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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Spotlight : Liliruca Arde (17/71)



〈 17화 〉Spotlight : Liliruca Arde

"베,  님도 강하시네요!"

"...그런가?"

솔로로 킬러 앤트를 몇 마리나 때려잡으면서 힘든 기색을하나도 보이지 않는 벨을 보면서 릴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항상 에스트나 아이즈와 같이 저 끝에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던 벨은 릴리의 칭찬에도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을 뿐이었다.


"그런가? 가 아니에요! 혼자서 이렇게 많은 킬러 앤트 무리를 이렇게나 효율적으로 상대하다니, 절대로 레벨 1이 쉽게 할 만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에스트 씨도 레벨 1이지만  같은 거보다  배는 더-"

에스트. 자신을 반강제적으로 납치한 암자색 소녀의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며 릴리가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게 레벨이 1이면 벨은 레벨이 음수로 수렴한다. 어딘가 착각이 있거나, 신 헤스티아가 치트를 치거나, 아니면 세금 떼먹히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분명 셋 중 하나일 터다.


"벨 님은 오늘 몇 마리 정도 잡으신  아세요?"

"응? 안 세어봐서 모르겠는데."

"무려 49마리에요! 모험가가파티를짜고 하루 종일 사냥을 해도  명이여섯 마리도 채 못잡는 게 킬러 앤트라구요!"

우와. 나 대단하네. 벨이 순수하게 놀랐다.
천연스럽게 놀라는  모습에 릴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 토끼는 도대체 어디까지 순수한 것인지.

"하여튼. 저걸로 50마리에요. 릴리는 키가 안 닿을  같으니까,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응."


릴리가 날쪽을 잡고 건네는 갈무리 칼을 벨이 받아서 벽에 틀어 박혀있는 킬러 앤트의 사체에서 마석을 채취하기 시작한다. 이미 죽었다지만 사후에도 가끔 동료를 부르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떠나기로  이상 재빨리 채취하고 떠나는 것이 좋겠지.

"으으..."


릴리는 그런 벨에게 보이지 않게 뒤에 숨어서 혀를 찼다. 벨의 등에 장비된 흑색의 나이프-헤파이스토스의 각인과 히에로글리프가 가득 새겨진-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팔만 뻗으면 금세 닿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그럴 생각으로 갈무리 칼을 건네준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에스트에게 당했다는 오스카의 모습은 릴리도 지나가던 길에 흘긋 보았다. 죽지는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었다. 모험가로써는 확실히 죽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나마 인맥이나 모험가로써 쌓아온 재산이 있으니  정도로 끝났지, 서포터에 불과한 릴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일도 못하고 핍박만 받다가  구석진 곳에서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게될 뿐이다.
설령 살아난다고 해도-, 릴리를 살린 녀석에게 바쳐야할 돈이 늘어날 뿐이고.

'...아냐. 아냐아냐아냐. 릴리가 언제 뒷일 생각이라도 했었나요?'


릴리는 이를 악물고 벨이 짊어진 나이프에 손을 뻗었다. 자신을 믿기로 했다. 아니, 자신이 여태까지 숨어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을 믿기로 했다. 신다 엘라가 있다면, 릴리가 떼어내지 못할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이프는 간단하게 칼집에서 뽑혀나와, 릴리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이왕이면 칼집까지 확실하게 챙겨가고 싶었지만, 에스트에 대해서 무서운 상상을 하다 보니까, 벨이 갈무리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챙겨보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부족했다.


"벨 님. 오늘은 보수를 안 주셔도 괜찮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납치되어  것이긴 하지만, 일단 고용된 몸이니까요. 그렇지. 대단한 모험가 님이신 벨 님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어필을 하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서포터에게는 서포터만의 룰이 있는 거예요."


그렇, 다면 어쩔 수 없지. 벨이 말했다.
어쩐지 무상으로 부려먹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미안했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벨도 굳이 서포터의 룰을 깨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으음... 그리고, 내일부터는 던전 앞 광장에서 만나기로 해요."

"파밀리아 홈에 돌아갈 생각이야?"

"아쉽게도 릴리는 가난뱅이라서 파밀리아 홈의 기숙사에 사는 걸 허락받지는 못했어요."


파밀리아 홈에서 사는  허락받지 못해? 가난뱅이라서?
벨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릴리는 벨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잘 곳은 있으니까, 굳이 벨 님의 파밀리아 홈으로 다시 데려가실 필요는 없어요. 원래 파밀리아 홈에 부외자를 들이지 않는  오라리오의 룰이기도 하고요."

"으, 으응."

"자, 그럼 돌아갈까요?"


릴리가 벨에게 두둑해진 마석 뭉치를 건네며 웃었다. 벨은 가슴 어딘가가 씁쓸해지는 것을 느끼며, 킬러 앤트에게서 뜯어낸 마석을 넣었다.
헤스티아 나이프가 칼집만 남기고서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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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답지 않구만. 이런 장난감을 가져오다니."

"네?"

"당겨도 밀어도 베이지가않아. 날이 죽어있어. 이 꼬부랑 각인에 대해서는 본 적이 있다만..."


