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71화
컨디션이 좋았다.
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것을 증명하듯 던지는 공마다 존에 꽂혔다.
후웅-!!
"스윙! 아!!"
변화구는 타자들의 배트를 유인했고,
빠각!!
"아웃!!"
내츄럴 커터는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렸다.
[엄청납니다! 경이롭습니다! 환상적입니다!!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요? 월드시리즈 5차전!! 홈펜들을 열광케 만드는 엄청난 호두가 5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버하는 듯한 캐스터의 멘트. 하지만 누구도 그 말에 태클 걸지 않았다.
-스 미쳤다.
-실화냐?
-와…… 양키스 타선을 이렇게 발라 버리네.
-님들 이거 지금 월시 맞음?
ㅇㅇ 맞음.
-오늘 양키스 애들 컨디션이 별론 듯?
눈 왜 달고 있음?
-신우 공이 지리는 거지 ㅋㅋ
ㄴㄴ이거 신까 아니냐?
-5이닝 무실점 10탈삼진 퍼펙트.
아, 님. 매너좀!
ㄴㄴ 언급 안 해야 되는 거 모름?
ㄴㄴ실패하면 님 탓임.
중계방 댓글창은 계속해서 댓글이 올라왔다. 공식 중계사이트에는 접속자가 폭주했다. 거기에 TV 시청률 역시 계속해서 치솟았다. 계약문제로 중계를 내보내지 못하는 채널은 자막을 사용했다.
[(속보)정신우 5이닝 무실점 10탈삼진 퍼펙트 기록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라고는 해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신우의 선발등판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이건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다.
"현재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극동아시아 쪽에서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권에서도 조금이지만 접속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만, 페넌트레이스에서 발생했던 접속자는오늘 경기에서 이미 추월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롭 커미셔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커미셔너에 임명된 뒤부터 그는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
시간 줄이기 너튜브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는 것. 그리고 배트 플립 등과 같은 시스템도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위해서 실행되었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선수 한 명이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가지고 오더라도 결국 슈퍼스타가 등장해야 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됐군.'
문득 스캇 보라스의 호언장담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세일즈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정으로 게임제인저가 되었어.'
메이저리그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게임체인저. 신우는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뼈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2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6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신우의 호투는 6회에도 계속됐다.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낸 그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곧 광고가 나오자 캐스터가 헤드셋을 벗었다.
"후우…… 퍼펙트를 기록 중인데 아직도 0 대 0 이라니, 갤럭시는 타순이 영 살아나질 못하네요.."
"그것보다는 상대 투수도 잘 던지고 있어."
오늘 신우의 상대는 게릿 콜이었다.
1차전에서 신우와 비등한 대결을 펼쳤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던 그였다.
5차전에서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신우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우는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양키스는 신우를 피하지 않네요."
"셋 중 하나겠지. 에이스인 게릿 콜의 자존심을 위해서 작전을 일시적으로 폐기했거나 투수로 나오는 정신우에게 굳이 볼넷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
"하긴, 정신우 선수가 투수로 나올 때는 타율이 조금 낮은 편이죠."
투웨이 플레이어로서 신우의 유일한 약점은 투수와 타자로 병행할 때 나타난다.
타자만으로 타격할 때 그의 동산 타율은 3할 2푼 1리다.
하지만 두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날에는 타율이 2할 7푼 3리로 낮은 편이었다.
양키스에서 굳이 작전을 하지 않아도 상대해 볼 만한 타자가 되는 셈이었다.
"그럼 세 번째는요?"
"아예 작전을 폐기했을 수도 있지."
"갑자기요?"
"4차전에서 신우가 보여주었던 주루플레이를 보고 그를 베이스에 내보내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어."
신우의 주루플레이를 환상적이었다.
투수와 포수는 물론이거니와 내, 외야수 모두를 농락시키는 주루플레이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그런 플레이가 또 나올 수 있기에 작전을 폐기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정확한 건 6차전에서 보아야 알 수 있겠지."
"마지막 광고입니다."
PD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다시 중계를 준비했다.
