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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Spotlight : Sanjouno Haruhime (51/71)



〈 51화 〉Spotlight : Sanjouno Haruhime

"...죽인다!!! 죽일거야!!! 게에에에에에엑!!!"


눈이 돌아간 프뤼네가 도끼를 사방으로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레벨 5, A 829의 무식한 힘이 그것의 거체로부터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도끼에 닿는 것들이 하나같이 간단히 분쇄되어가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분쇄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망자의 마을과 불사의 도시 최하층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식인마들도 성별상으로는 여성이었지만,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 식인마 밀드레드는 조금 군살이 많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미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얼굴을 하고있었는데...
여기까지 생각한 에스트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는 로드란에 있을  만큼이나 크게 놀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식견이 짧았음을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도 아니고, 소울의 힘을 빌어 육체를 강화한 것도 아닌데 저런 모습이라니-

에스트는 핏발이  눈이 뒤집은 채 침을 질질 흘리며 사방을 박살내며 다가오는 프뤼네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굳이 사방을 부수며 천천히 다가오는 프뤼네의 모습에서 어이를 또 놓아버릴 뻔한 에스트였다.

저런 허세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데.


에스트는 품속의 상자에서 작고 둥근 버클러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두꺼비를 닮은 고깃덩어리 분쇄기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게게게게게겍!!! 무서워서 쫄아버렸냐!! 움직여 보라고! 도망쳐 보라고오오오!! 그런 쬐그만 방패로 뭘 막을 수는 있겠냐아아아아아아아아!!!!"

"......"


에스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프뤼네의 심기를 또 한 번 상당히 거슬리게 했는지, 괴성을 내지르며 곧바로 에스트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에스트는 그대로 멈추어 있다가, 도끼가 닿으려는 순간, 왼팔에 든 버클러를 허공을 향해 휘둘러 밀어쳤다.
거짓말같이 프뤼네의 도끼가 버클러에 튕겨나간다. 썩어도 이 거리의 유일한 1급 모험가라는 것인지, 프뤼네만이 그 순간의 모습을 눈에 담을  있었다.

도끼의궤적을 예측해,  일순간만 도끼와 방패가 맞닿는 것을 허락한다. 맞닿는 그 순간, 최소의 힘으로 방패를 밀어내, 무기를 튕겨낸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마치 도끼가 방패를 치는 것이 아니라, 방패에 도끼가 들러붙는 듯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게에에엑-!!"

중요한 것은, 한 합 한 합에 전신의 힘을 들어 내려찍고 있던 거대한 프뤼네의 몸이 그 조그마한 방패 운용에 완벽히 균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힘은 함정이야."

에스트가 텅 비어버린 프뤼네의 가슴팍에 에스토크를 찔러넣는다. 결정 마법으로 강화한 에스토크는 간단히도 프뤼네의 피부를 찢어내고, 살을 꿰뚫는다. 프뤼네의 육체가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에스토크의 긴 칼날에 완벽히 관통당했는데도 날끝이 아주 살짝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붙잡았다, 얼간아!!"

"에... 에에..."

프뤼네가 피를 뱉으며 외쳤다. 도끼를 든 팔은 다시 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몸을 관통한 에스토크의 날과 에스트의 손목을 한꺼번에 으깨어버릴 기세로 쥔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배에 꽉 낀 지방 및 내장 지방, 그리고 레벨 5가 될 동안 얻게된 지방 아래의 억센 근육이 에스토크를 꽈악 붙잡은 탓에 곧바로 뽑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있었다.

에스트는 당황했다.  하필이면 에스토크를 골랐던 것일까. 상처를 최대한 적게 내고 사태를 진압하려 했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후회를 뱉으며 에스트는 버클러를 던져버리고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플뤼네의 얼굴을 후려쳤다.

"게-엑..."

아무리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뇌는 제대로 있는지, 턱주가리에 턱살과 어깨살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목이 꺾여버릴 정도로 강력한 주먹을 맞자, 플뤼네의 돌아가버렸던 눈이 끝내 완전히 돌아가 흰자만 남게 되었다. 에스트만큼이나 거대한 도끼가 툭 하고 땅에 떨어지고, 에스트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린다.

여기저기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이들의 입이 쩌어억 벌어진다.


"힘은 함정이라고 했던 것 취소...야."

