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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서기관의 회귀-20화 (20/222)

20 화

아무래도 제니가 준 도시락이 행 운의 도시락이었다.

처음 싸움 이후,일행은 꽤 편한 탐사를 이어 가고 있었다.

다른 탐사 때보다 몬스터의 공격

이 훨씬 뜸했고,길을 안내하는 용병들이 길을 헤매지도 않았다.

더구나 실력 있는 의뢰인들 덕분 에 일행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 었다.

몬스터의 습성을 모르는 기사들 이라고 하지만,인간을 뛰어넘는 실력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고, 몬스터까지 잘 아는 레인저들은 마지막 방패가 되어 일행을 보호 했다.

더구나 이 탐사대에는 마법사가 있었다.

"프리즈!"

지팡이로 정면을 가리키며 앰버 가 소리치자,일행에게 달려들던 커다란 전갈의 몸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갸갸갸각!

빠르게 움직이던 전갈 다리가 어 기적거리고,사방으로 휘두르던 집게발이 녹슨 문짝이 움직이는 소리를 내며 멈췄다.

대상을 얼리는 3서클 마법.

프리즈가 전갈의 몸에 작렬한 것 이다.

마나를 몸에 품고 있는 몬스터여 서 내부까지 얼리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움직임을 잠시 멈추기는 충분했다.

"껍질은 잘리지 않습니다! 관절 을 노려야 합니다!"

곧이어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달 려들었고,마나를 실은 검에 의해 전갈의 다리 관절이 차례로 잘려 나갔다.

몬스터의 약점을 잘 아는 레인저 덕분에 기회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일행에 마법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역시 마법사가 최고야."

처음 걱정이 모두 사라져 여유 있는 표정으로 돌아온 제시카는 지쳐 보이는 앰버를 향해 엄지를 불쑥 올려 보였다.

귀족이자 마법사에게 보내는 칭 찬으로는 과히 좋은 행동은 아니 었지만,그녀가 아는 칭찬은 이게 최고였다.

"예상과 달리 꿀 빠는 탐사가 되 었어. 정말 다행이야."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던 그녀 는 제이크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아쉬워라.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너무 쉽게 왔어."

"뭐,편하게 왔으면 좋은 거죠. 어차피 용병 일은 과정이니까요."

"아,맞다."

제이크가 너무 잘 적응한 덕분에 제시카는 그들의 목표를 잠시 잊 어버렸던 것이다.

"끙,그냥 용병하면 안 돼? 너, 체질이야."

"아뇨. 체질에 안 맞아요. 전 침 대에서 일어나 식당에서 식사하고 홍차를 마시는 생활이 좋습니다."

"에휴,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 디 있어. 용병 일에 잘 적응하니 까 그렇지. 낯선 미지를 탐험하고

숨겨진 보물을 찾는 생활,멋지지 않아?"

앞으로 찾아낼 보물들은 무엇인 지 알고 있고,이 대수림보다 훨 씬 낯설고 무서운 상황을 겪은 덕 분에 제시카의 말은 제이크의 귀 에 전혀 닿지 않았다.

다만,'필요에 의해서' 용병 일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듯했다.

"우선 일을 마치고 생각해 보 죠."

아예 거절이 아니라 제시카의 얼 굴이 환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녀와 제이

크가 파티가 되어 던전들을 휩쓰 는 모습이 가득 떠올랐다.

옆에서 혼자 미소 짓는 제시카를 놔두고,제이크는 앞에 펼쳐진 마 른 나무만이 가득 펼쳐진 골짜기 를 바라보았다.

'마른 나무 골짜기'.

며칠간의 이동 끝에 일행은 드디 어 목적지 앞에 도착했다.

여러 개의 구릉과 숲을 지나 도 착한 골짜기는 다른 숲의 나무와 달리,하나같이 앙상한 가지를 드 러내고 있었다.

괴이한 현상을 조사해 보았던 탐

사대도 있었지만,다른 지역과 달 리 마나가 적다는 결과만 얻게 된 이후로 이 지역은 거의 방치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 몬스터들에게 쫓긴 일단의 탐사대 가 저 골짜기 위에서 우연히 거대 한 던전을 찾아낸 것이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되겠지.'

나비의 날갯짓이 미래에 폭풍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시작부터 대폭풍을 일으킨 상황이었다.

