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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54화 (154/222)

154화

순식간에 성벽 한쪽으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황소만 한 늑대들과 악어처럼 보 이는 몬스터,팔이 네 개 달린 오 랑우탄 같은 몬스터까지.

빈크루가 떠 있는 방향을 향해 모든 몬스터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너무 많아!"

"이건 못 막아요!"

신참 병사들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자,뒤에 있던 고참 병사들이 그들의 머리를 냅다 치며 소리쳤다.

"이 정도는 충분히 막아! 영주님 을 믿어 봐!"

"어차피 마법사님이 뒤에 다 처 리하실 거다! 처음만 막으면 돼!"

그 말에 레이첼의 연설을 떠올린

신참들이 수긍하면서 혼란이 금방 가라앉았다.

그때 였다.

"발사!"

니콜라스가 우렁차게 내지른 명 령에,화살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하늘을 가득 덮은 수백 발의 화 살에 몰려오던 몬스터 중 일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화 살이 몸에 박힌 채로 여전히 달려 오고 있었다.

뒤이어 마법사들도 몬스터들을 공격했지만,몬스터들은 결국 성

아래에 도착하고 말았다.

쿵,쿵,쿵-

몬스터들이 밀어닥치자,성은 무 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반년에 걸쳐 만들다 만 성벽은 몬스터들의 진격을 막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휘청거리는 성벽에,병사들의 얼 굴이 다시 창백해졌다.

"멈추지 마!"

"돌을 굴려!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라!"

하지만 병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 갔다.

뮤우,뮤우-

어느새 신조가 노래를 부르고 있 었다.

신조의 능력 덕분에 병사들은 자 기 몸무게 이상의 기름통을 번쩍 들어 아래로 던졌고,팔이 부러질 정도로 화살을 계속 쏘아 댔다.

성 앞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미리 기름으로 적셔 놓은 땅이 모두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기름은 그동안 준비한 몬스터 대 책 중 하나였다.

순식간에 불이 다른 몬스터들에

게 옮겨붙자,몬스터들은 성벽도 오르지 못하고 모두 쓰러지고 말 았다.

"와아아아!"

마지막 몬스터까지 불 속에 쓰러 지자,성벽 위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와! 이겼다!"

"세상에,괜히 겁먹었잖아!"

"아스굴론 만세! 우리 영지는 무 적이야!"

처음 몬스터 웨이브를 경험한 병 사들은 신이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웨이브를 경 험해 봤던 병사들은 묵묵히 무기 를 점검할 뿐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이제 시작이었다.

성벽의 방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기름은 떨어졌고,마법사들의 마 나는 바닥을 드러냈다.

그 많던 화살도 바닥을 보일 정 도였고,성벽도 여러 곳이 허물어 져 버렸다.

덕분에 성벽을 메꾸기 위해 몸으

로 몬스터를 막아서는 일도 벌어 졌다.

다행히 마나 사용자들이 앞에 나 선 덕분에 몬스터들이 성벽을 뚫 고 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이제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그날,또 한 번의 싸움이 끝났다.

바닥에는 죽은 몬스터로 가득했

고,병사들은 지쳐 바닥에 주저앉 았다.

"젠장,힘들어 죽겠는데 비까지 내리냐."

한 병사가 하늘을 향해 불만을 토해 냈다.

삼 일간 거의 잠을 못 자,그의 얼굴은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있 었다.

다른 병사들도 그와 별다르지 않 았다.

이미 육체적인 한계는 진작에 넘 어서 있었고,지금은 모두 정신력 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이네트와 알리바 또한 예전에 나 가떨어져 버렸고, 그동안 힘을 북 돋아 주던 신조도 지쳐 영주의 품 속에 숨어 버렸다.

마나 사용자나 마법사도 마나를 바닥까지 써 버려서,일반인과 그 리 차이가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영주인 레이첼마저 목이 쉬어 제 대로 명령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이 처음 겪는 몬스터 웨이 브는 그만큼 지독했다.

그런데 엉망이 되어 버린 영지병 들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멀쩡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법사 제이크였다.

그도 마법을 쉬지 않고 써 왔지 만,그의 마나는 어차피 몸 밖에 서 가져오는 것.

그는 정신력이 버티는 한,계속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파티마도 놀라워 했다.

-얼마 전까지는 이 정도 마법을 쓰면 나가떨어졌잖아요? 이번에는 엄청 오래 버티네요.

"전부 신조 덕분이야. 신조를 데 리고 있기만 해도 어느 정도 신체 와 정신이 치유되는 것 같더라

고."

-네? 신조는 지금 레이첼 영주 한테 가 있잖아요?

