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78화 (278/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78화

메이저리그, KBO, NPB 등.

각국을 대표하는 리그에서 뛴 전설적인 타자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공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공이 농구공처럼 보였어요.]

[실밥마저 볼 수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발언을 그저 건디션이 좋았다고 포장한다.

그렇기에 팬들 역시 그럴 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튜브가 발전하면서 은퇴 선수들 혹은 현역 선수들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실제가 이야기됐다.

흔히 공이 멈춰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건 실제 그렇게 보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더 경기에 집중이 되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에는 어떤 공이든지 때릴 수 있었습니다. 그게 컨디션이 좋은 게 아니냐고요? 그것과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런 걸 경험했던 날 중 하루는 설사로 고생했거든요.]

전직 메이저리거의 발언은 화제가 되었다. 뒤이어 국내 투수들 역시 비슷한 발언을 했다. 즉,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이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그런 초능력 같은 현상이 있을 리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비슷한 사례를 가지고 와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의견은 갈리고 토론은 격렬했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보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그냥 허풍이라 생각했다.

신우 역시 그랬었다.

'내가 영역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지.

고도의 집중력 상태.

그것을 영역이라 부른다.

마치 초능력과 같이 투수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먼 거리에서도 그립이 보일 정도로 시력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공이 날아오는 가상의 궤적이 보인다는 게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물론 이걸 항상 사용할 순 없었다.

집중 발휘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으면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공에 슬로우가 걸린 것처럼 날아온다. 실밥이 보일 정도였다.

홈플레이트 앞에서는 공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런 공을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경쾌한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리고 직감했다.

[휘유!]

[넘어갔누]

[완벽하네.]

[크-! 지렸다.]

홈런이 될 것임을 말이다.

그렇기에 신우는 등을 때리고 돌아오는 배트를 놓았다.

휘리릭~!!

맹렬한 회전과 함께 배트가 날아갔다.

[레알 배트플립은 경지에 이른 듯.]

빠던 지렸누]

얘네들 빠던은 진짜라니까 ㅋㅋ

레전드들의 채팅과 함께 신우는 1루로 내달렸다. 1점을 따라갔다.

스코어는 6 대 4가 되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갤럭시는 더 점수를 내지 못했다.

공수가 교대되고 3회 말이 되었다.

연속안타!! 1사 1. 3루의 위기에 빠지는 로버트!!]

[1사를 깔끔하게 잡았지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네요.]

그때 갤럭시 더그아웃이움직였다.

[제이비어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교체시점으로는 조금 이르지 않나요?

[평소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오늘은 월드시리즈, 그것도 7차전입니다. 투수가 원래의 컨디션을 찾는 것보다는 빠르게 교체하는 것도 전술의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예상대로 제이비어는 로버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어."

"죄송합니다."

"아니야. 여기까지 던진 것만으로도 충분해. 무엇보다 점수 차가 크지도 않고, 이제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해."

공을 건네고 로버트가 내려갔다.

어깨가 축 늘어진 게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이기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다. 불펜투수가 외야를 가로질러 오는 모습을 보던 제이비어가 토마스에게 말했다.

"어떻게든 3점차 이내로 막아야 해"

"1."

토마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만약 4점 이상으로 점수가 벌어지면 오늘 경기는 힘들어질 것이란 걸 말이다.

"부탁한다."

"예."

다시 한번 당부를 하고 제이비어가 공을 건넸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신우는 중견수 루카스에게 가법게 공을 던졌다.

~!!

'다음 타자를 막는 게 관건이겠네요.'

[그렇겠지.]

[저지니까.]

[저 쇄도 오늘 컨디션 좋아서 잘 될지 모르겠다.]

애런 저지.

양키스 타선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녀석 앞에 주자가 두 명이나 쌓였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애런 저지가 하나 친다에 1, 000 노잣돈 검.]

[올ㅋ 내기임? 나도 타점에 1, 000 노잣돈.]

[나는 5, 000 노잣돈.]

갑자기 내기판이 된 채팅창에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든 넘겨야 된다.'

신우는 마운드에 있는 미구엘을 바라봤다. 녀석이 위기를 넘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퍼졌다.

"홀리 !!"

그리고 미구엘의 욕설이 들려왔다.

[욕 찰지누]

채팅을 가볍게 무시하고 신우는 타구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봤다.

타구는 좌익선상에 떨어졌다.

스판이 걸린 타구는 그대로 파울라인 밖으로 흘러 나갔다.

최악의 코스였다.

