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Spotlight: Bell Cranell
"다녀왔습니다."
"오오, 에스트, 돌아왔느냐?!"
에스트가 문을 여는 소리에 반응한 헤스티아가 내부에서 뛰쳐나왔다. 헤스티아는 뛰쳐나온 가속도 그대로 에스트에게 들러붙으려다가-
"아, 안녕하세요...?"
폐시가지에 폐성당. 가면 갈수록 인적없는 으슥한 곳으로 가고 있던 탓에 조금 겁을 먹고 있었던 벨 크라넬이 에스트를 따라서 쭈뼛쭈뼛 아래로 내려왔다. 기운찬 신님의 모습에 벨은 오히려 침착해질 수 있었지만, 헤스티아는 당황에 당황을 거듭할 뿐이었다.
"에, 에스트..., 이 토끼는 무엇이냐?! 조, 조금 반반하게 생기긴 했지만, 납치는 아니 된다!"
안 그래도 에스트는 며칠 전에 마을 뒷골목에서 횡포를 부리던 몇몇 불량배들을 반죽음으로 만들어버린 전과가 있었다. 여기서 더 범죄를 저질렀다가는 길드에게 경고 받는 것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예 퇴거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납치같은 것 아냐.조금 묻고 싶은 게 있었을 뿐이야."
"안녕하십니까, 시, 신님. 제 이름은, 베, 벨 크라넬이라고 합니다!"
벨이 헤스티아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헤스티아는 살짝 당황했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자신의 이름이 헤스티아임을 밝혔다. 외모에 어울리게 싹싹하고 착한 아이라고 헤스티아는 판단했다.
"이제 질문해도 될까?"
"아, 예! 물론입니다!"
에스트는 장작을 구석에 내려놓고, 역시 구석진 곳에 먼지 쌓인 채 놓여있던 무한의 상자를 열어서 황금색의 동전 비슷한 것 하나를 꺼내들었다. 태양의 그림 하나로 이미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더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솔라에게 이런 것을 받은 적은 없어?"
"태양의 메달이네요. 에스트 씨도 솔라 씨를 만난 적이 있나요?"
"은인이야."
에스트는 겨우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아득하게 느껴지는 옛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종의 가고일, 탐식의 드래곤, 온슈타인과 스모우, 마지막으로 지네 데몬.자신만의 태양을 찾기 위해서 로드란에 온 태양의 전사는 단순한 호의로 아직 미숙했던 그녀를 몇 번이고 도와주었던 것이었다.
비록 에스트가 그를 이자리스의 폐허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좌절과 절망에 빠져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살아 남았던 것 같아보여 다행이었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어?"
에스트의 질문에 벨은 고향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장작을 패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빵을 만들기도 하며, 다른사람들처럼 농사를 짓기도 했다. 조금 검을 잘 다룰 뿐,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던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태양에게 만세를 보내며 살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태양을 찬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그래."
에스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벨에게 감사를 표했다.
빈하임의 그릭스, 늪의 로렌티우스, 빅 햇 로건, 솔론도의 성녀 레아, 그리고 카타리나의 지크마이어까지-, 에스트가 한 때 알았던 모든 이들이 사명에 목숨을걸고, 소울을 불태우며 스러져갔지만, 그 바보 같이 착한 남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찾아보고 싶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에스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저주받은 불사자인 자신이 끼어들어 그의 삶을 깨트릴 필요는 없었다. 그위네비아가 최초의 화톳불을 밝힌다면 불사의 저주도 사라진다고 했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역시 아직도 불사의 저주를 앓고 있다면 언젠가 화톳불을 갈구하며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에스트? 나에게도 알려다오!"
"별 것 아닌 이야기야."
에스트는 궁금해하는 헤스티아를 가볍게 물리치고, 쓸 만한 나무조각 몇 개를 들고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폐성당 한 켠에 마련한 터에 앉아서 나무를 조각하기 위함이었다.
우라실의 외딴 탑에 은둔해있던 장님 기사를 따라하는 것뿐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음..."
"으음..."
에스트가 제멋대로 나가버리자, 남겨진 두 명은 그녀의 마이웨이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문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차,'
그러다가, 벨은 자신이 이 오라리오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 곧바로 아직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던 헤스티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헤스티아는 갑작스러운 벨의 행동에 쌍으로 패닉을 먹었다. 나갈 것이면 이 녀석도 데리고 나갈 것이지-!
"헤스티아 님, 저 벨 크라넬은이 파밀리아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뭐야, 그런 것이었나.'
오는 자 막지 않고, 가는 자 말리지 않는화롯불의여신 헤스티아는 벨의 갑작스런 입단 신청을 보면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6시간, 12번의 입단 신청 끝에 결국 파밀리아에 입단할 수 있었던 벨은 날 듯이 기뻐했고, 헤스티아는 작은 파밀리아에 입단한 것으로 너무나 기뻐하는 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주관이 옳았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