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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55화 (55/222)

55 화

기사들이 놀라 싸움을 멈추고 갑 옷들에 대항했다.

하지만 에고 아이템을 지키기 위 해 만든 마법 갑옷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사들은 모두 격렬하게 저항했 지만,결국 모두 마법 갑옷에게 쓸려 나가고 말았다.

그나마 마법 갑옷 셋을 박살 낸 것이 대단하다면 대단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그들의 한계였다.

그 와중에 상인들은 검을 집어 던지고 달아나려고 했지만,그들 이 입구를 막고 있는 갑옷들을 뚫 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사들은 마법 갑옷에게 죽임을 당했고,결국 마지막으로 남게 된 것은 황제 기사들을 끌고

온 선임 기사와 천칭 기사단의 부 기사단장이었다.

그들은 이곳까지 온 이들 중 가 장 실력이 좋았기에 각각 반대편 석벽에 밀리면서도 어떻게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은 석벽에 뚫려 있는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방으로 각 각 밀려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숨을 부지하 게 되었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마법 갑 옷이 더 이상 그들을 공격하지 않 았기 때문이었다.

마법 갑옷들은 더는 할 일이 없 는 것처럼 각기 제자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렇게 목숨을 구한 두 사람이었 지만,그들은 벽에 난 작은 방에 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둘 중에 누구라도 석실로 몸을 들이밀면 전과 다르게 바로 마법 갑옷들이 다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이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싸우지 않더라도 석실 밖으로 도망칠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기조차 어 려운 상황이었다.

한쪽 다리가 잘리고 가슴과 배가 박살 난 부기사단장처럼 제국의 선임 기사도 한쪽 어깨부터 팔 전 체가 날아가 버려서 몸을 일으키 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흘 동안 각기 조그만 방에 기대어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벅,저벅.

'발소리?'

반쯤 기절한 채로 과거를 되짚던 안젤로 부기사단장은 멀리서 들려 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발소리 맞잖아'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들어서 긴가민가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들어 봐도 사람의 발소리가 분명 했다.

그것도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 었다.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의 발 소리였다.

잠시 뒤,발소리는 석실 입구에 서 멈췄고,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맙소사,이게 뭐야."

질린 듯한 여성의 목소리.

"우욱."

헛구역질하는 어린 남성의 목소 리.

"멈춰요. 들어가면 안 됩니다." 일행을 막는 듯한 다른 청년의 목소리.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데…… 아 '

안젤로는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 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언데드 던전을 탐사할 때 만났던

세 명으로 된 파티.

'여왕벌 파티였던가?'

이름은 잘못 알고 있었지만,그 는 그들의 얼굴도 떠올릴 수 있었다.

단지 세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였 지만,마나 사용자가 둘이나 되는 신기한 파티.

그리고 단지 세 명으로 위험한 대수림을 돌아다니는 파티였기 때 문이었다.

'어떻게 여기를 찾아온 거지?'

안젤로는 저들의 등장에 의문이 떠올랐지만,그 의문은 반대편에

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인해 바로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용병들인가? 헉,헉,잘되었군. 난 제국 기사 웨이버다!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대편 창고에 누워 있던 제국 기사가 선수를 쳐 버린 것이다.

거의 죽어 가는 목소리. 기사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짜 내는 중 이었다.

"제국 기사님이라고요?"

의아한 여자 용병의 목소리가 들 려왔고,뒤이어 기사의 말이 이어 졌다.

"들,들어오지 마라! 가…… 갑 옷들이 마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돌아가서 영주,아니,우리가 머물 던 집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헉,헉,그리고 이곳에 남부 왕국 의 스……

"저 기사의 말을 들으면 안 돼! 저들은 말없이 우리를 습격했어! 기사 말대로 하다간 너희도 죽을 거야!"

안젤로는 이어지는 기사의 말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았다.

기사가 계속 말하게 놔 둘 수 없었다. 그리고 기사의 말을 저들이

믿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곳의 일을 제 국이 알아차리게 될 게 분명했다.

