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일행이 하인으로 알고 있었던 남자.
그리고 원래 하인이었다가 예비 집사가 된 남자.
알프렛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
에 정신이 없었다.
나이 든 집사님이 건강해진 것 은 좋은 일이었지만,그 뒤에 벌 어진 일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네가 가는 게 나쁘지 않아 보 이는구나. 내가 오래 버티지 못 할 것 같아서 네게 집사 훈련을 시켜 온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 니 네게 넘겨주기까지 시간이 걸 릴 것 같으니 말이다."
건강해진 집사도 알프렛에게 긍 정적으로 조언을 해 줬다.
알프렛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자작이나 집사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았다.
집사가 병중일 때야 집사 훈련 이 의미가 있었지,집사가 건강 해진 이상,그는 다시 하인이자 잡일꾼으로 돌아가야 했다.
더구나 이미 나이가 있어,다른 곳에서 집사로 써 주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자작과 집사의 말을 듣던 알프 렛은 자신을 데리고 가고 싶다는 마법사를 살펴보았다.
그가 보기에,마법사는 이제 겨 우 어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젊
디젊은 남자였다.
'너무 어린데..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저 나이에 정식 마법사였다.
마탑의 마법사와 같이 온 데다, 같이 온 여자 마법사도 귀족으로 보였다.
집사를 쓸 정도로 집안 형편도 좋아 보이니,앞날은 더없이 창 창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기회인가?'
집사 일을 배우지 않았으면 평 생 평범한 하인 일을 만족하면서 살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번 보게 된 세상은 눈 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법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이틀 뒤.
알프렛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에 저택을 나섰다.
저택을 나서는 그의 복장은 정 장은 아니었지만,그래도 단정해 보이는 평상복이었다.
옷이 바뀌니 그의 인상이 확 달 라 보였다.
진중해 보이는 인상이 그를 원 래 나이보다 훨씬 많아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훈련으로 다져진 세련된 동작들이 집사복을 입지 않고 있 어도 그를 전문적인 집사로 보이 게 했다.
저택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 던 제이크는 알프렛의 모습을 기 억 속의 모습과 겹쳐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나이를
먹은 모습이었는데도 제이크의 기억으로는 지금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제이크는 알프렛과 악수를 한 뒤에 백색의 탑으로 향했다.
"큰 결심을 하셨네요. 제국으로 간다는 말에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우선 말을 낮추십시오. 그 리고…… 솔직히 고민이 많이 되 긴 했습니다."
왕국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 이 아니라 제국,거기다 대륙의 반대편으로 가야 된다는 소리에
그는 결심이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알프렛의 성격상 이미 한번 결정한 걸 뒤집지 않았다.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하는 게 있으면 지금 알려 주십시오. 미 리 마음에 대비를 하고 있는 편 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프렛의 말에 제이크는 생각나 는 대로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 했다.
"흠,뭐가 있을까요……. 영지가 개척 영지로 용병들로 좀 소란스 립습니다."
"말씀을 낮춰 주십시오."
"나중에 차근차근 놓도록 하죠. 그리고 저는 지금은 우선 영주성 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주님과 마주칠 경우도 꽤 있을 겁니다."
알프렛은 제이크의 말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흠,그리고…… 또 성 지하에 제 실험실이 있는데,이게 던전 급 정도로 커서 파악을 하려면 고생도 조금 할 겁니다. 우선 그 쪽은 보류하고……. 어,왜 그러 시죠?"
"저,성에 산다면 영주님과 친
척이나 그런 겁니까?"
"아,영주님에 대해 말하지 않 았군요. 저희 영지의 영주님은 레이첼 여남작이십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방문했던 앰버 마법사 가 영지 마법사이지요."
알프렛은 앞에 있는 마법사가 하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제이 님이 영주성에 같이 있는 거죠?"
"집 안에 있을 때는 제이크라고 불러도 됩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는 제이크라고 부릅니다."
본명을 마치 애칭처럼 이야기한 제이크는 설명을 계속 이어 갔다.
