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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30화 (130/222)

130화

몬스터 시체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래도 몸을 세우면 사람 크기만 한 지네 수십, 수백이 떼를 지어 탐사대를 향해 몰려왔다.

선두에 선 호족들은 달려드는 지

네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만딜라 악호코 알라파!" 그리고 그들의 주술사는 양손을 들고 알 수 없는 언어를 크게 외 쳤다.

그의 말이 끝나자,조용히 있던 호족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아!"

원래부터 튼실했던 그들의 근육 이 더욱 부풀어 올랐고,피부는 더욱 단단해졌다.

주술사가 고대의 영을 그들 몸에 강림시킨 것이었다.

물러나 있던 용병들은 훨씬 더 거대해진 근육질 사내들이 거대한 도끼를 들고,몰려오는 지네 때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모습에 전율 을 느꼈다.

하지만 본 모습을 보고 있던 제이크는 다른 이유로 전율을 느끼 고 말았다.

'이건…… 괴수대전이잖아'

제이크의 눈에는 몰려오는 지네 떼를 향해 돼지 머리를 한 근육덩 어리들이 침을 튀기며 괴성을 지 르는 것처럼 보였다.

쿠에에엑!

용병들과 제이크가 어떤 모습을 보게 되었든 간에,잠시 뒤 두 집 단이 격돌했다.

거대한 도끼가 아래로 떨어져 내 렸고,큼직한 지네의 몸뚱이가 푹 파였다.

몬스터와 달리 쉽게 잘려 나가지 않는 괴물의 몸이었지만,고대의 영의 가호를 받는 호족의 힘은 버 텨 낼 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달려온 십여 마리의 지네들은 갈가리 잘려 나가,사방 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지네들도 만만치 않았다.

선두 지네들의 죽음을 기회로 삼 아,다른 지네들이 앞을 막아선 전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달려드는 지네의 입에서는 산성 액이 튀어나왔고,중간에 잘려진 지네 몸뚱이들은 따로 움직이며 호족들의 몸에 엉겨 붙었다.

호족 전사들은 지네의 공격을 거 칠게 몸으로 감당했다.

산성액이 그들의 몸을 태우고, 지네의 이가 전사들의 살점을 뚫 었지만,그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차근차근 지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이게 뭐야! 왜 이리 단단해!"

하지만, 그들 뒤를 받치고 있던 제시카와 루이는 꽤나 표정이 안 좋았다.

마나를 가득 머금은 검이 지네들 을 한 번에 자르지 못했던 것이다.

제시카와 루이의 검은 단단한 몬 스터의 갑주마저 한 번에 잘라 내 는,마나가 실린 마법 검이었다.

그런데 검은 피부의 지네 괴물은 두 사람의 마법 검으로도 한 번에 몸을 잘라 낼 수가 없었다.

물론 두 사람이 지네 괴물을 처

리하는 속도는 전사들보다 빨랐지 만,다른 몬스터나 사람을 처리할 때처럼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로 인해 지네 괴물 몇이 방어 선을 뚫고 후방의 용병들에게 달 려들었다.

"엑,검이 들어가지도 않는데요?"

"젠장,무슨 몬스터가 이래!"

"필사적으로 막지 마. 우리 실력 으로는 무리다!"

용병들도 지네 괴물을 막아 보려 고 했지만,그들은 곧 자신들의

주제를 파악했다.

덕분에 개죽음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네 괴물 하나가 용병까지 통과하고 던전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모두 전투에 휩싸여 있는 동안,제이크는 조용히 감각을 열 고 있었다.

지팡이를 잃어버린 탓에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도 줄고,짧은 주문의 마법도 쓸 수 없게 되어 버린 제이크였다.

하지만,그 덕에 그는 새로운 기 술을 연습하게 되었고, 주변을 살 펴 적의 공격을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지금처럼!

슈이이익!

천장에서 무언가 아래로 떨어지 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지네의 고통스러운 비 명 소리도 들려왔다.

놀라 위를 쳐다본 사람들은 천장 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지네를 발 견했다.

지네가 떨어지고 있는 곳은 아직

도 강신의 주술을 외우고 있는 주 술사가 있는 곳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강신의 주술 이 깨져 버렸고,주술사도 피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제이크의 주문이 펼쳐졌다.

