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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72화 (72/222)

72 화

협곡과 고대 숲을 빠져나온 일행 은 먼저 가까운 마을에 들렀다.

그리고 거기서 평범해 보이는 가 죽 갑옷과 로브,말들을 구입했다.

제국과의 전쟁이 가까워진 때문

인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또한 물가가 몇 배나 올라,사람 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듯했다.

더구나 제국 은화는 받아 주질 않아서,일행은 제이크가 가지고 있던 고대 금화로 값을 치를 수밖 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식량까지 구입하고 나서,일행은 제국을 향해 다시 말을 달렸다.

국경으로 다가갈수록 전쟁이 다 가왔다는 것이 점점 더 실감이 났

다.

곳곳에 징집병들이 소집되어 국 경으로 향하고 있었고,용병들도 강제 소집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일행도 몇 번이나 군인들의 부름 을 받았다.

그때마다 제이크의 마법으로 그 를 피해 갈 수 있었다.

제이크의 마법 실력은 나날이 늘 어 갔다.

그 덕에 이제 마나를 다루지 않 는 일반인을 상대로 짧은 시간 동 안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때마다 앰버가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조금 어색해하기 도 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별다른 일 없이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나라의 국경 부근은 그들이 올 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험악 했다.

국경과 가까운 요새 도시의 성벽 에도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요새를 지키는 병사들의 눈은 긴 장으로 번들거렸다.

"정말 전쟁이 벌어지는 걸까? 그 냥 이렇게 싸움 몇 번 걸고 끝나 면 좋을 텐데."

"그럴 리가 없지. 사절로 보낸 공녀가 죽었다잖아. 왜 사절로 왔 는지 모르지만,황태자비였던 여 자가 죽었는데 황제가 가만히 있 을 리가 없지."

"싫어서 보낸 여자잖아. 죽었으 면 기뻐하지 않을까?"

"퍽이나 그럴 리가. 성격도 괴팍 하다는 황제인데. 잘도 넘어가겠다."

어느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성벽 위의 두 병사는 제국이 있 는 북쪽을 바라보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실제로는 황태자비가 되기 전에 쫓겨난 공녀였지만,제국은 물론 다른 왕국에서도 그녀를 비운의 황태자비라 부르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특사를 행하는 중에 죽은 일로,그녀의 유명세가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그래도 뭐,다른 왕국들에 도움 을 요청했다고 하니까,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다 보면 제국 놈들도 돌아가겠지."

"그때까지가 문제잖아. 나라가 엉망이 될 텐데."

일반 병사들은 물론 왕국의 귀족 들과 왕까지 제국의 왕국들 전체 와 싸울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긴장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느껴지는 병사 들이었다.

"어이,그렇다고 졸면 어떻게 해? 언제 기사들이 돌지 모르는 데. 일어나."

대화를 나누던 병사는 상대편 병 사가 말을 하다 말고 꾸벅꾸벅 조

는 모습에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 었다.

하지만,한번 잠든 병사는 깨질 않았다.

아니,잠에 든 게 아니라 기절한 것 같았다.

병사는 놀라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순간 병사가 미처 소리를 지르기 전에,제시카가 소리 없이 그의 뒤에서 나타나 뒷목을 내려쳤다.

"인원이 많으면 이렇게 놓치는 사람이 나오네요. 죄송합니다."

뒤이어 제이크와 일행이 성벽 위

에 나타났다.

광역 수면 마법으로 성벽 일부의 병사들을 모두 잠재운 제이크였지 만,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전쟁 때 기습 작전에 쓰면 작은 성은 쉽게 점령하겠는데요?"

공녀의 말에 제이크가 고개를 저 었다.

"기사나 마법사는 저항력이 강해 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대단한 것은 맞습니다. 한 가지 마법이 아니라 이렇게 다 양한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다

니,역시 고대 마법이 진정한 마 법이 확실하군요."

제이크의 대답에도 앰버의 칭찬 이 이어지자,제시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제이크 얼굴에 금칠은 그만하고 빨리 내려가죠.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기사나 마법사가 올 수도 있는데."