"제가 성에 있는 이유는…… 지 금 영지 안에는 쓸 만한 집도 없 고,제가 영지의 서기관 일도 하 고 있어서 성에 있는 쪽이 편하 기도 하고. 흠,그러고 보니, 집 을 하나 따로 가지고 있는 편이 좋으려나……
제이크의 말이 계속 이어지자, 알프렛은 결국 이해하기를 포기 했다.
"가서 확인하겠습니다. 이야기
만 들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 군요."
"마법진을 통해서 가면 금방이 니까요. 다행히 한 명 더 갈수 있게 해 줘서 편하게 갈 수 있을 듯합니다."
제이크는 제노 마법사와 손을 잡은 덕분에 여러 가지 편의를 많이 지원받게 되었다.
원하던 마법 아이템은 이미 손 에 넣은 뒤였고, 이제 알프렛과 함께 돌아가기면 하면 계획했던 일 보다 몇 배나 더 성과를 가지 고 가게 된다.
마법진을 통해 한 방에 대륙을 넘는다는 말에 알프렛은 조금 겁 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마탑으로 향 했다.
하지만 일은 항상 계획대로 되 는 법이 없었다.
제이크와 알프렛이 마탑에 도착 했을 때,마탑은 무척이나 어수 선한 상태였다.
마법사들이 뛰어나가고 있었고, 여자 마법사 하나가 부상을 입은 채로 앰버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제이크는 그 모습을 보고 처음 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벌써 앰버가 아는 마법사가 생 겼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다친 마법 사는 제이크도 아는 마법사였다.
"마법 상점?"
그녀는 루테리아 시의 귀족 거 리에 있는 마법 상점의 여주인이 었다.
"아,제이. 왔어요? 일이 복잡하 게 되었어요."
제이크가 급하게 앰버에게 다가 가자,그녀가 굳은 얼굴로 그에 게 말했다.
"제가 봐도 문제가 생긴 것 같 네요.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입니까?"
제이크의 질문에 앰버보다 먼저 여주인이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괜찮겠어요?"
"뭐,이 정도 상처야 포션만 먹 으면 나아요."
여주인은 대충 피를 닦고는 제이크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 시간 정도 전이었 어요……
아침 일찍부터 마법진에 매달려 있던 마법사는 일을 마친 뒤에 상점 앞 거리에 나와 휴식을 취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 대수림 쪽 하늘을 바라보며 눈의 피로를 풀고 있던 그녀는 곧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연기들이 거리까지 널리 퍼지자,거리가
온통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적습이다! 그가 돌아왔어!"
"모두 숨어!"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와 함께 거리를 달려오는 칼을 든 용병들 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었다.
"막내 공자가 돌아온 모양이에요. 영주성에서도 연기가 피어올 탔고,막내 공자하고 도망쳤던 용병들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였어요."
용병들은 귀족 거리를 돌아다 니면서 집들을 불태우고 사람들 을 죽였다.
"저는 숨어서 그걸 지켜보다가 결국 걸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방법이 없어,마법진을 통해 이 곳으로 도망친 거예요."
공격 마법을 알지 못하는 하급 마법사인 그녀는 달아나는 것 이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제이크는 마법사의 말에 뒷목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아무래도 상점도 불타 버린 모 양이에요. 상점 지하에 있던 마 법진하고도 마나 연결이 끊어져 버렸고……
"루테리아가 어떻게 되었나 걱 정이에요. 첫째 공자님이 잘 막 아 냈나 모르겠네요."
앰버가 계속 걱정을 내비쳤지 만,제이크는 그쪽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에게는 다른 문제가 더 중요 했다.
"설마 그럼 지금 마법진을 쓸 수 없는 겁니까?"
잘못하다가는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거리도 거리였지만,왕국 쪽으 로 가려면 혼란스러운 레타니아
왕국을 거쳐야 했고,제국을 통 해서 가려면 내전 중인 영지들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되면 제 시간 안에 영지 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마법진은 쓸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일을 듣고 내려온 제노 마법사가 제이크를 안심시켰다.
