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18화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찔걱- 찔걱!
누워있는 내 위에서 리엘라가 허리를 들썩이고 있다.
불과 두어 시간 전만 해도 순결했던 리엘라의 보지에는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서 흐르고 있었다.
“하으으응! 좋아요오.”
으어어어.
진짜 죽겠다. 이미 한계 이상을 사정해서 자지가 아플 지경이었다. 리엘라는 여전히 위에서 상하운동을 하고 있다.
지치면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기도 하고 몸을 뒤로 눕힌 채 박아대기도 했다. 내 자지를 거의 자위도구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허억.. 리엘라, 조금만 쉬었다가 할까?”
“흐으응. 힘들어요? 가만히 누워 있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하아앙!”
“이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잖아....”
“햐아아앙!”
아무래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맛 들린 거 같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음란한 얼굴로 자신이 잘 느끼는 곳을 중점으로 자극하는 리엘라는 서큐버스의 화신이었다.
“흐어억.”
꿈틀 꿈틀.
줄곧 쫀득한 속살에 자극받던 성기가 사정을 했다. 그런데 정액이 나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머리도 어지러운 거 같고 몸이 너무 무거워. 의식이 붕 떠있는데 누군가 나를 인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 가득하고 자애로워 보이는 아름다운 천사가.... 손을 뻗는데... 아, 나를 쓰다듬어 주려는 거구나.
짜악-
“정신 차려요!”
“으응? 이게 무슨....”
눈을 끔뻑거리면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내 얼굴이 리엘라의 손에 붙잡혀서 흔들리고 있었다.
하체의 감각이.... 없다! 밑을 보니까 팅팅 부은 자지가 시무룩해 있는 게 보였다. 왼쪽 뺨도 미약한 고통이 느껴지는 거 같다.
“정신이 좀 들어요?”
“응..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고 있는데.... 당신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그러니까 내가 기절을 했는데 리엘라는 위에서 떡을 치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뺨을 때려 깨운 거구나.
“아니... 이지경이 될 때까지 했다고?”
“저도 당신이 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리엘라는 면목이 없다는 듯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가녀린 몸의 어디서 그런 힘이 나가지고 섹스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 권력을 이용해서 몸에 좋은 거라도 잘 챙겨 먹어야겠다.
“그럴 수 있지...”
“우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할까요?”
제발 그것만은 참아줘.
은근슬쩍 자지로 향하는 손을 저지했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리엘라가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자자.”
“알겠어요. 아쉽지만 내일도 있으니까.”
“....”
내 정력은 상위 1%를 넘어섰다고 생각 한다. 솔직히 10번 가까이 가능한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
그런데 리엘라에 비해선 부족해 보였다. 그녀와 섹스는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의무방어전이 두렵게 느껴졌다.
‘말라죽기 전에 정력이랑 체력을 더 늘려야겠다. 시밤...’
품에 안겨오는 말랑한 몸의 감촉을 느끼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
오늘 드디어 복지부에 임관되는 날이다.
황제가 빠르게 물밑작업을 해줬지만 임관되기까지 20일은 걸렸다.
그 시간동안 황궁에 있으면서 여러모로 바쁘게 지내왔는데, 솔직히 기억에 남는 건 밤마다 쥐어 짜이는 거였지. 당연히 리엘라가 너무
예쁘고 몸매도 좋고... 다 좋은데.
성욕이 좀 많은 편이라서. 정정한다, 성욕이 많기는 한데 절제도 굉장히 잘했다. 첫날 이후로 내가 무리한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멈췄다.
한번 섹스를 할 때마다 한계 가까이 짜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아슬아슬한 선에서 멈춰가지고 이게 좋은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어젯밤에도 정액이 이제 더는 안 나오겠다 싶을 때 멈췄으니까.
‘내 정력도 시발 보통이 아닌 건데.’
리엘라가 섹스에 재능이 엄청나다는 확신이 든다.
그녀를 섹스로 이기려면 지금보다 정력이 1.5배는 세져야 가능할 거 같다.
분명 내가 처음일거고 그렇기에 내 색으로 물들 거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반대가 되가는 상황은 겪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누가 들으면 복에 겨운 상념이겠지. 나도 뭐, 인생의 황금기가 지금 도래했다는 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나랏일을 하게 되기도 했고.
지금, 빌라스 자작의 밑에서 정치의 첫걸음을 떼려고 가는 중이었다.
보통 귀족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영지를 가진 귀족, 관직을 맡는 귀족. 나랑 빌라스 자작은 후자의 경우고 보통은 영지귀족이 훨씬 낫다.
반역 같은 중범죄 이상을 저지르는 게 아니면 제집에서 왕처럼 지내니까.
관직을 맡아봐야 어지간한 직위 아니면 힘도 별로 없다.
진짜 권력의 중심에 있는 귀족들은 영지도 가지고 있는데 주요관직까지 겸하고 있는 놈들이다.
덜컹.
끼이이익.
타고 있던 마차가 멈췄다.
호위 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전속시녀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아르카나의 중심인 황궁을 기점으로 동서남북으로 구역이 크게 나뉘어 있는데 내가 도착한 곳은 서쪽부근이었다.
다른 구역과 다르게 여기는 귀족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제국의 관리처들이 대거 서쪽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어디보자.
‘다른 건물보다 좀 허름하네....’
하긴, 다른 쟁쟁한 관리처보다 복지부가 권력이 셌으면 건물도 가장 화려했겠지. 그렇다고 다 낡아빠진 허름한 건물은 절대 아니었다.
