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73화
그제서야 신우와 애런 저지가 그런 모습을 보인 게 이해가 됐다.
때마침 현지방송에서 리플레이로 임팩트 순간을 슬로우로 내보냈다.
[애런 저지의 스윙이 시작되고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 도달했을 때,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었군요.]
[이건 내츄럴 거더라기 보다는 내츄럴 투심이라 봐야겠네요. 미세하게 바깥쪽으로 더 휘면서 배트의 스윗스팟이 아닌 헤드 부분을 강타했습니다.]
[만약 이변화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담장을 넘어갔을 겁니다.
그만큼 애런 저지의 스윙은 완벽했다. 간담이 서늘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신우는 담담했다.
'역시 초구부터 노리네.'
[예언 지리구요.]
[어케 아랐음?]
'제가 공격적인 만큼 녀석도 공격적이니까요. 초구에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이면 반응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적중했다.
그리고 녀석의 스윗스팟에서 살짝 어긋나게 만드는 변화를 주었다.
내츄럴 커터와는 반대로 검지에 힘을 더 주었다. 그렇게 해서 바깥쪽으로 휘게 만들었다.
[그게 말이 쉽지]
[하여간 이래서 밸런스 X망겜이란 소리 듣지.]
[천재들은 무슨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해요.]
[또 그냥 던졌다고 하시지?)
'아니, 그런데 진짜 그냥 하니까 됐다니까요?"
[에…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질레]
교과서만 보고 하버드대 갔어요랑 같은 말이잖슴.!! 레전드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신우는 가볍게 무시해주면서 2구의 사인을 교환했다.
후원하셨습니다.]
[매튜슨 님이 1000노지
[강해졌누 ㅋㅋ]
예전에는 레전드들의 채팅에 일일이 반응했던 신우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들의 성토에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끝이없다는 걸 알기에 신우는 경기에 집중했다.
토마스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호흡을 뱉고,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와인드업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냈다. 콰직!!
하체가 고정이 되는 것을 느끼며 골반을 돌려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애액!!
애런 지지는 이번에도 시동을 걸었다. 있는 힘껏 돌린 배트.
그 순간 공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부웅~!!
배트는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공이 원바운드가 되며 미트에 박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투!!"
[헛스윙!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냅니다!]
[마치 스플리터와 같은 커브가 들어가면서 애런 저지의 헛스윙을 유도해냈어요! 아주 좋은 볼배합이었습니다.]
90마일 후반의 패스트볼 이후에 들어온 80마일 초반의 커브, 타자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배합이었다.
'제길……'
애런 지지는 인상을 구겼다.
완벽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를 한다.
타자는 그 순간을 공략한다.
헌데 신우에게는 그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공이 전력투구다.
앞선 타석들과는 달랐다.
신우는 모든 공들을 전력으로 뿌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애런 저지는 알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연륜이 쌓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이닝이 승부처라는 걸 알고 있는 건가?'
9이닝이란 긴 호흡.
그 안에서 나오는 승부처들은 매우 적었다. 선수가 그것을 간파할 수 있다면 완급조절이 가능했다.
하지만 신인급 선수들은 그게 부족했다. 경험이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신우의 모습에선 완벽하게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네.'
메이저리그에 오는 녀석들은 모두 괴물이다. 그런데 저 녀석은 특별했다.
상식으로 생각되는 것을 가법게 넘어서는 그런 괴물.
'그렇다고 매없이 물러날 순 없지.'
애런 저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타석에 섰다.
딱-!!
"파울!!"
[3구 파울입니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잘 따라가면서 커트를 해내네요.]
애런 저지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뼈억!!
[4구 하이 패스트볼에 반응하지 않는 애런 저지!!
[좋은 공이 들어갔는데 아쉽습니다.]
4구의 반응을 본 신우는 깨달았다.
'상대 역시 집중력이 높아졌어.'
[1, 2구를 보고 안거지.]
[네가 전력투구 하니까 상대도 그런 거임.]
[지금이 승부처라는 걸 알게 됐네.]
승부처를 안 이상 애런 저지 역시 웬만해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스윙이 바뀐 게 증거였다.
'원만한 공은 다 커트해낸다고 봐야겠지."
[oo]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공은 죄다 커트임.]
[결국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소리지.]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런 신우를 향해 토마스가 사인을 냈다.
'한 번 디 변화구로 빠지자.'
토마스도 애런 저지의 변화를 감지했다.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 타자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달랐다.
'승부한다.
되묻는 토마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를 건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토마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더 있었다.
무리하게 승부하다가 대기록이 깨지는걸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우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지금의 애런 저지에게 피하는 공을 던졌다가는 결국 볼카운트가 몰리게 된다. 경우의 수가 줄어들면 녀석의 노림수는 더욱 날카로워질 거야.'
승부의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게 현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조금 더 미래의 일이 될 것이냐는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다.]
[결국 언제 선택하냐의 차이지.]
[그 선택의 순간을 잘 정하는 게 투수의 능력이고.]
레전드들 역시 동의했다.
신우는 망설이지 않고 다음 사인을 보냈다. 그사인을 본 토마스는 다시 확인했다.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토마스가 미트를 내밀었다.
[사인교환을 끝낸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포수! 과연 어떤 공을 던질지……!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이번 공으로 승부를 건다.
그렇게 결정내린 이상 마음에는 망설임은 없었다. 해야 될 것은 단 하나.
'전력으로 간다.
과직!!
스트라이드와 함께 하체가 돌아갔다.