최대한 변하지 않을 일들만 이용

할 생각이었지만,그 일들도 장담 하기는 쉽지 않았다.

만일 제이크가 이 탐사대에 같이 오지 않았으면,제이크의 던전도 이 탐사대에 발견되었을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탐사대는 아직도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몸뚱이만 남은 전갈을 마무 리 지은 뒤,골짜기를 향해 발걸 음을 옮겼다.

다행히 골짜기 안에는 마른 나무 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발목에 오는 풀과 넝쿨들은 무성 하게 자라,아직 자연이 살아 있

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 골짜기를 자신의 영 역으로 삼은 몬스터는 없다고 해. 마나가 적어서 그렇다나. 근처에 서 사고가 나면 이 골짜기로 피하 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아무래도 이 골짜기로 피했던 탐 사대는 우연히 온 게 아닌 모양이 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나요?"

"없어. 도망치려면 대수림 밖으 로 도망쳐야지. 저 안에 숨어서 뭘 하려고. 영역으로 삼는 몬스터 가 없다곤 하지만,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쫓기다 먹 혀 버릴걸?"

단호한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냥 전해 오는 이야기일 뿐이 야. 도움 안 되는 전설이나 그런 거지. 뭐,던전 찾기는 그런 소문 으로 움직이는 게 다반사니 듣지 않을 수도 없어."

골짜기로 들어선 일행은 물이 흐 르는 계곡 아래로 가는 것이 아니 라 북쪽 능선을 타고 계곡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계곡은 무척이나 경사가 심했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계곡 아래쪽과 한참을 떨어지게 된 것 만 봐도 그랬다.

이제는 높은 절벽이 되어 버린 탓에,일행은 슬금슬금 계곡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잠시 더 걷자 평평한 공 터가 나타났다.

해는 이미 넘어가 슬슬 어두워지 고 있어,일행은 이곳에서 야영하 기로 했다.

야영 준비를 마치고 부산한 식사 와 저녁 일과를 끝낸 뒤,오랜만

에 티타임 시간을 가지려는 두 사 람 앞에 마법사 앰버가 다가왔다.

"저도 홍차 좀 주시겠어요?" 사람들 시선 때문인지 그동안 가 까이 오지 않던 그녀였다.

갑작스러운 방문이 의아하긴 했 지만,차를 마시러 온 손님을 외 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딱 알고 찾아오셨네요. 양은 넉넉합니다."

새로 온 손님을 위해 제이크는 다시 한 번 차를 우렸다.

끓는 물에 우려지는 차향이 다시 한 번 주변을 가득 메웠고,비웃

던 용병들도 이번에는 모두 외면 을 했다.

조금 전 대수림에서 귀족이나 마 시는 홍차의 등장에 고개를 저었 던 용병들이었지만,차마 마법사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신기하네요. 이곳에서 홍차를 먹을 수 있다니. 예상도 못했어요."

"다 제이크가 우겨서 벌어진 일 이에요."

"제시카도 좋아했잖습니까."

"뭐,도착 기념으로 잠깐 마시는

것 정도는……"

밖에서 홍차를 내리는 것의 어려 움을 모르는 제시카였기에 승낙한 것이었지만,마법사는 오래간만에 마시는 홍차 향에 많이 놀라고 말았다.

"정말 홍차 잘 타시네요. 제 입 맛에도 딱 맞아요."

그거야,앰버의 입맛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녀의 차를 만들어 준 옆에는 항상 앰버가 있었기에,공녀만큼 앰버의 입맛을 맞출 수 있었다.

그 뒤로 잠시 세 사람은 티타임

을 즐겼다.

나름 홍차 맛을 알게 된 제시카 도 나른한 분위기에 취해 조금씩 홍차를 맛보다가,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저 앰버예요. 놀라지 말고 들으 세요. 메시지 마법으로 말하는 중 이에요.

이미 놀라 버렸지만,다행히 제이크 이외에는 눈치챈 사람이 없 는 듯했다.

-죄송해요. 갑자기 마법으로 말 을 걸어서.

아무래도 차만을 마시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 아닌듯했다.

제시카는 괜찮다는 뜻으로 앰버 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 갑자기 말을 건 이유 는 의뢰를 하나 드리고 싶어서예요.

갑작스러운 의뢰에 제시카가 의 아해했다.

-의뢰는…….