노움 노인의 말에, 시앙슬로프 남성으로 변장한 릴리가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되물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낙인이새겨진 검은 나이프, 벨의 손에서는 킬러 앤트를 학살하던 병기였던 나이프가 고작 장난감 취급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그래서 얼마라는 거예요?"

"글쎄. 이런 걸 굳이 돈 주고 살 녀석이과연 있을까... 여기 전시라도  줄까? 60발리스  줄 수 있네만."

"됐어요. 다시 올게요!"


릴리가 노움의 손에서 헤스티아 나이프를 채가듯이 빼앗아들어, 곧바로 노움 노인의 상점에서 빠져나왔다. 대박이라고 생각했더니 완전 쪽박이었다.
아니, 저 늙은이가 이젠 노환이 와서 죽을 때가 된 거야. 이런 명검을 잘못 볼 리가 없잖아. 릴리가 속으로 외쳤다. 그러면서 헤스티아 나이프를 들어 자신의 손가락 끝을 찔러보았다. 베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분명 킬러 앤트의 외피를 없는 것처럼 갈라내던 명검인데-

"...앗."


골목길을 걸어 빠져나가려던 릴리가 순간 멈춰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거의 무호흡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입구에, 암자색 머리카락의 사신이 서있었다.

"윽?!"

"...헤에. 벨이 허둥지둥대고 있던 게 그런 이유였구나."

에스트는 딱히 도둑을 잡을 생각으로 뒷골목에 발을 디딘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도둑맞은 줄도 모르고 있었고.
그저 화톳불-헤스티아-의 편린이 벨을 제외하고도 하나 더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신경쓰여서 찾아온 것이었는데, 그것이 헤스티아의 이코르와 히에로글리프로 만들어진 벨의 분신- 헤스티아 나이프였을 뿐이다.

'도망쳐야 해!'


릴리는 심장이 터질 듯한 공포에, 헤스티아 나이프를 에스트에게 집어던지고,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에스트는 헤스티아 나이프를 주워 무한의 상자에 수납하고, 도망치는 시앙슬로프 남성, 으로 변장한 릴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나이프를 돌려 주었으니 딱히 쫓을 이유도 없지만, 성별도 종족도 달랐지만,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어쩐지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상당히 닮아 있었기 때문에 쫓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에스트가 골목을 돌자, 초록 머리카락의 엘프와 살짝 부딛친 시앙슬로프 남성이큰 소리로 사죄를 외치며 골목의 다른 바깥  쪽으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에스트는 곧바로 쫓아가려 했지만-

"당신, 잠깐 멈추시죠."


엘프가 에스트를 저지했다.
옆에 있는 회색에 가까운 은색 머리카락의 술집 종업원 소녀, 시르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벨과 한 번  적이 있었던  주점의 종업원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에스트는 생각했다.

"저시앙슬로프와는 무슨 관계입니까."

"알 바 아니잖아."

"물론.  알 바는 아니지만, 약자를 그저 괴롭히고 있는 것뿐이라면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겠군요."

"......"


긴장감이 돌았다. 일촉즉발의 기류였다.
아무래도 큰 오해를 산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에스트가 굳이 오해를 풀려 들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같지만 알 바인가.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는다.


"류!  사람, 벨 씨 파밀리아의 단장님이야!"

"시르? 그게 이 사람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구별하는 수단이 되지는-"

"그런 거 떠나서도 미아 엄마가 길가에서 싸우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잖아!"

아무래도 저 류, 라는 엘프는 시르에게 꼼짝못하는 것 같다.
에스트는 그 두 소녀를 뒤로 하고, 곧바로 골목 바깥으로 뛰기 시작했다. 방해가 있었지만, 그 시앙슬로프의 속도를 생각하면 늦지는 않을 터다.

골목의 끝, 도로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에스트는 좌우를둘러보다가-


"벨?"

"으으으..."

"으우으..."


옆에, 릴리와 벨이 한데 뒤엉켜서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모양새로 보아선 어느 한 쪽이 달리다가 부딪친것 같아보였다. 다만 에스트가 쫓던 시앙슬로프 남성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기척마저도.

"기다리십시요!"

"류! 아아! 정말!"

잇달아서 류와 시르가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벨과 릴리를 보며 멈춰선 에스트를 보며 그녀들도 멈추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들었다.

"앗?! 에스트 씨! 그리고 시르 씨! 류 씨! 그리고 릴리! 혹시 제 나이프 못봤어요?!"


시르와 류에게는 끝부터 끝까지 온통 새까만 나이프라고 설명을 덧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 것이 벨다웠다.
에스트는 무한의 상자 안에 수납해두었던 헤스티아 나이프를 꺼내어 허둥지둥하던 벨에게 건네주었다.

"소중한 것이라면 잊지마."

잃지 마가 아니라, 잊지 마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불사자다웠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벨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에스트의 손에 달라붙어서 나이프를 볼로 쓰다듬고 있었고, 시르는 볼을 부풀리고, 류는- 대강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도둑을 쫓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류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에스트는 덤벼올 경우- 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류가 그렇게 허리를 숙여서까지 사과할 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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