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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68화 (168/222)

168화

대수림이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

다른 길보다 빠르다는 여우길로 빠져나왔지만, 일행이 대수림을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는 두 달이 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비교적 안전한 길이라고 는 해도,몬스터를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몬스터의 영역 이 바뀌기도 했고,이리저리 배회 하는 몬스터와 마주치기도 했다.

다만,그런 몬스터들은 일행을 막아설 수가 없었다.

일행 모두가 자기 몫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선두에 나선 제이크의 마법은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그랬기에 둥지를 지키는 어미 몬 스터나 보스 몬스터를 만나지 않

는 한,일행을 막기는 무리였다.

그렇게 대수림을 주파한 지 두 달이 지날 무렵.

일행은 한적한 숲에서 그들을 기 다리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녹색 옷을 입고 있는 늘씬한 여 성이 바위 위에 걸터앉아 다가오 는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기사의 눈이 커졌다.

"숲의 여신?"

두 달 동안 고생을 하며 대수림

을 주파한 그의 눈에는 바위에 걸 터앉은 긴 머리의 여성이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제이크도 처음 보는 엄청난 미녀였다.

-서포터네요.

그에 파티마가 그녀에 대해 아는 척을 했다.

-서포터?

-마도 제국 때 만든 아인족 중 하나죠. 조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종족이라 마법 쪽 능력이 꽤 좋아요. 어차피 마나 기술자 형태 로 구현되는 거긴 하지만,요즘

마법사로 보면 꽤 대단한 마법사 도 있을걸요.

-마법사형 아인족인가? 그런 것 치고는 굉장한 미모군.

-만들 때부터 마법 조수 역할을 시키려고 만든 거라,무조건 보기 좋게 만들었죠. 덕분에 다른 쪽으 로도 꽤 인기 있었어요.

거기에 대한 말은 듣고 싶지 않 았던 제이크는 파티마의 말을 중 간에 끊어 버렸다.

바위에 앉아 있던 여성은 일행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행을 향해 품위 있게 고개를 숙 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을 안내할 아니타입니다."

그녀는 목소리마저 청량한 느낌 을 줬다.

벌써 시몬 기사는 반쯤 넋이 나 간 것 같았다.

"와,여신님이 마중을 나오다니." "정신 차려요. 이 대수림에 있는

게 여신님일 리가 없잖아요."

"아! 맞다!"

제시카에게 핀잔을 들은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시몬이었다.

그는 검을 치켜들고 앞을 노려봤다.

"설마 환상인가? 아니면 몬스 터?"

날카롭게 기세를 올리며 외친 그 는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편한 모습으 로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시몬을 놔 두고 제이크가 여성 앞에 섰다.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은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정말 조각으로 빚은 듯한 아름다 움.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생동감 이 보이지 않았다.

그린 듯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전생에 서 잘 만든 게임 캐릭터가 떠올랐 던 제이크가 파티마에게 물었다.

-혹시 저거,가짜로 웃는 건가?

-아마도요. 실제로 감정 표현이 극단적으로 적도록 만들어졌으니 까요. 실수가 잦으면 안 되니 어 쩔 수 없죠.

그 말에 제이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다른 아인족들과는 달리,정교하 게 만들어 낸 기계와 같은 종족인 모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마법사의 후예 시여."

"반갑습니다."

마법사의 조수로 쓰기 위해 만들 어졌든,어쨌든 간에, 지금은 그냥 유사 인류 중에 하나인 종족이었다.

제이크는 선입견을 모두 내려놓 고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차례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밤길을 걷는 분."

"어서 오세요,노래의 길을 찾는 분이시여."

그녀는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베른을 모르는 척했다.

제이크와 제시카만 있었다면 그 럴 필요는 없었겠지만,시몬이 있 는 이상 서로 모르는 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시몬에게도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기사님."

"저,누구시죠?"

어정쩡하게 인사를 받은 그가 그 녀에게 질문했다.

"저는 아인족들을 대표해서 여러 분을 저희 세상으로 안내하기 위 한 안내자입니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 긴 머리를 귀 뒤로 제쳤다.

머리를 제치자 조금 뾰족한 귀가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에 나오는 요정처럼 긴 귀 는 아니었지만,사람과 달리 뾰족 해 보이는 귀는 그녀가 대륙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 줬다.

그에 시몬은 다시금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말았다.

"아인족인가요?!"

이렇게 쉽게 아인족과 만나게 될 것으로도,또한 그를 기다리고 있 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라니,그의 머릿속에서 아인족 이 미지가 그녀의 모습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이유였나?

-암튼,접대 담당으로도 최고니 까요. 안내역으로는 그만이죠.

뚱한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는 피

식 웃고 말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차례로 설 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를 따 라오시지요."

그녀는 숲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일행을 안 내했다.

신기하게도 옷은 그녀의 움직임 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파티마,저 종족은 모두 저런 식으로 마법을 쓰는가 보지?

-아닌데…… 뭔가 이상하게 마 법을 발전시켰네요. 물론 성격하 고 맞기는 하지만,그 당시에는

이런 식의 마법은 쓰지 않았는 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제이크는 그녀가 쓰고 있는 마법을 알아차렸다.

-비행 마법이라.

그녀의 발은 지금 땅에서 조금 떠 있었다.

그녀가 훤칠하게 커 보이는 것도 몸이 공중에 조금 떠서 이동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움직이는 동안 그 녀 앞의 풀이 좌우로 조금씩 음직 여,그녀가 걸리지 않게 해 주고

있었다.

-완전 연출용 마법이군.

덕분에 앞서가는 그녀의 모습은 시몬의 말대로 숲의 여신처럼 보 일 정도였다.

