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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89화 (89/222)

89 화

땅을 울리는 진동이 들려오고, 구릉 너머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한가롭게 둥지를 지키던 들개 형 태의 몬스터들이 모두 몸을 일으

켰다.

구릉 너머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 는 인간과 마른 가죽,그리고 쇠 냄새.

크르르릉.

들개 몬스터들은 오랜만에 맡는 냄새에 모두 흥분했다.

크릉,크르르릉.

둥지 중앙에 있던 어미 몬스터가 주의를 줬지만,젊은 들개 몬스터 들은 흥분을 더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 구릉 위로 등장한 인간들의 모습에,들개 몬스터들 은 바로 튀어 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구릉을 향해 달려가는 장관이 펼 쳐졌다.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보고,구릉 을 넘던 인간들이 움찔했다.

그것도 잠시,인간들은 바로 창 을 앞으로 하며 진형을 갖추었다.

"몬스터 출현! 40구 이상!"

"전방은 방어 대형!"

"궁사 부대는 화살 발사!" 곧이어 터져 나오는 외침.

몬스터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이었지만,이해할 필요도 없이 몸 으로 느꼈다.

구릉 너머에서 하늘로 수백의 화 살이 솟구치더니 달려 나가는 들 개 몬스터들을 향해 내려 꽂혔다.

평범한 들개들과 달리,이 몬스 터들은 쏟아지는 화살들을 몇 번 이나 피하고 한두 발의 화살을 맞 아도 버텼다.

깨갱! 까앙!

하지만,쏟아지는 화살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결국,들개 몬스터들은 인간들이 있는 구릉 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반수 이상 죽어 버렸다.

살아난 나머지도 긴 창을 내세운

인간들에 의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들개 몬스터는 사람 키 정도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몬스터.

하지만,여러 줄로 딱 붙어 고슴 도치처럼 창을 세워 놓은 인간들 을 뛰어넘을 능력은 되지 않았다.

앞에 선 인간을 뛰어넘었던 들개 몬스터는 뒤에 선 인간의 창이 뚫 려 버렸다.

급하게 멈춘 몬스터들도 착실하 게 찔러 대는 창들에 의해 다시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리고 밀려난 몬스터는 다시 화

살의 밥에 되고 말았다.

캬우우우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족의 우두 머리이자 어미 몬스터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자식들이 죽은 것에 대한 분노이 자,남아 있는 자식들에게 도망치 라는 외침이었다.

어미 몬스터의 외침에,둥지에 남아 있던 들개 몬스터들이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른 들개 몬스터의 몇 배나 되 는 어미 몬스터는 그를 확인한 뒤,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적 대형 몬스터 접근!"

"전방에 길을 열어라!"

"기사단 출진!"

마차 크기 정도의 몬스터가 달려 오는 것을 보고도 인간들은 침작 하게 움직였다.

전방에 있던 인간들 중앙이 갈라 졌고. 그 사이로 말을 탄 기사들 이 달려 나갔다.

중요 부분에 철을 댄 갑옷을 입 은 히베루니아 왕국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이 들고 있는 검에 하나같 이 빛이 어려 있는 것을 본 어미

몬스터는 이곳이 자신의 죽을 자 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뒤.

격렬하게 저항하던 어미 몬스터 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무리 몬스터 무리를 이끄는 몬 스터라지만,수십 명의 기사와의 싸움을 이길 수는 없었다.

둥지의 모든 몬스터를 제거한 뒤,인간들은 들개 몬스터의 둥지 에 자리를 잡고 숙영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삼천이나 되는 병력이 숙영지를

만드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 었다.

이미 해가 넘어가 노을빛만 둥지 를 비추고 있었다.

그로 인해 숙영지를 만드는 병사 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하지만,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 군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너무 느린 것 아냐? 이놈들은 나중에 쫓아오라고 하고 기사단 녀석들하고 먼저 움직일까?"

얼굴에 온통 상처가 가득한 지긋 한 중년의 장군은 이 정벌군의 수 장인 시두스 장군이었다.

그는 왕국의 네 군벌 중 하나인 바르바 군벌의 수석 장군으로,그 폭력적인 성격을 빌어 진격의 코 뿔소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장군의 말에 파테르 참모는 한숨 을 내쉬었다.

