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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80화 (280/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80화

퍼어억~!!

[초구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에 꿈쩍도 하지 않는 정신우 선수!!

[웬만한 변화구에는 속지 않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신우는 타석에서 물러나 장갑을 다시 착용했다.

'쉬운 승부는 들어오지 않을 거야.'

[하나하나 어렵게 가겠지.]

[그러다 밀어내기가 나와도 팀에 영향은 가지 않을 거고.]

[밑져야 본전이지.]

레전드들의 채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그들과의 예상과 자신의 생각이 맞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매번 틀렸다.

[우리가 잘 가르친 이지.]

[ㅋㅋㅋ 솔까 가르쳤다기 보다는 훈수였지만.]

[훈수 오지게 당했지.]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기에 레전드들도 과거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들과 만났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기회였다.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영원히 이 자리에서지 못했으리라.

딱~!!

"파울!!"

[2구 패스트볼에 배트 밀립니다! 벤 존슨의 구위가 무척 좋아보이네요.]

[구위도 좋지만, 제구력 역시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 휘는 무브먼트가 위력적입니다.]

벤 존슨은 확실히 좋은 투수였다.

단 하나의 공만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더 가속해서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구위가 강한 공들이 흔히 그렇지.]

[네가 상대하는 애들도 지금처럼 생각할 거임 ㅋ]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니 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자신이 당했을 때의 경우들을 떠올렸다.

'내 공을 때려낸 타자들은 대부분 노리고 때린 경우였다.'

타자의 유형은 둘 중 하나다.

노려서 때리거나, 대응을 하거나.

후자의 경우 여러 공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구속이 빠른 공에는 타이밍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노려서 때리는 경우에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지만, 예상에서 벗어나는 공이 오면 타이밍이 느려진다.

신우의 구속은 메이저리그 최상위 레벨이었다.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최상위 레벨의 타자들은 후자를 택했다.

'노려서 때려야 된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를 계산해야 해."

[정답]

[너 정도 레벨이면 뭘 던질지 안다면 때리는 건 문제도 아니지.]

신우의 타격 능력은 메이저리그 최상위 레벨이었다. 어떤 공이 올지 예측할 수 있다면 때려내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후우…!"

심호흡을 한 신우가 타석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루틴을 밟으면서 눈을 감았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끝내고 싶었다.

'선배님들은 긴 세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역사를 세웠다. 그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이제 떠날 것이다.

물론 저승에 가서 자신에 대한 소식을 접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대만큼이나 인터넷이 발전한 듯했으니 말이다.

'직접 보는 것과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는 건 다르지.'

신우는 그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직관을 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법이었다.

그걸 알기에 신우는 그들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기록을 달성하고 싶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레전드들에게 가지는 신우의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야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단순히 야구만이 아니야.'

신우가 서서히 눈을 떴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을 들렸다.

동시에 지금까지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에게 외쳤던 말.

레전드들의 제안으로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던 순간, 무작정 미국에 건너와 트라이아웃을 했을 때. 처음 메이저리그에콜업되어 공을 던지던 날. 모든 순간이 마치 사진처럼 지나갔다. 그때였다.

[요기 베라 님이 10, 000 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27a27.Itain'tovertillit'sover]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여기서 홈런을 때린다고 경기가 끝나는 게 아니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그런데 감상에 젖어들고 있었다니.

마지막까지…' 신우는 감상을 뒤로 미루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감사합니다.

만루 상황.

벤 존슨은 망설이지 않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왜애애애액~!!

공이 그의 손을 떠나기 직전.

벤 존슨이 공을 쥐고 있는 손의 그립이 들어왔다.

'슬라이다."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벤 존슨에 대한 분석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슬라이더였다.

'종으로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다.

슬라이더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벤 존슨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거기에 구속까지 빨랐다.

'코스는…'

구종을 알자 가상의 궤적이 눈에 그려졌다. 단순히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를 통해 산정하는 가상의 궤적이 아니었다.

전략분석팀에서 알려준 데이터를 포함해 산정된 가상의 궤적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이후 던지는 종슬라이더는 77.3% 확률로 유인구였다.'

그것을 떠올린 순간.

신우의 스윙이 시작됐다.

과직!!

스파이크가 지면에 박히는 순간.

하체가 돌아가고 상체는 뒤로 당겨졌다. 힘을 축적한 신우는 하체를 고정시키며 힘을 상체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졌던 상체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후웅~!!

빠르고 강렬한 회전과 함께 배트가 바람을 가르며, 돌아갔다.

그리고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던 공을 쪼개듯 때려냈다.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밑에서부터 올려진 타구는 아주 높게 떠올랐다.

[우익수 타구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섭니다!!]

그렇기에 타구가 넘어갈 건지, 아니면 잡힐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우익수 애런 저지는 타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이게 넘어갈 리가 없어.

발사각이 높은 타구는 결국 넘어가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게 현대야구의 상식이었다.

신우가 때려낸 타구의 발사각은 매우 컸다. 결국 넘어가지 못하고 떨어질 거라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

애런 저지는 자신의 걸음을 멈추는 장애물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언제……?"

