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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122화 (122/222)

122화

제국군의 반격은 정말 절묘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핵심적 인 인원들이 빠진 반란군은 제국 군의 기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

했다.

기사단에 의해 중앙이 잘려 나 간 반란군은 진형이 무너지면서 급하게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거기다,얼마 전 제국군이 후퇴 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후퇴하 는 반란군 뒤를 제이크군이 계속 들이쳐 피해를 누적시켰다.

심지어는 후퇴하는 반란군을 앞 지르기까지 한 부대도 있었다.

레이첼 공녀의 유격대였다.

유격대는 지하 광장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머리 위로 병력들이 지

나가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뛰쳐 나와,적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말이 없어 두 다리로 달려야 했 지만,힘들다고 포기하는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제이크가 준 위치 추적용 마법 아이템으로 방향을 잡은 유격대 는 계속 내달렸다.

그러다 지나가던 길목에서 허리 부분의 숲이 반쯤 날아가 버린 산을 내려오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루이와 제시카,그리고 제이크

였다.

루이와 제시카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는 제이크를 보고 공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했군요."

옷도 거의 누더기인 데다가 자 잘한 상처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포션을 쓴 덕분인지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아 공녀는 다행 이라며 웃었다.

"지금이야 괜찮아 보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 죽어 갔다니까요."

제시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었다.

"일반 포션이었으면 지금도 죽 느니 사느니 했을 거예요."

제시카의 말에 공녀는 제이크 표 포션을 떠올리고는 애매한 표 정을 지었다.

그녀도 던전을 빠져나오면서 포 션 덕을 많이 보았었다.

다른 포션보다 몇 배나 효과가 있는 포션 덕분에 죽을 상처에서 도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그때의 기억은 별로 좋 은 기억이 아니었다.

당시 그녀처럼 제이크의 기분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직접 격은 제이크표 포션 버전 1의 부작용은 제이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던 것이다.

덕분에 몸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이크는 앞으로 다시는 이 포션 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이미 개량한 버전도 더 욱 개량할 필요가 있겠다고 새삼 느꼈다.

"이제는 혼자 다 할 생각은 말 아 주세요. 이번에도 죽을 뻔 한 거잖아요!"

제이크는 공녀에게 또 다시 한 바탕 혼나고 말았다.

이미 제시카에게 잔소리를 왕창 들은 뒤였지만,그는 얌전히 공 녀의 말을 들었다.

모두 그가 걱정되어서 하는 소 리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제시카와 루이 가 오지 않았다면 죽을 뻔했기 에,뭐라 변명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당한 건가요? 쉽게 들킬 리가 없었을 텐데요."

한참을 제이크를 혼낸 그녀는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혹시나 싶어서 제시카와 루이를 보내긴 했지만,제이크의 계획대 로라면 이렇게 다칠 이유가 없었다.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며 지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곳은 적의 퇴각 경로 와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일행 은 편하게 제이크의 이야기를 들 을 수 있었다.

제이크가 겪었던 일을 들으면서

일행은 깜짝 놀라워했다.

"기사단 전체에,마법사들까지 동원되었습니까?"

"와,아들 죽은 게 그 정도로 치명적이었나?"

그런데 아직 제이크에게 이야기 를 듣지 못했던 루이와 제시카는 다른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설마,우리가 죽인 게 파멸의 마도사였어?"

"말도 안 돼."

제시카와 루이는 자신들이 마지 막으로 죽인 마법사가 그 이름 높은 파멸의 마도사라는 이야기

에 입을 딱 벌렸다.

"설마,파멸의 마도사에게 덤볐 어요?"

공녀의 물음에 제시카는 격렬하 게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 마도사인 줄 몰랐다니까요. 알았으면 덤볐겠어요? 제이크만 데리고 도망쳤겠죠. 근데 도망칠 수나 있었나?"

"저희는 그저 제이크 님만 구하 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적이 마도사일 줄은……

화상으로 엉망이 된 마도사였기 에 두 사람은 그가 누구인지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겨우 두 사람이서 파멸 의 마도사를 잡다니……

"암튼, 그쪽도 거의 죽기 직전 이었으니까요. 근데 그 상태로도 마법을 신나게 쓰던데요? 과연 마도사는 마도사인가."

공녀의 물음에 신나게 설명하던 제시카가 황당한 얼굴로 제이크 를 바라보았다.

