녀석의 오른팔을 휘감아 잡은 나는 그대로 녀석의 이마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퍼억!!
“끄아아악!!”


이걸로 끝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터억.
“아직 안 끝났어, 새꺄!”

비틀거리며 휘청이는 녀석의 오른팔을 잠시 풀어주는가 싶던 난 그대로 잡아 비틀어 꺾어 버렸다.

뚜득.
“아아악!!”
챙그랑!

경쾌하게 어긋나는 뼈마디 소리와 함께 손에서 샤벨을 떨어트리게 한 나는 오른 발로 녀석의 무릎을  날리고는 주욱 앞으로 미끄러져 쓰러지는 녀석의 얼굴에 엘보우를 먹여주었다.

퍼억!
“커억..!”
털썩.


늘어진 오른팔과 덜덜 떨리는 녀석의 왼쪽 무릎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성깔은 남아 있는지 처참한 몰골로 무릎을 꿇은 주제에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어쭈, 아직도 꼬라본다 이거지?”


반항적인 녀석의 눈매에 발걸음을 떼던 그 때였다. 마지막 발악인걸까? 녀석은 자신의 주위에 있던 씰을 다급히 불러 모았다.

“708(칠공팔)! 710(칠일공)!!”
“응..?”
파밧!


셋이 되면 날 이길 수 있다 생각한걸까, 나는 부질없는 녀석의 행동에 조소를 흘리며, 녀석들의 샤벨이 내 목 근처에도 오기전에 두 녀석의 목을 찔러 베어 넘겼다.

그렇게 어떻게 죽었는지 모를 만큼 목과 몸이 분리된 녀석들이 그저 놀란 눈동자로 내 양옆에 떨어지던 그때, 재수없는 미소와 함께 마르쇼스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 오르는 것을 발견  수 있었다.

“익스팅션(Extinction)!!”
‘..!’

시동어와 함께 녀석의 푸른 마나하트가 붉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다쳤던 녀석의 몸이 빠르게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기지 못할 녀석의 회복에 넋이 나가 바라보던 그 때, 광기어린 녀석의 붉은 눈동자가 살기와 함께 번뜩이며 내게 말했다.


“2라운드 시작이다, 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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