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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05 밥값을 해라, 샤벨리아! (5/67)


  • 〈 5화 〉05 밥값을 해라, 샤벨리아!

    [ 05 밥값을 해라, 샤벨리아! ]




    아무리 힘든 날이 있어도 다음 날이면 밝은 해가 떠오르는 것은 어느 세상이나 마찬가지인지 막사 너머로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의 절경이 펼쳐 있었다.


    “하아.. 이걸 여자친구랑 봐야 하는 건데..”


    모태솔로 32년, 나는 오늘도 혼자 저 아름다운 태양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중요한 것을 그리워하며 말이었다.

    “커어.. 히히.. 우웅~ 안 돼, 샤벨리아.”
    빠직.
    “에이~, 거긴 위.험.해.”
    뚜둑.

    마스터와 씰은 한 곳에 자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며, 앙센은 나와 페르티안을  막사로 안내했지만, 식욕도 수면욕도 없는 내게 있어 막사는 그저 비와 바람을 피하는 용도일 뿐, 다른 것은 없었다.

    “뭐가 위험해?”
    “히히.. 알면서.. 샤벨리아는  짓궂어.”

    나는 잠꼬대하는 녀석의 곁에 가서는 나긋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뭔데? 응? 알려주라~”
    “알았어.. 내 아래엔 있지.”
    “응, 응.”
    “무시무시한 폭탄하나가 있어.”
    “폭탄?”
    “응, 샤벨리아 손에만 터지는 특.별.한 폭탄.”
    “그래?”


    사람이 해맑다는 것이 이렇게 열 받게 하는 요소일까, 나는 오늘도 좋은  하나 배운다.

    꽈악!
    “아아아악!!!”


    화사한 미소와 함께 나는 망설임 없이 텐트를 친 녀석의 대포를 움켜쥐고는 그대로 당겨버렸다.


    “고추!! 고추!!!”
    “왜 그래?”
    “떨어져!! 진짜 떨어져!!!”
    “괜찮아, 나도 떨어졌는데 살더라.”
    “아아아악!!!”

    녀석은 내게 페니스를 움켜져 쥔 상태로 막사 이곳 저곳을 끌려 다니기 시작했고, 내 손에 행복해 하는 녀석의 비명은 특별 서비스였다.


    “허억.. 허억.. 진짜 떨어지는 줄 알았어..”
    “칫..”

    자신의 물건이 제대로 붙어 있다는 것에 녀석은 신에게 감사를 드렸고, 나는 녀석의 특별한 폭탄을 제거하지 못한 것에 아쉽단 듯 혀를 찼다.


    “꿈이 아니구나.”
    “뭐가?”


     녀석, 잠이 덜 깼나? 지 고추 챙길 땐 언제고 이제와 내 앞에 쪼르려 앉더니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샤벨리아가 정말 내 씰이라는 거 말이야.”
    “야.. 너, 뭔가 좀 징그럽다? 좀 떨어지지?”
    “헤헤..”

    마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아이마냥 녀석은 행복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이 새끼가 잠을 잘못 자 머리가 돌았나? 왜이리 웃어..?’
    “고마워.”
    “응..? 뭐.. 뭐가?”

    갑자기 고맙다고 말하는 녀석의 말에 나는 뭔 수작이냔 듯 쳐다보자 페르티안은 뭔가 결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노력할게.”
    “어.. 그.. 그래.”
    “노력해서 샤벨리아에 어울리는 마스터가 돼 보일게.”
    “자.. 장하네..”
    ‘이게 미쳤나? 미칠거면 곱게 미치지 왜 이래?’


    그렇게 입을 앙 다물며 지 혼자 ‘화이팅’하고 외친 녀석은 닦기 위해 막사를 나섰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진지하게 다음엔 머리는 때리지 말고 다른 데를 때려야겠단 나만의 약속을 했다.

    소소한(?) 아침식사가 끝나고, 돼지의 막사엔 작전회의를 하기 위해 프러겔 고위장교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하켄의 진격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탁자위엔 프러겔 왕국과 하켄제국의 경계선과 함께 제국에 함락당한 프러겔의 여러지방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중요 산업지역인 모쉘이 적에게 넘어갔습니다, 지금쯤이면 여왕폐하도 들으셨을겁니다.”
    “지원하기 위해 출발했다던 서부왕국연합은 어찌됐소?”
    “그게.. 하켄의 마벨 후작 휘하 노르공 백작에게 패퇴했다고..”
    “이런..”

    알 수 없는 말들. 어차피 내 일은 아니었다. 나와 페르티안은 그들의 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는 구경할 뿐 참견할 처지는 아니었다.

    “여기마저 빼앗기면 수도와 이틀거립니다.”
    “지원병은 언제 도착한답니까?”
    “엘렌 백작이 지원병을 데리고 어제 수도를 출발했다니, 곧 도착할겁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며 끙끙거리고 있던  때, 전령 하나가 급하게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보고입니다! 하켄의 마벨군이 세타 강에 도착해 강 도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뭐라?”
    “세타 강이면 여기서 금방입니다!”

    정말 큰  난건지, 프러겔의 장교들은 사색이 되었고, 누구보다 침착해야 총사령관인 베르텡은 안절부절 못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하지만 그나마 앙센만이 제대로 정줄을 붙잡고 있는지, 그는 강 주변 지도를 가리키며 돼지에게 말했다.


