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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72화 (172/222)

172화

도시는 아니타의 말대로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있었다.

각기 다른 마을에 살던 여러 종 족이 일행의 옆을 지나갔다. 다 만,이들 가운데 순수한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비슷해 보이는 서포트들 도 거리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지금 그동안 타고 왔던 늑대를 닮은 짐승을 끌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도시 안에서는 짐승을 타지 못 하는 모양이라,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다른 아인족들도 모두 짐승들을 끌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처럼,멀리

서 보이던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 은 막상 그 안에 들어가서 보니, 제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리는 지저분했고,사람들은 소란스러웠다.

가끔 싸움도 일어나고,도둑을 잡으라는 소리도 들려오는 평범 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은 인간의 얼굴들이 아니었지만.

때문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 행에 있던 두 인간,제이크와 제시카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걷고

있었다.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아니타가 부탁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도시에는 인간 이 오지를 않았었다.

갑자기 인간이 등장하면 소란이 일 거라는 그녀의 말에 두 사람 은 군말 없이 로브를 뒤집어썼다.

물론 인간과 겉모습이 그리 다 르지 않은 종족도 있긴 했지만, 아인족들은 인간과 자신들을 잘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

을 유심히 살피는 아인족들은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자들은 없었다.

그 대신 주술사와 아니타를 알 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

주술사는 호족의 장로였기에 당 연하게 여겨졌지만, 예상외로 아 니타는 아인족 사회에서 그보다 더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일행은 이 윽고 호숫가에 있는 한 건물에 도착했다.

그동안 일행이 거쳤던 다른 건

물보다 몇 배나 크고 높은 건물 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은 다른 건물과 달리 무척이 나 어설퍼 보였다.

낡기도 무척이나 낡았지만, 거 대한 돌을 쌓아 올려 만든 건물 은 주변의 건물과 달리 오랜 역 사를 간직한 건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아인족 들은 이 건물 앞에서는 조심스러 워했다.

천방지축인 페이샤마저도 제이크의 어깨에서 얌전히 있을 뿐이

었다.

"마지막 남은 바빌로니아 초기 건물이에요. 일정 시간마다 종족

도 하죠."

'유엔 건물 같은 건가.'

제이크는 아니타의 설명에 그저 어깨만 으쓱이며 생각했다.

그렇게 일행은 아니타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1층에는 회의용으로 보이 는 커다란 홀이 있었고,홀 주위 에는 많은 방이 있었다.

아니타는 일행에게 각각 방을

안내해 줬다.

"피곤하실 테니 우선 좀 쉬도록 하세요. 식사 시간이 되면 알려 드릴게요."

그 후에 그녀는 제이크,제시카 와 같이 온 아인족들을 따로 불 렸다.

고양이 페이샤마저도 귀찮은 얼 굴로 그녀를 따라 나갔다.

"어디들 가는 거야?"

침대에 엎어져 있던 제시카가 고개를 들고 제이크에게 물었다.

"저들에게 우리에 관한 이야기 를 들어 볼 생각이겠죠. 아무래

도 같이 있었던 시간이 꽤 길었 으니까요."

"우리가 아니라 너지. 어차피 이것도 원래 너를 부른 거잖아."

제시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제이크는 어깨를 으쏙였다.

"그런데,왜 부른 거야? 우리야 지랄 맞은 황제 때문에 온 거지 만. 아! 그러고 보니,넌 왜 온 거야? 황제 때문은 아닐 거잖아."

제시카의 물음에 제이크는 창밖 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호수 중앙.

유적이 있는 섬이 눈에 들어왔다.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어서요. 저들이 저를 부른 이유도 그리 다르지 않겠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럼 이야기가 잘 되면 좋겠다. 나야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모험이지만……

"잘 되겠죠."

제이크도 제시카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방에서는 주술사와 베른, 페이샤가 다른 아인족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제이크의 예상대로,그 동안 경험한 제이크의 성격과 실 력을 설명했다.

"흠…… 고집도 좀 있고,주변 도 생각하고,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 에요."

베른과 주술사의 말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폐이샤가 입을 열었다.