거기다 자신들이 숨겨 놓은 유물 마저 제국에 빼앗길 게 뻔했다.

유물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였지만,그것보다는 제국이 자신들의 일을 알아차리게 되는 게 문제였다.

그 호전적인 황제가 이 일을 빌 미로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무,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 냐! 이 남쪽의 스파이가! 우리는

제국의 땅에서 도둑질하는 첩자들 을,흐윽,잡은 것뿐이다."

"첩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는 평범한 상인들과 용병들이다. 네놈들이 유물을 가로채기 위 해 우리를 습격한 거잖아!"

지금 온 용병들은 앞선 상황을 알지 못할 게 분명했다.

더구나 이 영지의 용병들은 제국 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 우기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목소리를 들으니, 제국의 기사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확실했다.

지금도 마나를 끌어모아 버티는 게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외치는 동안,제이크 일행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생각과 달리 제이크와 파티원들은 상인 일행이 첩자인 것도 알고 있었고,제국 기사들의 말을 들어줄 생각도 없었다.

"어,어서 가! 황제 폐하께 이 던전과 레타니아의 스파이를 보고 해이:. 어서..어..

그 순간,기사의 마지막 외침이 석실을 울렸다.

일행이 온 덕분에 긴장이 풀어진 기사가 생명줄을 놓아 버린 것이 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안젤로 부단 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죽은 기사가 말한 마법 갑옷은 별거 아니었어! 저 제국 기사 놈 들이 공격하지 않았으면 다친 사 람 아무도 없었을 거야. 우리는 기사들 공격을 받으면서도 갑옷을 세 개나 부줬어!"

기사가 죽은 이상,삼 일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안젤로만 알고 있었다.

거짓말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기사로서는 할 행동이 아니었지만,저들이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 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에고 검 만 만지지 않으면... 헉. 마법 갑 옷들은 안 움직여. 조심해서 음직 이기만 하면 문제없어! 나 좀 구 해 줘!"

사실은 에고 검을 만진 것으로 마법 갑옷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은 맞지만,그것은 처음뿐이었다.

에고 검이 땅에 떨어진 뒤에는 누군가 석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마법 갑옷이 움직였다.

저들이 그의 말을 듣고 석실 안 으로 들어서기만 한다면 마법 갑 옷들에 의해 모두 이곳에 묻히고 말 게 분명했다.

임무는 완수하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비 밀을 여기에 묻어 둘 수 있을 것 이다.

"여기 그동안 얻었던 마법 아이 템이 가득 있어. 그리고 석관 안

에는 고대 금화도 가득해. 위험할 것 같으면 내가 신호를 줄 테니 어서 들어오게!"

나름,자신은 그럴듯하다고 생각 되는 말이었지만,아쉽게도 지금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방금 죽은 기사 정도는 아니었지만,그도 반쯤 죽음에 걸쳐 있었다.

덕분에 그의 말은 너무 노골적이 었고 앞뒤도 잘 안 맞았다.

게다가 평범한 용병들이라면 속 아 줄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이크 일행은 평범한 용병이 아

니었다.

"기사들끼리 싸우다 죽은 흔적은 없는데?"

"검만 안 잡으면 갑옷들이 안 움 직인다. 그러면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죠."

작게 속삭이는 제시카와 루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제이크는 그의 말을 믿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 석실의 함정이 발동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제시카의 소굽친구가 쓴 제대로 된 던전 보고서를 읽었기 때문이 었다.

'에고 검이 바닥에 떨어졌으니 석실에 들어가는 순간 갑옷의 마 법이 발동하겠군. 마법 갑옷을 정 면으로 상대하기에는 우리로서도 역부족이고. 결국,편법을 써야 하 는데..

그의 머릿속은 이미 에고 검을 무사히 가지고 나올 방법을 찾는 것에 가득 차 있었다.

콘라드의 보고서에는 함정의 발 동과 그들이 어떻게 무사히 빠져 나왔는지가 소상히 적혀 있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

제시카와 파티원들이 이 던전을 찾았을 때는 벌써 많은 사람이 이 던전에서 목숨을 잃었을 때였다.

