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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는데 첫사랑이 수상하다-180화 (180/189)

180화. 어제와도 내일과도 같지 않도록 (16)

“그게 무슨……!”

뷔욘의 말을 들은 데메트리안이 미간을 한껏 좁히며 앞으로 나섰다. 클로에를 뷔욘의 시선으로부터 감추듯 막아선 그의 낯은 순전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턱이 불거지고 눈초리에 빳빳이 힘이 들어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뷔욘은 퍽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소공작께도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군요.”

“가당키나 한 소리를 하시지요, 왕자!”

데메트리안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건 기실, 수년간 쌓이고 또 쌓인 분노의 발로였다.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던 여관에서, 누가 봐도 클로에를 고립시켜 둔 것이 빤했던 셰비크 궁의 알현실에서, 그녀의 소식 한 자 들려오지 않는 주간지를 뒤적일 때, 그녀에게서 답신을 받은 친우가 있는지 알아보던 시절.

프레더릭이 침묵으로써 그와 거래를 했음을 시인했을 때, 캄포의 성배가 부정한 방법으로 약탈되었음을 확인한 순간…….

그리고 그가 클로에에게 접근하는 걸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그 모든 순간과, 그가 클로에와의 관계에 대한 뜬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란 사실과 알레지오의 영애와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것을 확인했을 때 느끼고 말았던…… 거듭되고 또 중첩된 분노였다.

그의 분노가 그리도 해묵은 것임을 알 리가 없는 뷔욘은 가볍게 빈정대었다.

“그런 건 아무리 크레벨의 소공작이어도 확답할 수 없나.”

“사람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뷔욘의 태연자약한 이기죽거림에 비하면 데메트리안의 분노는 과했다.

그의 사연을 모르는 이에게는 우스꽝스러울 정도였지만, 클로에만은 그 너머의 사정을 알았다.

제가 살면서 처음 보는 데메트리안의 격분에, 클로에는 목구멍이 메어 오는 것 같았다.

뷔욘은 흥미롭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소공작께서도 캄포의 대공에게 사위로 건네지는 처지 아니시던가요.”

즐거웠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지만, 소공작의 저 일그러진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제가 제국의 볼모가 되어 기생해야만 했던 고티유의 사교계에서 늘 여유로운 위치에 있던 제국의 소공작.

‘그런 그가 아끼는 여인이니 탐이 났을 수밖에 없잖은가.’

그래, 그런 것일 수밖에 없지. 다 똑같은 제국의 앵무새 따위에 제가…… 그럴 리 없었으니까.

비죽 웃는 뷔욘의 낯에 일종의 자조가 어렸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떻습니까.”

뷔욘이 성배를 제 발치로 툭 떨구고는, 등에 메고 있던 짐에서 기다란 막대기 하나를 꺼냈다. 팔뚝 길이의 그 막대기는 반 뼘 너비의 납작한 것이었는데, 그 표면에 복잡한 도식이 새겨져 있는 한편으로 마정석이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뷔욘이 그것으로 클로에를 겨누고 손잡이를 조작하자…… 그 마정석을 따라 막대기의 끝에 빛무리가 어렸다.

그걸 바라보던 라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조심하세요!”

위잉- 펑!

막대기의 끝에 어렸던 빛무리가 이내 일직선으로 날아가 불길이 되어 꽂혔다. 바닥이 검게 타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로이! 공자님!”

저 멀리서 미라벨의 비명이 울렸다. 스칸다르의 기사들을 다 해치우고, 디에크 하나만을 남긴 참이었다.

다급해진 미라벨은 재빨리 파이겐과 검격을 주고받는 중인 디에크의 뒤로 날아가, 그의 급소를 찔렀다.

“어서 가요, 경!”

“아니 참, 내가 다 잡은 걸…….”

“상도덕은 지킬 사람 안전할 때만 지킬게요.”

단말마도 내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디에크를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재빨리 클로에와 데메트리안 쪽으로 향했다.

켈록, 켈록! 뷔욘이 공격한 곳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공격 마법은 마도구로 못 만든다더니…….”

