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This War Game of Vesta (45/71)



〈 45화 〉This War Game of Vesta

전 제우스 파밀리아 단원, 솔라가 이 도시에 나타난 이유는 간단했다.
벨이 오라리오에 떠난 그날, 그는 오라리오에서 살 적에 사귀었던 친구, 아폴론에게 편지를 보내었다. 벨 크라넬이라는  많은 소년이 그곳으로 떠나니, 그를  보살펴 달라고.

그로부터 몇 달 뒤, 지금으로부터 며칠 전, 솔라는 아폴론 파밀리아에서 파견나온 단원에게서 그의 답장을 받을 수가 있었다. '벨 크라넬은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입단했으나, 헤스티아의 불찰로 인해, 벨을 다른 신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또한 벨은 그것을 무척이나 원치 않아하고 있다.'라고 편지에 적혀있었던 것이었다.
이것으로도 의협심 깊은 태양의 전사를 움직이게 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아래에 덧붙여 적혀있는 글귀-'우리는 한 파밀리아에게서 전쟁을 선포 당해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솔라여. 우리를 도와 벨을 원래 있을 자리로 돌아가게 해주지 않겠는가.'-까지 읽은 솔라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전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이 이상했다. 편지 자체에는 거짓이 적혀있지 않은  같지만, 어딘가 비틀린 것 같았기에,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소수가 다수를 향해 공성전을 걸어오는 것도 그렇고,  소수가 필사적으로-그래, 누군가를 지키고자 할 때나 보이는 눈빛으로 싸움에 임하는 모습이 역시 아무래도 이상했다.

홀로 다수에게 특공을 걸어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십의 인원을 묶고 있던 야마토 미코토를 쓰러트리고서, 손에 검이 들려있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할복 자살을 할 것만 같이 분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내려다보며, 솔라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품었다.


"솔라 씨, 대단하네요."


중력마법에 발이 묶여있던 아폴론 파밀리아 단원들이 여기저기서 솔라의 주위로 몰려든다. 그들의 눈에서는 솔라 자신을 경외하는 듯한 눈빛을 볼 수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다 쓰러진 소녀를 보며 경멸하는 시선 또한 찾아볼 수가 있었다.
어차피 질 것이면서, 괜히 귀찮게 하기는.
약소 파밀리아가 굳이일을 키웠어, 짜증나게.

"...묻고 싶은 것이 있네."


솔라가 쓰러진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미코토는 자신의 중력마법을 조금 둔해진 모습으로 파고 들어와, 간단히도 자신을 쳐 날려버린 의문의 사내를 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스스로의 약함이 너무나도 분하고, 또한 벨과 헤스티아, 타케미카즈치와 그녀를 응원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도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이 묻고 싶은 것인지는 몰라도, 미코토는 대답할 기분이 아니었다.
 상황을 눈치채기라도  것인지, 옆에서 그를 보고 있던 청년이 솔라와 미코토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솔라 씨?"

"저 소녀에게 물은 것이다만."

"적에게 들을 것은 없습니다.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오레스테스에게 말해주십시오."

"흐음..."

솔라는 자신을 오레스테스라고 소개한 청년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에선 거짓을 조금도 읽을  없었다. 하지만, 꾸며져 있다는 것만큼은 너무나도 간단히 읽을 수가 있었다. 자신을 속이는가면을 쓰고서 남을 속인다.
로트렉과 같은 부류다... 솔라는 여차하면 그를 쓰러트려서라도 미코토에게 정보를 얻어내고 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동문이 뚫렸다!!"

"성채에서 비상이다!! 외부 대기조는 전원 내부 성채로 들어가 적을 진압하라!!"

"솔라 씨.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솔라는 고개를 들어 내부성채의 모습을 보았다.  때를 노렸다는 듯이, 성채 내부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고, 내부에서부터 한 자루 거대한 대뇌창이 벽을 무너트리고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저, 건..."

"위험하군요. 어서 가지 않으면 히아킨토스 군이 쓰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라는 로트렉을 닮은 청년을 찌릿 한 번 노려보고서, 곧장 성채 내부를 향해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방금 하늘을 향해 날아간 것은 마법도, 주술도 아니었다. 오직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번개의 일격이었다.
그자의 얼굴을 반드시 파악해야만 했다.

성채 내부로 향하는 길을 달리며, 솔라는 주변을 보았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인간성을 억지로 뜯긴 아폴론 파밀리아의 단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비록 누구 하나 죽지 않은 모습이었다지만, 대뇌창에 인간성이 뽑힌 인간들... 수 백 년 전에 그가 여행했던 세계로 돌아온 기분에, 솔라의 등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발생했다간, 이 세계의 평화는 너무나도 간단히 무너지고  것이다.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되었다.

 되었거늘.

"......솔라?"

"네 이놈, 다크 레이스...!"

성채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성문 앞에서, 문지기를 맡은 이에게서 인간성을 뽑아내고 있던 다크 레이스의 모습이 솔라의 눈에 띄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도 같아보였지만,친우가 장작이 되어 세계의 불을 다시 지핀 이후로도 몇 백 년간 세계를 방황하며 베어온 심연에 물든 이들이 몇 인지 이젠 세지도 못한다. 다크 레이스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터였다.
중요한 것은 다크 레이스가  이곳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심연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냐. 우라실의 폐허를 여행한 적도,  때 여행한 위대한 인간의 나라, 드랭글레이드가 심연의 침공에 멸망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솔라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증오를 가득 담은 채로 외쳤다.


"태양의 기사, 솔라, 심연을 정화하도록 하겠소!  싸움에 태양이 있기를...!"

"잠깐..., 솔라?!"


씹어 뱉어내듯이 태양의 축복을 기원한 솔라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몇 보의 거리를 단번에 좁히고서, 에스트에게 태양의 직검을 휘둘렀다.
에스트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재회에 당황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저지르고 있던 일을 떠올리고서, 솔라가 검을 여기로 향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등에 짊어지고 있던 흑기사의 특대검을 꺼내어 솔라의 검을 막았다.

"흑기사의 대검이라, 이젠 장작의 왕을 섬기던 기사까지 모욕할 셈인가!"

"기다려,  말을 들어!"

"안에 든 것은 아직 어린 소녀인  같네만, 심연에 빠진 어리석은 자에게 자비란 없네!"

에스트는 매섭게 내질러오는 태양의 직검을 하나 하나 막아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교의 갑옷에, 왼손에는 다크 핸드. 흑기사의 대검만 제외하면 아무리 봐도 다크 레이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나저나, 목소리를 듣고도 알아주지 못하다니-!

"이건..., 나도 조금 실망인데?!"

"큭?!"


간만에 고향 친구를 만났는데, 조금 코스프레 하고 있다고 해서 알아봐주지도 못하다니. 계속 공격을 막고만 있던 에스트가 얼굴에 힘줄을 띄웠다. 그리고, 틈을 향해 짓찔러오던 태양의 직검을 건틀렛으로 쳐낸 뒤 곧바로 한 손으로  흑기사의 특대검을 휘둘러, 솔라의 허리를 쳤다. 솔라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듯이 몸을 뒤로 날렸지만, 흑기사 특대검의 거대한 검신에게서 몸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가슴팍의 옷감이 찢어져 흩날렸다.
태양의 얼굴이 찢어져 흩날렸다.

"...용서 못한다."

"나도 용서 못 해, 솔라."

손목이 크게 베인 에스트와, 프라이드가 찢어져버린 솔라.
각자의 투구로 얼굴을 가린 둘은 다시맞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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