[장타코스!! 3루 주자 홈인! 1루 주자, 2루를 돌아 3루로!!!

1루 주자까지 들어오는 장타였다.

거기에 공이 홈으로 송구되는 과정에서 애런 저지는 3루까지 들어갔다.

[싹쓸이 3루타!! 애런 저지가 슈퍼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순식간에 3점 차로 벌어진 점수.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구엘이 이후 타자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안타 1개를 허용하면서 2점을 내주긴 했지만, 추가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하는 미구엘 투수!]

다시 벌어진 점수.

그리고 갤럭시의 하위타선은 무기력하게 배트를 돌려댔다.

뼈억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4회 초, 세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합니다!]

다행인 것은 미구엘이 4회 말까지 세 개의 아웃가운트를 더 책임졌다는 거다.

'투수를 아낄 수 있었다."

미구엘이 2이닝을 책임져준 것은 제이비어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어느덧 경기도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15회 초.

갤럭시의 공격이 이어졌다.

[갤럭시는 이번 이닝 타선이 좋습니다. 1번타자 앤더슨이 선두타자로 나섭니다!!

앤더슨-토마스-신우로 이어지는 가장 강력한 타선이 줄을 이었다.

앤더슨과 토마스는 오늘 경기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신우는 2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 팀의 모든 타점을 올렸다.

[정신우 선수 앞에 많은 주자를 모아야 합니다.]

오늘 신우의 컨디션이 좋다.

하지만 대량득점을 위해서는 앞에서 주자가 쌓여야 한다.

이진철의 해설은 정확했다.

그리고 앤더슨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리하게 스윙할 필요는 없어. 오늘은 신우가 주인공이다."

오래 야구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경기마다 주인공이 바뀐다는 걸 말이다. 오늘은 신우가 주인공이다. 그걸 아는 이상 무리한 스윙보다는 출루를 우선시 해야 했다.

"볼!! 베이스 온 볼!!"

그리고 앤더슨은 그럴 능력이 충분했다.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면서 4개의 볼을 얻어냈다.

[1루로 걸어나가는 앤더슨! 주자가 쌓입니다!]

[앤더슨이 무리하게 타격하지 않고 출루에 중점을 둔 플레이를 했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앤더슨 같은 특급타자라면 충분히 그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죠!]

하지만 노린다고 해서 반드시 볼넷을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구 높게 뜹니다!!!!

토마스가 투볼 원스트라이크에서 배트를 돌렸다. 나쁜 공도 아니었다.

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에 휘둘렀다.

문제는 공이 더 변화하면서 배트의 윗 부분에 맞았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타구는 높게 됐고 2루수가 뒤로 물러나며 외야 잔디 위에서 공을 잡았다.

[안정적으로 포구합니다. 원아웃!]

[슬라이더가 크게 휘면서 빗맞은 타구가 나왔어요.]

뜬공으로 물러난 토마스.

그나마 다행인 건 더블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3번 타자 정신우 선수가 들어섭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신우가 들어섰다.

[오늘 경기 이미 멀티히트를 기록! 그것도 2개의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만들어낸 정신우 선수는 팀이 기록한 4타점을 모두 혼자서 책임졌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정신우 선수의 컨디션은 최고조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타석에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신우의 컨디션이 좋다.

그 사실은 해설위원은 물론 관중들 그리고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양키스가 모를 리가 없었다. 양키스의 벤치가 움직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양키스의 리처드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투수에게서 공을 건네받습니다! 여기서 투수교제를 선택하는 뉴욕 양키스!]

[투구 수를 보았을 때, 슬슬 교체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죠.]

이제 중요한 건 다음 투수가 누가 될 거냐는 것이었다.

신우의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웬만한 투수로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당연히 다음 투수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곧 불펜의 문이 열리며 한 선수가 뛰어나왔다.

[게릴 투수가 올라오네요!]

게릴 터녀.

언더핸드형 투수로 최고구속 140km가 겨우 나오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다.

[게릴 터너 두수가 등판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면승부보다는 변칙 승부를 택했다고 봐야겠죠. 정신우 선수가 언더핸드형 투수를 상대한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요.]

[현재자료를 찾아보니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국제전에서는 일본을 상대할 때 한자례 맞상대를 했었네요.]

리저드 감독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게릴을 등판시켰다.

'언더핸드를 많이 상대해 보지 못한 타자는 어려움을 겪는다.'

언더핸드는 밑에서 위로 공을 던진다. 그렇기에 릴리스 포인트는 물론이거니와 디셉션 역시 달랐다.