6회 말.
선두타자는 토마스부터 시작됐다.
'아직도 0점이라니.
전광판을 보며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경기 두 팀 합쳐 나온 안타는 단 2개. 모두 갤럭시에서 나왔고 자신 역시 하나의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후속타가 불발되면서 기회가 끊겼다.
'단타로는 어렵겠어.'
베테랑이 된 뒤로 알게 됐다.
경기의 흐름이라는 걸.
단타가 만들어지면서 기회가 이어지는 경기가 있는 반면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이 기우는 경기가 있었다.
오늘은 후자였다.
시누는 퍼펙트게임이고 콜 역시 2안타를 맞았지만, 2루 베이스를 내준 적이 없어.
슈퍼 에이스.
두 선수는 자신들의 가지를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때리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왔다.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토마스는 정신을 집중하고 타석에 섰다.
'큰 걸 노린다.'
본래 토마스는 큰 것을 노리는 타격을 하지 않았다. 맞추는 타격을 하는 유형이었지만, 워낙 힘이 좋아 제대로 맞으면 답장을 넘어갔다.
그런 그가 처음부터 큰 것을 노리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가져오겠다는 소리였다.
'토마스의 폼이 바뀌었다.
대기타석에 서 있던 신우는 그런 토마스의 변화를 감지했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타격폼이었다.
정확히는 가슴 부근에 놓여 있던 손이 조금 더뒤로 이동했다.
'테이크백 동작에서 조금 더 힘을 모으겠다는 건가?''
[oo]
[큰 걸 노리나 보네.]
[문제는 스윙이 그걸 따라갈 수 있냐는 건데.]
[콜 광속구에 밀릴 각.]
지
신우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테이크백을 크게 가져가면 스윙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만큼 배트가 나오는 속도가 느려진다.
'토마스의 배트 스피드를 생각했을 때 90마일 초중반까지는 무난하게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콜의 최고구속은…
뼈어어억!!
"스트라이크!!"
조구가 존을 통과해 미트에 꽂혔다.
마지 폭발하는 듯한 굉음에 이어 구심의 손이 시원하게 올라갔다.
신우의 시선은 곧장 전광판으로 향했다.
[97mph)
'90마일 후반까지 나오지.' 경기 중반을 넘었지만, 콜은 여전히 광속구를 뿌려댔다.
과거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떨어진 콜.
그럼에도 90마일 후반을 던지는 괴물이었다.
'과연 저거에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까?"
토마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그 역시 베테랑 중 한 명이었으니까.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저걸 때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콜이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토마스의 스윙이 시작됐다.
그때 공이 회전하며 바깥쪽으로 휘어나갔다. 토마스는 급히 손목을 들어서 배트의 회전을 강제로 멈췄다.
픽!!
원볼 원스트라이크.
유인구를 던졌지만, 토마스가 참아냈다.
[오우, 잘 참.]
[이번 거는 완벽히 낚이는 거 아니었냐?)
[oo]
[토마스가 잘 참았네.]
[토마스 한방 날려라!]
채팅창이 시끌시끌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신우도 궁금했다. 그때 테드 윌리엄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 포심 버렸는데?]
'예?'
[뭔소리임?]
[20?]
다른 레전드들도 의문을 표했다.
포심을 버리다니?
콜포심 비율은 67%에 달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포심을 중심으로 변화구들을 섞고 있었다.
그런 콜을 상대로 포심을 버린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말을 한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테드 윌리엄스다.
타격의 신이라고까지 불리는 남자.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보여준 레전드였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변화구 노리는 듯.]
'하지만 그러다가 포심이 날아오면요?'
[버리겠지. 아니면 대응하거나.']
[모 아니면 도이긴 하지만, 콜이란 투수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소리다.]
게릿 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선수.
그리고 30대 후반에도 여전히 팀의 에이스를 맡을 정도로 좋은 투수였다.
물론 내년부터는 그 역할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줄 것으로 보이나 위대한 투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그이기에 모 아니면 도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정확히는 투수가 아니라 포수의 심리를 읽는 것 같다.]
