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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77화 (77/222)

77 화

앰버 덕분에 마법사로 드러낼 수 있었지만,아쉽게도 고대 마법사 의 증표인 완드를 꺼내 들 수는 없었다.

제이크는 옷에 숨긴채 왼손으로

완드를 잡고,오른손으로 마법 스 태프를 쥔 채로 주문을 외웠다.

마법이란,마나라는 이질적인 기 운을 사용해서 기적을 일으키는 일

이 세상에 마나라는 것이 가득하 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구나,마나 그 자체를 변형하 는 것은 더 쉽고 더 강한 마법으 로 가능케 했다.

"마나여,네 자신을 밝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라. 빛나라!"

마법 스태프에 담겨 있던 마나와 완드가 끌어들이는 마나가 제이크

의 주문을 통해 세상에 마법을 구 현해 냈다.

"어,제시카 씨 몸이 빛나는데요?"

"너도 마찬가지야!"

제이크의 마법이 펼쳐지자,루이 와 제시카가 서로를 보고 놀랐다.

그들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공작도 공녀도 앰버도,마나를 각성한 레인저들의 몸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용병 중에서도 마나 사용자들뿐 만 아니라,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도 아주 열게 빛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도 빛이 나는 곳이 있었다.

황소 크기의 커다란 네발짐승 형 태의 반투명한 빛.

바로 은신 상태인 표범형 몬스터 의 마나였다.

"신기한 마법이군. 이런 마법도 있었던가?"

빛나는 자신의 손을 살피던 공작 이 앰버를 향해 날카로운 눈으로

물어보았다.

제이크를 자신의 학파에 속한 마 법사라 소개했던 앰버였기에,공 작의 말에 대답을 해 줘야만 했다..

앰버는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다 른 마법사를 보고는,입술에 침을 바르고 대답을 했다.

"네,잘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지 만 오래된 마법 중에 있는 마법입 니다."

너무 알려지지 않아서 제이크만 알고 있는 마법이었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너무 오래되어서 고

대 마법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앰버의 말은 거짓이 아 니었다.

하지만 공작은 그녀의 말을 온전 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

마나에 걸고 약속을 하지 않는다 면 마법사들도 충분히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앰버처럼 마법사들은 언 제나 이렇게 교묘하게 진실을 은 폐하곤 했다.

그리고 공작은 그런 마법사들을 많이 보아 왔다.

"흠,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

지."

공작은 묘한 얼굴로 제이크를 슬 쩍 바라보더니 마나를 실어 큰 소 리로 외쳤다.

"모두 허공에 보이는 환영을 공 격해라. 몬스터다!"

공작의 목소리는 마나에 실려 장 벽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그 소리를 듣고서 용병들과 레인 저들이 진형을 짜,희미하게 보이 는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작의 목소리가 장벽 전체 에 들린 것은 아니었지만,한두

번 몬스터와 싸운 것이 아닌 용병 들이 흐리게 빛나는 몬스터가 어 떤 몬스터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잠시 뒤,성벽 위로 올라온 표범 형 몬스터는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다만,제이크는 몬스터들이 쓰러 진 것을 보지 못했다.

마나를 이용해서 마법을 구현하 는 것이 아니라 마나의 성질을 조 금 변형하는 것이라 다른 마법보 다는 쉬운일이었다.

다만,대장벽 일대의 마나에 빛 을 부여하는 것은 녹녹치 않았다.

이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모르는 일반인들이나 마법 기술자들은 이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고대 마법사들이 보면 제 대로 된 중급 마법사의 마법으로 인정받을 마법이었다.

과다한 마나 사용으로 탈진한 제이크는 바로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그 탓에 몰래 도망가는 빛나는 고양이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마법도 있었나? 이러면 몰 래 쫓아다닐 수가 없잖아."

고양이는 장벽 밑으로 뛰어내리 면서 제국어로 투덜거렸다.

언뜻 보기에는 패밀리어처럼 보 이는 고양이.

패밀리어는 보통 마법사의 지시 를 전달할 때만 말을 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마치 자아를 가지고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 였다.

수십 미터가 넘는 장벽을 뛰어내 린 고양이는 무사히 성벽 안으로 내려섰다.