클로에로 말할 것 같으면, 데메트리안이 몸을 던져 구른 덕에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라구도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저런 마력식은 마탑에 보고된 적이 없었는데…….

‘알프레다가?’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뷔욘이 벌인 양을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벌인 일의 결과물을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전공도 아니면서 마력식을 멋대로 개조하다니……!’

그때 다시금, 뷔욘이 마도구로 두 사람을 겨냥했다. 파이겐과 미라벨이 그를 막아섰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잉- 펑! 빛무리가 미라벨과 파이겐 사이를 파고들어, 클로에와 데메트리안이 있던 자리가 검게 탔다. 두 사람이 한가지로 엉켜 구른 덕에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은 데메트리안이 고함을 쳤다.

“이게 무슨 짓이오!”

“뭐라도 하나 잃어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미소 짓는 뷔욘의 눈동자가 선득하게 빛났다. 데메트리안의 낯이 더욱 험악해졌다.

“대륙의 패권을 틀어쥔 아르투젠의 중심에서 태어나셨는데, 하필이면 다섯 공작가 중에서도 황실과 가장 가까운 크레벨의 후계자로 태어나신 그 운 좋으심. 태어난 순간부터 대륙의 정치를 좌지우지할 원로원의 후계자로 자라나신 당신께서…… 무슨 부족함이나 알고 자라셨겠습니까?”

뷔욘의 구구절절한 악담을 들으며 데메트리안은 검을 쥔 손에 힘을 꾸욱 쥐었다.

내가, 잃은 게 없다니…….

제 모든 걸 가졌던 이가 하는 말로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 아닌가. 데메트리안은 기가 차서 짧게 웃었다.

‘알레지오와의 혼약을 깨고 제국과 정략혼을 꾀한 것도…… 로이를 노려서였나.’

그래도 클로에는, 그가 성배를 훔친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그를 어느 정도 신실한 부군으로 여겼던 것 같은데.

‘저자는 애초부터 로이의 신뢰를 얻을 자격도 없었던 거야.’

그런데 나는, 그녀가 행복했을 줄로 착각해서……! 정확한 내역을 따져 물을 수 없는 분노에 데메트리안의 눈이 희번덕였다.

그는 검을 고쳐 들고서 보폭을 벌려 클로에를 보호하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파이겐과 미라벨이 한 걸음씩 물러나 그에게 선두를 내주었다.

“당신이 제후국의 왕자로서 겪은 비참함을 왜 내게 전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실 만도 하지요.”

뷔욘이 비소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낯에 가득한 자기연민이 아니꼬워, 데메트리안은 어금니를 으득 갈았다.

“검으로 정정당당하게 싸웁시다!”

그리 말하며 데메트리안이 뷔욘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발을 굴러 도약하려던 순간.

쾅!

“데미!”

뷔욘의 마도구가 데메트리안이 바닥을 디딘 바로 그 발을 공격했다. 중심을 잃은 데메트리안이 한바탕 구르고 말았다.

“괜찮아?”

“응, 간신히 피했네.”

클로에가 그에게로 넘어지듯 다가가자, 그의 신발에서 매캐한 가죽 그을린 냄새가 났다.

그들의 친근한 양을 바라보는 뷔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래, 저토록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내 눈길이 갔을 리가 없다. 아무리 눈길을 끌었어도 고작, 제국의 앵무새 아닌가.

“정정당당이란 기득권자에게 편리한 말 아닙니까.”

그리 말하며 뷔욘은 다시금 마도구로 클로에를 겨누었다.

“검으로 맞붙자고!”

데메트리안이 그리 소리치며 대번에 뷔욘을 향해 쇄도하였다. 이크, 뷔욘이 반사적으로 마도구를 내뻗어 데메트리안의 일격을 받아냈을 무렵.

콰직! 작은 소음이 울리며 마도구의 끄트머리가 검에 베여 날아갔다.

‘부쉈나?’

그리 생각하며 데메트리안이 잠시 물러났을 때.

펑! 뷔욘이 시험 삼아 마도구를 작동시킨 듯, 그의 발치에 검게 불탄 자국이 났다. 오히려 제어장치가 망가진 건지 위력이 더 커진 것도 같았다. 시작동에 성공한 뷔욘이 다시금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이런, 이런. 망가지기라도 했는지.”

