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Spotlight : Realis phrase
벨 크라넬
lv1
힘 : H182 → G220
내구 : H113 → H142
기교 : H196 → G239
민첩 : H172 → G225
마력 :I0
마법
[ ]
스킬
[ ]
"...주, 주신님."
벨은 자신의 손에 들린 스테이터스 용지를 보면서, 할 말을 잃은 듯, 자신의 주신의 얼굴을 마냥쳐다보기만 하였다. 잘못 쓴 게 아니냐고 눈으로 묻는 듯한 벨의 모양새에, 헤스티아는 얼굴을 시꺼멓게 물들이고 말했다.
"너는 내가 간단한 받아쓰기조차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느냐?"
"그럴 수 있어."
"에스트?!"
헤스티아가 빼액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트가 첫번째로 헤스티아에게 받았으며, 또한 마지막이 되어버린 스테이터스 용지에 적혀 있었던 스킬은 읽을 수도 없는 괴상한 문자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대한 것은 본질적인 이유가 달랐지만, 에스트에게 있어선 그냥 헤스티아가 잘못 썼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으니.
"아, 아뇨... 하지만, 그... 이 상승폭은, 조금, 뭐라고 할까..."
벨은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일들과, 그 며칠 사이를 제외한 몇 달간의 사냥 행적을 떠올려 보았다. 다른 것은 없었는데 상승 폭은 거의 10배에서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불합리했다.
"내구 항목 보세요! 저 오늘 고블린한테 단 한 대 맞았을 뿐인데! 29나 올랐다구요!"
평소에는 맞고 맞고 또 맞아서 2나 3 정도 올랐으면 다행이었다. 무식하게 오른 자신의 스테이터스에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할 법 했다.
그렇게 외친 벨은 눈앞의 주신님의 표정을 보며- 목소리를 줄이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헤스티아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이지 않았다. 언짢다, 기보다는 화났다, 고 해도 좋을 정도의 표정으로 벨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말을 잘못한 부분이 있었나? 아니,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 그... 주신님?"
"......."
"저는 그저... 스테이터스가... 왜 이렇게 느닷없이 성장했나 해서..."
"내가 알겠냐."
헤스티아는 드물게도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서, 옷장으로 가, 몸을 다 가리는 외투를 꺼내 입고서 쿵쿵 파밀리아 홈을 걸어나갔다.
"주신님?"
"나는 잠깐 헤파이스토스에게 볼 일이 있으니, 오늘 저녁에는 너희 둘이서 알아서 쓸쓸하게 먹도록 하여라!!"
신이 신을 만나러 가겠다는데, 어찌 하계의 아이가 잡으리오. 벨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 에스트를 보았다. 평소의 생각없는 표정으로 조각을 팔아서 번 돈으로 자신이 사 온 감자돌이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그거야. 성장기라는 거지."
"납득이 안가는데요..."
"그런 게 있어. 도무지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적을 만났지만, 어느 순간 '어 뭐야, 완전 쉬운 녀석이었네'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건데..."
방황하는 데몬과 아이언 골렘을 떠올리면서 에스트가 중얼거렸다.
방황하는 데몬은 매일 수용소의 기력없는 불사자들을 때려잡기만 한 탓인지, 생긴 것에 비해서 전투 부족으로 인한 패턴의 고착화가 눈에 띄었지만- 너무 커서 파악하기 힘들었던 탓에 30번은 넘게 죽었던 전적이 있었고, 아이언 골렘은 거대한 강철의 무게에 한껏 가슴 졸이고 들어갔더니 용 비늘보다, 데몬 가죽보다, 심지어는 늑대 가죽보다도 무른 강철의 연약함에 어이를 상실했던 적도 있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알 면 이상하겠지."
에스트가 마지막 감자돌이를 입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세요?"
"밥 먹으러. 헤스티아가 알아서 먹으라잖아?"
몇 달 전, 밥 먹을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헤스티아에게 말했던 불사자는 어느새 먹을 것에 대한 유혹에 가득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벨은 텅텅빈 감자돌이 그릇을 보면서 더 먹을 생각인건가- 하고 생각했다가, 문득 시르 씨가 와 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해내며, 에스트를 불렀다.
"에스트 씨---엑?!"
"응?"
간만에 멋이라도 부려 볼까 싶어서 회화 수호자의 장의로 갈아입고 있던 에스트는 자신을 부르다 말고 비명을 지르는 벨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돌아보는 순간 비명소리가 한 번 더 울려퍼졌다.
