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This War Game of Vesta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이번 전쟁 유희의 실황을 맡게된 가네샤 파밀리아 소속, 말하는 화염마법의 이블리 아처라고 합니다. 이명은 화염폭발화염(파이어 인페르노 플레임). 이후에도 잘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나는 가네샤다!"
"네네, 가네샤 님, 곧 전쟁 유희가 시작되는데요, 한 마디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바로 가네샤다!"
"그렇군요. 가네샤 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길드 본부 앞의 중앙 광장은 유래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대다수가 할 일 없는 신들과 그들의 아이들이었지만, 중앙 광장에 특설된 자리보다도 커다란 관람석은 어디에도 없었기에, 좋은 곳에서 관람하고자하는 할 일 없는 인간들도 신들 사이사이에 용감하게도 앉아있었다.
"슬슬 정오려나... 우라노스, 아르카넘 발현의 허가를."
회중시계를 보던 헤르메스는, 시계의 뚜껑을 닫고 허공에다가 말을 걸었다.
"허가한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말이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오라리오의 여기저기에 거울이 떠오른다. 비추는 것은 헤스티아 파밀리아와 아폴론 파밀리아가 대치하고 있는 셰림 고성. 유희를 위해 하계에 내려온 신들은 아르카넘을 사용하는 것은 치트나 마찬가지라면서, 사용하는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금지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허용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들의 의지는 오직 유희를 위해서. 즐거움을 위해서.
"가네샤 님, 이번 전쟁유희는 아폴론 파밀리아의 괴롭힘일 뿐이라는 말이 많던데요. 가네샤 님이 생각하기에, 이번 승패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가네샤가 이긴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가네샤 님은 가네샤 님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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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막이 올랐다. 수비하는 측인 아폴론파밀리아에서는 벌써부터 이긴 기분으로 보이지 않는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단원들을 찾고 있었다.
이쪽은 100이 넘는데 비해서, 저쪽은 겨우 다섯. 그것도 여섯이었던 것이, 파룸 하나가 전쟁 유희의 막중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도망치는 탓에 갑자기 다섯이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너무 긴장 풀지 말게나, 궁수 친구."
"헹, 당신이 어디서 아폴론 님이 데려온 말뼈다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나이퍼 매드슨 님에게 걸리면 거기서 끝이라고."
"음..."
수인 남성, 매드슨은 오늘 전쟁 유희를 위해서 고브뉴 파밀리아에 특제로 주문한 대화살을 솔라에게 보이며 킬킬 웃었다. 공성전이라면 공성무기와 궁수의 장이다. 성이 높으면 높을 수록 궁수의 역할이 커지게 되는데, 이 성은 높이만 10미터를 넘겼고, 두께도 무식하게 두꺼웠다.
즉, 궁수의 턴이다. 매드슨은 이번 전쟁 유희에서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적을 잡아내어, 아폴론 님에게 총애를 받고자 할 생각이 가득했다. 그를 위해서 구매한 특제 화살의 활대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었다.
"그럼 저건... 무엇인가?"
"으응?"
솔라가 성벽 바깥에서 홀로 나긋나긋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 후드를 덮어쓴 소녀를 가리켰다. 공성전, 이곳 북쪽 성벽은 헤스티아 파밀리아의 시작지점과 곧바로 마주하고 있던 탓에, 매드슨을 제외하고도 수 십 명의 궁수가 배치되어 있었다. 특별히 궁수가 많이 배치된 이쪽 성벽으로, 저런 사람 무시하는 발걸음이라니. 매드슨은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활을 들어, 화살을 쟁였다. 다른 궁수들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동시에 활을 쟁여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소녀가 초록색 후드를 위로 던져, 궁수의 시선을 잠시 분산시키고서, 폭발적인 가속을 거듭하여 성문을 향해 달려간다. 매드슨을 포함한 궁수들은 이미 시야에서놓쳐버린 소녀를 찾기 위해서 고개와 활을 함께 아래로 내리다가-,
"마... 마검!?"
초록의 엘프 소녀, 류 리온이 두 손에 든 것은 보라색과 붉은 색의 마검이었다. 과거 엘프의 숲을 모조리 태워버린 것이 바로 마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원한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그대로 마검을 휘둘러 성벽을 날려버렸다.
그 높이, 그 두께가 무색하게도, 고성의 한 켠이 그대로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저, 적습이다! 루안, 어서 히아킨토스 님에게 가서 지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해라!"
성벽이 무너져내렸다. 히아킨토스가 있는 곳은 성벽 안쪽의 성채이니, 아직 버틸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공성전의 이점이 그대로 날아가버린 것은 사실이었다.
"20...아니, 30명! 곧 여기로 녀석들이 총 공세를 해올거다!"
"아, 알겠어!"
파룸, 루안이 멀어져간다. 매드슨은 이를 악물더니, 들고 있던 활을 내던지고, 칼집에서 직검을 뽑아들고 성벽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류는 이미 성벽 내부에 침입해, 그의 파밀리아 단원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솔라는 그 모습을 전부 바라보다가, 흐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것은 도망치듯 히아킨토스에게로 향하는 파룸 소년, 루안이었다.
&
"적습이다아아아!!! 적습이야아아아!!!"
"무, 무슨 일이냐, 루안!"
"히, 히아킨토스 님의 명령이다! 50명, 50명을 모아 당장 북쪽 성벽으로 보내!"