"다만,실력을 빼고도 주변에

사람이 몰리는 타입이에요."

"자네가 그의 곁에 붙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

인간형으로 변해 있던 페이샤는 일족의 장로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실력은 어떤가? 믿을 수 있는 자라는 것 정도는 호족 의 장로님께서 알려 주셨으니,"

"흥,그동안 믿지도 않았으면서 생색은."

주술사가 상석에 앉아 있는 여 우 귀를 가진 남자를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우 귀를 한

남자는 인간 마법사를 데리고 오 는데 반대했던 자였다.

"뭐,실력은…… 꽤 대단한 마 법사죠. 다친 상태이긴 했어도 어쨌든 대마도사를 이긴 마법사 니까요."

페이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 덕였다.

대마도사와 제이크의 싸움은 마 탑에 있던 호족들도 볼 수 있었

다.

상대가 디스트로이어와의 싸움

으로 상처를 입은 대마도였다 해 도 그 싸움에서 이긴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제이크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것이 었다.

"근데…… 전 그것보다,제이크 의 성장이 더 대단하다고 봐요. 고대 마법사들이 정확히 어떤 실 력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성장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 그나마 제일 제이크의 성장을 옆에서 보 아 온 것이 페이샤였다.

물론 그녀도 제이크의 모든 마 법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그녀

가 본 것만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성장 속도가 아니었다.

"실력도 좋지만,성장 속도는 더 뛰어나단 말인가……. 혹시 다른 내용은 없나?"

"음…… 아! 나이답지 않게 행 동한다는 거? 말만 들으면 꼭 할 아버지 같아요. 아니면 홍차를 좋아한다는 정도일 걸요?"

페이샤의 말은 더 나올 이야기 가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럼,결론을 내리도록 하죠."

"저희 종족은 찬성합니다."

"저희도 찬성이에요."

"저도 찬성입니다."

자리에 모인 네 종족의 장로가 모두 찬성하자 아니타가 입을 열 었다.

"모두 찬성하셨으니,그럼 인간 마법사를 던전으로 들이도록 하 겠습니다."

"아바비! 다섯 종족 찬성으로 일이 결정되다니. 누가 보면 우 리들이 다섯 종족밖에 없는 줄 알겠다."

주술사가 비웃었지만,다른 장 로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고, 아니타는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

다음 날.

푹 쉰 두 사람은 아니타의 호출 로 건물 뒤로 나서게 되었다.

건물 뒤쪽에는 넓은 호수가 펼 쳐져 있었고,호숫가에는 작은 선착장이 있었다.

아니타는 제이크와 제시카를 선 착장에 있는 작은 배에 태우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사람이 노를 젓지도 않 았는데 배가 조용히 나아갔다.

제시카는 갑작스러운 이동에 의 아한 표정이었지만,제이크가 말

이 없자 조용히 기다려 줬다. 배는 호수를 가로질러 중앙의 섬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린 제시카는 무언가 거북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공기가 무거웠다.

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녀는 찐득한 늪에 빠진 것 같 았다.

"엄청나게 깔아 두었군요."

제이크도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 를 둘러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섬 에는 수많은 마법진이 뒤덮여 있

었다.

거기다 마나 사용자들이 곳곳에 숨어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제시카가 공기가 무겁게 느껴진 이유는 이곳에 몰려 있는 마나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아니타는 말없이 두 사람을 섬 중앙에 있는 낡은 유적으로 안내 했다.

수풀이 우거지고 나무가 가득한 곳을 지나,두 사람은 금방 유적 에 도착했다.

유적이 있는 곳은 풀도 나무도 없는 높은 분지였다.

그렇기에 도시 밖의 산에서도 이곳 유적을 볼 수 있었다.

제시카는 신기한 얼굴로 유적 곳곳을 둘러봤지만,제이크는 한 곳만 바라봤다.

유적 중앙에 있는 원형의 돌계 단.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이제 슬슬 설명해 주셨으면 합 니다만."

제이크의 말에 아니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녀와 서포터들은 인간 마법사를 데리고 오는 데 반대하

는 쪽이었다.

