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79화 (279/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79화

사이클링 히트,

미국에서는 히트 포 더 사이클이라 불리는 이 기록은 타자가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을 한 경기에서 이루는 걸 말했다.

5툴 플레이어의 상징과도 이 기록은 주력과 장타력을 고루 갖추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00번이 넘는 횟수가 기록되어 있지만, 일본은 74번, KBO는 26번이 기록됐다. (2020년 기준) 메이저리그 역사가 120년이 넘는 걸 감안했을 때, 매우 적은 숫자가 기록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클링 히트에서 파생된 기록이 하나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사이클링 히트에서 유래된 기록이사이클링 홈런이죠?]

[그렇습니다. 한 명의 타자가 한 경기에서 솔로홈런, 투런쓰리런 그리고 만루홈런을 기록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이죠.]

메이저리그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있었나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메이저리그만이 아니라 NPB, KBO를 통틀어 한 명의 선수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죠.]

[지금 자료를 확인해보니 마이너리그에서는 단 한 번 있었군요. 인천 와이번스에서 외국인 선수로 등록되기도 했었던 타이론 혼즈 선수가 더블A시절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 적이 있군요.]

더블A에서 단 한 번 나왔던 기록.

즉, 전인미답의 기록에 지금 신우가 근접한 상태였다.

-그런데 될까?

-힘들 듯.

-남은 게 만루홈런이잖아.

-만루 상황에서 시누를 상대할 이유가 없지. 팬들은 회의적이었다.

만루에서 신우를 상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늘의 신우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기록달성이 쉽지 않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스코어 7 대 6.

5회가 끝난 시점에서 두 팀 합처서 홈런이 4개가 나왔다.

이제 팬들은 깨달았다.

[난타전으로 펼쳐지고 있는 경기! 갤럭시와 양키스 모두 5회부터 불펜을 가동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결국 불펜이 강한 애들이 이기겠네.

-수비도 중요할 듯.

-그것보다 신우가 사이클링 홈런 달성할 수 있냐가 중요하지.

월드시리즈 7차전이란 것도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였다.

거기에 사이클링 홈런까지 포함되자 베이스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중계를 보게 만들었다.

'엄청나군,

보고를 받은 롭 커미셔너는 고개를 저었다. 전 세계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여실히 드러내 주는 숫자였다.

'여기에 기록달성까지 나온다면…!'

엄청난 임팩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거미셔너이긴 했지만, 롭 역시 현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치긴 힘들지.'

그것은 명예이자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양키스는 한자례 자존심을 버렸다. 한 번은 어렵지만, 두 번은 쉽다. 이미 비난을 받았던 양키스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다시 비난을 받더라도 감수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베이스볼의 하나였다. 규정에서 어긋나지 않았다.

[애런 저지, 안타로 출루합니다.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애런 저지가 히트 포 더 사이클에 2루타 하나를 남겨두게 되는군요.]

[두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두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네요.]

[은퇴했지만, 이들의 경기를 보고 있으니 당장에라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나가고 싶습니다.]

ESPN의 해설자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팬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명은 사이클링 홈런이고 한 명은 사이클링 히트구나.

L히트 포 더 사이클임.

그럼 사이클링 홈런은?

LL

-미국에서는 공식기록이 아니라서 용어 없지 않나?

-미국에서는 히트 포 더 홈런 사이클이라 하는 듯.. ㄴㄹㅇ임?

LLO 0, 혹은 홈런 사이클이라고 함.

-7차전은 레알 타격전이구나.

-투수들 개불쌍,

-MVP는 저지 아니면 시누 둘 중에 한 명이겠네.

그래도 시누지.

LLO , 시누는 투수도 같이 하니까, 유리함.

-양키스가 이기면 저지가 받을 거고 갤럭시가 이기면 시누가 받겠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사이..

경기는 7회로 접어들고 있었다.

스코어는 여전히 양키스가 1점을 앞서고 있는 상황.

[9번 루카스 선수부터 타순이 시작됩니다.]

신우는 더그아웃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동료들이 출루에 성공하면 자신에게 기회가 올 테니 말이다.

[쟤들이 고의사구로 내보낸다에 한 표.]

[내기허쉴?]

[성립이 되나?!

[승부한다에 거실 분?]

적막이 흐르는 채팅을 보며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기정사실이 된 듯한 고의사구였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죠. 승부를 걸어올 수도 있잖아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

[네 뒤에 있는 타자가 갑자기 배트에 불이 붙으면 가능함.]

한 번 욕을 먹었는데, 또 욕 못 먹겠나?! 레전드들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일단은 기다리는 것밖에는 말이다.

[앤더슨 4구를 강타! 중견수 앞에 타구 떨어집니다!! 무사에 주자 1, 2루!!

[루카스 선수가 볼넷을 얻어내고 앤더슨 선수까지 안타를 때리면서 주자가 쌓였어요..!

[토마스 선수가 볼넷 혹은 안타를 때려내면, 만루상황에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됩니다.

현지에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가 움직여 대기타석에 있는 신우를 잡았다.