빛나는 고양이가 나타나자,사람 들이 놀라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낯선 시선들이 느껴지자,고양이 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람이 없는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골목길에서는 로브로 온몸을 둘러싼 날렵한 체형의 사 람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성 같은 체형에 로브로 몸 전 체를 둘러싼 인물.

딱 보기에도 의심스러운 모습이 었지만,사실 용병들이 몰려 있는 루테리아에서는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로브 위로 희미한 빛이 흘러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신 기하다는 듯 바라보기는 했다.

하지만 빛나는 고양이보다는 아 니었다.

거기다,성벽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인해,금방 사람들의 관심 에서 멀어졌다.

"아무래도 베른 오빠의 걱정이 틀린 게 아닌 모양이네."

방금 전까지 고양이로 변신해 있 던 묘족 소녀는 장벽에서 멀어지 기 위해 발을 재촉했다.

그녀는 제국의 파견되어 있던 이 종족 중 하나로,얼마 전 여우족 인 베른의 지시로 공녀 일행을 몰 래 따라다니고 있었다.

현혹술로 사람을 홀리는 베른과 달리,그녀는 마나를 사용해서 고양이과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변 신족인 묘족이었다.

덕분에 제이크 일행이 알지 못하 게 고대 숲과 이 영지까지 뒤를 밟을 수 있었다.

"역시 여우족이라 그런지 촉 하 나는 대단하단 말이야. 두 달 가 까이 고대 숲에서 지낼 때는 영

헛다리인 것 같았는데."

고양이 같은 몸놀림으로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도, 그 녀는 계속 장벽 쪽을 힐끔거렸다.

장벽 위는 아직도 횃불 말고도 군데군데 흐린 빛이 보이고 있었다.

* * *

제이크와 공녀 일행을 쫓던 베른 은 공녀가 바닥없는 협곡 아래로 떨어진 뒤,그녀에게 감시 임무를 넘겼다.

현혹술로는 숲에서 자신의 존재 를 숨기기도 힘들었고,공녀의 죽 음으로 벌어진 사태를 확인해 봐 야 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묘족인 그녀가 숲에 남아 제시카와 루이를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아무래도 보통 마법사는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쓰는 마법도 엄 청 다양하고,아무리 마법사용 스 태프 유물을 구했다고 해도 말이 안 될 정도인데."

공녀와 제이크가 살아 돌아온 뒤 에도 계속해서 그들을 지켜본 그

녀 였다.

물론 똑같은 고양이가 계속 보이 게 되면 안 되기에 멀리서만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제이크가 평범한 마법사와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만,이때까지는 그가 마법을 쓰는 걸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찾아온 기회에 마음 먹고 가까이 다가갔건만, 생전 처 음 보는 마법으로 인해 이렇게 도 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

었다.

적어도 정체를 알아내야 돌아가 서 베른에게 할 말이 있었다.

로브 아래로 보이는 아직은 어려 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긴장한 얼 굴로 길을 재촉했다.

"사자를 잡으려면 사자 굴에 들 어가야겠지?"

제국에 잠입한 이종족 중 한 명 이자 묘족인 페시야는 마음을 단 단히 먹고 루테리아 시의 서편 문 으로 향했다.

서편 문 밖 남쪽으로 쭉 내려가 면 그녀가 가고자 하는 외딴 저택

이 홀로 서 있었다.

바로 제이크가 살고 있는 저택이 었다.

대장벽 위에 올라온 몬스터들이 모두 쓰러지면서, 몬스터 웨이브 도 점점 사그라졌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던 대수림의 몬스터들도 뜸해졌고,광기에 차 서 달려들던 몬스터의 움직임도 처음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이 다가오자,더 이

상 대장벽 주위에서 살아 있는 몬 스터들은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 웨이브 첫째 날이 끝난 것이다.

올해의 몬스터 웨이브 첫날은 여 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다른 때 와 달리 꽤 많은 피해를 입었다.

대수림 외각에 있던 몬스터들이 었지만,이때까지와는 다른 몬스 터들의 움직임과 낮이 아닌 밤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던 것이다.