익숙하지 않은 타이밍이었기에 한 번이라면 충분히 동할 거란 계산이었다.

"큰 것만 조심하도록 해."

"예."

혹시나하는 심정에 마지막까지 당부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모습을 지거보던 신우가 가볍게 배트를 휘둘렀다.

'언더핸드라……'

[상대해 본 적 있음?]

'한 번 있죠. 예전에 일본애.'

[타이밍 잡기 힘들겠네.]

[그걸 아니까 내보냈겠지.]

[딱 한 타석만 막아도 현재 흐름이라면 충분하지.]

한 경기의 한 타석.

평소라면 중요하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이니까.

그때는 실투로 공이 가운데로 들어와서 장타를 만들어냈지.'

당시를 생각해 보면 분명 힘든 승부였다.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타이밍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투구폼이 독특한 투수들은 많다. 하지만 결국 공은 쓰리쿼터나 오버핸드에서 날아온다.

위에서 밑으로 던지는 공이란 소리다. 하지만 언더핸드는 달랐다. 밑에서 위로 공을 던진다.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공이 들어오고 변하기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레전드들의 채팅이 이어졌다.

[뭘 그렇게 고민하누?]

[고민할 필요 없지.]

[어떤 공이건 결국 존에 들어온다.]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은 무리하게 건들 필요가 그들의 채팅에 신우가 피식 웃었다. 자신은 아직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했다.

그들의 말대로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그사이 연습두구가 끝나고 구심이 경기재개를위해 신우에게 타석으로 들어오란 사인을 보냈다.

신우가 타석에 서자 구심의 콜이 떨어졌다.

"플레이볼!!"

[경기 재개됩니다. 상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언더핸드형 투수를 상대로 과연 정신우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인을 교환한 게릴 터너 투수, 초구 던집니다!]

게릴이 슬라이드 스템을 밟으며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손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낮은 위치에서 뻔어나왔다.

빼애애액!!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공에 신우가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배트를 내밀지 않고 그대로 멈췄다.

[초구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옵니다. 정말 극단적인 언더스로우로 던지는 투수군요.!

[그렇습니다. 언더핸드 투수증에서도 극단적으로 팔이 낮은 위치에서 뻗어 나오는 투수죠.]

언더핸드 투수 중에서도 독특한 타입.

승부가 쉽지만은 않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구에서 반응조차 하지 못했어.'

'역시 경험이 적군

양키스 배터리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2구에서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승부를 들어갔다.

'커브로 가자."

'오케이."

언더핸드의 커브는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한 번 더 위로 솟아오른다.

이런 변화는 오버핸드나 쓰리쿼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변화였다.

결국 존으로 들어온다.

신우는 투구를 준비하는 투수를 바라보며 레전드들의 조언을 떠올렸다.

세트포지션을 취한 두수의 동작에 맞춰 신우가 박자를 맞춰갔다.

슬라이드스텝을 밟으며 발을내렸을 때. 신우도 하제를 돌렸다.

빼애애액~!!

뒤이어 두수가 공을 뿌렸다.

낮은 곳에서 날아오는 공을 보며 신우의 골반이 돌아갔다.

원래라면 스윙을 하면 안 되는 타이밍. 하지만 신우는 1구와 다른 투수의 그립을 확인한 상태였다.

결국……!'

후웅~!!

그렇기에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한 번 더 위로 솟구쳤다.

'존으로 들어온다!!

배트는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때렸습니다!! 높이 떠오른 타구!! 중견수 타구를 바라보면서 뒤로 물러납니다!!]

사람들은 타구가 잡힐 거라 생각했다.

너무 높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견수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속 물러나자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뒤로! 뒤로!!]

캐스터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뒷걸음질 치던 중견수가 이내 쫓아가는 걸 포기했다. 뒤이어 카메라에 타구가 가운데 펜스 너머에 떨어지는 게 잡혔다.

[넘어갔습니다!!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에만 6타점 경기를 기록합니다!!]

3연타석 홈런.

이 엄청난 기록에 팬들은 열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와…. 이게 넘어가네.

-너무 높게 떠서 잡히는 줄 알았는데,

-힘이 얼매나 강한 거임?

다들 신우의 홈런에 경악하고 있을 때, 하나의 글이 올라갔다.

-이제 만루홈런 하나면 싸이클링 홈런 아님?

ㄴ?

ㄴㄴao?

ㄴㄴㄴ실화냐??

-첫 타석 3점 홈런, 두 번째 타석 1점 홈런, 그리고 이번 타석에서 2점 홈런.

진짜네,

LL

대기록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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