살덩어리를 쳤다기보다는 돌덩어리를 주먹으로 친 듯한 감각에 손목을 다른  손으로 매만지며 에스트가 무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에스트는 로드란에 있을 적, 항상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적들과 싸워왔기에 습관화되어 반쯤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다시 떠올려보면 누가 누구를 괴물이라고 말해도 좋은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프뤼네의 가슴팍에서 에스토크를 뽑아내자, 붉고 노란 피가 주우욱 늘어졌다. 어째 기분이 나빠져버렸다.

"...돌아갈까."

급속도로 우울해진 에스트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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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그 벌레,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 죽여버리겠어..."

네 명이 누워도 괜찮을 만큼 커다란 침대를 홀로 다 차지하고서 꽤액꽤액 난동을 부리는 레벨 5, '남자 잡이' 프뤼네 자밀의 모습을 보는, 아마조네스 아이샤가 심히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이슈타르의 명령을 어겼던 탓에 프뤼네에게 전신의 뼈가 박살이  정도로 얻어터진 적이 있었기에  기분이 더더욱 심란해지고 있었다.


"가만히 좀 있어, 프뤼네. 약 바르는 아이들이 곤란해 하잖아."

"게엑! 시끄러, 아이샤! 너는 내가 부상 조금 입었다고 우쭐대기냐!"

프뤼네가 외쳤다. 그녀의 옆에서 디안케흐트 파밀리아제 약을 바르던 아이샤 직속의 아마조네스 아이들이 히익 하고 고개를 숙였다.


"토끼는 놓쳤냐, 아이샤...?"

"놓쳤어. 누가 머저리처럼 날뛰는 바람에."

이 울분을 벨로 풀 생각이었는지, 프뤼네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아이샤에게 물었다. 아이샤는 어젯밤 일을 떠올려내고 말을 뱉어내었다. 간만에 맛있어보이는 아이를 찾았는데 그것을 프뤼네의 만행 덕분에 생으로 잃게되었으니, 아이샤 역시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뤼네는 그런 조그만 불만마저 들어주지 못할 만큼 화가 나 있었다.

"...두 번 말하지 않아, 아이샤. 기어오르면 쳐죽인다."


아이샤가 흥, 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부상을 입었다지만, 얼굴의 커다란 멍, 금이간 목뼈, 그리고 두 개의 자상이 전부였던 것이다. 약을 바르고 있는 지금 당장이라도 수틀리면 멀쩡한 아이샤를 반죽음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레벨 5의 위상이었다.
그런 괴물을  세 번의 공격으로 침묵시킨 건... 도대체 무엇하는 괴물이었는지.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혼을 먹는 괴물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그 녀석이냐?"

아이샤가 중얼거리자, 프뤼네가 툭 튀어나온 두 개의 눈을 번뜩이며 아이샤에게 물었다. 최근에 전쟁 유희에 승리해 이름을 드높인 파밀리아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그 당시 프뤼네는 남자하나를 잡고 있었기에 경기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뭐어, 나는 보지 못했으니까 모르지만, 너에게 약을 바르는 그 아이들이 그랬으니까, 맞겠지."

"맞냐?"

"예, 예, 프뤼네 님. 그건 확실히 헤스티아의 혼흡귀였습니다..."


프뤼네가 이를 빠득 갈았다. 이름도 알았다, 위치도 알았다, 이젠 복수를 할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야, 아이샤. 앞으로 며칠간, 하루히메 년을  일은 없지?"

"...그걸 쓸 생각이야? 곧 의식을 열 텐데. 괜히 망가지기라도 하면-"

"아앙?! 살생석을 박살냈던 새끼가 지금 나에게 뭐라고 지껄이는건지 프뤼네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이샤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저렇게 나온다면, 프뤼네의 폭주를 막을  있는 것이 이슈타르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물론,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은근히 노련한 면이 있는 저 두꺼비는 이슈타르의 귀에 자신의 계획이 들어가도록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샤, 이슈타르 님에게서 개사료 뚜껑 몇 개 받았지? 전부  내 놔."

"...남자 잡이라는 이명이 울겠군."


아이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아무리 흡혼귀라도 레벨 5 상위권이면서도 하루히메의 버프를 받은 프뤼네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살생석의 의식 전까지는 하루히메가 쓰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간 이상, 차라리 프뤼네를 풀어주어, 일을 빨리빨리 끝내 하루히메에게 부담이 없도록 하는 편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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