던전 곳곳에 숨겨진 함정과 길목 을 지키고 있던 몬스터들에게 많 은 용병이 죽었고,던전 중심부에 진입한 용병들도 빠져나오지 못하 고 목숨을 잃고 말았었다.

하지만 다행히 제시카의 파티는 제시카의 활약으로 무사히 던전 중심부에 들어올 수 있었다.

거기다 갑옷이 어느 시점에 음직

이는지도 알아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에고 검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제시카는 편법을 사용해서 검 을 빼내기로 했다.

한 명이 석실에 남아 밖에 있는 파티원들에게 검을 던지는 방법이 었다.

남아 있는 사람은 목숨이 위험하 겠지만,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먼저 파티장이자 마나 검사인 콘 라드가 먼저 남기를 원했지만,제시카의 반대로 결국 그녀가 남게

되었다.

그녀의 발이 더 빠르고, 그녀의 몸이 더 작아 갑옷에 잡히기 어렵 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제시카의 예상대로 그녀 의 발은 충분히 빨랐다.

에고 검을 석실 바깥으로 던진 뒤에도 갑옷에게 바로잡히지 않았 던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그녀는 석실을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에고 검이 석실 밖으로 던져진 뒤,석실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 었다.

석실이 무너지고,이어서 던전마 저 무너졌기에 파티원들은 그녀를 구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무너진 석실에서 목숨을 잃었고, 그녀의 소굽친구 는 에고 검을 구해 제국의 대검호 로 우뚝 솟아올랐다.

* * *

힐끗 제시카를 바라보았던 제이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제시카가 쓴 방법은 그녀가 죽었기에 실패한 방법이었지만,

방법 자체는 꽤 참신했다. 무너지는 석실에서 빠져나갈 수 만 있다면 제이크 일행은 충분히 던전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제시카도 전보다 빠 를 거고,내 마법이라면 제시카보 다 빨리 석실을 빠져나갈 수 있겠 지.'

하지만 그 방법을 쓰려면 우선 바닥에 떨어진 에고 검을 원래 자 리로 돌려놓아야 했다.

제이크가 계획을 설명하자 바로 제시카가 손을 들었다.

"내가 할게,내가 제일 빨라."

하지만 그녀의 말은 제이크가 들 어줄 생각이 없었다.

"처음 들어가서 원래 자리로 올 려놓는 것은 그리 위험하지 않으 니 세 사람 다 같이 움직이고,석

실에 남는 것은 제가 남습니다."

"엑,왜?"

"일정 거리를 빠르게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은 제 마법이 더 빠릅 니다."

마법이라는 이야기에 제시카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고대 마법은 도무지 그녀의 상식 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제이크가 마법 이 야기를 꺼내면 항상 수긍할 수밖 에 없었다.

"석실로 들어가면 빠르게 중앙 석관 쪽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갑 옷들이 깨어나게 되면 우선 입구 를 막고 사람을 추격하니까 갑옷 이 다가오기 전에 에고 검을 석관 안에 넣어야 해요."

제이크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세 사람은 석실로 뛰어 들었다.

타다닥!

우우웅-

그들의 발소리가 석실을 울렸고, 곧이어 갑옷들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됐다!"

그 소리에 부단장은 자신도 모르 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미 석실로 들어선 이상,들키 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었다.

세 사람 모두 부단장이 환호성을 외친 이유를 알았지만,속으로 쓴 웃음만 지을 뿐 각자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루이는 맨 뒤에서 달리며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방패를 뒤로 치켜들었다.

제시카는 석관으로 바로 달려가 주변을 살폈다.

제이크는 석관에 돌려놓기 위해 에고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석실 가득 이해할 수 없는 중성 적인 음성이 울리며 갑옷들이 움 직임을 멈춘 것이다.

그와 함께 제이크의 머릿속에 석

실에 울렸던 목소리가 번역되어 들려왔다.

-오랜만이네요,파티마.

그가 집어 들었던 에고 검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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