'예?'
[지켜보면 알아.]
테드 윌리엄스의 말에 신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곧 힌트를 얻었다.
'오늘 양키스의 볼배합은……'
1회부터 떠오르지는 않았다.
기억나는 건 5회 정도.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신우는 골이 던졌던 공들을 떠올렸다.
[눈치 누]
[아하! 그렇구나.]
[너 모르지?
[(모르지만, 아는 척하는 짤.)]
레전드들이 서로 딜을 박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채팅을 무시한 채, 콜의 와인드업을 지켜봤다.
돼애애애액!
딱!!
배트가 조금 밀리면서 타구가 3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뒤이어 골이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신우는 콜이 던질 공을 생각했다.
'예상이 맞다면…'
사인교환을 끝낸 콜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던질 공은……'
스트라이드와 함께 콜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체인지업이다.
쐐애애애액-!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토마스의 발이 내디미졌다.
하지만 그의 허리는 아직 돌아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공 역시 빠르게 날아오지 않고 허공에 멈춘 듯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제인지업이었다.
토마스는 공이 홈플레이트 앞까지 왔을 때, 허리를 돌리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높게 떠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에 외야수들이 워닝트랙까지 달려갔다.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타구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생각했다.
약간 타이밍이 늦었다.
[정답.)
[너무 생각하고 때렸음.]
[펜스 직격이겠다.]
레전드들의 말이 곧 현실이 됐다.
퍽!!
아! 펜스 상단을 직격!!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지 못합니다! 토마스 선수는 2루에 안착! 아쉽게도 홉린이 되지 못한 타구!! 하지만 무사 2루의 찬스를 만들어내는 토마스입니다!]
토마스의 노림수는 완벽했다.
문제는 너무 의식하고 때리면서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다.
그로 인해 홈런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무사 2루의 찬스에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석에 들어선 신우는 토마스의 노림수를 보며 생각했다.
'포수의 볼 배합이 단조롭다.'
[정확히 말하면 카운트가 유리할 때 꼭 유인구를 던지게 만드는 정석적인 리드를 한다는 거지.!
테드 윌리엄스의 말대로였다.
분명 그건 정석적인 리드로서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여기는 월드시리즈다. 정석보다는 변수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토마스는 때로는 정면승부를 하기도 하고 유인구를 요구할 때도 있었다.
이런 변수가 없다면 타자에게 노려지게 된다.
[문제는 이 방법을 두 번이나 쓸 수 없다는 거지.]
[양키스 애들 빠르누]
[쟤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양키스의 벤치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리고 긴 대화를 포수와 이어나갔다. 콜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볼 배합이단조롭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겠죠?'
[그렇겠지..
[그걸 계속 가져가면 벤지가 무능한 거지.]
[시누 어째, 노림수를 쓸 순 없겠네.]
코치가 올라온 이상 볼 배합은 바뀔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럼 전 변화구를 노리지 않으면 되겠네요."
[다른 거노리게?]
'콜은 포심을 자주 던집니다. 그걸 노리는 게 더 확률이 높겠죠."
코치가 내려가고 경기가 재개됐다.
신우는 타격자세를 취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피하지 않는다면….'
고의사구 작전은 없다.
콜의 자존심상 그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거기에 코치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 사실은 포수에게 약간의 압박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압박은 포수의 볼 배합을 단조롭게 만들 가능성이 컸다.
때리면 된다."
사인을 교환한 게릿 콜이2루 베이스를 눈으로 견제했다.
그리고 고개를 앞으로 돌리면서 스트라이드를 밟았다.
괴성과 같은 기합과 함께 그가 공을 뿌렸다. 빼애애애액~!!
몸쪽을 파고드는 완벽한 공.
신우는 오픈 스탠스를 밟으며 그대로 허리를 돌렸다.
후웅-!!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돌아간 배트가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초구를 때린 신우는 손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손맛에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그리고 배트 던졌습니다!! 타구는…… 타구는……!! 담장을 넘어갑니다!!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정신우 선수! 팀의 선취점을 기록합니다!!]