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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74화 (74/222)

74 화

슈우우욱!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붉은 숲 위로,밝게 빛나는 신호탄 하나가 치솟아 올랐다.

"신호탄 쏘았습니다!"

"젠장! 대수림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원래 대수림이 정상이었던 적이 없잖습니까."

"그래도 벌써 웨이브가 일어난 적은 없었단 말이야!"

맥 용병대의 대장이 부대장을 향 해 소리쳤다.

맥의 용병대는 지금 발에 불이 나도록 루테리아를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벌써 몇 명이나 낙오했지만,그 들을 챙길 정신은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관록이 있는 용병

대라서 그 정도지,달려오면서 본 다른 용병대들은 벌써 몬스터 웨 이브에 밀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었다.

쿠구구구궁-

맥의 용병대는 숲을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오른쪽으로는 붉은색 늑 대 몬스터 무리가 내달리고 있었 고,왼쪽 나무 위로는 거대한 날 다람쥐 무리들이 나무를 뛰어넘고 있었다.

모두 대수림 외각에 머물고 있던 낮은 등급의 몬스터들이어서 평상

시에는 용병들의 사냥감에 불과한 놈들이었다.

하지만,지금처럼 수백 마리 이 상의 무리가 내달리면 일반 용병 은 물론,마나 사용자도 무사하기 는 어려웠다.

다행히 몬스터들이 그들에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대수림 밖 으로 빠져나가려고만 하는 듯했다.

그 덕에 맥 용병대가 지금 몬스 터들 무리 중간에 끼어서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헉,헉,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요? 평상시 웨이브 때보다도 놈들 이 정신이 없어 보이네요. 마치 겁에 질려 보여요."

"뭐,약한 놈들이야 대수림 중앙 의 센 놈들을 피해 도망치는 것뿐 이니 별다를 바가 없지. 그래도 전보다 더 정신없긴 하네."

하지만 너무 빨리 안심했던 것일 까.

거대한 날다람쥐 무리가 갑자기 맥 용병대들 쪽으로 밀려오기 시 작했다.

"뭐야!"

"젠장,투명 표범들입니다!"

부대장의 말대로,날다람쥐 무리 속에 반투명한 덩치들이 슬쩍슬쩍 움직이는 게 보였다.

동시에 곳곳에서 피가 치솟았고, 날다람쥐들이 용병들 머리 위를 지나 늑대 무리와 부딪쳤다.

캬아아악! 크악!

붉은 늑대들이 난입한 거대 날다 람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날다람쥐들도 그대로 당하 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 탓에,맥의 용병들도 몬스터 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모두 흩어져! 어떻게 해서든 루

테티아까지 도망쳐라!"

덤벼 오는 날다람쥐를 향해 쇠뇌 를 쏘며 맥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부하들도 각기 몬스터들 과 싸우느라고 그의 지시를 따르 기는 무리였다.

몇 명의 용병만이 겨우 맥을 지 나 도망쳐 나갔다.

그들과 함께 도망치던 부대장이 하늘을 향해 다시금 신호탄을 쏘 아 올렸다.

슈우우욱!

하늘로 치솟는 붉은빛.

신호를 알리는 붉은빛은 이곳만 이 아니라 대수림 전역에서 치솟 아 오르고 있었다.

대장벽이 펼쳐진 루테리아 시 너 머의 대수림 곳곳에서 신호탄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제법 멀어 마나 사용자들 이 아니고서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루테리아 시에서 그 모습 을 보고 있던 마나 사용자들은 걱

정스런 눈빛을 띠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신호탄이 쏘 아진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는 없었다.

"오늘 안에 밀려올 겁니다."

대장벽 위에 서서 그 모습을 지 켜보던 루테리아 대공자 조니건의 말이었다.

"준비는 어떻게 됐지?"

"시와 영지 전체에 웨이브 경보 를 내보냈고,소집령도 모두 내렸 습니다. 다행히 출정 준비가 되어 있어서 전파가 빠릅니다."

공작의 질문에 부대장이 침착하

게 대답했다.

"그건 다행이군."

"그런데 징집병들은 어떻게 배치 를 해야 할까요?"

첫째 아들의 질문에 공작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출정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아 니,오늘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웨이브가 시작되면 발 빼기가 어 려우니."

"네?"

"어차피 벌어질 웨이브였다. 몇 주 빨리 일어난 것 때문에 안 갈

수는 없지. 좀 전에 이야기한 것 처럼 넌 출병한 부대장들하고 이 야기를 해 보아라."