이 성격 급한 장군은 갈수록 제 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파테르는 조근하게 다시 한번 장 군을 설득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

다. 기사단도 밤에는 대수림을 통 과하기 무리입니다."

"여기는 대수림도 아니잖아. 몬 스터라고 해 봤자,강아지들이 마 나에 휘말려 변한 놈들밖에 없고."

방금 전에 한바탕한 덕분에 흥분 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수림처럼 울창하지는 않지만, 마나양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밤에 뭐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래도……

참모의 말에 이성적으로는 수긍 을 한 모양이었지만,장군의 칭얼

거림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파테르는 결국 나중에 써먹으려 했던 이야기를 미리 꺼낼 수밖에 없었다.

"하아,서쪽 방면의 네카토르 장 군이 적의 요격으로 당했답니다. 적은 격파했지만 피해가 상당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는 정보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훨씬 빠릅니다."

"정말? 크하하하하! 그거 쌤통이군. 뭐,그렇다면 낼 일찍 출발하 도록 하지."

같은 왕국이지만,네카토르는 맨

날 툭탁거리는 상대 군벌 소속이 라 시두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 득했다.

히베루니아 왕국은 제국이 레타 니아를 공격했다는 소식에,바로 루테리아 영지를 향해 병력을 출 발시 켰다.

레티니아 왕국을 구하기는 너무 멀다는 핑계를 댔지만,실제로는 제국의 군대가 빠져나간 동안 루테리아를 먹을 생각이었다.

군벌 회의로 출전할 군벌을 정했다.

소문에 의하면,군벌의 수장들끼 리 주사위 던지기를 했다는 말도 들려왔지만,어쨌든 그렇게 출전 군벌이 정해졌다.

바르바 군벌에서 3천 명,그리고 카니스 군벌에서 2천 명. 총 5천 명의 병력과 두 개 기사단이 두 갈래 길로 출발했다.

그리고 카니스 군벌의 병력은 시 두스 장군의 호쾌한 진격으로 말 미암아,벌써 버려진 영지의 중간 을 지나는 중이었다.

"저희도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 니다. 네카토르 장군이 요격을 당 했다니 저희 쪽도 적이 들이닥칠 지도 모릅니다."

"홍,바위에 계란 치기일 텐데. 오히려 덤볐으면 좋겠군."

삼천이나 되는 병력에 40명 이 상의 기사단이 모여 있었다.

어쯤잖은 병력으로는 그냥 휘말 려 버릴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잠자리에 든 히베루니아 정벌군은 그날 밤,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적의 기습이다!"

깜깜한 하늘에서 수십 개의 불똥 이 숙영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놀란 병사들은 허겁지겁 몸을 일 으켰고,마법사들은 급하게 허공 에 실드를 펼쳤다.

퍽! 퍽! 퍽!

정벌군 소속의 세 마법사가 힘을 합쳐 펼친 실드 마법은 날아오는 불똥을 모두 막아 냈다.

천막 밖으로 나온 시두스 장군은 펼쳐진 실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 렸다.

"마법인가?"

"마법이 아닙니다. 불화살입니 다!"

불침번을 서던 기사가 그의 말에 대답을 했다.

"불화살?"

장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불화살이라니.

마법사의 실드에 바로 무력화되 는 공격이 불화살 공격이었다.

의아하기는 했지만,그는 바로 병력을 일으켜 세웠다.

"모두 기상! 적습을 대비하라!" 불화살 공격에 어차피 모두 잠에 서 깬 상황이었다.

병력은 천막 밖으로 나와 숙영지 를 감싸는 원형진을 펼쳤다.

그리고 기사단 십여 명이 화살이 쏘아진 곳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그들은 화살이 쏘아진 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급하게 도망친 흔적만 남아 있 었습니다. 밤이라 멀리까지 추격 하지는 못했습니다."

"잘했다. 대수림이 아니라지만, 이곳도 밤은 위험해. 적의 함정일 수도 있고."

장군은 돌아온 기사의 보고에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더는 공격이 없었다.

"간을 본 건가?"

어쨌거나 더 이상 병력을 깨워 둘 수는 없었다.

얼마 뒤,불침번들만 남기고 모 두 잠자리에 든 순간이었다.

