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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67화 (67/222)

67 화

"차라리 지금 마법사들의 마법이 면 틈이 있을 텐데…… 고대 마법 이라 방법을 찾기 어렵겠는데."

-그렇죠. 마법 기술자들이 쓰는 고정형 디스펠 마법이면 회피할

방법이 있겠지만,이 마법진은 마 법으로 하늘을 난다는 개념 자체 를 틀어막는 거니까요.

그동안 고대 마법을 배운 덕에 크게 유리했었는데,그 고대 마법 이 방해물로 등장하니 이보다 더 귀찮은 게 없었다.

"정말 뭘 막으려고 이런 거대한 마법진을 설치한 거지? 이 아래 용이라도 잠들어 있는 건가?"

-전설 속의 몬스터 말인가요? 그건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잖아요?

전생의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져 본 거였다.

아무래도 용은 이곳에서도 상상 속의 생물인 듯했다.

제이크가 난감한 얼굴로 고심을 하는 중에 뒤쪽에서 공녀의 말이 들려왔다.

"뭔가 문제가 있나요?"

하늘 가득 마법진이 펼쳐지고, 제이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공녀가 입을 연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제이크가 그녀를 보 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날아서 올라가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협곡 전체에 비 행 관련 마법을 막는 마법진이 펼 쳐져 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공녀는 고개를 갸 웃거렸다.

"하지만,다른 방법이 있나 보군요. 그리 걱정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네요."

놀라는 공녀의 표정을 볼 수 있 을 줄 알았던 제이크는 생각보다 담담한 공녀를 보다가 고개를 돌 렸다.

'걱정은 하고 있는 중인데…… 협곡을 뒤덮은 마법진은 하늘을

나는 마법만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데 는 지장이 없었다.

이리저리 마법을 사용해서 절벽 을 타고 올라간다면 언젠가는 올 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그 기간이 문제였다. 물은 마법으로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식량은 아니었다.

많이 준비한다고는 했지만,그게 몇 년치는 아니었다.

위험한 것을 떠나서,마법을 사 용한 암벽 등반으로 정상까지 올 라가는 것이 몇 개월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제이크는 공녀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방법을 찾아 냈다.

"이 마법진은 고대 마도 제국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지금 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단한 마법이지만,마법은 마법일 뿐입 니다."

제이크는 공녀에게 설명을 하면 서 마법진을 향해 완드를 치켜들 었다.

"마나여! 진실의 문으로 흐르는 너의 흐름을 나에게 보여 다오!"

마법진을 보이게 했을 때와 비슷 하지만 조금 다른 마법이 그의 손 에서 펼쳐졌다.

바로,마법진에 흐르는 마나를 보여 주는 마법이었다.

우웅,우웅.

그가 마법을 시전하자,환하게 빛을 뿌리는 마법진의 선들에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굵은 빛들이 선을 타고 움직이는 모습이 모든 마법진에 걸쳐 보이 고 있었다.

-역시,기본은 다르지 않네요.

마법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디

에선가 마나를 끌어모아야 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유지하기 위 해서는 계속해서 마법진에 마나를 부어 주어야 했다.

그것은 허공에 만들어진 마법진 도 마찬가지.

흘러들어 가는 마나의 시작점을 알 수 있다면,마법진에 마나를 부여하는 물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찾았어요!

파티마가 그 마나의 시작점을 잡 아냈다.

거대한 협곡을 메우는 마법진답 게 마나를 공급하는 곳은 한 군데 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제이크가 있는 곳 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마나 의 시작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이크는 그곳을 바라보고는 나 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마나가 가리키는 곳은 제이크가 서 있는 바위에서 한참 위쪽 절벽 이었다.

이제는 암벽 등반을 해야 할 판 이었다.

"절벽을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 는데 뭔가 밟고 쉴 수 있는 쇠막 대기라도 있으면 편하겠네요."

제이크의 말에 공녀는 의외로 불 만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레인저들과 함께 산 악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암벽 등반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황도에 가 있느라 몸이 조금 굳 어졌을지도 모르지만,아직 그때 의 감각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제이크가 처음인 상황.