뭐야, 시끄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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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씨!"
시르가 기쁜 듯한 목소리로 어물쩡 서 있었던 벨을 불렀다. 전원 웨이트리스 + 수많은 모험가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살짝 침착하지 못하고 있던 벨은 포기한 표정으로 시르에게 말했다.
"저 왔어요."
"네, 어서 오세요... 이분은?"
"저희 파밀리아 단장 분이세요."
"어머나."
하얗고 매끈한 어쩐지 마법에 강할 듯한 옷을 입은 에스트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에스트는 벨과 다른 의미로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모험가나 웨이트리스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끼어들어있는 신들이 족히 열은 넘어보인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던 것이다.
아노르 론도가 멀쩡히 기능하던 시절에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손님 두 분 들어갑니다! 안쪽으로 안내할게요!"
"에... 에스트씨. 주점에선 이런 걸 일일히 말하나요?"
"몰라. 와 본 적 없으니까."
벨은 의외의 말에 놀라움을 느끼며 시르의 안내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섰다. 안쪽에는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벨에겐 여전히 내성없는 음식점이었지만, 에스트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여기에 앉아서 식사해주세요~ 테이블 자리는 곧 올 손님이 다 예약을 해두어서..."
카운터 자리. 주점 구석이라 다른 모험가들과 엮일 일은없어 보이지만, 반대로 주인 아주머니와 똑바로 보면서 식사를 해야할 그럴 자리였다.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려나. 벨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
"너냐? 시르가 데려온 손님이. 하하, 모험자 주제에 얼굴이 곱상하구먼!!"
주인 아주머니가 더 함정이었어-!? 벨이 속으로 소리 질렀다.
비록 에스트와 함께 앉았지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벨의 어깨를 툭툭 치는 걸 보면, 남녀 사이에서 풋풋히 피어오르는 그것을 생각하고 툭툭 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벨은 뭔가 기쁘면서도 얼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버틸 수가 없었ㄷ
"듣자하니 우리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대식가라며? 팍팍 가져올 테니까, 돈도 팍팍 쓰고 가라고!"
순간, 벨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대식가 한 명이 있는 것은맞지만, 적어도 벨은 대식가가 아니었다. 시르는 에스트가 올 사실도, 에스트가 누구인지도 모를 것인데, 그런데도 그런 소리를 했다.
벨이 휙 돌아보니, 시르가 휙 하고 시선을 피했다.
"저기."
"에헤헤."
"에헤헤가 아니거든요!?"
"그게, 미아 어머니께 대접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준비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말에 살이 붙어서..."
대접이 아니잖아!
"우리파밀리아, 그렇게 부자가 아니란 말이예요!"
"...와--배가 고파서 힘이 안 나네--- 아침을 못 먹어서 그런가 봐---."
치사하다! 시르의 국어책 읽기를 듣던 벨이 끝끝내 속에서 그치지 않고 뱉어내어 외쳤다. 사기당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면 볶음이랑 고기 튀김이랑 볶음밥이랑, 닭 훈제랑..."
"뭘 또 태평하게 시키고 있는거예요, 에스트 씨! 아니, 그거 다 먹을 생각이에요?!"
아니, 맛만 볼 생각. 에스트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어 벨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불사자의 금전 감각은 상실되어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다 잃어버리니까, 죽기 전에 다 쓰고 보자는 소울 개념이 금전에게까지 이어져버린 것이었다.
벨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돈을 저금해주면 파밀리아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일행분은 이렇게 굉장하신데, 벨 님은 그냥 두고만 보실 거예요?"
언제부터인가 씨가 님이 되어있었다. 벨은 시르를 가는 눈으로 보면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어차피 에스트가 시킨 분량은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양이었고, 함께 먹으면 그만이다.
"술은?"
미아 아주머니가 술병을 쿵 하고 내려놓았다. 벨은 사양했지만 에스트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술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가격은 보고 시키고 있는 것이겠지... 벨은 망자가 되어가는 느낌으로 에스트를 보았다. 벨에게 있어서 에스트란, 이젠 여자라기보다는 가족같은 느낌이라서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만, 항상 생각없이 죽어있던 것과는 다르게, 묘하게 되살아난 듯한모습이라서 조금 두근거리고 말았다. 평소와는 다른 하얀 의복도 그렇고.
스커트나 원피스 같은 건 입을 생각이 없는 걸까. 항상 갑옷처럼 온 몸을 가리는 복장만을 고집하는 에스트를 보며 벨이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