"설마,제이크,네가 파멸의 마 도사를 그 지경으로 만든 거야?"

제시카의 물음에 루이도 공녀도 미처 생각지 못했는지 놀란 얼굴

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제이크의 마법에 매번 놀란 그들이었지만,마도사를 죽 기 직전까지 만든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이크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봤자,제가 진 싸움이었 어요. 기습을 했는데도 버텨 내 더라고요. 두 사람이 안 왔으면 거기서 끝났을 거예요."

그것도 마법 지팡이를 터트려서 만든 기습이었다.

앞으로 마나 부족에 시달릴 것

을 생각하니,제이크는 입에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죽은 마 법사 시체를 뒤진 거구나. 난 왜 마법사 시체를 그렇게 뒤지나 했 네."

마법 지팡이를 깨 먹었으니,손 해를 메워야 했다.

그래서 제이크는 마도사의 지팡 이를 챙기는 건 물론,그의 몸을 뒤져 쓸 만한 물건들도 다 쓸어 담았다.

아직 제대로 확인은 안 해 봤지 만,마나를 풍기는 물건들이 보

였기에 제이크는 조금 안심이 됐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신조 카라스가 슬쩍 공녀의 머리 로 날아들었다.

다행히 폭발의 범위보다 훨씬 먼 곳으로 도망쳤던 모양이었다.

제이크를 구한 유격대는 본대로 복귀한 후에 후방으로 물러났다.

그동안의 싸움으로 꽤 많은 병 력을 잃었고,무엇보다 모든 말

을 잃어 기동성이 상실되었기 때 문이었다.

거기다 제이크가 부상을 당해, 전투력도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추격전에는 참여하지 못 했지만,제국군 누구도 레이첼 공녀와 유격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번 승리의 수훈은 누가 뭐래 도 루테리아 유격대였다.

싸움의 추가 기울자,반란군은 병력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계속 밀려 내려갔다.

얼마 전의 승리로 차지했던 벌 판도 빼앗기고,그동안 차지하고 있었던 영지들도 하나둘씩 차례 로 다시 토해 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밀려 내려간 반 란군은 자신들의 영지 바로 앞에 서야 겨우 병력을 수습할 수 있 었다.

수습한 병력도 전체 병력의 삼 분의 이밖에는 남지 않았다.

후퇴하는 동안 수많은 병사가 제국군에게 죽거나 낙오했던 것 이다.

더구나 사기마저 떨어져,그들

의 미래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 도여서 상황은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한편,반란군을 추격하던 제국 군은 적들의 영지 앞에서 다시 병력을 펼쳤다.

이제 반란군의 영지들까지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공격에서 이기고 적들의 영지만 정리하면 이제 이번 내전 은 끝나게 될 것이었다.

모두가 곧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나 질 않았다.

이번에는 제국군에게 문제가 생 겼기 때문이었다.

아니,제국 전체가 문제였다.

프랑코 백작이 수도를 향해 진 격을 하는 동안,수많은 영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프랑코 백작처럼 하나로 뭉친 반란이 아니었지만,여러 영지들 의 연합체인 제국군으로서는 무 척이나 치명적인 소식이었다.

많은 영지군이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제국군을 떠났고,

남은 제국군은 눈물을 머금고 수 도로 물러섰다.

그리고 영지들의 소식을 들은 황제가 군대와 함께 황도로 돌아 왔다.

처음 반란이 일어나고 세 달이 지난 초여름.

귀환한 황제는 논공행상을 시작 했다.

1년 만에 돌아온 황도는 꽤나 어수선했다.

사람들은 계속된 반란 소식에 불안해했고,황제의 원정과 계속 된 징집 탓에 살기가 퍽퍽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상관없이 황도를 쏘다니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제시카와 루이였다.

그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동 안,제이크는 이번에는 여인숙에 처박혀 마나를 회복하는 데 여념 이 없었다.

머리색도 바꾸고 마법으로 인상 을 흐려 보이게 만들었지만,혹 시나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안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를 포함하여,논공행 상의 자리에는 레이첼과 더불어 용병들 중에서는 루이만이 참여 하게 되었다.

루이가 그나마 기사처럼 보인다 는 이유였다.

황궁의 넓은 홀.

수많은 사람이 황궁의 그랜드 홀에 모여 있었다.

황도에 살던 귀족들과 원정을

떠났던 귀족과 기사들,그리고 반란군을 상대했던 제국군까지.

