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77화
1회, 갤럭시와 양키스는 똑같이 3점씩을 주고받았다. 그것도 똑같이 중심타자가 터뜨린 홈런으로 점수를 냈다.
[1회부터 홈런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가고 있는 갤럭시와 양키스!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뜨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초반부터 박빙의 경기였다. 똑같은 점수.
똑같은 홈런.
그리고 그 홈런이 터진 상황까지.
모든 것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를 좀 아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갤럭시가 밀린다.
'양키스가 유리한데?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들은 모두 양키스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양키스는 전일 역전승으로 기세가 단단히 오른 상태라는 게 다르지.]
[네가 쓰리런을 터뜨렸지만, 그 기세가 사라지는 건 아님.]
'오히려 따라오는 점수를 내면서 녀석들의 기세가 유지되고 우리 애들은 기세가 죽겠죠."
[이제 경기 전체를 보누.]
레전드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틀렸기를 바랬으니까.
'무엇보다 로버트가 걱정이다."
로버트가 던진 공은 훌륭했다.
전력을 다한 공의 위력은 충분했고 제구 역시 잘 됐다.
그런 공을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건 로버트의 실책이라기 보다는 애런 저지의 타격이 훌륭했던 거다.
'문제는 로버트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지."
[어려울 듯.']
[웬만한 멘탈을 가지고는 이런 순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지.]
레전드들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린 타구에 타자는 2루까지 들어갑니다!! 쓰리런 이후 연속안타를 기록하는 양키스! 악의 제국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 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드러났다.
'우리의 실책은……'
[네가 점수를 내고도 공격이 바로 끝났다는 거지.]
[양키스 애들은 기회를 살리는 중이고. 갤럭시는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에 양키스는 경험이 풍부했다.
그 차이는 후속공격에서 바로 나타나고 있었다. 갤력시는 기세를 살리면서 공격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흔들리는 투수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뼈어억~!!
"볼!! 쓰리!!"
[세 개의 볼이 연달아 들어옵니다. 홈런 이후로 흔들리는 로버트 투수!!
로버트의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양키스 타자들은 그 부분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적극적인 타격보다는 공을 지켜봤다.
흔들리는 로버트가 알아서 볼을 넣어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다.
어쩔 수 없이 존에 공을 넣을 때.
[때렸습니다!!]
타자들은 공을 놓치지 않았다.
연속안타를 만들어가는 양키스.
반면에 갤럭시 1회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흔들리는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성급한 스윙을 이어나갔다.
이 차이가 초반의 승패를 가른다.
지금은 동점인 상황.
그러나 점수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양키스 타선은 집요하니까.
예상은 적중했다.
[4구를 강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3루 주자 홈인! 그리고 2루 주자도 3루를 돌았습니다! 중견수 빠르게 홈으로 송구!!]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미끄러지듯 슬라이딩을 한 주자가 손을뻗어 홈플레이트를 손으로 쓸었다.
좌아이앗~!!
거의 동시에 토마스의 미트가 주자의 등을 때렸다. 토마스는 고개를 들어 구심을 바라봤다. 주먹을 내지르길 바랐지만, 구심은 기대를 저버리고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
[아~! 세이프입니다. 2점을 허용하는 갤럭시! 스코어는 5 대 3으로 벌어집니다!]
로버트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예상대로 양키스가 승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걸 말이다.
제이비어 감독이 그걸 막기 위해 마운드를 방문했다.
"로버트, 침착하게 던지도록 해, 오늘 네 공은 매우 좋아. 믿고 던지는 거야!"
"예."
고개를 끄덕이지만, 로버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제이비어는 투수코치에게 "불펜을 준비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 말이 무슨 의민지 알기에 투수코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최악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제이비어는 입술을 깨문 채, 로버트를 바라봤다. 감독이 방문했지만, 로버트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볼!!!!"
[두 개의 볼이 연속해서 들어갑니다. 좀치럼 제구를 잡지 못하는 로버트 투수, 연속적인 안타가 충격을 준 걸까요?]
[그렇게 봐야겠죠. 큰 경기 경험이 적다 보니 흔들림이 큰 기 같습니다.
[갤럭시 불펜도 분주해지고 있네요.]
선발투수의 1회 강판만큼 최악은 없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7차전이니만큼 제이비어는 과감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로버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1회는 넘기고 싶었다.
'매일 같이 던지던 공이잖아! 어째서 들어가지 않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건 투수였다. 매일 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공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답답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볼!!"
문제는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다. 구심은 냉정하게 볼을 외쳤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시야가 좁아지고 눈에 들어오는 건 토마스의 사인밖에 없었다.
로버트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토마스가 내는 사인에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와인드업을 했다.
자신이 해야 할 임무는 하나.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멘탈이 깨진 상태에서 던진 공이 제대로 날아갈 리 없었다.
힘없는 공이 존의 가운데를 향해 날아갔다. 토마스가 요구했던 바깥쪽과는 전혀 다른 코스였다. 타자는 그것을 놓지지 않았다.