퓨우우웅!

이번에는 커다란 불꽃이 숙영지 를 향해 날아왔다.

"적습이다!"

놀란 병사의 외침과 함께 다시금 하늘에 실드가 펼쳐졌다.

혹시나 싶어 마법사들이 밖에 나 와서 기다렸던 것이다.

콰앙!

전과 달리,이번 불꽃은 실드에 부딪쳐 큰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다.

엄청난 빛과 소리였다.

낮처럼 환해지는 모습에,병사 들이 모두 천막 밖으로 튀어나왔다.

곧이어 기사들이 불꽃이 발사된 곳을 향해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이번에는 마법이야? 도대체 뭘 노리는 거야?"

다시금 잠에선 깬 장군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설마……

그 모습에 후다닥 달려온 참모가 뭔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뭔가 알겠어?"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기사들 이 돌아온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참 성질이 나 있는 장군이었지 만, 그도 많은 싸움을 겪은 장수 였다.

참모의 말에 씩씩거리면서도 기 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돌아온 기사들은 어두 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도 공격한 자들을 찾지 못 한 것이다.

"이제 말해 봐. 도대체 뭔 짓인 지."

"아무래도 습격이 아닌 것 같습 니다. 적은 우리를 잠을 안 재울 생각인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계속 공격을 하면 오늘 밤은 잠들기 어렵습니다. 그 럼 내일도 행군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밤에 공격을 하면. 저

희의 진격 속도는 터무니없이 줄 어들 겁니다."

"젠장,지저분한 수를…… 그 꼴 을 볼 수는 없지. 우리를 얕봤단 말이지? 기사단을 불러. 꼬리를 잡는다."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추적에 능한 병사들과 기사들이 적이 공 격을 펼친 곳으로 달려갔다.

그날 밤.

참모의 예상대로,몇 시간 간격 으로 계속 다양한 공격이 이어졌 고,날이 밝자 계속된 공격은 뚝 끊어졌다.

덕분에 3천 명의 병사들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마법사들 은 고갈된 마나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장군은 기사들의 보고의 히쭉 웃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허접한 네놈들한 테 당할 우리가 아니지. 꼬리는 확실히 붙여 놓았지?"

"네,약삭빠르게도 한번만 공격 하고 바로바로 도망치곤 했지만,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아 꼬리는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좋아. 모두 빨리 짐 싸! 바로

진격이다! 부대를 나누어 공격한 다고 해도 본진은 있을 터. 피곤 이 심해지기 전에 끝장을 낸다!"

이미 날이 새기 전에 준비를 끝 마친 부대였다.

장군의 명령에 3천 명의 부대가 속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공격을 했던 공녀의 부대는 여러 개로 쪼개져 신나게 도망을 가고 있었다.

그중에 한 조인 블랙 타이거의 대장이 있는 조는 다른 조보다 더 열심히 도망치고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우리한테 꼬리 가 붙은 거야!"

"어차피 꼬리 달고 가는 거 아니 었습니까?"

"근데 하필 우리야! 목숨이 위험 하게 생겼잖아!"

"그리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요? 설마, 내기에 진 것 때문 아 닙니까?"

대장의 말에 장단을 맞추던 고참 용병이 힐긋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쪽 나무 위로 여자 용 병 하나가 나무 위를 나풀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뒤를 밟혔다는 것을 듣자마자 달 려온 제시카였다.

그녀는 바로 일행의 뒤에서 쫓아 오는 적을 교란하는 중이었다.

흔적을 숨겼다가 흩어 놓았다.

제시카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숨 겼다가 흩어 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일행을 놓치지도,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을 정도의 거리 에서 추적자를 마구 흔들어 놓고 있었다.

"젠장! 피 같은 용병단 돈이!"

"설마,공금으로 내기한 겁니까!"

"아,가불이야,가불."

"이 양반이! 가불한 돈이 얼마인 데!"

열 받은 고참 용병이 달리면서 검을 빼 들자,용병대 대장이 전 보다 더 빨리 내달리기 시작했다.

"와,역시 용병대는 아무나 이끄 는 게 아니네."

그 모습을 본 제시카가 뒤에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제시카는 나무 위에서 멀리 구릉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 버려진 성,아니,레이첼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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