제시카의 말에 일행은 각자의 방 법으로 성벽을 넘어 아래로 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람쥐처럼 성벽을 타고 내려가 는 제시카.

성벽 틈새에 검을 박아 넣으며 아래로 내려가는 공녀.

마법을 써서 지상으로 내려서는 제이크와 앰버.

마지막으로 루이는 그냥 방패를 밑으로 향하게 한 다음에 아래로 추락했다.

쿵!

폭발음에 가까운 큰 소리가 루이 가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그에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성벽 위에서 비상종이 울 리기 시작했다.

"달려요!"

일행은 급하게 제국 진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수면 마법에 잠든 병사들이 발견되어 더욱 비상종 소리가 커졌다.

몇 시간 뒤,북쪽에 있는 제국군 진영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밤,양군은 부대 내에 숨어 들었을지 모르는 마법사를 찾느라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제이크와 공녀 일행이 국 경을 돌파한 지 한 달쯤 지났을

까.

제국의 황도에서 제국군의 출전 식이 거행되었다.

대관식이 진행되었던 황궁 앞 거 대한 광장에서는 수만 명의 병사 들이 정렬을 한 채로 서 있었다.

그들 앞에는 제국이 자랑하는 기 사단이 판금 갑옷을 번쩍이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광장 주변에 몰 려나와 제국군의 출전식을 구경했다.

새까맣게 몰려든 사람들을 보니, 황도에 있는 모든 제국인들이 나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한편,제국군과 기사들 앞에 쭉 펼쳐져 있는 높게 만들어진 연단.

그곳에 마법사들과 기사단장들, 그리고 귀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 었다.

그리고 그들 중앙에는 아직도 어 려 보이는 황제가 빛나는 왕관을 쓰고 미소를 짓는 중이었다.

그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미래 세 상에서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심 지어는 직접 지휘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자신의 앞에

펼쳐진 병력들을 보니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희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미래에 황비가 '전쟁이 없으면 살 수 없는 황제'라고 앞에서 외 쳤을 때도 동의한 그였다.

즉,그는 좋게 말해서 정복 군주 였고,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살 육에 미친 피의 황제였다.

"그럼,저들에게도 불을 질러 볼 까."

그렇게 중얼거린 황제는 자리에 서 일어나 연단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나가면서 변하는 황제의

표정은 그를 어린 황제에서 진정 한 황제의 모습으로 보이게끔 했다.

와아아아아아!

황제가 앞으로 나서자 기사단도 수만에 이르는 병사도 감정을 억 누르며 멀리서 지켜보았다.

광장 근처에 나와 있던 백성들도 모두 그의 악명을 잊고 환호를 보 냈다.

황제가 연단 앞에 서자,마법사 들에 의해 음량 증폭 마법이 그 주위에 펼쳐졌다.

그러자 황제의 목소리가 광장은

물론 황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대제국 팔라티노의 전사들아, 우리의 용맹한 용의 기사들아,그 리고,제국이 사랑하는 아들과 딸 들아. 오늘 우리는 드디어 제국의 딸의 복수를 시행할 때가 되었다."

낮게 시작된 황제의 말은 점점 소리가 커졌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현숙하고 정의로운 레이첼 공녀는 그녀의 영지를 침범하고 제국의 재산을 흠쳐 간 레타니아 왕국에 평화로 운 사자로 찾아갔었다. 하지

만…… 범죄자인 그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침을 뱉고 끝내는 죽이 고 말았다."

격하게 토해 내는 황제의 말은 사람들 마음속에 큰 울림을 만들 어 내기 시작했다.

물론 황제의 말은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거짓으로 쏟아 내는 슬픔과 괴로움은 광장에 나와 있 는 모두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죽음은 우리 제국의 슬 픔일 뿐만 아니라 대륙을 다스리 는 제국을 농락하는 것이다. 그동

안 자비를 베풀어 그들을 놔두었 건만,그것이 오히려 제국을 우습 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죽여라! 죽여라!"

열띤 황제의 말에 멀리 있던 제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함성이 들리 기 시작했다.