후웅~!!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리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타구의 방향은 우익을 향해 날아갔다. 펜스를 원바운드로 때릴 만큼 커다란 타구였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한 사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신우 선수! 어느덧 워닝트랙에 서 있습니다! 3루로 뛰려던 2루 주자가 급히 베이스로 돌아갑니다!]
신우는 워닝트랙에서 뒤로 물러섰다. 곧 펜스가 그의 등을 막아섰다. 신우는 뒤를 보지 않은 채 펜스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굽혔다.
시선은 추락하기 시작한 타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타닥!!
타이밍에 맞춰 신우가 땅을 박찼다.
있는 힘껏 오른손을 뻗은 그의 글러브로 타구가 빨려 들어갔다.
퍽!!
[잡았습니다!! 펜스를 직격할 타구를 잡아내는 엄청난 호수비!!]
하지만 플레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루로 돌아간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다.
[주자 태그업!!]
태그업한 주자가 3루로 달리는 순간.
땅에 착지한 신우가 다음 플레이로 이어갔다. 발을 내디디고 힘을 모았다.
그리고 3루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왜애애애액!!
관중들은 볼 수 있었다.
레이저와 같이 흰색의 공이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모습을 말이다.
우익수 워닝트랙에서 3루까지.
정확한 송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주자의 스타트가 느리거나 실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공이 먼저 도착한 이유는 하나였다.
"아웃!!"
그저 신우의 송구가 더 완벽하고 빨랐기 때문이다.
[엄청난 송구가 나왔습니다!! 워닝트랙에서 다이렉트로 삼루수에게 송구한 정신우 선수!!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연달아 잡아냅니다!!!
전문가들은 이야기했다.
갤럭시가 이기기 위해서는 신우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그것은 타격 쪽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신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자신이 왜 슈퍼스타인지 증명해내는 정신우 선수!! 팀을 위기에서 구합니다!!]
찬사가 쏟아지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신우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긴장을 푸는 건 트로피를 든 뒤에 해도 된다. 그때까지는 집중해야 했다.
모든 건 우승을 위해서였다.
마지막 챔피언을 결정짓는 경기였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루카스가 앞으로 대시합니다!!]
[짧겠는데요.]
[루카스 선수 다이빙!!!
[잡았습니다!!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루카스 선수!! 환상적인 수비가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집중했다.
따악!!
[빠른 타구!! 하지만 유격수 앤더슨 몸을 날려 타구를 잡습니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1루로 송구!!]
"세이프!!"
[아쉽게도 발이 빨랐습니다!!]
집중력 있는 플레이는 경기내용을 향상시켰다. 선수들은 전력을 다했다.
그것은 유니폼의 색깔과는 의미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야기했다.
양키스가 유리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평론은 선수들과는 관계가 없었다.
양 팀의 선수 모두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월드시리즈 7차전이니만큼 뒤를 보지 않는 거겠죠.]
[사실 1회에는 일방적인 경기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우 선수의 호수비 이후 로버트 선수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박빙의 경기가 펼처지네요.]
[그 수비가 키포인트였습니다. 만약 거기에서 더블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로버트 선수는 1회를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이진철의 해설은 정확했다.
제이비어는 불펜이 준비되면 바로 로버트를 교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우의 슈퍼플레이가 나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팀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플레이였다."
무엇보다 투수를 살렸다.
덕분에 갤럭시는 마운드 운용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끌려가는 건 여전해.'
2회.
갤럭시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양기스는 추가점을 낸 상황이었다.
'신우의 플레이는 어디까지나 수비에 한정이 됐다. 공격에서 그 흐름이 바로 끊겼어. 문제는 양키스가 아직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거고.'
스코어는 6대 3.
아직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문제는 따라가는 점수가 빠른 시간 안에 나와야 한다는 거다.
'오늘 경기는 그런 경기다.
선수와 코지 거기에 감독까지.
제이비어의 야구 인생은 무척 길었다. 그렇기에 경기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날카로웠다. 오늘 같은 경기는 한순간이라도 밀리면 끝이다.
'3회가 중요하다.
선두타자가 토마스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로 신우가 들어선다.
'어떻게든 기회가 이어져야 한다.
토마스와 신우 두 사람이 연속으로 안타를 때려내면? 작전을 써서 어떻게든 점수로 연결할 수 있었다.
'시누가 해결해 주면 가장 베스트지만…….'
이미 1회에 쓰리런이 나왔다.
홈런은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연속안타를 때려내는 게 조금 더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바로 깨졌다.
[빗맞은 타구! 유격수 안정적으로 잡아 바로 1루로!]
"아!!"
[아웃입니다!]
커브에 속아 빗맞은 타구가 만들어졌다. 안타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어려워지는 건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토마스를 보며 제이비어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딱~!!
제이비어의 잡념을 날려버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피졌다.
그는 급히 고개를 들어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날아가는 배트가 보였다.
그리고 조경하듯 1루로 달려가는 신우를 볼 수 있었다.
[념어갔습니다!! 초구를 강타해 솔로홈런을 터트리는 정신우 선수!! 연타석홈런을 기록합니다!!]
신우의 연타석홈런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