이 던전은 그녀의 일족,서포터 들이 관리하는 곳이었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족이 지켜 온 곳에 인간 마법사를 들 인다는 것이 그녀나 서포터들에 게는 모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는 뻘 수가 없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가면서 설명 해 드릴게요."

그녀가 앞장서서 유적 사이를 걸어갔다.

예상대로 그녀는 유적 중앙으로

향했다.

"이 유적은 고대 마도 제국 시 절 만들어졌던 연구소입니다. 원 래 지상과 지하로 이어진 커다란 연구소였는데,세월이 흘러 지상 의 연구소는 부서져 버렸고,이 제는 지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지금의 인간들이 던전이라고 부르는 곳이 되었지요."

유적의 중앙에는 크지 않은 광 장과 지하로 내려가는 원형 계단 이 있었다.

아니타는 머리 위로 빛을 하나

띄우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시카는 슬쩍 단검 을 꺼내 들었다.

말을 들어 보니 위험하지는 않 은 것 같았지만,던전이라는 말 에 반사적으로 몸이 경계하는 것 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제이크도 준비한 마법들을 검토한 뒤에 계단을 내 려갔다.

아니타가 불러낸 빛 덕분에 계 단을 내려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계단 곳곳에 근래 생긴 것 같은 흠집이 많아,조심할 필요 가 있어 보였다.

"원래부터 이 던전…… 아니, 연구소는 무엇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봉인용으로 세워진 것입 니다."

그때 흘러나온 아니타의 말에 제이크의 눈썹이 좁혀졌다.

봉인이 라니.

그와 함께 그의 머릿속에서 협 곡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 떠 올랐다.

"우리 서포터들이 이곳에서 하

는 일도 봉인을 유지하고 갱신하 는 일입니다. 천 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그래도 잘 해냈 었죠."

계단은 계속 아래로 이어져 있 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단에 부서 진 곳이 많이 보였다.

오래전 만들어진 것이 아닌,얼 마 전에 생긴 것 같은 흔적.

그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듯 아니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그 봉인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몬스터,아니, 디스트로이어가 던전에 침입한 거죠."

그녀의 말에 제이크는 왜 계단 이 이런 흔적이 남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릴지 예상 못 해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죽고,봉인도 구멍 이 뚫렸고요. 더구나 나중에 다 시 빠져나온 몬스터를 잡지 못해 대수림 너머까지 쫓아가야 했습 니다."

"결국,잡긴 했죠."

제이크도 그녀가 말한 몬스터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은 저도 감사드립니다." 아니타의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디스트로이어를 잡았기는 했지 만,문제는 흔들린 봉인을 아직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저희는 마도 제국 시절의 마법진 을 복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 죠."

검은 지네 몬스터가 날된 덕분 에 마도 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마법진이 상당히 망가진 모양이 었다.

억지로 유지는 하고 있지만,수 리할 수 없으니 고대 마법을 이 은 제이크를 찾은 것이었다.

아니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이 끝났다.

일행 앞에 거대한 광장이 나타 났다.

광장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벽과 바닥에는 빛나는 마법진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예상이 맞았다.

이곳은 레타니아 왕국 대협곡에 서 봤던 괴물들의 봉인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제이크는 이제야 미래에 세상을 멸망시킨 괴물들이 어디서 나왔 는지 알게 되었다.

마나 세상에서 황제가 건드려 괴물이 쏟아져 나온 곳이 이곳이 었다.

그리고 이유는 다르지만,또다 시 비슷한 상황이 닥친 것이었다.

멍하니 마법진들을 바라보던 제

이크는 고개를 돌려,아니타를 왓다.

그녀는 서포터답지 않게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결국 디스토리 어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 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시험당한 일들을 생각하 면 조금은 황당하기까지 한 말이 었다.

물론 이곳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면 자신이라도 충분히 그랬을 거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잠시 아니타를 바라보던 제이크

가 입을 열었다.

"제가 마법진을 수리하면 어떤 보상을 줄 수 있습니까?"

세상의 위기였지만,공짜로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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