변명하듯 그리 말하고서, 뷔욘은 계속해서 마도구로 바닥 이곳저곳을 향해 쏘았다. 펑, 펑, 펑! 바닥 이곳저곳이 굉음과 함께 꺼멓게 타올랐다.

후두둑……. 그 반동에 천장의 금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펑, 펑! 계속되는 난사에, 어느새 알프레다가 헬레네 주변으로 간신히 방어막까지 치고 말았을 때.

“그러다 보면 실수로.”

별안간 마도구가 데메트리안을 향했다. 그 사출구에 빛무리가 어렸다.

피하려 했지만, 발걸음을 떼려 할 때 이미 시야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데미!”

“윽……!”

눈을 질끈 감고…… 시간이 지나도록 그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아해진 데메트리안이 눈을 슬며시 뜨자, 제 앞쪽으로 뻗어 나온 가녀린 손이 보였다.

“……로이?”

그리고 그 손에는, 제가 얼마 전 특별히 제작한 반지가 빛나고 있었고, 거기서 뻗어 나온 반투명한 보호막이…… 그러니까, 클로에가 마도구 반지를 활용해 그 마법 공격을 막아낸 거였다.

단 한 번 쓸 수 있는 바로 그 기능을.

“로이, 이, 이걸 지금 쓰면……. 이건 널 위해서……”

그 사실을 깨닫고 만 데메트리안이 황망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뒤에 서서 간신히 손만 내뻗었던 클로에가 작게 웃었다.

“나야 네가 어떻게든 지킬 거잖아.”

“…….”

“왜, 아냐?”

“그거야…….”

그럴 거지만, 하지만 지금 왕자가…… 그리 생각하며 뷔욘을 바라보니, 그가 무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눈물겨운 우정이군.”

그리 말하며 뷔욘이 다시 마도구를 겨누려 할 때였다.

그래, 로이는 내가 지키기로 했으니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니까.

데메트리안이 대번에 뷔욘 쪽을 향해 뛰어올랐다.

갑작스레 사정권이 비자 당황한 뷔욘이 허둥댈 무렵. 데메트리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머리 위에서 검을 휘둘렀다.

퍽!

당황한 뷔욘이 하릴없이 마도구로 데메트리안의 검을 받아내자, 마도구가 반동강이 나고 말았다. 어슴푸레한 불꽃이 무작위로 튀었다.

“검을 뽑으시지.”

그 말에, 마침내 뷔욘이 마지못해 검을 뽑아 들었다. 제국인이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검술을 보이는 거였다.

셰비크에서 그의 거친 검술을 본 적 있는 클로에의 낯이 긴장감으로 굳었다.

챙, 챙, 채챙! 걱정과 달리, 여유로우리만치 깔끔한 검술은 어디 가고…… 데메트리안은 그 절박한 낯만큼 빠르게 쇄도해 갔다. 뷔욘은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그에게 한껏 휘둘리며 밀려났다. 기둥을 돌리느라 힘을 써서인지 검을 놀리는 손이 무거운 듯도 했다.

일방적인 공격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어느새 뷔욘의 등은 그가 지반 아래로 처박아 저택을 폭파하려던 그 기둥에 닿아 있었다.

챙! 데메트리안이 크게 휘두른 검이 서로의 코앞에서 맞부딪었다. 그그극…… 소름 끼치는 금속성의 마찰음이 울렸다. 힘이 떨어진 뷔욘은 어느새 데메트리안의 검에 목께를 짓눌리고 있었다.

“하하, 참, 무예까지 출중하셔라.”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빈정대듯 말하는 뷔욘의 눈빛에는 일종의 귀기가 흘렀다. 코앞에서 그의 악의적인 표정을 바라보는 데메트리안은…… 그에 대해 제가 가졌던 그간의 질투심, 굴욕감, 패배감 같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뱃속에서 뒤엉키는 것만 같았다.

‘저만 억울한 것처럼.’

거기에, 클로에가 부군으로서 믿어 온 바를 배신했다는 데 대한 분노까지…….