한편,그녀가 안내하는 길은 생 각만큼 길지 않았다.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일행은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 왔습니다. 저 방벽을 지나가 면 대수림이 끝납니다."

일행은 여성의 말에 의아한 표정 을 지었다.

"설마…… 저게 방벽은 아니겠 죠?"

일행 앞에는 빽빽이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높은 나무들은 방벽이라 불리기 에 손색이 없을 만큼 높이도 높았 고,거리도 촘촘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방벽의 역할 을 할 정도로 빈틈이 없지는 않았 기에, 저 나무들이 무언가를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를 본 일행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거대 몬스터는 못 지나가겠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일행이 높 이 솟은 나무들에 다가가자 바뀌 고 말았다.

쿠구구구궁.

일행이 다가가자,수많은 넝쿨이 솟아올라 나무들을 휘감은 것이다.

나무를 타고 오른 넝쿨들은 다른 나무로 움직여, 나무 사이의 공간 을 모두 막아 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일행의 앞에 거대한 녹색의 벽이 만들어졌다.

"방벽이군요."

"방벽이네요."

그것은 나무와 넝쿨로 만들어진 높은 벽이었다.

물론 평범한 나무나 넝쿨이라면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방벽의 역할 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행을 뒤에 두고,아니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방벽 앞에 다가갔다.

그녀는 정면에 있는 나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스르르르륵-

넝쿨 일부가 조용히 움직여 벽에 구멍을 만들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녀는 손을 올린 채로 넝쿨로 만들어진 터널을 가리켰다.

그녀의 말에 먼저 베른이 터널로 들어섰고,이어 제시카도 터널 안 으로 발을 옮겼다.

잠시 주춤하던 시몬도 터널 안으 로 들어갔다.

마지막에 남은 제이크만이 안으

로 들어가지 않고 신기한 듯이 터 널 주변을 살펴봤다.

"이건 일종의 몬스터 식물인가요? 대수림의 식물을 개조한 듯한 데."

제이크의 말에 아니타는 잠시 몸 을 움찔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이크가 눈을 빛내며 아니타를 바라봤다.

"그리고 당신은 식물 지배 쪽 마 법사군요. 확실히 이 방벽을 열려 면 담당자가 오는 게 맞겠지."

제이크의 말에 여성은 그린 듯한 미소를 지우고 제이크를 쳐다봤

다.

"과연 그들의 후예다우시군요. 네,저는 이 방벽의 관리자이자, 마법사입니다."

그린 듯한 미소가 사라지자,그 녀의 표정이 무척 삭막하게 변했다.

"혹시 더 듣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말에서조차 서늘한 기운이 뿜어 지는 듯해,제이크는 어색한 미소 를 짓고는 재빨리 터널 안으로 들 어갔다.

그 뒤를 아니타가 따라 들어갔

다.

터널 안은 넝쿨이 얼기설기 엉켜 있어,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 길이가 길지는 않아 서,수십 걸음을 걸은 후에 일행 은 터널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와!"

제시카는 눈앞의 광경에 탄성을 터트렸다.

터널 밖은 그야말로 꿈에서 보던 동화의 나라 같았기 때문이었다.

구불거리는 거대한 나무들과,나 무들 위와 사이사이에 만들어진 많은 나무집들.

마치 숲 자체를 하나의 마을로 만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다 마을처럼 보이는 곳 중앙 광장에는 아름다운 분수가 물을 뿜어내어,무척이나 환상적인 분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동물 귀를 한 여러 사람과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 습은,저절로 입에 미소를 띠게 했다.

"우선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

다."

안내자 아니타의 말에 제시카가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몬 기사는 어디 있지?"

제이크의 질문은 몽롱한 분위기 를 깨뜨렸다.

그 말에 제시카가 놀라 주변을 둘러봤지만,통로 밖으로 나온 사 람 중에 시몬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황제 쪽 감시자 분이라는 이야 기를 들어서,그분은 따로 안내했 습니다."

아니타의 말에 제시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시몬 기사는 이곳까지 길 을 확인하기 위한 감시자였다.

그는 이 아인족의 나라만 확인하 고 무사히 돌아가도 충분하다 생 각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과 이야기할 내용은 황제 쪽 기사가 듣지 않는 편이 좋아서요. 그분은 아무 이상 없이 즐겁 게 지내다,돌아가실 때 같이 가 실 수 있을 겁니다."

제시카는 그녀의 말에 이해한다 는 듯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지만,

제이크의 표정은 굳은 채로 변하 지 않았다.

"장난은 이제 그만하는 게 어 때?"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베른은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길래 들킬 거라고 했잖아. 왜들 안 믿는지,원.

제이크의 어깨에 앉아 있던 페이 샤가 한심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무슨 말이야?"

제시카가 조심스럽게 제이크에게

다가와 슬쩍 검을 꺼내 들었다.

그에 굳은 표정을 한 채로 제이크가 소매 속에 숨겨 뒀던 완드를 꺼내 들며 아니타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내 실력을 직접 확인 하고 싶었나 보지?"

그리고 곧바로 마법을 펼칠 준비 를 했다.

이 정도 광역 마법을 깨려면 이 쪽도 제대로 해야 했다.

제이크의 몸에 마나가 빨려들기 시작하자.

"아,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 희가……

표정이 없던 아니타의 얼굴에 다 급한 표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너의 진실을 드러내라. 네 본질 을 나타내라. 허상은 사라지고. 이 상은 지상으로 추락한다! 브로큰 쇼 타임!"

-하아,이런 상황에서도 엄한 주 문을....

제이크의 주문이 끝나자,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쩍! 쩌억!

제시카가 놀라서 제이크 옆에 달 라붙었고.

우수수수-

이어서 금이 간 세상이 깨져 나 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진 세상 뒤에 는 다른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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