'올라가기 위한 틈을 만드는 건

마법으로 해 버리고,나 같은 경 우는 마법 지팡이를 지지대로 쓰 면 되는데 공녀님은 어떻게 하지? 아,맞다!'

마법사들이 보면 입에 침을 줄줄 홀릴 마법 아이템을 단지 발받침 대로 쓸 생각을 하던 제이크.

그의 머릿속에 자신의 배낭에 있 는 다른 마법 아이템이 생각이 났다.

실제로는 마법 아이템과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이었지만,어차피 제이크는 이 물건의 주인을 공녀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배낭에서 수수한 검집 에 쌓인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크지 않은 배낭에서 긴 검이 빠 져나오는 광경은 마법 아이템이라 는 것을 알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공녀는 그것보다 모습을 드러낸 검에 온 정신이 빼앗겼다.

"설마……

제이크는 에고 검을 공녀에게 건 네주었다.

"단단해서 발받침대로 좋을 겁니다. 이런 절벽에는 잘 박힐 테니 까 피켈 대용으로 써도 될 겁니

다."

공녀는 받아 든 검을 조심스럽게 검집에서 뽑아냈다.

"그리고 검은 검집에 그냥 넣어 두심이…… 이런."

미처 그 모습을 못 봤던 제이크 가 주의를 주었을 때는 이미 에고 검이 검집을 빠져나온 뒤였다.

이미 공녀는 검을 잡은 채로 눈 을 동그랗게 뜨고 검의 수다를 듣 고 있었다.

-아니,저 책상머리가…… 아니, 연구 마법사는 아니니까 책상머리 는 아니군. 그러니까 저 마법사

놈이 내 입을 막아 놓고 몇 개월 을 보냈다니까! 자기 에고 완드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 난 입을 막고 어두운 배낭 속에 던져 버렸 단 말이야!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에고 검이 공녀에게 한풀이를 하듯 쏟 아 냈다.

그러고는 숨을 고르더니 단호하 게 말했다.

-지금부터 당신이 내 주인이야. 절대 저 마법사한테 돌려주면 안 돼! 내가 금방 기사급 이상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원래 에고 아이템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에고 아이템의 신뢰를 얻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에고 검은 전혀 그럴 생 각이 없어 보였다.

공녀가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우선은 제이크의 베낭에서 벗어나 는 게 우선이었다.

덕분에 공녀는 검을 잡는 즉시 에고 검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검이 꽤 수다스럽죠?"

이리저리 표정이 바뀌는 공녀의 모습에 제이크가 난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놈이 몇 개월간 입을 막아서 잖아!

천 년 넘게 말없이 지낸 에고 검 이었지만,그때의 기억은 이미 그 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재미있는 에고네요. 그럼 에고 완드에 에고 검까지 가지고 있었 던 건가요?"

에고 완드에 대해서는 설명을 한 제이크였지만,아직 에고 검에 대 해서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아직 적응 중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언어를 익힌 정도죠."

-그게 무슨 적응! 맨날 파티마 수다만 듣고 있었는데!

제이크의 마법으로 파티마와 말 이 통한 것과는 달리 에고 검에게 는 제대로 된 언어 교육이 진행되 었다.

제이크가 쓸 수 없는 만큼,언어 문제를 해결해 놓아야 했기 때문 이었다.

덕분에 에고 검은 파티마의 수다 를 오랫동안 들어야 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났을 무렵,그 들은 함께 제이크의 욕을 제국어

로 신나게 늘어놓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확실히 발. 받. 침. 대. 로는 훌 륭한 것 같네요. 쓰고 돌려 드릴 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칼레그불크는 레이첼의 머릿속에 서 비명을 질렀지만,그녀는 들은 척도 않고 담담히 검을 검집에 집 어 넣었다.

대수림을 막아선 루테리아 영지 의 공녀로 자라왔고,그 험난한 황실의 황태자비로 버텨 온 그녀 였기에 떼쓰는 에고 검 정도는 귀

여울 뿐이었다.

공녀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 덕였다.