뒤이어 골반, 상체, 어깨로 이어진 회전이 통로 역할을 하여 힘을 이동시켰다.
그렇게 전달된 힘은 손 끝에 모였다.
신우는 상체를 강하게 휘두르며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흐아아앗~!!"
쐐애애애액!!
괴성에 가까운 기합소리와 함께 공이 손을 떠났다. 마지 공간을 타고 넘어가는 듯 새하얀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애런 저지는 그 공을 본 순간, 배트를 돌렸다.
'때린다!"
그것이 슈퍼스타인 자신이 해야 될 사명이었다. 애런 저지는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앞에 도달했을 때까지. 공에 변화는 없었다.
결국 힘과 힘의 대결인 셈이었다.
'이거라면
애런 저지는 이번 공을 때려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였다.
쐐애액~!!
갑자기 공이 커지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홈플레이트 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애런 저지의 배트는 아직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지 못한 상황.
그 결과,
떠어억!!
공이 먼저 미트에 꽂히고.
부앙~!!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스윙!! 아웃!!"
[헛스윙 삼진!! 애런 저지를 5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11번째 탈삼진과 함께 7회 초를 무실점으로 마감합니다!!]
카메라가 애런 저지와 신우를 번갈아가며 잡았다. 팀을 대표하는 두 선수.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대조적일 수밖에 없었다.
8회 초.
뼈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스탠딩 삼진!! 타자 몸쪽을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12번째 탈삼진!!]
8회에도 신우의 힘은 떨어지지 않았다.
딱-!!
마이!!"
[높이 뜬 공!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퍽!
"아웃!!"
[유격수 안전하게 포구합니다! 두아웃!!]
양키스의 타자들은 번번이 신우의 공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퍽!!
"스윙!! 아웃!!"
[헛스윙 삼진!! 떨어지는 커브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8회초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정신우 선수!! 대단한 피칭을 이어갑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신우는 말없이 벤치에 앉았다. 평소라면 떠들썩해야 한 갤럭시 더그아웃이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퍼펙트게임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와씨… 레알이냐?
-DS나 CS도 아니고 WS에서 피펙트 실화냐?
입 조심 좀.
ㄴㄴ아직 9회 남음.
-월시 퍼펙트 기록이 이전에 있었음? L00, 1956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돈 라슨이 달성함.
ㄴ 당시 뉴욕 양키스 vs 브루클린 다저스 대결. ㄴㄴㄴ양키스 자기들이 월시에서 피팩트게임 달성하더니 이번에는 재물 되겠누.
-우리 시누 자랑스럽다 ㅠㅠ
-내 인생에 한국인 두수가 월시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걸 보다니ㅠㅠ-하… 이걸 직관을 못했네.
-데블스가즈아 아재는 직관간 거 같던데, ㄴ개부럽,
ㄴ 그 아저씨 재벌 아니냐? 뭔 직관을 이렇게 자주 가?
-아웃카운트 3개만 잡즈아~!
대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현지방송의 캐스터들도 연신 신우의 기록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만약 오늘 시누가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면 1956년 양키스의 돈 라슨 이후 두 번째의 기록이 됩니다."
"거기다 시누는 이미 올 시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었죠. 그런데 또 한 번 퍼펙트를 진행 중이라니…… 정말 경이롭습니다."
"시누는 백 년에 한 번, 아니, 전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죠."
"그렇습니다."
이런 멘트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으로 피지나갔다.
세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야구를 모르는 유럽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가장 완벽한 상황이다."
롭 커미셔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세상의 눈이 집중된 상황에서 나오는 회귀한 기록.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런 기록이 달성이 된다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오늘 경기에서 신우의 활약은 대단했다.
'결승 타점을 올리고 거기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투수, 누구라도 이런 선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
무엇보다 신우는 피하지 않았다.
상대가 그 어떤 타자라도 말이다.
언제나 정면승부를 하는 그의 성향에 팬들은 열광했다.
"각국 언론에 이번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롭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9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5 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정신우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카메라가 전광판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0이란 숫자가 정렬해 있었다. 1회부터 8회까지,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안다. 에러, 사사구까지.
모두 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것을 아는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짝짝짝짝!
"와아아아아!!"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완벽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정신우 선수에게 함성과 박수를 보냅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와…… 찌네.
-그런데 부담스럽겠다.
-2222
-I……. 심장 터질 듯.
-아이언하트 시누 가즈아~!
수만 관중앞에서 공을 던지는 건 힘들다. 그걸 해내야지만 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면? 프로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간덩이가 커졌.]
'항상 말씀드리지만, 수만 명의 팬들 앞에서 던지는 것보다 수백 명의 레전드들 앞에서 던지는 게 더 긴장되는 일입니다.
저승튜브를 통해 보는 레전드들.
그들은 하나 같이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이들이었다.
그런 수백 명의 시청자 앞에서 매일 같이 경기를 치렀다.
간덩이가 커지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상……'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기록에 실패하면 그게 더 짜중 나는 일이죠."
[정론일세]
[가즈아~!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플레이볼!!"
역사에 남을 월드시리즈 5차전 9회초가 시작됐다.
경기종료,
승리는 갤럭시에게 돌아갔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각 언론들은 빠르게 기사를 배포했다.
[정신우, 월드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 달성!]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달성한 기록!]
[또 한 번 역사를 쓴 정신우!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
[팀을 승리로 이끈 정신우의 퍼펙트게임!!! 모든 기사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마운드 위에서 모자를 벗어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신우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