그의 걸음을 멈춘 것은 펜스였다.

애런 저지는 급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거기에는 이제야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타구가 보였다.

[넘어갔습니다~!! 역전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는 정신우 선수!!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번째 사이클링 홈런을 달성합니다!!]

메이저리그 첫 번째 기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코어 10 대 7.

신우의 그랜드슬램 한 방으로 갤럭시는 단숨에 점수를 벌렸다.

선수들은 축제분위기였다.

신우를 반기며 환호를 지르는 그들과 다르게 제이비어 감독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점수가 더 나와줘야 해.'

베이스볼에서 3점은 큰 차이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현재 양키스의 타순을 생각하면 잘 막더라도 9회에는 상위타선으로 연결된다.

양키스에게는 3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한 번은 상위 타선에게 연결된다. 오늘 에런 저지의 타격감은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 주자가 쌓인다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거기다 우리는 이미 필승조가 소모되고 있어.'

오늘 경기는 선발이 일찍 무너졌다.

갤럭시 입장에선 지고 있는 경기였지만, 어떻게든 격자가 벌어지지 않게 해야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필승조를 두입했었다.

'양키스도 필승조를 투입한 건 마찬가지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양키스가 더 강한 불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산 넘어 산이군.'

어떻게든 이 리드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무리인 그리스 베넷의 조기투입도 염두에 둬야 했다.

하지만 그가 부진하다는 걸 알기에 머리가 더욱 아파왔다.

그랜드슬램이라는 엄청난 한 방이 터졌다. 그것도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경기는 완벽히 기울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양키스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합니다!!]

[역시 양키스의 저력이 대단합니다. 그랜드슬램을 맞은 직후인 7회 말에 삼자범퇴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8회 말에 바로 기회를 잡습니다!]

위기에 빠진 순간, 제이비어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제이비어 감독! 직접 올라와서 투수를 교체합니다!! 생각보다 빠른 교체네요?]

[현재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평소보다 한 박자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투수가 올라올지! 아~! 여기서 팀의 클로저인 크리스 베넷을 등판시킵니다! 6차전에서 역전그랜드슬램을 허용했던 크리스 베넷인데요.]

[하지만 갤럭시의 얇은 투수진을 생각하면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운드에 올라온 크리스 베넷의 모습이 화면을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당연히 전 세계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갤럭시 이렇게 경기 포기하나요?

-6차전에서 그랜드슬램 맞았던 크리스를다시 올리네.

-제이비어 노망난 듯.

-아싸! 개꿀!!

-크리스 말고는 대안이 없음.

-설마 2경기 연속으로 말아먹으려고,

설마가 사람 잡음 ㅋ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크리스 역시 그런 반응이 나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끝내야 한다.'

크리스는 그러한 반응이 나오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했다.

'겨우 찾아온 명예회복의 기회야.

역전패를 당한 자신이 스스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내 손으로 명예를 찾는다."

"플레이볼!!"

경기가 재개됐다.

[크리스 투수와 토마스 배터리,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합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신우의 눈이 빛났다.

'주자들의 움직임이 묘하네요.'

[그러게.]

[될 수도 있을 듯?]

'초구에서요?'

[초구니까 가능함.]

[00 투수가 아직 실전상태에 돌입하기 전이니까.]

[작전을 걸기 좋지.]

[포수가 눈치채고 대응해야 함.]

신우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향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건없어 보였다.

약간은 방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크리스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만약 여기에서 양키스의 작전이 성공하면 분위기는 바뀐다.]

[20훅 바뀜.]

레전드들의 경고와 함께 크리스가 스트라이드를 밟았다.

그 순간.

타닥~!!

[주자들 스타트!!]

1, 2루의 주자들이 바로 뛰었다.

크리스는 이미 스트라이드를 했기에 견제구를 던질 수 없는 상황, 어떤 식으로든 정상투구를 해야 했다.

[최악이네.]

[양키스 작전성공]

[어?]

그때였다.

캐처박스에 앉아 있던 토마스가 3루쪽으로 빠지면서 일어났다.

[아~!! 피지아웃!!]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피치아웃이 나왔다. 타자가 칠 수 없는 곳에서 공을 받은 토마스가 곧장 3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3루 베이스 위에서 공을 잡은 제이슨이 그대로 글러브를 내려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어깨를 때렸다.

"아웃!!"

[아웃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피치아웃으로 무사 1, 2루에서 1사 2루가 됩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피치아웃.

하지만 이 결과는 크리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이제 큰 게 나와도 동점이 아니게 되지.]

[이 사실은 투수의 어깨를 매우 가볍게 함.]

[토마스 지리누 ㅋㅋ]

마운드에서 두수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대단히 컸다. 그게 월드시리즈 7차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한 방을 허용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선 스트레스를 넘어선 압박감을 느낀다.

지금 토마스의 플레이는 그러한 압박감을 날려버리는 플레이인 셈이었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토마스 에드윈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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