용병협회 본부에 비견될 정도는 됐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안경을 낀 약간 통통한 남자가 건물에서 나와서 반겼다.
“마커스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백작각하.”
“그래. 네가 빌라스 자작의 부관인가?”
“넵! 자작께서 안내를 맡기셨습니다.”
“바로가지.”
“모시겠습니다. 아, 각하. 옆에 있는 기사는 무장상태로 출입이 불가능 합니다만.”
마커스는 호위 기사를 곁눈질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검을 반납하거나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눈치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호위가 필요 없어 보였다.
“그럼 기사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겠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에게 용병협회 본부에 가서 이현성에게 말을 전하도록 시키고 마커스를 따라 건물에 들어갔다.
내부는 조금 한산했다.
한국에서 이런 곳에서 일했으면 완전 개꿀 빠는 거였는데. 딱 봐도 일 없어 보였으니까.
생각보단 넓은데 정작 일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느낌.
‘그래도 리엘라는 장래성이 있는 곳이라 했으니까.’
“이곳입니다.”
마커스가 열어주는 문을 따라 방으로 들어서니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빌라스 자작을 볼 수 있었다.
“수고했네, 마커스. 자네는 이만 나가보게. 거기 시녀도.”
“네. 자작님.”
빌라스 자작의 말에 시녀가 내 허락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빌라스 자작과 둘이 남게 되었다.
“그래. 네가 2황녀전하와 결혼한 용병이군.”
뭐지? 이 씹새끼는.
아무리 부관인 상황이지만 위계도 내가 높고 황녀의 남편인데 처음부터 말을 깐다고? 자작의 정신상태가 의심됐다.
“정확히는 용병이었죠. 나도 자작을 존중할 테니 자작도 나를 존중해줬으면 좋겠군요.”
빌라스 자작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나를 물건처럼 품평하는듯한 시선이 몸을 훑었다. 빌라스 자작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말했다.
“이보게 백작. 황녀전하와 결혼했더니 세상을 다 가진 거 같나? 자네보다 아래 위계의 귀족들이 굽실거릴 줄 알았나? 틀렸어, 자네는 여전히 용병이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백작이라는 지위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야.”
무슨 의도인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백작인데 부관으로 들어오니까 말을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선제압을 하는 건가?
일단은 한 번 더 참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한적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하기 나름 아닙니까? 껍데기일지 아닐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죠.”
“아니. 자네가 이곳에서 할 일은 없네. 어차피 내 부관이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그래야 나와 자네의 관계도 좋아질 거 같군. 어쩌면 귀족사회에 발을 걸치게 해줄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지.”
마지막은 상당히 오만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누가 보면 빌라스 자작은 엄청난 인맥을 가진 귀족이라 오해할 만큼.
“아무래도 자작은 나를 존중할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누가 용병을 존중하겠나. 자네가 나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황녀전하의 명예 덕분인데. 전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나가보게.”
빌라스 자작은 더는 관심이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담배를 피우는데 집중했다.
‘뭘 믿고 저렇게 깝치는 거지? 알아본 바로는 대공과 별 연관이 없는 귀족이던데. 패기 하나는 지리네.’
황실의 정보부를 이용할 권한은 없어서 단편적인 정보밖에 못 알아봤지만, 대공과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했다.
대공은 황제가 가장 경계하는 귀족이다. 리엘라의 생각에 의하면, 황제는 대공의 손이 뻗어있는 곳에 나를 던져둘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결국 빌라스 자작은 복지부에서 일하는 귀족일 뿐이다.
그럼 뭐, 나도 말 까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리엘라를 등에 업은 내가 자작에게 겁먹을 이유가 없다. 충분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이젠 더 참아줄 필요는 없겠지.
“더는 나도 자작을 존중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군.”
“뭐라고...?”
“존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빌라스 자작의 얼굴이 꿈틀거린다.
그는 처음과는 다른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용병 새끼가 감히 제국의 자작인 나에게 그딴 망발을!”
“자작이니까 그렇지. 네가 후작이었으면 내가 그랬겠어? 꼬우면 후작 하던가.”
“복지부에나 기웃거리는 놈이 내 도움 없이 귀족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그러는 너도 여기서 한자리 해먹고 있잖아. 같은 처지인데 뭐가 다르다고. 막말로 네가 했으면 나는 더 쉬울 거 같은데.”
빌라스 자작의 얼굴은 꿈틀거림을 넘어서 경련이 일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천한 용병 새끼가! 황녀전하의 이름이 언제까지 유효할거라 생각하는 거지? 배운 것도 없는 네놈이 뭘 하겠다고! 능력도 없는 네가 설치고 다녀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어.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나 해.”
틀린 말은 아니다.
리엘라 역시 황녀라는 위명이 점점 가려질 거라 얘기는 해줬다. 그래도 당장 리엘라의 힘이 빠지는 건 아니다.
황비가 나를 싫어해도 리엘라는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일 테니까.
결국 내가 하기 나름이다.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 질수록 황실의 혜택도 받겠지.
어쨌든 빌라스 자작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
“자작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 더 할 얘기 없으면 나는 가보겠다. 아, 담배는 몸에 안 좋아 자작. 안 그래도 건강이 안 좋아 보이는데.”
“버러지 같은 놈이 손을 내미는데 거절을 해? 네 백작이란 지위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조만간 알려주지.”
그러든가 말든가.
대답할 가치가 없어보여서 그냥 방을 나가버렸다. 닫힌 문 뒤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현성한테 저 새끼 뒤나 좀 캐보라고 해야겠다.’
일전의 일로 이현성은 나를 거물급 인사로 알고 있어서 부리기 좋은 따까리가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