신조 덕분인지 레이첼은 말을 제 대로 못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이들 에 비해 괜찮아 보였다.

"뭐,어느 정도 가까이만 있어도 공유가 되니까. 그리고 가끔 나한 테 오기도 해."

아쉽게도 신조는 제이크보다 레 이첼을 더 좋아했다.

그 탓에 제이크는 신조의 효과를 레이첼 가까이 있을 때만 볼 수 있었다.

그때,발아래에서 제시카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아이고,힘들어. 이제는 못 음직 여. 근데 이거 언제 끝나는 거야? 루테리아였으면 슬슬 끝날 때인데, 여기는 영……. 감이 안 잡히네."

제시카가 바닥에 대자로 누워 누 우며 말했다.

한참 동안 비가 쏟아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대수림 먼 쪽의 마나 농도가 거의 보통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그래? 그럼 한 번만 막으면 된

다는 거지?"

"네. 이번만 막으면 될 겁니다."

"다행이다. 아니,잠깐. 이번이라 고?"

"네,슬슬 대수림 밖을 빠져나올 것 같네요."

"뭐라고? 벌써?"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벌떡 일 어났다.

"아고고,삭신이야."

그녀는 노인처럼 허리를 두드리 며 성벽 너머를 노려봤다.

비 사이로 숲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오,진짜. 방금 전투가 끝났는 데 또 몰려와? 그리고 제이,넌 왜 이야기 안 했어? 이런 건 미 리 말해야지!"

하지만 버럭 화를 내는 제시카에 게 어깨를 으쏙해 보인 제이크는 태평했다.

"어차피 준비할 것도 없잖아요. 화살도 떨어졌고,화공도 안 되고, 마나들도 떨어졌으니. 사람들이나 좀 쉬게 해야죠."

"뭐,그렇긴 한데……. 에휴,나 도 모르겠다."

제시카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바

닥에 주저앉았다.

"너무 빠르잖아. 이래서야 막을 수나 있나 몰라."

"그러게 말이에요."

레이첼도 숲의 상황을 눈치첸 모 양이었다.

어느새 제이크의 곁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숲을 바라보았다.

"어쩌죠? 싸우긴 해야 하는데. 루테리아 때와 같다면 마지막 레 이드는 엄청 빡빡할 텐데요."

그녀를 본 제시카가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레이첼이 만류했

다.

"그냥 앉아 있어요. 흐음……. 제 이,차라리 이대로 몬스터들을 흘 려보낼까요? 물론 피해가 있겠지 만,영지 내로 흩어진 몬스터를 하나씩 잡는 쪽이 사상자는 적을 듯한데."

그렇게 한다면 영지 내는 엉망이 될 테고,흩어진 몬스터를 잡느라 사람들은 오랜 시간 영주 성에 묶 여 있겠지만,억지로 막다가 참사 가 일어나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하지만,그럼 그동안 막아 낸

게 억울해서……

제시카의 말에 레이첼이 고개를 저었다.

"억울하다고 붙잡고 있다가는 더 큰 손해를 봐요."

그러자 이번에는 제이크가 반대 했다.

"그건 안 돼요. 한 번이라도 뚫 리면 황제가 영지를 정식으로 인 정안 할 겁니다."

"아…… 안 될까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 겠지만……

"안 되겠죠."

레이첼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자신의 말은 거두지 않았다.

"황제가 인정을 않더라도 어쩔 수 없죠. 무의미하게 사람들을 죽 게 만들 수는 없어요."

그에 작게 웃어 보인 제이크가 말을 이었다.

"아직 실패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그가 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고,비는 더욱 거세지는 중이 었다.

그 탓에 날이 무척 쌀쌀했다.

"다행히 원하던 날씨가 되었습니다. 우선,제가 일차로 저지해 보 겠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결 정하죠."

두 여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 었지만,그는 낮은 소리로 던전 에고를 불렀다.

"빈크루."

반투명한 요정이 성벽 아래에서 솟아올라 제이크를 꼭 껴안았다.

"부르셨어요?"

"부탁해."

"헤헤,그럼 올라갈게요."

빈크루가 제이크를 안고 하늘로 치솟았다.

"아니,또 뭘 하려고……

황당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던 제시카가 곧 급한 얼굴로 고 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그냥 보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제이크가 벌인 일들은 언제나 상 상을 뛰어넘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괜한 날벼락을 맞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말에 동의한 레이첼은 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모두 일어나! 적습이다! 마지막 공격이다! 모두 기상!"

놀라 움직이는 병사들을 향해 레 이첼이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하늘을 조심해! 모두 마법에 대 비하도록!"

병사들은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 았다.

