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72화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분위기를 가져오기에 가장 완벽한 기록이었다. 그것도 다른 선수가 아닌 신우가 기록한 것이었다. 갤럭시의 기세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안타!! 콜이 흔들립니다!!]
[노련한 게릿 콜 역시 정신우 선수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흔들릴 수밖에 없나 봅니다.]
거기에 골이 흔들렸다.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주자를 내보냈다. 양키스 벤지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어떻게 할까요?"
리처드는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서 코치를 내보낼 수 있다면 그랬을 거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코지를 내보낸 상황. 다시 코지나 감독이 방문한다면 교체를 해야 했다.
"불펜은?"
먼시와 손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펜은 일찌감치 준비 중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결국 선택은 리처드 자신이 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구심의 골이 떨어지기 전에 결정해야 했다. 결국 더그아웃에서 걸어나갔다.
[리지드 감독이더그아웃을 나옵니다!]
[이건 투수교제를 하겠다는 거군요..]
에이스인 게릿 콜을 내리는 게 너무 이르지 않나요?]
[보통의 경기라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월드시리즈입니다. 1승이 아주 소중한 경기이기에 에이스라 하더라도 일찌감치 강판이 되는 거죠.]
아쉽다는 듯 좀처림 공을 넘기지 못하는 게릿 콜, 하지만 선택지가 없다는 건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결국 공을 건네고 내려가는 게릿 콜, 아쉬움이 짙다는 게 모니터 너머에서도 느껴집니다.]
[에이스로서 조금 더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거죠. 하지만 팀보다 우선시되는 선수는 없습니다.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이게 옳은 선택인지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투수교제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결정은 내려졌고 주사위는 선수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신우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게릿 콜을 바라봤다. 고개를 숙인 채,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눈에 선했다.
'자신에게 화가 나겠지.'
[그렇겠지.]
[저 상황에서 후회를 하는 애들은 많지 않음.]
[후회하는 애들은 저기까지 오지도 못함.]
후회는 누구든지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분노다. 그것도 다른 이에게 향하는 분노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분노.
어째서 더 잘 던지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책이 선수를 강하게 만든다.
게릿 콜이 최고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건 바로 그래서였다.
[문제는 양키스가 선수교체를 너무 빠르게 했다.]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을 듯.]
[oz.]
[단기전이래도 에이스를 너무 일찍 내림.]
레전드들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이 되었다.
딱-!!
[때렸습니다!!]
바뀐 타자가 4구를 강타.
연속안타가 만들어지면서 주자가쌓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네 홈런이 각성제가 됐나 보네.]
[레알 투수가 홈런 때리면 분발할 수밖에 없지.]
[아우~! 양키스는 투수를 왜 바꾸냐?]
[엌ㅋㅋ 루스 화났.]
채팅창을 슬찍 본 신우가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
그것이 지금 자신들에게 왔다는 게 느껴졌다. 갤럭시는 흐름을 타민 무서워진다. 전문가 대다수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에이스의 홈런은 흐름을 타기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트리거가 되었다.
[6회, 정신우 선수의 투런홈런으로 시작된 득점레이스가 5점까지 이어졌습니다. 5 대 0의 리드를 지키는 가운데 7회 초에도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5점이란 점수는 야구에서 크지 않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단 2이닝만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마운드에 정신우가 있다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9개!]
한 경기에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27개. 그중에 남은 건 9개밖에 없었다. 구심의 외침과 함께 토마스가 사인을 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자는 몸을 흔들며 그런 신우의 타이밍에 박자를 맞춰갔다.
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몸쪽.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타자는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
오픈 스탠스에서 시작된 스타트는 스윙까지 간결하게 이어졌다.
배트의 궤적과 공의 궤적이하나가 되는 순간.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타구는 빠르게 날아갔다.
내야를 벗어나 외야까지 날아간 타구를 중견수 루카스가 쫓았다.
[중견수 루카스! 몸을 날립니다!!]
타구를 쫓은 루카스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팔을 있는 힘껏 뻗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루카스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경기장에 적막이 돌았다. 그리고 곧 루카스가 글러브를 들어 올리자 적막이 깨졌다.
"와아아아아아!!"
"멋지다!!"
"루카스 최고다!!"
카메라가 글러브를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십자웹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공의 모습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관중들에게 전달됐다.
이루심 역시 아웃을 선언하며 호수비가 완성되었음을 알렸다.
[대단합니다!! 장타성 타구를 낚아채는 루카스 선수!!! 엄청난 호수비로 정신우 선수의 기록을 지켜냅니다!!]
[이런 타구까지 잡아내 주면 투수의 어깨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죠!]
중계진들 역시 흥분했다.
그만큼 대단한 수비였다.
신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안타라고 생각했는데."
[0]
레알 이건 안타각이지.]
[루카스가 한 건 해줬네.]
[크으! 내 전성기 보는 거 같자누.]
[인생 수비 나왔다.]
[커리어 하이라이트에 나올 각이다 이지?]
레전드들조차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수비였다. 신우는 루카스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표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8개.'
루카스가 이어준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를 볼 낯이 없었다. 방금 공에 문제는 없었어.'
[정답.]
[타자가 잘 때린 거임.]
[완전 노렸던데..
[저런 공을 때리는 건 답이 없음.]