서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의 표정 도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 마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연설은 잘하시는군."

"뭘 보고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폐하께서 무슨 생각을 하

시는지 가늠조차 안 되는군요." 대마도사의 혼잣말에 옆에 앉은 궁내부 장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궁내부 장관은 황제가 황태자였 던 시절,그의 스승이자 피비린내 나는 숙청에도 자리를 지킨 사람 이었다.

또한 황제가 미래를 경험하고 온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현명하고 처세를 잘하는 그는 자 신이 황제의 마음을 제일 잘 안다 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황제가 미래를 경험한 뒤

에는 도무지 황제의 속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어차피 이제는 나는 용 등에 올 라탄 꼴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용이 우리 제국을 떨어뜨 리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지요."

"문제는 그 용이 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용이라 걱정이지요."

"뭐,운이 좋다면 역대 황제 폐 하들의 소망인 대륙 제패가 가능 하게 될지도요."

"운이 좋아 남부 왕국들을 모두 점령한다고 해도 그게 대륙 제패 는 아니잖습니까. 서쪽 사막 부족

들도 있고,대수림과 그 너머의 세상은 가 보지도 못했고……

"글쎄요. 이번 황제는 어디가 끝 일지……

대마도사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황제의 연설이 클라이 맥스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곳에서 나 황제 엘리고 스 사알 안드라스는 제국을 능욕 한 레타니아를 지도에서 지워 버 리고 그 나라를 돕는 어떤 나라도 용서치 않을 것을 맹세한다!"

와아아아아아!

이제는 병사나 기사도 함성에 동 참을 했다.

광장과 황도는 황제의 목소리와 백성과 병사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가라! 나의 전사들아! 가서 적 을 무찌르고 제국을 능멸한 자들 을 불태워라! 오늘부터 이 대륙은 제국 홀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황제의 말에 함성은 최고조에 올 탔지만,몇몇 귀족과 지성인들은 그의 말이 뜻하는 바에 인상을 찌 푸렸다.

출전식에서 사기를 올리기 위해

한 것이라 치더라도 황제의 말은 좀 과한 면모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황제의 본심이었지만,제 국 내에서 그를 아는 자는 없었다.

황제의 말이 끝난 뒤,수도 근처 의 영지에서 끌어모은 징집병들과 용병들, 그리고 근위 기사들을 포 함한 제국의 기사들이 마법사들과 함께 황도를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황도를 가로지르자 길 양 옆에서 수많은 백성들이 그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하늘에서는 수많은 색종이와 마 법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기사들과 마법사들 사이에는 이 번 대관식 초청으로 불려 온 인재 들이 끼어 있었다.

제시카의 소꿉친구인 콘라드도 근위 기사의 복장을 한 채로 힘차 게 성문을 나섰다.

아직 몇만이 안 되는 인원이었지 만,이 인원은 국경까지 가는 동 안 주변 영지에서 계속 충원되어 십만이 넘게 늘어날 것이었다.

레타니아 왕국에게는 안된 일이

지만,황제는 제국 전체의 힘을 쏟아부어 일격에 왕국을 멸망시킬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로 황제가 직접 앞에 나서게 되었고,덕분에 대마도사 도 늙은 나이에 전쟁터로 나서게 되었다.

"늘그막에 뭔 일인지. 후계자로 쓸 만한 놈도 만들지 못했는데 전 쟁터라니."

대마도사는 황제를 따라나서며 아직 연락이 없는 제자 하나를 떠 올렸다.

대단위 마법이 걸린 거대한 협곡

에 숨겨진 던전을 발견했다는 소 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어진 제자 였기에,대마도사는 아쉬움에 혀 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지 만 않았어도 직접 던전으로 향했 을 것이다.

"그럭저럭 쓸 만한 놈이었는데 아쉽군."

죽었을 게 분명한 제자에 대한 생각을 그 정도로 마친 그는 다른 제자들을 이끌고 황제를 따라 황 도를 나섰다.

그리고.

황제와 제국군이 황도를 떠난 그 날.

공녀와 제이크 일행은 거지꼴이 되어 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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