아직까지 하늘에는 검은 구름만 가득했다.

* * *

빈크루는 계속 하늘로 올라갔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욱 심해졌고, 기온은 더 내려갔다.

얼굴에 부딪히는 비가 따갑게 느 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간 요정과 제이크는 구름 아래에 도착할 수 있 었다.

"힘들지 않아? 상당히 높은데."

"괜,찮아요. 저. 힘 세요."

아직 조금은 더듬거리는 목소리 로 빈크루가 대답했다.

-어차피 겉모습은 마법적인 환 상일 뿐이니까요. 원래 촉수여서 그런지,마나 기둥처럼 상당히 위

까지 올라갈 수 있는 모양이에요. 파티마의 말대로,빈크루의 다리 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 한 마나의 선이 지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마나의 선은 던전에서 성벽까지, 그리고 이 하늘까지 빈크루에게 마나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괜찮을까요? 이 정도 광역 마 법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미리 시험해 볼 수도 없잖아."

제이크는 슬슬 손을 풀었다.

"내가 모을 수 있는 마나 가지고 는 어림도 없고,그동안 모은 던 전 마나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데. 그랬다가는 몬스터가 영지 안 으로 쏟아졌을걸?"

제이크가 지금 쓰려는 마법은 큰 영역을 지배하는 대단위 광역 마 법이었다.

모아 놓은 던전 마나를 모두 써 야 겨우 해 볼 수 있는 데다,날 씨와 장소도 가려 가며 해야 하는 마법이 었다.

"예상보다 몬스터들이 많았어. 이제야 겨우 비가 오는데 마법을

안 쓰고 지나갈 수야 없지."

제이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마법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한 비장의 수였다.

레이첼이 성벽을 쌓고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사이,제이크는 빈크 루를 열심히 성장시켰다.

빈크루의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몬스터의 접근을 막는 것이었다.

그녀의 능력을 강화하면 몬스터 웨이브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 각을 한 제이크는 그동안 모은 마 법 아이템의 마석과 몬스터의 마

석을 뽑아 그녀에게 먹였다.

그리고 파티마를 시켜 계속 그녀 를 훈련했다.

그의 바람대로 성장한 빈크루였 지만,아직까지 몬스터 웨이브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광기에 차 내달리는 몬스터를 막 기에는 그녀의 힘이 부족했던 것 이다.

결국,제이크는 다른 방법을 찾 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제이크는 그녀의 힘을 멀리 에서도 사용할 방법을 찾았고,마 법진을 이용해서 그녀를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빈크루의 능력을 이용해 서 성벽으로 몬스터를 끌어들였다.

몬스터들을 완전히 막는 것은 힘 들었지만,광기의 방향을 조정하 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그 뒤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수가 있었다.

바로 제이크의 광역 마법,죽음 의 비였다.

-이번에는 이해가 가는 마법 명 이지만…… 그래도,유치해요.

파티마의 핀잔을 들으며 제이크

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를 안고 있는 빈크루에 게 부탁했다.

"마나를 보내줘!"

"네!"

곧이어,지상을 이어 주고 있는 마나의 기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던전에서부터 출발한 거 대한 마나가 마법진을 통해 제이크에게 전달되었다.

순식간에 제이크의 몸이 환하게 빛이 났다.

"마나여,세상을 비틀어 너의 위

대함을 드러내라. 공간을 가두고 움직임을 멈추어라. 세상을 얼리 고,세상을 묶어라!"

제이크의 선언과 함께 마나가 구 름 일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던 비는 허공에서 멈췄고, 비들은 서로 뭉쳐 얼어붙기 시작 했다.

-신기하네요. 온도를 내리는 게 아니라,입자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다니……. 확실히 마나는 적 게 들겠어요.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분자의 움 직임이 줄어드는 것.

냉장고의 원리이자,이곳에서는 제이크만 아는 원리였다.

수많은 얼음덩어리가 하늘에서 만들어졌다.

주먹만 한 우박이 수만 개,수십 만 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뜨리면 아 군도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범위 조절은 잘하고 있으니까 거의 피해는 없을 거야."

-거의잖아요!

파티마의 말에 제이크는 마법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법으로 강화된 눈이 성벽 위의

모습을 잘 보여 줬다.

다행히 병사들은 방패를 든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역시 잘 준비하고 있군. 저 것 봐. 나하고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이젠 척하면 척이지."

-척하면 척이 아니잖아요!

뻔뻔한 소리를 내뱉는 제이크를 향해 파티마가 빽 소리를 질렀지 만,제이크는 들은 체도 하지 않 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럼,공격 시작. 가속,투하!" 제이크의 말과 함께 엄청난 양의 우박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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