흔히 투수에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깊게 생각하다 보면 자신의 공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신우 역시 레전드들에게 그걸 배웠다. 그리고 그들이 옆에서 반복해서 훈수를 두었기에 신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원아웃에 주자 없는 상태에서 대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호안 선수로군요. 올 시즌 주전으로 나서진 못했지만, 한 방이 있는 선수입니다. 주로 대타로 출전해서 홈런을 11개 기록했을 정도로 파괴력이 있습니다.]
[기록에서 보면 강속구 투수에게 강했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좌투수보다는 우투수에게 1푼가량 타율이 높습니다.]
리처드는 빠르게 대타카드를 사용했다.
'호수비로 안타성 타구가 잡히긴 했지만, 저런 타구가 나왔으니 흔들릴 수 있다."
대기록은 양날의 검이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열광하게 만들지만, 투수 본인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안타성 타구가 나왔다는 건 투수가 흔들리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즉, 리처드 감독의 작전은 훌륭했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뼈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8마일이 나옵니다!]
[정신우 선수를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한 강심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직전에 안타성 타구를 맞은 코스로 바로 공을 던졌어요.]
리처드의 얼굴은 자연스레 찌푸리겠다.
'도대체 저 녀석은 긴장이란 걸 하지 않는 건가?"
도무지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선수, 그게 바로 정신우였다. 긴장이란 걸 전혀 모르고 사는 사람처럼 그는 2구를 뿌렸다.
애에애액!!
[2구 던졌습니다!]
코스는 다시 한번 몸쪽이었다.
이번에는 호안이 반응했다.
오픈스탠스를 밟으며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한 번 더 변화했다.
몸쪽으로 더욱 파고드는 공에 호안은 반응하지 못했다.
빠각!!
[배트 부러졌습니다! 그리고 타구는 이루수에게!! 안전하게 공을 잡아 1루로!]
"아웃!!"
[아웃입니다! 내츄럴 커터로 배트브레이커의 본색을 드러내는 정신우 선수!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냅니다!]
[6과 2/3이닝을 던졌음에도 투구 수가 아직 80구가 되지 않은 게 정말 경이롭습니다.]
현재까지 신우가 던진 공은 72개,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이고 삼진을 10개 잡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경이로운 투구 수였다.
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언제나 마지막에 찾아오는 법이었다.
[타석에 양키스의 상징! 애런 저지가 들어섭니다!]
애런 저지.
21세기 양키스를 상징하는 타자였다.
[조심하셈.]
[이런 애들이 중요한 순간에 터뜨리지.]
나였으면 이럴 때 홈런각이었다.
베이브루스의 마무리까지.
더 무서운 건 저 양반은 이런 순간에 정말 때려낼 거 같다는 이미지였다.
뉴욕 양키스를 상징하는 선수는 언제나 그런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정신우 선수가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안타가 없다는 건 이제 나올 때가 됐다는 소리거든요.]
애런 저지의 동산 타율은 3할 7리였다. 2019년까지는 3할에 미치지 못했던 타율을 기록하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타율이 오른 케이스다.
한 마디로 포텐셜이터졌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가 안타를 치지 못한 건 오히려 질 타이밍이 됐다고 생각해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레전드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신우는 경기의 흐름을 보는 눈을 키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의 일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우는 깊게 호흡을 뱉었다.
긴장해서가 아니다.
온몸에 남아 있는 힘을 끌어모으는 의식이었다. 흔히 야구에서 선발투수는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완급조절은 단순히 힘을 조절하는 게 아니다. 어떤 타이밍에 맞춰 잡을 것인지, 아니면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울 건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당연히 삼진이지]
[가즈아~!!]
[팀의 상징끼리 붙는 대결에서 피할 순 없지!!
[그냥 배트 뽀사버려!]
[배트 부수면 그게 삼진이냐? 닭대가리야.]
[뭐 이 새까?!]
[뭐가 됐건 깔끔하게 가즈아~!]
채팅창에서 눈을 돌린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플레이볼!!"
구심의 골이 떨어졌다.
바깥쪽 패스트볼.
토마스의 사인이 나오고.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콰직!!
빼애애애액~!!
신우가 공을 던졌다.
토마스가 요구했던 바깥쪽 낮은 코스, 완벽한 공이었다.
츠즉!!
애런 저지는 그 공에 반응했다.
스트라이드와 함께 하체를 돌렸다.
반대로 상체는 뒤로 빠지면서 힘을 모았다. 그리고 하체가 정면을 향하는 순간. 골반이 빠르게 회전하며 상체가 돌아갔다.
후웅-!!
마치 작은 토네이도를 보는 것과 같은 스윙. 엄청난 에너지가 담긴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갔다.
[때렸습니다!!]
타구는 빠르게 그리고 멀리 날아갔다. 누가 보더라도 큰 타구였다. 하지만 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글러브를 내밀고 있었다.
또한 사람.
애런 저지 역시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타구를 바라봤다.
[폴대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타구!! 파울입니다!]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폴대 밖으로 나갔다.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왔다면 홈런이 되었을 타구였다.
양기스 팬들은 탄성을 질렀고 갤럭시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팬들과 달리 두 선수는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 이유는 애런 저지의 다음 행동에 의해 나왔다.
[애런 저지 선수, 갑자기 더그아웃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배트를 동료에게……]
애런 저지가 건넨 배트가 동료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배트의 헤드 부분에 금이 가는 게 보였다.
[아~! 배트가 부러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