어차피 공녀에게 에고 검을 줄 생각이기는 했지만,이 암벽을 빠 져나간 뒤에 제대로 된 거래를 통 해서여야 했다.

* * *

제이크가 마법을 거둬들여 하늘 에 가득한 마법진을 다시 보이지 않게 한 뒤,두 사람은 암벽을 등 반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위로 1000걸음 정도 떨 어진 마나의 시작점.

이 아래에서는 암벽들에 가려져 서 잘 보이지 않지만,마나가 시 작되는 곳이니 뭔가 마나를 발생 시키는 물건이 있을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제이크의 배낭에서 밧 줄을 꺼내서 서로의 허리를 묶은 뒤에 차근차근 암벽을 타고 오르 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공녀가 선두였고,제이크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상대적으로 경험과 훈련 덕분에 근력이 좋은 그녀가 선두로 나선

것이다.

제이크도 마법을 사용하면 근력 을 강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윈드 커터!"

그는 아래쪽에서 공녀가 가리키 는 방향으로 마법 지팡이에 담긴 마법을 쏘아 내 암벽 깊숙이 상처 를 만들었다.

그러면 공녀는 그가 만든 틈에 에고 검을 찔러 넣어 받침대를 만 들었다.

그들은 차례로 에고 검을 밟고

서서 다음 위치로 이동했다.

중간에 에고 검이 빠지기도 하 고,올라가던 제이크가 미끄러지 는 일도 있는 등,여러 번 위험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크의 마법과 공녀의 노력으로 두 사람은 무사히 목표 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날은 한참 어두워져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두 사람은 눈 에 보이도록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두 사람은 마나가 흘러나오는 암벽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법 천막이 사라진 지금,전생 에서 보았던 암벽 등반가들처럼 벽에 매달려 자는 것이 거의 불가 능했다.

때문에 늦지 않고 도착한 것이 제이크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여기가 맞나요? 다른 곳하고 차 이가 없어 보이는데요?"

제이크가 띄워 놓은 라이트로 주 변을 살피던 공녀는 다른 곳과 차 이가 없는 절벽의 모습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이크는 그런 그녀에게 한 번 웃어 주고는, 손을 벽에 대고 주 문을 외웠다.

"내 눈은 진실의 눈,마나는 진 실의 창이 되어 세상의 진실을 보 여라!"

세상의 모든 진실을 직시하여 보 는 마법.

얼마 전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아인족의 본모습을 보게 만든 마 법이었다.

제이크는 이번에는 그 마법으로 숨겨진 마나의 시작점을 찾아낸 것이다.

마법이 끝나자 드러난 두 사람 위쪽의 큼지막한 인위적인 구멍.

제이크는 먼저 구멍에 손을 올리 고 구멍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당연히 공녀에게는 제이크가 절 벽을 뚫고 안으로 사라지는 것처 럼 보였다.

혹시나 싶어 제이크가 사라진 암 벽을 두드려 보았지만,다른 절벽 과 다르지 않았다.

"역시 눈에만 보이는 환상이 아 니네."

-당연하죠. 마도 제국의 마법이

지금 마법 기술자들 마법처럼 눈 만 가릴 리가 없잖아요.

확실히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마법이니만큼,인간의 감각 모두 를 속이는 게 가능했다.

물론 제이크도 마나가 받쳐 준다 면 가능한 일이었지만,마법진으 로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 운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냥 놔두면 놀라시겠다."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는 공녀 의 모습에,제이크는 다시금 절벽 밖으로 몸을 반쯤 빼냈다.

"제 손을 잡으시고 눈을 감으세요."

허공을 치고 있으면서도 벽을 치 고 있다고 느끼는 중이니,오감을 막고 강제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녀는 제이크의 말을 따랐고, 곧 그녀도 구멍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구멍 안은 사각형 형태의 지하 통로가 넓은 홀까지 짧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홀 안에는 거대한 기둥 하나가 환한 빛을 뿜으며 서 있었

다.

수많은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 고,곳곳에 마석이 박혀 있는 기 등.

그곳에서,공녀가 느낄 정도로 엄청난 마나가 뿜어 나오는 중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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