다행히 제이크가 나선 덕분에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사망자가 나와, 대장벽 위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가라앉아 있었다.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제이크 일행,특히 제이크를 바 라보는 용병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루이와 제시카와는 다르게 일반 용병으로 생각되었던 제이크였다.

용병들은 제이크를 제시카가 데 리고 다니는 어린애 정도로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데 꽤 대단한 마법사로 밝혀 지자,용병들이 그에게서 멀어지

기 위해 슬금슬금 자리를 옮겼다.

마법사의 욕을 앞뒤에서 신나게 해 댔으니 언제 개구리로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구리로 변하게 할 리도 없고,개구리로 변하게 하는 마법 을 알지도 못했지만,용병들이 보 는 마법사는 마녀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용병들 반은 대장벽 위에 모포를 깔고 대충 잠을 잤 고,나머지 반은 장벽 아래로 내 려가 장벽에 붙어 있는 민가와 임 시 숙소에서 잠을 잤다.

민가와 숙소는 웨이브가 시작되 는 순간 징발이 되었다.

그 탓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일종의 임시 여관 주인이 되었다.

그들도 자신의 집을 비워 줘야 하는 손해가 있기는 했지만,그 대가로 장벽에 붙은 집들은 세금 이 면제되고 있기에 그들도 불만 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수백 년간 이어 온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온 루테리아 영지의 노하우였다.

제이크 파티는 다른 이들과 다르 게 성으로 안내되었다.

공작이나 공녀가 사는 본성이 아 니라 외부 식객이 머무는 내성 안 숙소이긴 했지만,공녀와 같이 돌 아온 그들에 대한 공작의 성의 표 시였다.

"캬아,내성 안에서 잠을 자다니, 더구나 웨이브 도중인데 말이야!"

숙소 안 침대에 몸을 던지며 제시카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작년에는 시커먼 남자 놈들하고 부대껴서 지내야 했단 말이야. 슬 금슬금 더듬는 놈들 밟아 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과거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던

그녀는 다시금 베개를 껴안고 침 대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내려와 있어도 되나요? 웨이브라는 게 계속 몬스 터들이 밀려오는 게 아니었나요?"

제시카의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 를 흔들던 루이가 의문이 생겼는 지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웨이브라고,웨이브. 파도처럼 밀려온다는 이야기잖아. 몬스터들 이 파도처럼 일정 시간마다 밀려 와서 생긴 이름이야."

제시카는 굴러다니던 몸을 바로 하고는 그의 말에 대답을 했다.

"첫날은 대수림 외각 놈들이 쏟 아져 내려오고,다음 날은 대수림 본진이…… 그리고 다음 날은 더 중앙의 놈들이. 이런 식으로 밀려 오지. 거리가 멀고 놈들도 자야 하니까 대충 이렇게 하루씩 밀려 오는 흐름이 생기더라고."

"그럼 얼마나 계속되는 거죠?"

"빠르면 4일에서 오래 걸리면 일 주일 정도지. 대부분 첫눈 내리고 얼마 지나서 벌어지는데,이렇게 일찍 일어난 건 처음 봤어. 설 마…… 우리 때문은 아니겠지?"

제이크의 질문의 대답을 하던 예

시카가 슬그머니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제이크나 루이도 그 답 은 알 수 없었다.

"그럼 한 삼사 일 고생하면 되겠 네요. 예상보다 힘들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뭐,전과 다르긴 해도 크게 문 제 될 것은 없어 보이더라고."

제이크의 말에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러나 얼마 뒤.

그녀는 자신의 말을 번복할 수밖 에 없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전과 달리 더 길고 더 위험했던 것이다.

4일 뒤 정오의 대장벽 위.

제이크 파티,아니,용병과 레인 저들은 이미 좀비 상태의 몬스터 들,벽에 매달려 혀를 쏘아 내는 두꺼비 등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 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멀리서 나무를 쓰 러뜨리며 다가오는 거대한 몬스터 를 눈치채지 못했다.

산처럼 솟은 몬스터 위로,아름 다운 여성의 상체가 떠올랐다.

그녀는 대장벽을 보며 환하게 웃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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