"윈드 해머!"

떨어지고 있는 지네를 향해 커다 란 공기 덩어리가 들이닥쳤다.

쿵!

케에에엑!

커다란 지네는 공기 덩어리에 맞 아 옆으로 튕겨 나갔다.

"다행히 잘 먹히네."

제이크는 바닥에 나뒹구는 거대 지네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처음 쓰는 기술이라 걱정이 되었 던 것이다.

지팡이를 잃어 저장된 마법을 쓰 지 못하게 된 그가 서클에 주문을 새겨 넣은,마법 기술자들을 참고 해서 만든 기술.

미리 쓸 마법을 이미지해서 외우 고 있다가,마법 기술자처럼 마법 명으로 발동시키도록 한 것이었다.

-근데 왜 메모리 스펠이라고 이

름을 붙인 건가요? 대단한 발견이 라 좀 더 멋있는 이름이 많을 것 같은데.

제이크에게서 기술의 개념에 대 해 들은 파티마는 항상 주문이 길 었던 고대 마법사의 약점을 해결 했다며 몇 번이나 놀랐었다.

하지만 제이크로서는 전생에 본 소설에서 개념을 빌려 온 기술일 뿐이었기에 큰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아침에 꼭 외울 필요도 없고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것 은 아니니,그나마 좀 다르긴 하 지.'

그래도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에 한계가 있고,시간 이 지나 이미지가 흐려지면 쓸 수 없다는 점은 소설에 나왔던 마법 의 개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껍,멋있긴 그 소설 속의 이름 이 멋있지만,이름까지 써먹긴 그 렇지.'

"아차,딴생각할 때가 아니다." 잠시 새로운 기술에 정신이 팔렸 던 제이크는 급하게 다시 기억해 놓은 다른 마법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미 거대 지네 괴물은 정신을

차린 뒤였다.

호족 전사들 중 일부는 지네 괴 물의 몸에 달라붙어 도끼를 휘두 르고 있었다.

하지만 좀 전과 달리,전사들의 도끼는 지네 괴물의 피부를 쉽게 뚫지 못하고 있었다.

주술사의 주술이 깨진 뒤였기 때 문이었다.

지네 괴물은 귀찮은 전사들을 향 해 크게 입을 벌린 그 순간,제이크의 마법이 작렬했다.

"홀드! 화염!"

처음 주문에 지네 괴물이 입을

벌린 채로 잠깐 굳어져 버렸고, 다음 순간 불덩어리 하나가 괴물 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

전사들을 향해 산성액을 퍼부어 주려고 했던 지네 괴물은 오히려 화염구를 삼켜 버리게 되었다.

마법에 강한 저항력이 있는 괴물 이었지만,식도를 통과하는 화염 구는 괴물에게도 꽤나 고통스러웠다.

그러는 사이에 다시 주술사가 강 신 주술을 시전했다.

주술이 끊어진 짧은 시간 동안

새끼 지네 괴물들에게 당한 호족 전사들이 있었지만,강신 주술이 다시 펼쳐지자 다시금 전사들이 지네 괴물들을 압도하기 시작했 다,

그사이 고통에 나뒹굴던 어미 지 네 괴물이 정신을 차리고 슬금슬 금 몸을 빼려고 했지만,제이크가 그렇게 놔두질 않았다.

"……이로써 너와 나는 하나로 지면에 뿌리를 내리노라!"

두 번째 메모리 스펠 이후로,바 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제이크 였다.

이미지화해 놓은 마법은 아니었 지만,그래도 지네 괴물이 나뒹굴 동안 주문을 외울 시간은 충분했다.

이윽고 제이크의 주문이 끝나자, 지네 괴물의 몸은 그 자리에 고정 되고 말았다.

지네는 수많은 다리를 움직여 발 버둥 쳤지만,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제이크의 고정 마법은 자신도 고 정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동료가 있었기 에 걱정하지 않았다.

"제시카,루이! 마무리 부탁해 요!"

한창 새끼 지네 괴물들과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은,제이크의 외침에 새끼 지네 괴물들을 다른 전사들 에게 넘겨주고 어미 지네에게 달 려들었다.