빠른 웨이브 때문에 흥분했던 사 람들은 그제야 감정을 좀 가라앉 혔다.

"그래도 용병들의 피해가 많을 것 같군요. 아직 복귀하지 않은 용병들도 많을 듯한데."

"어쩔 수 없지. 첫 웨이브는 성 벽이 아니고서는 막아 내기 힘들어. 레인저로 구하기는 무리다."

남작의 말에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도 신호탄을 쏘며 죽어 가는 용병들이 안타까웠지만,저 몬스 터들의 파도에 더 이상 먹이를 던 져 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렇게 빨리 웨이브가 벌어진 걸까요? 여름에 정리할 때는 별다를 바가 없었는 데."

막내 공자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공작은 뭔 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 이었다.

"설마,황제가 보낸 기사들하고 남부 스파이 놈들이 들쑤셔서 몬

스터 경계가 엉망이 된 건가?"

"아,던전들이 정리되었다면 던 전 주변에 몰려 있던 몬스터들이 주변으로 흩어지겠군요."

"던전에 묶여 있던 놈들도 많았 을 테니 이렇게 빨리 움직인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

공작의 말에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있던 제이크 일행은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공작의 말이 맞는다면 자신들도 이 사태에 일조를 한 것일지도 몰 탔기 때문이었다.

루테리아 공작의 예상은 반쯤 맞

았다.

얼마 전부터 안개가 사라졌던 늪 지역에서 두꺼비를 닮은 몬스터들 이 밖으로 튀어나와 대장벽을 향 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분지에 갇혀 있던 몬스터 들이 분지를 빠져나와 천천히 영 지를 향해 움직였다.

제이크 일행과 황제 기사,남부 에서 온 가짜 상인들이 해제한 던 전들 주변의 몬스터들 일부가 영 지를 향해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이들 몬스터가 움직인다 고 해도 대수림 전체의 몬스터를

움직이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사실, 몬스터들의 움직임에는 다 른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몬스터 들은 지상의 몬스터만이 아니었다.

땅속을 파고 다니던 몬스터도, 또한 물속에 있던 몬스터도 마찬 가지였다.

주변의 숲에 있던 나무들이 모두 밖으로 쓰러져 있는 거대한 호수.

얼마 전 제이크 일행이 도망쳐 나왔던 그 호수에서 다시금 물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제이크 일행이 떠난 뒤,오랜 시 간 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호수였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에 맞춰서 다시금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물결은 점점 크게 일었고,잠시 뒤,호수 중앙에서 아름다운 여성 의 나체가 물 위로 올라왔다.

아니,허리까지만 여성의 모습을 하고 그 아래는 뱀처럼 생긴 긴 기둥이 이어져 있었다.

바로 제이크 일행과 싸웠던 아귀 의 촉수였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촉수 는 멍하니 대장벽 쪽을 바라보며 계속 물가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뒤,본체인 아귀까 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백 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체가 높이 치솟아 올랐다.

푸아아악-!

거대한 파도가 다시금 주변의 숲 으로 쏟아져 들어와,겨우 살아나 던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아나는 몬스 터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주변 몬스터들은 몬스터 웨

이브의 일원이 되어 대수림 밖으 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귀의 본체가 점점 강변으로 다 가갔고,아귀의 배가 강바닥에 닿았지만,아귀는 멈추지 않았다.

콰과과과-

아귀의 몸이 위로 다시금 치솟아 올랐다.

그런데 아귀의 몸 양 옆으로 어 류라면 볼 수 없는 것이 달려 있 는 게 보였다.

바로 두 쌍의 다리였다.

마치 도롱뇽의 다리처럼 보이는, 물갈퀴가 달린 거대한 다리가 아

귀의 몸을 받치며 움직이고 있었다.

제이크의 마법으로 인해 속에서 터져 버린 몸을 수리하는 동안 아 귀가 만들어 낸 다리였다.

아귀 몬스터는 자신을 파괴하고 마석의 일부를 흠쳐 간 도둑을 잊 지 않았다.

그는 몸을 치료하는 동안 도둑을 쫓는 꿈을 계속 꾸었고,오랜 시 간 그의 몸과 함께했던 마나는 그 의 희망을 이루어 주었다.

몸속에 마석을 가진 마나를 다루 는 몬스터,그것도 역사를 이룰

정도로 오랜 시간 살아온 몬스터 였기에 이처럼 마법 같은 일을 일 으킨 것이다.