"루테리아 영지에 있는 지점은 연결이 안 되고 있지만,제국 서 쪽에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루테리아에서 좀 멀기는 해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제노의 말에 제이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이 어디인가요?"
"음,프랑코 백작의 영지였을 겁니다."
그 말에 제이크가 사색이 되었다.
"설마,지금 내전 중인 영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죠?"
"아,내전 중이었습니까?"
제이크의 말에 제노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해 보니,제노 마법사가 제 국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황제가 죽고 내전이 벌어진,아주 뒷날
의 이야기였다.
지금이야 제국의 내전은 남의 나라 일일 뿐이었다.
그래도 내전이라는 말에 제노 가 확인 차 지점과 연락을 취해 보았다.
다행히 제이크의 염려와는 달 리,지점에서는 아직 괜찮다는 응답을 해 왔다.
그에 제노가 다시 물어 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한다 면 대륙 서쪽에 있는 지점이나 다른 왕국에 있는 지점으로 보내 드릴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렇게 멀리 돌아갈 시 간이 없었다.
루테리아 영지가 급하게 돌아가 는 상황인 만큼,아스굴론도 곧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기 때 문이었다.
앰버도 무척 걱정되는 표정으로 제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제이크는 오래 고민 할 수가 없었다.
제이크는 제이에게 자신의 생각 을 말한 뒤에 모두와 같이 지하 로 내려갔다.
최종적으로 마법진 위에 올라간 사람은 제이크 일행 외에 한 사 람이 더 있었다.
바로 마법사 반센이었다.
제이크와 제노와의 연결고리로 서,그리고 부서진 지점을 새로 만드는 담당자로서 그가 선택된 것이다.
제이크는 반센을 안쓰럽게 바라 보았지만,예상 외로 그는 기분 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흐흐흐,드디어 해방이다. 노친
네를 떠나다니,이렇게 기쁠 수 가!"
예상보다 스승과 함께 다니는 일이 고되었던 모양이었다.
편한 마탑을 떠나 임무에 나서 는 상황에서도 반센은 기쁨을 감 추지 못했다.
그렇게 한 명이 추가된 일행은 마법진을 통해 공간 이동을 시작 했다.
-좋아,저장 끝.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저희 마 법진도 개선되는 건가요?
-분석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만,그래도 꽤 멀리까지 귀환할 수 있도록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공간 이동이 되기 직전,제이크 는 마탑 지하에 있는 마법진을 모두 이미지화해서 머릿속에 저 장했다.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급하 게 만든 마법으로 한 일이었다.
전생의 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만든 것이었는데,덕분에 머릿속 에 새로운 저장 공간이 생긴 느 낌이 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저장을 마친 제이크가 배응을 하는 제노 마법 사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일행은 환한 빛 에 휩싸여 사라졌다.
얼마 뒤.
빛이 사라진 뒤 제이크가 본 것 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뚱뚱 한 마법사였다.
이곳도 크지 않은 지하 실험실 이었는데,어찌 된 일인지 군대 의 함성 같은 소리가 밖에서 들 려오고 있었다.
"큭,이게 무슨 소리죠?" 현기증에 비틀거리면서도 제이크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소리를 듣 게 되었다.
"잘 왔습니다. 마침 지원이 필 요했습니다."
"네?"
"사람들을 데리고 성을 빠져나 가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했거든요."
"네?"
"설명이 부족했군요. 제국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들이친 제국군에 프랑코 백작의 군대는 갈갈이 찢어져서 각 성에 서 항거 중이에요. 여기도 기사 들이 수성을 하기 위해 난리 중 이고요."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제이크는 급하게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분명 괜찮다고 연락 을 하지 않았나요?"
"네,그렇게 연락했죠. '아직은' 괜찮다고요. 내일 공격할지 모래 공격할지 모르겠지만,오늘은 공 격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미안한 기색이 전혀 안 보이는
마법사의 모습에 제이크는 할 말 을 잃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