"몸마디를 자르는 건 소용없어요. 양쪽 다 움직일 거니까요. 배 근육을 잘라 내야 합니다!"

제이크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에 미래에서 보고 들었던 괴 물들에 대한 정보를 두 사람에게 쏟아 냈다.

그리고 제이크의 두 파티원은 제이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루이의 방패가 지네 괴물을 강타 해 몸을 뒤집으면,제시카가 단검 을 써서 지네 괴물의 배를 세로로 길게 갈라 버렸다.

물론,쉽게 잘려 나가지 않았지 만,한 번에 안 되면 두 번,세 번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제이크의 마법에 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지네 괴물은 비명을 지르 며 반항을 했지만,결국 내장을 모두 쏟으며 움직임을 멈추고 말 았다.

어미 지네 괴물의 죽음으로,고 대 숲에 있는 멸망의 괴물들은 협 곡을 빠져나올 기회를 잃고 말았다.

제이크는 알지 못했지만 그로 인 해 벌어진 사건은,역시 그가 알 지 못하는 사이에 정리가 되었다.

한편,제이크는 쓰러진 지네 괴 물을 보며 뒷목에 흐르는 식은땀 을 홈쳐 냈다.

"위험했어."

역시 던전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호족 전사들과 주술사에 제이크 파티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괴물,디스트로이어는 단 한 마리 도 얕잡아 볼 수가 없었다.

제이크의 마법이 없었더라면,또 동료들이 없었더라면,새끼를 친 지네 괴물을 모두 잡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아,맞다,놓친 놈이 있었어!" 생각을 이어 가던 제이크는 자신 의 감각을 빠져나간 새끼 지네 괴 물을 떠올리고는 급히 몸을 돌렸다.

"전 입구로 나가 볼게요. 제시카 도 같이 가요! 그리고 다른 사람 들은 시체를 불태워 주세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놈들이 있을지 모 릅니다!"

정신없이 말을 남긴 뒤,제이크 는 제시카와 함께 던전 입구를 향 해 달려 나갔다.

입구 밖에는 야영지에 남겨 놓은 호족 전사들이 있긴 했지만,확실 히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만약 놓치기라도 한다면 지네 괴 물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런데 급하게 달려 나간 두 사 람은 던전을 빠져나가자마자 바닥 에 누워 있는 새끼 지네 괴물을 보게 되었다.

마치 불벼락을 맞은 것 같은 모 습을 한 지네 괴물은 아직도 흰 연기를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크는 곧 누가 괴물을 처치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법 저항력이 강해 제이크의 마 법도 잘 먹히지 않는 괴물이었지 만,그래도 한 가지 약점은 있었

다.

바로 신성력이었다.

제이크의 눈에 두 어린 사제의 모습이 들어왔다.

피범벅이 된 누더기를 입고 있는 알리바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이네트.

제이크는 상황을 보고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던전 안에서 이 괴물이 튀어나 와 이네트를 공격하려고 했고, 알 리바는 그녀를 보호하다가 큰 상 처를 입었고,이네트는 자기도 모 르게 성력을 발휘해서 지네 괴물

을 죽인 건가?"

제이크의 말을 들은 두 사제는 눈을 휘둥그레 뜨는 것으로 제이크의 말에 답을 했다.

아무래도 새끼 지네 괴물을 놓친 것은 제이크와 두 사제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이네트는 치유만이 아니라 괴물 을 죽일 수 있는 성력을 깨우게 되었고,스스로 치료를 한 알리바 는 성바퀴,아니,성기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제이크는 미래의 복권이 아니라 이미 당첨된 복권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물론,김칫국 먼저 마시는 꼴이 었지만,걱정거리를 덜게 된 제이크로서는 어찌 됐든 좋은 일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간 뒤에,주술사 와 베른이 던전 밖으로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남은 던전 탐사와 뒷정리를 하기 위해 남았지만, 두 사람은 제이크에게 물어 볼 말이 있었다.

"어떻게 우리보다 더 디스트로이 어를 잘 아는 거지?"

주술사의 질문을 기다려 온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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