가볍게 배트를 돌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내게 기회가 올 거다.

투수를 상대하는 토마스를 보며 신우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럼 알게 되겠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상황.

과연 만루에서 양키스가 신우와 승부할지 말이다. 그때 투수가 공을 뿌리고 토마스의 배트가 돌아갔다.

[때렸습니다!! 3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 2루 주자 3루에서 멈춥니다!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몬트리올 갤럭시!!]

카메라가 바로 신우를 클로즈업했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갤럭시!! 그리고 대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 정신우 선수!!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중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에 기립하고 있습니다!!]

12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나오지 않은 기록은 손에 좁을 정도로 적다.

특히 홈런과 관계된 기록은 거의 나온 상태였다. 전입미답의 기록, 그 기록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다.

거기에 부가적인 옵신이 딸려왔다.

"그랜드슬램이 나오면 홈런볼을 반드시 잡아야 해!"

잡는 순간 파워볼 당첨이나 마찬가지야."

"제장! 이럴 줄 알았으면 외야쪽에 좌석을 잡는 건데."

"하…… 비싼 돈 들여서 캐저 플레이트 뒤로 자리를 잡았는데, 하필이면 이런 날에 이런 기록이라니……!"

관중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의 기념품에 대한 경매가 활발했다.

선수카드는 물론이거니와 슈퍼스타들의 배트나 글러브 같은 물품들이 비싼 값에 낙찰됐다.

홈런볼 역시 인기가 매우 높은 경매물품 중 하나였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했던 단일시즌 70호 홈런볼의 경우 32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낙찰됐다.

그 외에는 수십만 달러에 낙찰된 홈런볼도 다수 있었다.

만약 오늘 신우가 사이클링 홈런을 기록하게 될 경우 그 홈런볼의 가지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복권과도 같은 행운이 눈앞에 있었으니 관중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 들어선 정신우 선수!!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집니다!!]

환호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새로운 기록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 몇몇 이들은 인생역전의 단꿈에 젖은 감정이 뒤엉킨 환호였다.

중계를 보는 팬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고의사구 나온다에 한표.

-이미 1차전에서도 고의사구를 했는데, 7차전에서도 하는 게 당연하지.

고의사구가 나올 거란 의견.

-지금 1점 차이임.

-7차전 후반전 그것도 1점 차이에서 밀어내기 고의사구를 한다! 장난함?

-불가능하지.

그러지 않을 거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사실상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건 윌리엄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때 월리엄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마운드로 걸어갔다.

[양키스의 윌리엄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순간이니 작전을 전달하려는 의도인 거 같습니다.]

마운드에 방문한 월리엄 감독이 두수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었다.

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에게 공을 건넸다.

[아~! 투수가 공을 건넵니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여기에서 투수교체를 하는 윌리엄 감독!! 양키스의 불펜에서는….!]

카메라가 불펜의 출구를 가리켰다.

곧 문이 열리며 한 선수가 걸어나왔다.

[양키스의 수호신!! 벤 존슨이 나옵니다!!]

뉴욕 양키스에는 전설적인 클로저가 있었다. 바로 마리아노 리베라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을 정도로 뛰어난 클로저로 평가받는 게 바로 벤 존슨이었다.

올 시즌 54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좋은 마무리투수인지 알 수 있었다.

[고의사구도 예상됐지만, 양키스의 선택은 정면승부였습니다!!]

[경기 후반에 1점차인 상황이 크게 작용한 거 같네요. 여기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주면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고의사구는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벤지에서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고의사구로 그럴진대 만루에서 고의사구를 한다? 거기다 동점이 되는 고의사구를?

이런 경우가 나온다면 사기는 바닥을 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죄악이다.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 돼."

윌리엄은 그것을 걱정했다.

그렇기에 고의사구가 아닌 정면승부를 택했다.

'쉬운 승부는 안 된다. 어렵게 가야 해."

물론 쉽게 쉽게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차하면 밀어내기가 나와도 된다.

같은 밀어내기라 하더라도 승부하다 나오는 밀어내기라면 어쩔 수 없다.

흐름이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윌리엄은 어렵게 가라는 주문을 했다.

'벤이라면 범타도 충분히 가능하다."

벤 존슨이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른 시점에 그를 등판시켰다. 여기가 승부처라 판단한 것이다. 이른 출전이었지만 벤 존슨의 연습투구는 위력적이었다.

억 ~!!

"나이스볼!!

옆에서 벤 존슨의 연습투구를 지켜보는 신우는 느낄 수 있었다.

'베스트 컨디션이군.'

[공이 장난 없는데?]

[정면승부로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지경이네.]

[저러다가 고의사구를 택할 수도 있지.]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기회가 왔다는 게 중요하죠. 사이클링 홈런.

여기까지 온 이상 그것을 이루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선배님들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 제가 달성해보겠습니다.

[오올~)

[건방진데?]

마음에 드네.]

[여까지 왔으니 함 보고 싶긴 하네.]

[가즈아~!!]

레전드들의 다양한 반응을 등에 업은 채, 신우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구심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플레이볼!!"

[경기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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