이대로 그를 베어 버리고 싶은 복수심과, 함부로 그래 버리면 안 된다는 이성이 서로 고삐를 잡고 놔 주지 않으려 할 때쯤이었다.

“……루카! 언제 왔어?”

뒤편에서 클로에의 외침이 울렸다.

그녀의 비명이 향한 곳을 보니 루카가 어느새 그들 곁에 다가와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사제복을 입은 사람이 떠메어진 채였다.

또, 아무도 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역시 소공작께는 친우도 고결한 분뿐이셔서.”

뷔욘이 작정한 듯 빈정거림을 이었을 때. 별안간 데메트리안이 검을 비틀어 그의 칼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이윽고 제 검도 바닥에 집어 던졌다.

빈손이 주먹이 되어, 높이 치들더니……

퍽!

뷔욘의 머리통이 한껏 돌아갔다.

그편을 지켜보던 클로에의 어깨가 한껏 움츠러들었다.

“큭…… 크큭. 흐흐흐……. 주먹이라.”

“사적 원한은 이 정도로 하고. 당신의 벌은 법과 규율에 따라 심판받을 것입니다.”

“관대하시다고 해야 할지.”

고개가 돌아간 채로 낄낄대던 뷔욘이 입안에 든 것을 저 멀리 뱉고는 우물대었다.

“지고하신 크레벨의 소공작께서는 검에 피도 함부로 안 묻히시나 보군요.”

데메트리안은 반쯤 미끄러져 있는 그를 음울한 낯으로 내려다보았다.

피를 안 묻히는 게 아니라 못 묻히는 거였다.

마음속으로는 그가 힘에 부쳐 쓰러질 때까지 검을 휘둘러 온몸에 죽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내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저 잘난 입 한번 움직이지 못하게 흠씬 두들겨 패고 싶기도 했다.

‘로이가 보고 있는 데다가, 충동적인 복수 때문에 정당한 대가를 못 치르면 안 되니까…….’

그 차가운 분노를 담아 데메트리안의 주먹이 파르르 떨었다. 힘줄이 불거졌다.

그때였다.

“아, 저, 왕자, 으, 와, 왕, 전하, 나는, 나, 나는……”

어디선가 정신없이 파들거리며 웅얼대는 소리가 났다. 모두가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루카가 떠메고 있는 인물이었다.

루카가 쯧, 작게 혀를 차더니 그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았다. 환각제의 효능이 떨어져 낯빛이 창백하게 가라앉은 안톤미오노가 거품이 인 입으로 연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나는, 나를 스, 스칸다르에서 가장 고결, 고결한 이로…… 약속을 왜, 아아, 소, 소소손님, 그런 취급…… 왜, 왜 나를, 배신하여…… 뷔요, 뷔욘 4, 4세, 맹약을…… 배신자! 배신… 제가, 제가 배신, 어머니, 어머니시여…….”

그런 그의 시선은 뷔욘에게 꽂혀 있었다. 이치가 닿지 않는 말의 분절을 주절대는 그는 어떤 환영을 떠올리는 듯했다.

‘스칸다르에서의…… 기억?’

클로에가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을 때였다.

“으, 으으으, 으…….”

연신 어머니를 부르짖던 안톤미오노가,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몸 전체에서 흰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대축일 예식이나 탄신연 때 보았던 신성력과도 같은…….

루카가 이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안톤, 안톤?”

“어, 어……머니, 으으으…….”

아지랑이 같던 그 빛이 어느새 세차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양상이 무언가 낯설어서, 모두가 숨죽인 채 그편을 바라보았다.

안톤미오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루카가 몇 번 더 그의 어깨를 흔들었을까.

“다들 물러서 봐.”

짓씹듯 말한 루카는 어느새 그에게 신성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루카의 몸에서 안톤미오노의 몸으로, 밀도 높은 빛이 옮겨갔다.

“어, 어머…… 어머니시여…….”

폭주하는 듯하던 안톤미오노의 신성력이 잦아드는 것 같았을까.

깜빡, 깜빡……. 뷔욘의 발치에 나뒹굴던 성배에 빛무리가 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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