    “도하 할 거란 것은 예상한 거 아닙니까? 일단, 방어를 하죠.”
    “방어?”
    “지형은 우리가 유리합니다. 언덕에 포병진지도 만든 데다 강을 따라 목책을 깔았으니, 아직 승기가 있습니다.”
    “그.. 그렇지.”
    “강을 넘어오면 그야말로 끝입니다. 어서 도하를 방해해야 합니다.”
    ‘얼.. 달팽이, 너 좀 참모답다?’


    앙센의 의견에 돼지는 어서 그렇게 하자는 듯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이윽고 주둔지 전체 소란스러워졌다.

    그렇게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던  때, 앙센이 나와 페르티안에게 다가와서는 부탁했다.


    “페르티안  부탁이 있네. 괜찮겠나?”
    “예? 마.. 말씀..”
    퍼억.


    나는 덥썩 허락하려는 마스터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주고는 미소와 함께 앙센의 앞을 끼어들었다.


    “너, 지금 얘한테 위험한 거 시키려는 거지?”
    “무.. 무슨 소릴! 이 앙센을 몰라보고!!”
    “응, 너 그러고도 남아. 그러니까 말해, 이 여우야. 내 마스터한테 뭘 부탁하려고 했어?”

    철벽을 치는 내 모습에 앙센은 아쉽단 듯 ‘칫’거리더니 이내 비굴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에이~ 아름다운 샤벨리아님께서 왜 이러실까~. 알면서.”
    “너 뒤질래?”


    내가 손을 들자, 앙센은 이번 만큼은 수염을 뽑힐 순 없단  양 손으로 자신의 수염을 가린채 내게 울며불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제발 저  도와주십시오! 진짜 진짜 핀치라구요!!”
    “아, 그거야 니 사정이고.”
    “그러지 마시고, 이번에 진짜 한  도와주시면, 제가 아주 크~ 게 쏘겠습니다.”
    “쏜 다고..?”

    내가 돈에 약한 건 언제 파악했는지 흔들리는  모습에 ‘찬스’란 표정으로 사악하게 웃던 녀석은 내게 불쌍한 표정과 함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화 삼천! 이정도면 어떻습니까? 이거 아주 비싼겁니다!”
    ‘금화 삼천? 이게 얼마지..?’

    내가 ‘넌 아냐?’란 표정으로 마스터란 녀석을 돌아보자, 이 녀석 지도 모르는지 움찔하고는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밀 한 포대, 두 포대 하면서 말이었다.


    ‘하아.. 평생 땅만 간 얘한테 내가 뭘 물어본다고..’

    하지만 금화 삼천이란  대충 보더라도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달팽이 몸값으로 천을 번데다 녀석의 부탁까지 들어주면 총 금화 사천이었다. 게다가  전쟁에서 물주인 녀석이 죽기라도 한다면 난 땡전  푼 벌지 못하고 허탕을 치는 꼴이니,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오케이, 너 나중에 두 말하기 없기다?”
    “예이 예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너무도 시원하게 말하는 녀석의 꿍꿍이가 찜찜하긴 했지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난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뭔데? 그 부탁이란 게?”
    “아, 그게 말입니다.”



    * * *


    두두두두두.
    “개새끼! 십새끼! 쳐 죽일 새끼!!”

    화려하게 치장한 푸른 제복의 경기병대 선두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말을 몰고 있는 내가 있었다.

    “뭐?! 본대가 오기 전까지 도하를 저지하라고? 이 갈아마셔도 쉬원치 않을 새끼!!”

    그랬다. 세타 강 진지에 있는 삼천의 병사들과 합류해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제국군의 도하를 막아 달라는 것이 녀석의 부탁이었던 것이었다.

    “샤.. 샤벨리아, 나 귀가 썩겠어..  입이 너무 걸걸해.”
    “안 닥쳐?!”
    “히익..”


    페르티안은  뒤에 앉아 허리를 감싸쥔 모습으로 나와 함께 말을 타고 세타 강으로 가고 있었다. 일단 밥벌이가 생긴 이상 어떻게든 완수해야 했다. 그래, 진지에 병사들도 있고 적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있겠냐? 사람이 너무 그렇게 부정적이어선 안된다.

    그렇게 겨우 마음을 달래며 세타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말을 멈춘 순간, 나는 앙센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욕이 터져나왔다.


    “이게 조금이라고?!! 이 개새끼야!!!”

    새까맣다 못해 바글바글한 적의 병사들이  건너편에서 배 위에 판자를 덧대어 올리며 간이 다리를 만드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나만이 그렇게 느낀 건 아닌지, 진지를 지켜야할 병사들은 내가 있는 언덕위로 도망치듯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팔.”
    “예?”
    “나팔 불어.”
    “아.. 알겠습니다.”
    “이랴!!”

    나는 부관에게 그렇게 명령을 전달하고는 말을 채찍질해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달팽이, 넌 이 전쟁 끝나고 보자.’

    그렇게 앙센에 대한 매타작을 다짐하며 나는 마나를 모아 도망쳐 오는 병사들에게 소리를 증폭해 외쳤다.


    “자리로 돌아가라!! 여기서 도망치는 놈이 있다면 그 놈 먼저 목을 따주겠다!!!”


    내 외침에 허겁지겁 도망치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난 집합을 알리는 나팔소리와 함께 내 첫 전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업은 신뢰와 신용이 중요하다. 비록 악덕업체에 속아 터무니없는 일처리를 떠맡았지만, 상관없다. 나 서지웅, 이 개같은 첫 일을 어떻게든 악착같이 완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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