쿠웅.

네 다리로 육지로 올라선 거대한 아귀 몬스터는 잠시 몸을 가누지 못해 한쪽으로 쓰러졌다.

그 탓에 수십 그루의 나무가 뭉 개졌지만,아귀는 아랑곳하지 않 고 몸을 다시 일으켰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만큼 몸을 가 누기가 어려웠다.

원래는 겨울을 지나야 치료가 끝 나고 변화가 마무리 되었을 테였

지만,멀리서 들려온 괴성 때문에 아귀 몬스터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물론,멀쩡한 상태였으면 휘말리 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몸이 약해지고 마석도 완 전하지 않았기에 아귀 몬스터도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아귀 몬스터는 휘정거리는 몸을 이끌고 대장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귀 몬스터 위로 치솟아 있는 촉수.

아름다운 여성의 머리가 뒤로 돌 아,멀리 보이는 대수림의 높은 산맥을 바라보았다.

아귀의 촉수가 바라보던 곳의 주 변은 항상 하늘을 가르는 수십 마 리의 비룡들로 넘쳐 났다.

그랬다.

그곳은 바로,이 대수림의 지배 자 중 하나인 거대한 비룡들이 살 고 있는 곳이자,대수림을 비행 마법으로 넘으려던 마법사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이유.

대수림 중앙에 있는 높은 바위산 이었다.

하지만,지금 이 이름 없는 바위 산 주변에는 날고 있는 비룡이 하 나도 보이지 않았다.

바위산 곳곳에는 붉은 핏자국과 살점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반쯤 물어 뜯긴 비룡들의 시체들이 내던져져 있었다.

[때,때가 된 건가.]

수많은 시체 사이에 아직 숨이 남아 있는 한 비룡이 있었다.

다른 비룡보다 몸집이 몇 배는 큰 이 비룡은 다름 아닌 비룡들의 왕이었다.

그는 신화 속에 나오는 용과 흡 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그런 위명과 달리,비룡 의 왕은 산 채로 먹히고 있는 중 이었다.

[멸망의 때가 왔다면 어쩔 수 없지만,그 시작을 알리는 파수꾼의 먹이가 되는 것은 지독한 악몽이군.]

오랜 시간을 살아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지게 된 비룡이었지만,

그래 봤자 몬스터일 뿐이었다.

그도 멸망의 괴물에게는 한낱 먹 이에 불과했다.

누워 있는 비룡의 배 위에는 마 치 어둠이 가득한 것 같은 검디검 은 생명체가 머리를 비룡의 배 속 에 처박고 무언가를 파먹고 있었다.

그 괴물의 날개는 마치 박쥐의 날개 같았고,비룡의 배를 짓누른 발은 물소의 발 같았다.

크아아아!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배에서 뽑 아낸 머리는 거대한 늑대처럼 보

였다.

크기는 전에 보았을 때보다 몇 배는 커졌지만,비룡을 먹고 있는 괴물은 얼마 전 고대 숲의 던전에 서 빠져나온 검은 괴물이었다.

던전에서 빠져나온 괴물은 대수 림 너머의 이종족 지역으로 향하 다가 이곳에 잠시 내려앉았던 것 이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했고,그러기 위해서는 먹 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괴물 의 먹이가 됐고,결국 대수림의

지배자 중 하나인 비룡들도 괴물 의 먹이가 되고 만 것이었다.

물론 아직 크기가 작았을 때는 그보다 강한 몬스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은 그의 적이 아니었다.

게다가 몸집이 커지고 힘도 강해 진 괴물은 이제 넓은 지역의 몬스 터들까지도 움직일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마지막으로 비룡의 왕의 마석을 빼먹은 괴물이 하늘을 향해 다시 괴성을 질렀다.

그의 괴성이 멀리 울려 펴졌고,

괴성에 실린 괴물의 지배력은 더 욱더 멀리 퍼져 나갔다.

'달려라! 분노해라! 죽여라! 싸워 라 '

그의 지배력이 수많은 몬스터들 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때보다 빠르 게 몬스터 웨이브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비룡의 왕의 마석을 먹은 괴물의 몸이 더욱 어두워지고 커졌다.

충분히 강해진 것을 확인한 괴물 은 다시 동쪽으로 날아가기 시작 했다.

이제 문을 열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것이다.

괴물이 떠난 뒤.

바위산에 남은 것은 비룡들의 시 체뿐이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몬스터 들의 첫 번째 파도가 대장벽에 다 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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