오랜만에 황국의 메인 홀이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황제 폐하가 들어오십니다."

내관의 외침에 웅성이던 사람들 은 모두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 였다.

홀로 들어서는 황제의 모습은 대관식 때와 또 달라져 있었다.

대관식 때의 앳된 소년은 더 이 상 보이지 않았고,대신 카리스 마 넘치는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 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려한 옷과 번쩍이는 왕관이 그의 지위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반면,슬쩍 비웃는 듯이 보 이는 입꼬리는 그의 잔혹한 심정 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모두 잘 오시었소. 정말 많이 들 왔군.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 람들 중에도 안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군."

황제는 처음에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듯했다.

하나 말이 이어지면서 그가 품 고 있는 생각이 슬슬 고개를 들 었다.

"뭐,다들 내 머리를 자르겠다 고 난리인 세상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군. 그럼 이곳에 보이지 않는 자들은 모두 반란군으로 봐 도 되려나……

정치적 수사도 없이 직접적으로 토해 내는 황제의 말에,귀족들 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보다 오늘 일정을 먼저 진행 하심이……

심란한 귀족들의 표정을 본 아 이흰테일이 황제에게 조언했다.

"그게 좋으려나? 그럼 그렇게 하지."

황제가 손짓을 하자,의전관과 궁내부 관리들이 황제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워 급하게 순서를 진 행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군대를 이 끄시어 악적 레타니아 왕국을 병 탄하셨습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 의 신하들이 황도로 진격하던 반 란자들을 물리쳤습니다. 하여 오 늘은 이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우리의 영웅들에게 크게 치하하 고자 황제 페하께서 직접 포상을 내리시겠습니다."

의전관의 말에 황제는 피식 웃

으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우리 제국이 악적에 가 깝지."

혼잣말이라기에는 상당히 큰 소 리였지만,사람들은 모두 못 들 은 척했다.

이후 순서에 따라 원정을 떠났 던 기사들과 귀족,장군들에게 포상이 이어졌다.

어차피 반란군들 때문에 싸움은 계속되겠지만,모든 싸움이 끝날 때까지 논공행상을 미룰 수는 없 는 일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미리 해 버려서

사기를 올리는 편이 나았다.

포상은 이곳에 있는 자들만이 아니라 전투 중 죽은 자들에게도 내려졌다.

그 포상 안에는 황제에게 귀환 을 종용했던 기사와 귀족들이 포 함되어 있었다.

그들 중에 살아난 사람은 없었 던 것이다.

그렇게 원정군에 대한 포상이 끝난 뒤,반란군을 막은 제국군 에 대한 포상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대상은 당연하다면 당 연하게도,대검호인 오페우스 백

작이었다.

항상 실전적인 갑옷을 입었던 그도 오늘은 화려한 의전용 갑옷 을 입고 황제 앞에 나아갔다.

"역시 오페우스 백작이야. 나를 꽤 싫어하면서도 할 일은 제대로 한다니까."

식을 진행하기 전에 작게 꺼낸 황제의 말에 백작이 담담히 대답 했다.

"제국 기사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딱딱한 백작의 말에 황제는 시 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재미가 없어. 싫어한다는 표를 이런 식으로 내다니. 이러 니 백작을 옆에다 두고 쓰지를 못하는 거야."

'저도 미친황제 곁에 가까이 가 고 싶지 않습니다...'

황제의 말에 백작은 속으로 욕 을 퍼부었지만,그의 표정은 전 혀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이번 전투는 꽤 재미있 었어. 백작에게 이런 센스가 있 는 줄은 몰랐네만. 물론 이긴 두 번째 전투 이야기야."

황제의 말에 백작은 고개를 저

었다.

"제가 한 것은 없습니다. 제국 군 모두가 싸운 것이었고,그중 에서도 레이첼 공녀의 도움이 제 일 컸습니다."

백작의 말에 황제의 눈이 가늘 어 졌다.

"레이첼이라……

그렇게 백작의 순서가 지나갔 고,의전관이 다음에 등장할 사 람들을 호명해 나갔다.

이윽고 낯익은 인물의 이름이 들려왔다.

"루테리아 공작의 따님인 레이 첼 루테리아 공녀가 입장합니다!"

의전관의 말에 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문으로 향했다.

황제도 묘한 표정으로 입구를 노려보았다.

그곳에서 레이첼이 갑옷을 차려 입은 채로,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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