그리고 이어지는 의뢰 내용을 들 은 제시카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 죠? 그래도 던전이 발견되기 전에 결정을....

"좋아요! ……차,차 맛이 정말 좋아요."

갑작스러운 말에 제이크가 움찔 놀랐지만,더 놀란 사람은 앰버였다.

-외뢰를 받아들이시는 건가요?

제시카는 승낙의 표시로 컵을 들 어 올렸고,앰버는 기쁘면서도 어 리둥절한 표정으로 메시지 마법을 취소했다.

곧이어 앰버는 컵을 내려놓고 자 리에서 일어났다.

"차 잘 마셨어요. 앞으로도 부탁 드려요."

떠나며 한 그녀의 감사 인사는 제이크에게 한 말이었지만,마지막 부탁은 제시카에게 한 것이었다.

손님과 함께한 티타임이 끝이 나 고 모두 잠자리에 들 게 되었다.

마침 이날 첫 불침번 중에는 제이크와 제시카도 포함되어 있어, 두 사람은 야영지 외각에 서서 사 람들이 잠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잠시 뒤,일행들이 모두 잠든 것 같자 제시카가 제이크 옆에 다가

와 조용히 속삭였다.

"아까,내가 왜 놀랐는지 알아?"

"메시지 마법 들은 거 아닌가요?"

"엑? 어떻게 알았어?"

의기양양하게 꺼낸 이야기가 바 로 격추되자 제시카의 입술이 앞 으로 삐쭉 튀어나왔다.

"흥,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 지도 알아?"

"그걸 어떻게 압니까. 점쟁이도 아니고."

제시카의 표정이 다시 의기양양 해졌다.

"그게 말이야,마법사님이 나한 테 의뢰하셨어."

"메시지 마법으로 한 의뢰라면 떳떳한 의뢰는 아니겠네요."

"으,재미없어. 그냥 들어."

제이크를 한 번 째려본 제시카는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아무래도 위쪽이 좀 복잡한 모 양이야. 의뢰가 글쎄,나보고 던전 안에 들어가지 말라는 거야. 아픈 척을 하든지,다친 척을 하든지 해서 말이야."

"에?"

제시카의 말에 제이크의 눈이 커

졌다. 이번에는 제이크도 놀라 버 린 것이다.

"크크크,놀랐다,놀랐어. 내가 놀랄 줄 알았다니까."

"놀라지 않을 수 없죠. 그건 원 래 우리가 계획하고 있던 일이잖습니까."

제이크의 말대로였다.

이곳까지 오면서 탐사대를 살펴 본 두 사람은 던전 안까지 따라 들어가지 않고 밖에 남기로 했다.

사고로 위장해서 밖에 남은 뒤, 야영지를 이탈해서 원래 찾던 던 전으로 갈 생각이었다.

"잘됐지 뭐야. 덕분에 쉽게 남을 수있을것 같아."

분명 마법사 혼자 한 의뢰가 아 닐 테니,마법사와 레인저 모두가 제시카의 사고를 인정할 터였다.

그렇게 신이 나서 이야기하던 제시카는 어느 순간 시뻘게진 얼굴 로 몸을 뻤다.

남들이 듣지 않게 최대한 가깝게 붙어 이야기한다는 것이 마치 연 인들의 속삭임 같은 꼴이 되어 버 렸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 귀에 느껴졌던 입김 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

며,그녀는 후다닥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제이크는 생각을 이어 갔다.

'절대 던전 안에 따라 들어가면 안 되겠어. 이러면 처음 봤을 때 예상이 맞는 건가? 영주 쪽에서 뭔가 작업을 한다는 건데…… 뭐, 안 들어가니까 상관없겠지.'

같은 일행이었으면 마법사와 레 인저들이 계획하는 일에 참여했겠 지만,그 정도는 아니니 그냥 따 로 배제하는 쪽을 택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는 하나 남았나? 이 탐사대가 찾는 던전을 찾아 주는 것?'

황제가 알고 있는 던전 위치는 이 골짜기가 마지막이었다.

덕분에 내일부터는 이 인원들이 모두가 골짜기 전체를 뒤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이크가 찾던 던전 이 들킬지 모르니 그 전에 얼른 던전 위치를 알려 주어야 했다.

제이크는 남은 불침번 시간 동안 '우연히' 던전 위치를 찾을 방법

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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