성벽 내부, 성채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폴론 파밀리아의 단원들에게, 루안이 급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방금 전에 북쪽 성벽에서 일어난 붉은 연기를 보았던 아폴론 파밀리아의 단원들은 망설이지않고 병장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커다란 소리와 커다란 불길이 일었기에, 헤스티아 측에서 총공세를 펼쳐온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 파룸 친구. 히아킨토스가 아니라, 궁수... 그래, 매드슨 군이 부르지 않았던가?"
그것도 숫자는 30...정도로 기억하는데.
그 불길에 초를 치듯이, 뒤에서 나타난 솔라가 그렇게 말했다. 설마 누군가가 따라올 줄은 몰랐던 루안-으로 변장한 릴리루카 아데-의 등허리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 따라올 것을 걱정해 뒤를 주시하며 달려왔는데도 불구하고, 릴리는 저 솔라, 라는 사내의 기척을 감지조차 못했던 것이었다.
"하, 하지만!성벽이 날아가버린다고! 마검을 든 엘프야!!"
"...윽, 일단 루안, 네가 겁쟁이인 것은 잘 알겠으니, 너는 먼저 히아킨토스 님에게 가라. 이쪽은 알아서 먼저 30명 정도 보내놓겠다."
솔라의 한 마디에, 대기조의 리더가 명백하게 비웃는 얼굴로 변해, 루안에게 그렇게 고했다. 루안으로 변장하고 있던 릴리는 입술을 까득 깨물고서, 성채 내부로 들어섰다. 어차피, 성채 내부에도 볼 일이 있었으니까...
"솔라 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야, 뭐."
남쪽에서도 침입해왔다-!
이쪽도 마검을 들고 있어! 조심해라-!
"그럼 남쪽으로 가보도록 할까."
"부탁드립니다, 솔라 씨. 아폴론 님이 불러오신 분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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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저건 마검이 아니다!!"
야마토 미코토가 혀를 찼다. 방금 전까지 마검으로 잘 위장하고 있었던 마검의 레플리카 장검이, 눈 먼 크로스보우의 볼트에 맞아 부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미코토는 자신의 미숙함을 탓하며, 이왕 들고 있던 나머지 레플리카 마검까지 던져 버려버리고, 흔들려버린 영창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었다.
"휩쓸어라 평정의 태도, 정벌의 영검."
정신은 흔들리고, 마음은 초조해져간다. 멈춘 공기가 세찬 바람이 될 정도의 움직임에 금방이라도 혀를 깨물 것만 같이 시야가 무시무시하게 흔들린다. 고속이동에, 회피에, 영창에, 레벨 2가 해낼 수 있을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시야에 보인 것은, 강철의 거인의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달려나가며 노래를 읊던 초록색 엘프의 모습이었다. 비록 그녀의 마법은 강철의 거인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그 전투 방식, 그 움직임- 모든 것이 그날 이후로 그녀의 멘토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금 여기에, 나의 명령에 응해라."
따라간다. 모방한다. 다만, 아직 미숙한 그녀가 류의 모습을 완벽하게 따라 해내기에는, 류가 너무나도 먼 곳에 있었다. 공격, 회피, 이동, 영창, 이 네 가지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부족했기에, 몸에는 잔 상처가 늘고, 움직임은 갈수록 둔해지며-, 영창을 하는 동안에는 적을 견제조차 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와서, 땅을 다스려라-"
그렇다면, 미숙한 만큼, 미숙한 모습으로 따라가면 돼.
미코토는 영창의 마지막 구절을 남겨두고, 사고를 질주하는 것에 돌렸다. 정신력이 흐트러져 이그니스 팍투스가 일어나는 것만 억제하면서, 미코토는 성벽을 달렸다.
닌자의 기술. 본래 그녀는 무사가 아니라, 닌자 쪽에 가까운 재능 보유자였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아폴론 파밀리아의 이들은 반쯤 경악한 얼굴로 성벽을 수직으로 타고 올라가는 미코토의 모습을 바라만 볼뿐이었다.
그렇다고, 무기마저 놓은 것은 실수였다.
성벽을 끝까지 타고 오른 미코토가높게 도약해, 성 내부, 안뜰에 발을 디딘다.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기조들이 뭐하는 녀석이냐고 달려들 그 순간에-
"신무투정, 후츠노미타마!!"
미코토는 망설임 없이 마법을 발동시켰다. 무거워진 중력이 반경 50m 이내의 모든 모험가들을 구속하고, 그대로 고개조차 들지 못하도록 만든다.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 마법 발동 당시 자세가 영 좋지 않았던 몇몇의 뼈 일그러지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네... 네 년, 제 정신이냐...!"
"잠시, 동안은... 저와, 어울려 주셔야... 겠습니다...!"
미코토는 저들을 확실히 묶기 위해, 자신의 육체마저 포기했다. 마법의 범위 내에 자신마저 집어넣은 것이었다.
이 싸움은 소수가 다수에게 지켜지는 성을 깨부수는 공성전... 이렇게라도 묶어내어,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자랑일 것이라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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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음소거. 투명화.
마법으로 떡칠을 한에스트가 나태하게 성문을 지키던 아폴론의 단원들을 모조리 쓰러트려놓고서 문을 열고 있었다.
"...들어와."
"정말 뚫을 줄은 몰랐는데...굉장하네요, 누님."
해골 마스크와 검은색 갑옷을 장착한 에스트를 보며, 벨프가 놀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지금도 이 문이 열렸다는 것이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에스트 씨... 저 분들,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는데요...?"
"응? 으응... 안 들려. 안 죽였어. 안 들려."
"...에스트 씨..."
다크 핸드로 인간성을 뽑았을 뿐이었다.
죽이진 않았다. 적절하게 영양을 섭취하고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면 되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