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Spotlight: Bell Cranell (7/71)



〈 7화 〉Spotlight: Bell Cranell

"다녀왔습니다."

"오오, 에스트, 돌아왔느냐?!"

에스트가 문을 여는 소리에 반응한 헤스티아가 내부에서 뛰쳐나왔다. 헤스티아는 뛰쳐나온 가속도 그대로 에스트에게 들러붙으려다가-


"아, 안녕하세요...?"


폐시가지에 폐성당. 가면 갈수록 인적없는 으슥한 곳으로 가고 있던 탓에 조금 겁을 먹고 있었던 벨 크라넬이 에스트를 따라서 쭈뼛쭈뼛 아래로 내려왔다. 기운찬 신님의 모습에 벨은 오히려 침착해질 수 있었지만, 헤스티아는 당황에 당황을 거듭할 뿐이었다.


"에, 에스트..., 이 토끼는 무엇이냐?! 조, 조금 반반하게 생기긴 했지만, 납치는 아니 된다!"


안 그래도 에스트는 며칠 전에 마을 뒷골목에서 횡포를 부리던 몇몇 불량배들을 반죽음으로 만들어버린 전과가 있었다. 여기서 더 범죄를 저질렀다가는 길드에게 경고 받는 것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예 퇴거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납치같은 것 아냐.조금 묻고 싶은 게 있었을 뿐이야."

"안녕하십니까, 시, 신님. 제 이름은, 베, 벨 크라넬이라고 합니다!"


벨이 헤스티아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헤스티아는 살짝 당황했다가, 헛기침을  번 하고서 자신의 이름이 헤스티아임을 밝혔다. 외모에 어울리게 싹싹하고 착한 아이라고 헤스티아는 판단했다.

"이제 질문해도 될까?"

"아, 예! 물론입니다!"


에스트는 장작을 구석에 내려놓고, 역시 구석진 곳에 먼지 쌓인 채 놓여있던 무한의 상자를 열어서 황금색의 동전 비슷한 것 하나를 꺼내들었다. 태양의 그림 하나로 이미 충분히 확인할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솔라에게 이런 것을 받은 적은 없어?"

"태양의 메달이네요. 에스트 씨도 솔라 씨를 만난 적이 있나요?"

"은인이야."

에스트는 겨우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아득하게 느껴지는 옛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종의 가고일, 탐식의 드래곤, 온슈타인과 스모우, 마지막으로 지네 데몬.자신만의 태양을 찾기 위해서 로드란에 온 태양의 전사는 단순한 호의로 아직 미숙했던 그녀를 몇 번이고 도와주었던 것이었다.
비록 에스트가 그를 이자리스의 폐허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좌절과 절망에 빠져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살아 남았던 것 같아보여 다행이었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어?"

에스트의 질문에 벨은 고향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장작을 패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빵을 만들기도 하며, 다른사람들처럼 농사를 짓기도 했다. 조금 검을 잘 다룰 뿐,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던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태양에게 만세를 보내며 살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태양을 찬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그래."

에스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벨에게 감사를 표했다.
빈하임의 그릭스, 늪의 로렌티우스, 빅 햇 로건, 솔론도의 성녀 레아, 그리고 카타리나의 지크마이어까지-, 에스트가 한 때 알았던 모든 이들이 사명에 목숨을걸고, 소울을 불태우며 스러져갔지만, 그 바보 같이 착한 남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찾아보고 싶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에스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저주받은 불사자인 자신이 끼어들어 그의 삶을 깨트릴 필요는 없었다. 그위네비아가 최초의 화톳불을 밝힌다면 불사의 저주도 사라진다고 했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역시 아직도 불사의 저주를 앓고 있다면 언젠가 화톳불을 갈구하며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에스트? 나에게도 알려다오!"

"별  아닌 이야기야."

에스트는 궁금해하는 헤스티아를 가볍게 물리치고,  만한 나무조각 몇 개를 들고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폐성당 한 켠에 마련한 터에 앉아서 나무를 조각하기 위함이었다.
우라실의 외딴 탑에 은둔해있던 장님 기사를 따라하는 것뿐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음..."

"으음..."

에스트가 제멋대로 나가버리자, 남겨진 두 명은 그녀의 마이웨이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문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차,'

그러다가, 벨은 자신이 이 오라리오에 온 이유를 떠올리고, 곧바로 아직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던 헤스티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헤스티아는 갑작스러운 벨의 행동에 쌍으로 패닉을 먹었다. 나갈 것이면 이 녀석도 데리고 나갈 것이지-!


"헤스티아 님, 저 벨 크라넬은이 파밀리아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뭐야, 그런 것이었나.'

오는 자 막지 않고, 가는 자 말리지 않는화롯불의여신 헤스티아는 벨의 갑작스런 입단 신청을 보면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6시간, 12번의 입단 신청 끝에 결국 파밀리아에 입단할 수 있었던 벨은 날 듯이 기뻐했고, 헤스티아는 작은 파밀리아에 입단한 것으로 너무나 기뻐하는 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주관이 옳았음을 다시 확인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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